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
앨마 카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현대문학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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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배를 타본 적이 거의 없다. 어릴 적 가족 여행으로 배 타고 울릉도를 가다 속이 무척이나 울렁거리던 날 빼고는 기억에 남는 게 없다. 그래서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 항해 장면이 나오면 더 관심이 간다. 특히 호화 유람선같이 화려한 배가 나오면 더욱 그랬다. 앨마 카츠의 장편소설 《심연》 역시 타이태닉호와 브리태닉호를 소재로 사용한 작품이다.


배 위에서 드넓은 바다를 실컷 구경하면 얼마나 낭만적일까. 그러나 배는 두려움의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참 좋은 곳이다. 한번 타면 육지에 도착할 때까지 내릴 수 없으며 망망대해가 사람의 예민함을 증폭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연》 역시 많은 등장인물이 혼란스러워하고 공포에 떤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일이 계속해서 발생하여 배에 귀신이 있다고 믿기도 한다. 소설은 사람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감정들이 쌓아 올린 폭약을 준비한다.


타이태닉호와 브리태닉호의 항해 사이에는 4년의 세월이 있다. 이 작품은 두 배에 모두 탔던 ‘애니 헤블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미스터리함을 증폭시킨다. 게다가 애니는 4년 동안 정신병원에서 지냈다.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설을 읽는 내내 궁금했다.


애니 외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과 그 관계도 매력적이다. 일등실에 탄 여러 부자의 허영심과 엇갈리는 관계, 삼등실에서 부자들의 돈을 노리는 일당까지, 목적이 다른 여러 사람의 행동이 얽히는 과정이 긴장감을 키운다.


스산한 겨울에 읽기 좋은 미스터리 작품, 《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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