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한강
권혁일 지음 / 오렌지디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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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삼십 명 정도가 자살한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섬뜩함을 느꼈다. 한 시간마다 누군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얼마나 고통스럽길래 그런 선택을 하는 걸까 안타깝기도 했다. 권혁일 작가의 장편소설 《제2한강》은 자살 이후의 세계를 그린 작품이다. 신선한 설정이 좋았다.


각자 이유가 다르겠지만 지금 사는 세상이 지긋지긋해서 자살을 택했을 텐데, 또 하나의 세계가 등장한다면 너무 허망할 것 같다. 심지어 그 세계가 원래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면 더욱 싫을 것이다. 제2한강에서 진짜로 ‘무’가 되려면 ‘다시 자살’을 해야 한다. 그 이유가 무척 궁금했다.


주인공 ‘형록’ 역시 제2한강으로 흘러들어온 인물이다.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그에게 ‘이슬’이 나타나 이것저것 챙겨주는 과정이 흥미롭다. 유실물 센터가 특히 인상적인데 생전에 소유하고 있는 물건을 찾을 수 있는 곳이다. 나는 어떤 물건을 찾고 싶어질까 궁금했다.


작가가 설정에 대해 많은 고심을 한 것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두껍지 않은 분량으로 왜 이런 설정을 넣었는지 생각해보는 재미도 있었다. 이곳에서도 음식을 먹는 것이나 반려동물, 휴대폰은 찾을 수 없는 이유를 찬찬히 고민했다.


후반부에 가서 이 소설을 왜 썼는지 명확히 드러난다. ‘다시 자살’이 가혹하다고 느껴졌는데 그 진심을 알고 나서 위로가 됐다. 이 작품에서 재밌는 부분 중 하나가 화짜와 민철의 대화인데, 동경하는 사람을 만나면 짓는 표정에 관한 대화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좋은 작품을 만났을 때 나오는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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