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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착란
다자이 오사무 지음, 박현석 옮김 / 사과나무 / 2010년 5월
평점 :
<인간실격>, <사양> 등으로 유명한 다자이 오사무, 그의 작품을 읽으며 허무하고 퇴폐적인 모습에 정말이지 많은 공감을 했고 이는 일본 근대문학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의 작품에 영향을 받은 다른 작가들도 꽤 있다. (다카노 에쓰코의 <20세의 원점>에도 다자이 오사무가 언급되어 있다.) 나 역시 만약 작가가 된다면 다자이 같은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정도다. 그런데 얼마 전에 나온 이 책 <청춘의 착란>은 그가 발표하기 위하여 쓴 문학 작품이 아니라,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글과 엽서 등을 모아 놓은 책이다.
<인간실격>에서도 어렴풋이 짐작은 할 수 있었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다자이의 처절한 삶의 분투가 편지글에서 여과 없이 드러나고 있다. 방심한 맨얼굴을 본 느낌이랄까. 생활의 어려움으로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하는 글, 빨리 죽고 싶어서 견딜 수 없다는 말, 약물중독과 폐결핵 등으로 항상 나빴던 건강 상태 등...아마 다자이가 자신의 사후에 이런 편지글 모음이 발표될 줄 알았더라면 화를 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사적인 편지글들에도 그의 문학적인 재능은 드러나 있고,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역시나 일본 최고의 문인답다는 생각이 든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 7월 말일까지, 고향의 형수님께 50엔 돌려 드리면, 200엔을 또 새로이 빌릴 수 있다는 묵계가 있어, 저, 나날의 안일, 대여섯 명의 친구, 선배, 스승으로부터, 적지 않은, 빚 있어, 독서, 사색, 집필, 혹은, 일가 담소의, 여유, 잃어, 옛, 지기, 하나 떠나고, 둘 떠나고, 바늘방석, 불의 강, 피의 연못, 위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잠든 동안에도 지옥, 50엔, 간절하게, 고갈, 비참함 따위, 망각, 광란의 28세, 지금은, 마음이 변하여, 이 이상 말하는 것, 견딜 수 없어, 내 멋대로 <신초> 편집장 나라사키 쓰토무 씨에게, 궁핍한 사정 거짓 없이 피력, 간청할 때, 문득, 나의 그릇됨, 오만, 무례를 깨닫고, 그와 같은 행동, 두어 번 거듭되면, 저, 구천직하九天直下, 하룻밤 사이에, 룸펜, 보기 좋게 사회적 파산자, 될 것, 불을 보는 것보다 더 명백,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다, 내 죄, 누구보다도 깊이 후회, 누구보다도 모질게 채찍질, 어젯밤의 죄, 평생 걸린다 해도, 값을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청춘의 착란> p.94 중 발췌)
이 부분은 일종의 산문시 같아서, 굉장히 경탄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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