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 인간실격 - 다자이 오사무 소설선
다자이 오사무 지음, 송숙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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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하루 동안 굉장히 많은 책들을 읽은 느낌이다. 우선 요시다 겐코의 <도연초>를 읽었고, 고바야시 다키지의 <게 공선>을 복습하고, 다카노 에쓰코의 <20세의 원점>을 읽었다. 그리고 나서 <재일 강상중>을 읽으려는 찰나에, 갑자기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을 복습하고 싶어졌다. 요즘 들어서 책을 복습한다는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새로 읽어야 할 것들이 아주 밀려들어오기 때문에 한 번도 못 읽은 책들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 전에 읽었던 것을 다시 느끼기 위해 반복해서 몇 번이고 읽는다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무리다. 하지만 너무 읽고 싶었고 게다가 <사양>의 내용이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용기를 내어(!)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이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 '나'(가즈코)와 남동생 나오지, '최후의 귀족' 어머니, 그리고 동생의 문학적 스승인 소설가 우에하라. 이들이 모두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분신 격이라 할 수 있다. 귀족(혹은 황족) 출신이지만 패전 후 몰락하여 이즈의 조그만 산장에서 둘이 생활하는 모녀의 모습. 생활력이 없는 그들은 이제 예전처럼 시중드는 사람을 두거나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생활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할 줄 아는 일이 없기 때문에 돈이 떨어지면 옷이나 장신구 등을 팔아서 식량을 산다. 그들을 보는 주변의 시선도 별로 좋지 않다. 아이 둘만 놔둔 느낌이라느니, 언제까지 그렇게 물건을 팔아서 살수 있을거 같냐느니...아무 것도 할 줄 모르고 세상 물정 모르기는 나 역시 만만치 않다. 그들의 생활에서 내 자신의 모습을 약간이나마 느낀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사양>은 꽤 기묘한 이야기다. 처자가 있는 작가 우에하라와 이혼녀 가즈코의 특이한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고, 어머니는 결핵으로 죽고 동생 나오지는 자살하고 우에하라는 자포자기와도 같은 향락주의에 빠져 지내는 가운데 가즈코만이 종래의 관습적 도덕에 대항하여 스스로 새로운 '도덕 혁명'을 일으키려 한다는 내용이기도 하다. 전반부에는 감상주의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반면(특히 귀족 모녀가 산장에서 유유자적 지내는 모습은 더욱 그러하다) 후반에 이르러 '전투 개시'를 외치는 주인공의 모습이 좀 낯설기도 하다. 

나도 언제까지나 이런 식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정말 괜찮은 걸까. 어쩌면 내 자신도 굉장히 데카당스적일지 모른다. <사양>과 역시 어제 읽은 다카노 에쓰코의 <20세의 원점>이 머릿속에서 오버랩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다자이 오사무와 다카노 에쓰코는 자신들만의 굳건한 사상을 가지고 있다. 독서의 폭도 넓고, 사유의 깊이도 깊다. 하지만 나는 어떠한가? 수박 겉핥기식이고 잡다한 분야의 독서와 점점 둔해지는 감수성, 그리고 끝없는 우울... 언제까지 이렇게 살수 있을까,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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