침묵의 세계
막스 피카르트 지음, 최승자 옮김 / 까치 / 200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로 우연히, 이 책 <침묵의 세계>를 읽게 되었다. 예전에 보았던 카르투시오 수도회에 대한 영화 <위대한 침묵>이 생각나서였기도 하고, 또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까치글방에서 출판된 책들을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이 책에도 그만큼 믿음이 간 것이다. 그리고 역시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었다.

단순히 말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닌, 그보다 더욱 진정한 침묵에 대해 이 책은 다루고 있다. 확실히 이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은 말들과 언어들이 범람하고 있고, 침묵과 대면하게 되는 것은 하루 중 얼마 안되는 짧은 시간 뿐이다(그마저도 없을수도 있다). 언어는 성스러운 침묵을 기초로 하는데, 그 침묵을 잃어버렸기에 사이비 말, 곧 피카르트가 말하는 잡음어(雜音語)가 판치는 것이다. 또한 언어의 침묵보다 머릿속의 침묵이 더 힘들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잡다한 생각들로, 진정한 침묵 안으로 들어가기란 굉장히 힘든 듯 하다.

이 책 <침묵의 세계>에서는 인간이 침묵의 세계를 어떻게 사유하고 경험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언어와 사유, 사상, 예술, 사랑, 역사 등이 침묵을 토대로 해서 나오지 않는 한 우리의 존재는 오간 데 없고 공허한 지껄임만이 떠돌게 된다. 침묵을 찾아 전원이나 외진 곳으로 간다고 해도 거대한 도시와 자기 자신의 소음을 그대로 가지고 간다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침묵 안에서 자기 자신과 대면하는 법을 우리는 익혀야 할 것이다.  

사실 꽤 어려운 철학적인 담론을 다루고 있지만, 의외로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는 책이다. 한번 후다닥 읽고 말 책이 아니라, 한 챕터씩 꼭꼭 씹어먹고 또 깊은 생각을 해야 제대로 읽을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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