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단 한 사람이면 되었다 텔레포터
정해연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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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연 작가의 장편소설 《사실은, 단 한 사람이면 되었다》를 읽었다. 작가의 전작 《구원의 날》을 재밌게 읽었다. 스릴러 장르에 이어 이번에 작가가 내놓은 신작은 판타지 청소년 문학이다. 표지부터 상당히 알록달록하다. 강렬한 추리물을 써온 작가가 만든 청소년 문학은 어떨지 궁금했다.


주인공 ‘은아’는 왕따다. 학교에 친구가 없고 비웃음을 사는 정도였던 은아의 상황은 갈수록 악화된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집에서도 말할 수 없다. 자신과 달리 잘나가는 유튜버 언니에게 모든 관심이 쏠려있기 때문이다. 그때 자신과 이름이 같은 교생 선생님을 만난다.


미래의 내 모습을 알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사주나 신점이 끊임없이 유행하는 것도 미래를 알고 싶어서일 것이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미래의 나 자신을 만날 수 있다면 묻고 싶은 게 참 많을 것 같다.어디에 살고 무엇을 하고 있으며 몸 상태는 어떤지 궁금한 게 참 많다.


은아는 교생 선생님을 만나면서 점차 변화한다. 주눅들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할 줄 알게 되며 친구도 생긴다. 은아의 긍정적인 변화를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미래의 나를 만나는 설정이 조금은 평범하다고 생각했는데 결말에 숨겨놓은 깜짝 반전까지 있으니 끝까지 읽어봐야 할 것이다.


곁에 한 사람만 있으면 험한 세상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그게 사랑하는 연인이나 친구여도 좋지만 결국 이 소설은 나 자신을 가깝게 여기라고 말한다. 내가 나의 가장 친한 존재일 때 다른 사람과도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이 소설을 읽고 자존감을 키울 수 있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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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한강
권혁일 지음 / 오렌지디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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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삼십 명 정도가 자살한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섬뜩함을 느꼈다. 한 시간마다 누군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얼마나 고통스럽길래 그런 선택을 하는 걸까 안타깝기도 했다. 권혁일 작가의 장편소설 《제2한강》은 자살 이후의 세계를 그린 작품이다. 신선한 설정이 좋았다.


각자 이유가 다르겠지만 지금 사는 세상이 지긋지긋해서 자살을 택했을 텐데, 또 하나의 세계가 등장한다면 너무 허망할 것 같다. 심지어 그 세계가 원래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면 더욱 싫을 것이다. 제2한강에서 진짜로 ‘무’가 되려면 ‘다시 자살’을 해야 한다. 그 이유가 무척 궁금했다.


주인공 ‘형록’ 역시 제2한강으로 흘러들어온 인물이다.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그에게 ‘이슬’이 나타나 이것저것 챙겨주는 과정이 흥미롭다. 유실물 센터가 특히 인상적인데 생전에 소유하고 있는 물건을 찾을 수 있는 곳이다. 나는 어떤 물건을 찾고 싶어질까 궁금했다.


작가가 설정에 대해 많은 고심을 한 것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두껍지 않은 분량으로 왜 이런 설정을 넣었는지 생각해보는 재미도 있었다. 이곳에서도 음식을 먹는 것이나 반려동물, 휴대폰은 찾을 수 없는 이유를 찬찬히 고민했다.


후반부에 가서 이 소설을 왜 썼는지 명확히 드러난다. ‘다시 자살’이 가혹하다고 느껴졌는데 그 진심을 알고 나서 위로가 됐다. 이 작품에서 재밌는 부분 중 하나가 화짜와 민철의 대화인데, 동경하는 사람을 만나면 짓는 표정에 관한 대화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좋은 작품을 만났을 때 나오는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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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고생 - 책보다 사람을 좋아해야 하는 일 일하는 사람 11
김선영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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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솔직한 매력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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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고생 - 책보다 사람을 좋아해야 하는 일 일하는 사람 11
김선영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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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작가의 사서, 고생은 도서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책을 전혀 좋아하지 않던 작가가 우선순위로 지망한 교대에 떨어지자 무작정 문헌정보학과에 들어가 사서가 되었다. 이 책은 사서로서 겪은 일을 생생히 들려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엄청나게 솔직하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읽은 에세이, 특히 직업을 소재로 한 에세이 중 이보다 솔직하게 쓴 것이 있었나 싶다. 사서라는 자신의 직업을 좋게 포장하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준 점이 무척 좋았다.


어느 직업이든 쉬운 일이 있겠냐마는, 도서관 사서는 그래도 평화로운 일상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역시 뭐든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 같다. 사서로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힘든 일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어 사서가 아닌데도 스트레스가 느껴질 정도였다. 각종 민원부터 시작해서 행사 주관, 리모델링 등 다양한 어려운 점이 와닿았다.


그래도 직업에 대한 작가의 사랑이 느껴지는 책이다.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작가가 멋졌다. 한편으로는 나 역시 책을 무척이나 좋아하기에 사서를 체험해보고 싶기도 하다. 먼 미래에 나의 직업은 무엇이 되어 있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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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
앨마 카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현대문학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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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배를 타본 적이 거의 없다. 어릴 적 가족 여행으로 배 타고 울릉도를 가다 속이 무척이나 울렁거리던 날 빼고는 기억에 남는 게 없다. 그래서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 항해 장면이 나오면 더 관심이 간다. 특히 호화 유람선같이 화려한 배가 나오면 더욱 그랬다. 앨마 카츠의 장편소설 《심연》 역시 타이태닉호와 브리태닉호를 소재로 사용한 작품이다.


배 위에서 드넓은 바다를 실컷 구경하면 얼마나 낭만적일까. 그러나 배는 두려움의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참 좋은 곳이다. 한번 타면 육지에 도착할 때까지 내릴 수 없으며 망망대해가 사람의 예민함을 증폭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연》 역시 많은 등장인물이 혼란스러워하고 공포에 떤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일이 계속해서 발생하여 배에 귀신이 있다고 믿기도 한다. 소설은 사람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감정들이 쌓아 올린 폭약을 준비한다.


타이태닉호와 브리태닉호의 항해 사이에는 4년의 세월이 있다. 이 작품은 두 배에 모두 탔던 ‘애니 헤블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미스터리함을 증폭시킨다. 게다가 애니는 4년 동안 정신병원에서 지냈다.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설을 읽는 내내 궁금했다.


애니 외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과 그 관계도 매력적이다. 일등실에 탄 여러 부자의 허영심과 엇갈리는 관계, 삼등실에서 부자들의 돈을 노리는 일당까지, 목적이 다른 여러 사람의 행동이 얽히는 과정이 긴장감을 키운다.


스산한 겨울에 읽기 좋은 미스터리 작품, 《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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