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여관 미아키스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전경아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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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우치 가즈에의 연작소설 《고양이 여관 미아키스》를 읽었다. 깊은 고민에 빠진 사람이 발견하는 여관에 관한 이야기다. 이 여관은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의 오너, 통통하고 귀여운 말투의 프런트 직원, 어리지만 힘 있는 호텔 보이, 놀라운 음식 솜씨의 요리장이 일하는 곳이다.


매니저 일을 하는 미사는 담당 그룹의 문제로 골치가 아프다. 연예인 활동 경험이 있기에 더욱 연예 산업에 환멸을 느끼는 그녀는 갑자기 태풍을 만나 여관에 잠시 묵게 된다. (공교롭게도 지금 한국에서는 태풍 힌남노가 난리다) 기묘한 여관에서 미사는 무서운 일을 겪고 자신을 괴롭혀 온 이 문제를 주관대로 해결하고자 마음먹는다.


최근 들어 이런 느낌의 연작소설이 쏟아져 나오는 느낌이다. 무언가 고민이 있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누군가를 만나거나 어디를 들르게 되고 고민이 해결되는 그런 내용 말이다. 각자 다른 매력으로 차별성을 어필해야 할 텐데, 《고양이 여관 미아키스》가 택한 것은 기괴함이다.


지금까지 힐링 연작소설은 주로 훈훈함이 강조되어왔다. 마음을 다해 손님의 고민을 들어주면서 해결책까지 마련해 주는 식이었다면 이 소설은 해결해주면서도 그 방식이 다소 기괴하다. 정기를 빨아먹으려는 식이거나 괴로운 감정을 미끼로 덫을 놓는 식이 흥미로웠다.


여성 문제를 많은 에피소드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오히려 이 소설이 《지속 가능한 영혼》보다 낫다는 생각도 들 정도다. 성적 착취가 심한 아이돌 산업, 임신으로 부당한 계약 해지를 들이미는 사례 등 여러 문제를 이야기 안에 잘 녹여낸 느낌이다. 마냥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에는 묵직한 주제들이 녹아있는 소설, 《고양이 여관 미아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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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클래식 - 천재 음악가들의 아주 사적인 음악 세계
오수현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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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현 작가의 《스토리 클래식》은 그동안 읽은 클래식 도서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내가 바라던 책을 드디어 만난 기분이었다. 천재 음악가들의 아주 사적인 음악 세계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책은 음악가들의 사적인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런 사생활이 작품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도 설명하고 있어 클래식 문외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 하이든의 이야기부터 굉장히 충격적이다. 오랫동안 사이가 좋지 못한 부부 사이를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아내 마리아가 하이든이 만든 신곡의 악보를 케이크 시트지로 이용하거나 땔감으로 써버렸다는 일화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누가 나한테 저런 짓을 하면 굉장한 상처일 것 같다. 하이든도 만만치 않은데, 아내가 죽고 난 후의 9년이 가장 행복한 시기라고 하니 왜 결혼을 했을까 의문이 들 정도다.


이처럼 《스토리 클래식》은 널리 알려진 유명한 작곡가의 뒷이야기를 보여줌으로써 조금 더 친숙하고 재미있게 클래식에 접근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브람스가 가수 슈피스를 짝사랑하면서 쓴 <가슴 깊이 간직한 그리움>을 들어보니까 정말 절절한 감정이 느껴졌다. 어떤 마음으로 음악을 써 내려갔는지 상상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친구의 아내이자 또 다른 친구의 딸을 뺏은 바그너, 지휘하다 결혼하고 다시 연습에 참여한 말러 등 다양한 음악가들의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는 부분이 많아 친구들한테도 알려주었는데 벌써 빌려달라는 부탁이 오고 있다. 가볍고 재미있게 클래식을 만나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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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싸부 - Chinese Restaurant From 1984
김자령 지음 / 시월이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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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나면 저절로 미소가 나오는 책. 중국집 ‘건담‘ 이야기 <건담 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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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싸부 - Chinese Restaurant From 1984
김자령 지음 / 시월이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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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령 작가의 장편소설 《건담 싸부》를 읽었다. 중식당 ‘건담’을 운영한 ‘두위광’의 이야기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 소설이다. 어릴 적 처음 맛본 짜장면부터 중식당을 열어 큰 성공을 거둔 과거, 새롭게 시작하려는 현재까지 그 서사의 흐름이 대단했다.


두위광은 70대 중반의 나이로 40년 가까지 건담을 지켜온 요리사다. 요리에 누구보다 진심이며 요리 외에는 어떠한 관심도 없다. 당연히 성격은 괴팍하여 주방에서 고성이 울려 퍼지는 건 예삿일이다. 만약 내가 건담에서 일했다면 일주일도 버티지 못하고 도망갔을 것 같다.


위광에게는 몇 가지 고집이 있다. 탕수육의 찍먹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음식이 식기 전에 먹길 권한다는 것인데 이해가 되면서도 그 고집과 뚝심으로 인해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단순히 먹는 것에 그치지 않는 요즘 음식 문화는 위광의 신념과 달라졌다. 먹음직스럽게 사진을 찍고 유튜브에 올릴 영상까지 찍고 나서야 식사를 시작하는 이들을 위광은 이해할 수 없다. ‘천러얼츠’라는 말을 크게 외치며 식기 전에 먹으라는 위광이 대단하다고 느끼면서도 안타깝기도 했다.


달라진 시대에 위광의 건담은 많은 위기를 겪는다. 굽히지 않는 성격 때문에 다툼도 잦은 데다가 안팎으로도 일이 끊이지 않는다. 과연 위광은 어떤 선택을 내리고 건담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끝까지 읽지 않고서는 못 배길 정도로 흥미로운 전개가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책을 읽으며 중식이 정말 먹고 싶어졌다. 마침 동네에 중국 냉면 맛집이 있다. 나는 주로 온면을 먹는데 차돌 한 접시와 같이 먹으면 기가 막힌다. 고기만두와 부추만두도 튀김옷이 독특하고 맛이 좋다. 조만간 가게에 방문해야 할 것 같다. 이 책 《건담 싸부》를 추억하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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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스트 걸 얼라이브
제시카 놀 지음, 김지현 옮김 / 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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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 놀의 장편소설 럭키스트 걸 얼라이브를 읽었다. 뉴욕의 유명 잡지사 에디터 아니 파넬리의 이야기다. 성공한 커리어와 아름다운 외모, 부자 약혼자까지 부러울 것 없는 인생의 그녀에게 다큐멘터리 촬영팀이 찾아오면서 그녀의 삶은 전환점을 맞는다.

 

어떤 얼굴인지 알기 힘든 소설이었다. 아니 파넬리라는 인물이 상당히 입체적으로 그려져서 그렇다. 처음에 소설을 읽으면서 이 소시오패스는 뭘까 생각했다. 당하고는 절대 못 사는 성격의 파넬리는 사소한 것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불친절한 직원에게 은근슬쩍 면박을 주거나 직장 동료와도 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우위를 차지하려고 내내 아등바등한다. 곁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절대 가까이하면 안 될 것 같은 사람이 바로 파넬리였다.

 

그러나 소설을 읽어 나갈수록 파넬리의 과거가 드러나면서 그녀에 대한 경멸이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14년 전 모교 브래들리에서 일어난 일은 어린 나이에 겪기에 너무 참담한 일이었다. 소설은 다큐멘터리 촬영 이야기를 최대한 미뤄둠으로써 독자의 호기심을 키운다. 도대체 무슨 일로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는 건지 궁금해서 소설을 계속 읽게 되었다.

 

처음에 이 작품을 펼치기 전 상상한 내용은 이렇다. 살인이든 절도든 과거에 범죄를 저지른 주인공이 이 모든 과거를 감추고 부잣집 며느리의 기회를 잡는다. 그러나 그 직전 그녀의 과거가 드러나고 이를 감추기 위해 더 큰 범죄를 저지르는 내용이다. 이미 여러 차례 나온 이야기다. 그러나 럭키스트 걸 얼라이브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독자를 맞이한다. 소설을 끝까지 읽고 나면 주인공을 결국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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