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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 쟁탈전 - 북극해를 차지할 최종 승자는 누구인가
크리스토프 자이들러 지음, 박미화 옮김 / 더숲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몇 달 전인가 우연히 이 책 <북극해 쟁탈전>을 보고는 얼음이 흐르는 바다의 사진이 표지에 장식되어 있어서 웬지 모를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영구빙 한계선 위쪽의, 한없이 넓게 펼쳐져 있는 눈과 얼음, 그리고 북극곰과 하얀 여우... 페터 회의 <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을 읽으며 즐거웠던 기억과 함께, 유빙의 바다는 내게 일종의 로망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 드디어 <북극해 쟁탈전>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아쉽게도 그러한 아련한 향수나 로망과는 거리가 멀다. 그보다는 사실을 전하는데 주력하고 있어서, 북극 탐사의 역사와 북극해를 둘러싼 경쟁의 실태, 북극해 아래에 매장되어 있는 자원들의 현황, 그리고 어떠한 나라들이 북극해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며 각자의 주장은 무엇인지 등 북극해에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과 캐나다, 그린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러시아, 심지어는 북극과 거리가 좀 떨어진 독일이나 중국까지도 북극해를 향한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남극은 어떤 국가에도 속해 있지 않은 곳인 반면, 북극은 국제법적으로 바다 밑의 대륙붕이 어떤 나라와 연결되어 있는지에 따라서 그 나라에서 영유권을 주장하게 되기 때문에 이러한 치열한 경쟁이 가능한 것이다. 또한 예전부터 북극에 제일 가까이 살아왔던 이누이트족(에스키모)이 막상 이러한 협상 자리에서는 정치적으로 힘이 없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에서도 이러한 이누이트족의 상황이나 덴마크와 그린란드의 갈등에 대해 다루고 있는 부분이 있다.
또한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인하여 북극의 얼음이 줄어들고 영구 동토층이 녹으며 북극 동식물계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북극해를 경유하는 항로를 이용하기가 수월해진 반면 북극해의 오염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현재 지구상의 각 국가에 매장되어 있는 지하자원도 슬슬 고갈되어 가기 때문에, 북극해 아래에 매장되어 있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차지하기 위하여 위에 언급한 여러 나라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공격적으로 주장하며 나서고 있다. 지리적 여건상 강대국들 사이에 끼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경쟁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미지의 땅으로 남아있었고 사람들의 발이 닿지 않았던 북극해가 더이상 아름다운 얼음의 나라로 존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 이런 식으로 강대국들의 자원 전쟁이 벌어지고 온난화가 가속되다 보면 그러한 로망 같은 것은 더이상 설 자리가 없을지도 모른다. 자원 채굴 등의 과정에서 오염도 필수적으로 발생할 것이고 생태계의 교란 역시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예전에 읽은 책 <북극곰은 걷고 싶다>에서처럼, 북극곰이나 바다표범들도 살 곳을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전 지구적인 자원 부족 앞에서 북극해의 지하자원들을 그냥 묻어둘 수도 없다. 앞으로 에너지 소비량은 늘어나면 늘어났지, 더 줄어들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극을 둘러싼 이러한 갈등은 앞으로 몇 년이 고비로,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과연 가까운 미래에 북극과 북극해는 어떻게 될지, 현재로서는 짐작하기 힘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