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왕국의 성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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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베 미유키의 장편소설 '사라진 왕국의 성'을 읽었다.

'모방범', '낙원', '화차', '벚꽃, 다시 벚꽃'에 이어 다섯 번째로 읽었다.

앞의 세 작품이 사회의 문제와 충격적인 사건들을 그려내고 있다면

'벚꽃, 다시 벚꽃'은 따뜻한 면이 가득하여 놀랐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앞서 읽은 작품과는 다르게 판타지의 측면이 강해서 놀라웠다.

예전 인터뷰에서 게임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데

그래서 더욱 설정의 구체적인 면들이 좋았던 것 같다.

 

 책의 줄거리는 소년 신이 은행에서 발견한 그림 속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이다.

그림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설정은 신선한 설정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구체적인 설정을 탄탄하게 해놓아 진부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특히 그림 속에 직접 인물과 필요한 물건들을 그려 넣는다는 것은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 책은 그림 속에 들어갈 수 있다는 판타지적 면모에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종된 아이가 그림 안에 있다는 사실을 만들어서 사회 문제 또한 건드리고 있다.

어쩌면 미야베 미유키가 이 책을 쓸 때 들었던 마음은

우리나라의 드라마 '시그널'의 작가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안타까운 현실 속의 문제를 드라마나 책이라는 매체 속에서라도

바꾸고 싶은 마음이 드러난다고 생각했다.

'모방범', '낙원', '화차'는 읽고 나서 진이 빠질 정도였는데,

런 가벼우면서도 여운이 남는 책으로

미야베 미유키의 또 다른 매력을 알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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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마실 가자!
김강묵 외 지음, 마임 엮음 / 글로벌콘텐츠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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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폭력에 관한 책 ‘얘들아, 마실 가자!’를 읽었다.

7명의 초등학교 교사가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들을 쓴 책이다.

책 속에는 열정샘이라고 불리는 한 명만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가상의 인물을 내세운 것 같다.

 

 1장에서는 학교와 관련된 여러 주체들(교사, 학생, 학부모)의 입장을 서술하고 있다.

다른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여 학교가 싫은 피해자,

자신의 행동이 그렇게 큰 상처를 주는지 잘 모르는 가해자,

여러 이해관계 속에서 고민하는 교사, 서로 입장이 다른 피해자와 가해자의 부모들까지

여러 사람들의 생각이 나온다.

 

 아마 2장이 이 책에서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드는데,

간단하지만 학생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들을 소개하고 있다.

새 학기에 시작하면 좋을 것 같은 인터뷰 프로그램 ‘너를 보여줘’를 시작으로

나중에는 학생들이 다른 친구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활동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감정 카드는 많은 프로그램들에서 활용되고 있는데

아이디어가 참 좋다고 생각했다.

초등학생의 경우 아직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표현하는데 서투른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감정 카드를 보면 자신의 마음도 더 잘 알 수 있고, 친구들의 마음도 아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책에서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1장에서

열정샘과 학생의 대화가 조금 부자연스럽게 느껴진 점이다.

열정샘은 학생과 대화를 할 때 거의 모든 대화에서 공감의 대화를 하고 있는데

너무 공감에 치우친 대화를 하다 보니 대화 자체가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못하였다.

 

 책의 거의 끝 부분에 또래 상담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데

문득 중학교 때 또래 상담부였던 것이 생각났다.

CA 활동으로 했던 것인데, 이 책에서 나오는 것처럼 다른 친구들을 실제로 상담한 적은 없지만

학교 상담 선생님이 CA 시간마다 여러 상담 사례와 사람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어

매주 CA 시간이 즐거웠던 것이 기억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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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미나토 가나에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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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나토 가나에의 장편소설 ‘소녀’를 읽었다.

미나토 가나에 특유의 독기가 있는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다.

이 작품은 6년 전 ‘고백’을 읽고 바로 다음에 읽어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요새 문득 생각이 나서 다시 읽게 되었다.

다 읽고 난 지금 확실히 예전과는 느끼는 바가 달랐다.

예전에 읽었을 때에는 그렇게 재밌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소설이었다.

 

 소설은 제목에도 나와 있듯이 두 소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각자 상처를 가지고 있는 두 소녀는 죽음을 동경하게 되고

사람이 죽는 순간을 목격하고 싶어 한다.

유키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병원에 가고, 아쓰코는 노인 요양 시설에 간다.

각자의 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소녀들은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고,

친구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깨닫게 된다.

 

 ‘소녀’는 확실히 미나토 가나에의 다른 작품들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먼저 이 소설은 성장 소설의 범위 안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녀 특유의 독기가 이 작품에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물론 가시를 아예 숨길 수는 없는지 특정 인물이나 일부 전개에서 약간 드러나기는 한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일부이고 작가는 죽음이라는 소재에 대해 깊은 생각을 했으며,

그것을 작품으로써 보여주고 있다.

똑같이 죽음을 소재로 다룬 ‘속죄’와는 아주 다른 소설이다.

‘속죄’ 또한 소녀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속죄’는 가시가 가득한 소설이며,

‘소녀’는 따스한 손길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왜 이 소설을 갑자기 읽고 싶어졌는지 알 것 같았다.

나 또한 언젠가부터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았기 때문이었다.

(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어느 부분에서는 소녀들처럼 죽음을 동경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 소설에서 공감되었던 부분은 죽음은 단지 퇴장만을 의미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그 허무함에서 그치지 않고 삶의 소중함까지 나아간다.

 

 ‘네가 그렇게 불행하다고 한다면 나와 너의 인생을 지금 송두리째 바꾸어 줄게.

그 제안에 일말의 저항이라도 느낀다면 넌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이 아닌거야.‘

책을 다 읽고도 여운이 남는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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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조곡
온다 리쿠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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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의 장편소설 ‘목요조곡’을 읽었다.

유명한 작가 시게마츠 도키코는 그녀의 집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었다.

그 후 매년 그녀의 친척들과 편집자 에이코는

그녀가 죽은 주의 목요일을 끼고 3일간 연회를 가진다.

올해, 여느 때와는 다르게 5명의 여자들은 연회에서

도키코의 죽음에 대해 서로가 품었던 의문을 날카롭게 드러내면서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누가 그녀를 죽게 만들었는지 진실게임이 시작된다.

 

  온다 리쿠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비범한 인물을 만드는 그녀의 재능이 무척 뛰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예민하면서도 사람들을 휘어잡는 매력적인 여성을 그려내는 경우가 많다.

이번 작품 ‘목요조곡’에서는 마치 레베카처럼 죽은 후에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도키코를 만들어냈다.

 

  물론 이 소설에서 죽은 자만 매력적으로 그려진 것은 아니다.

등장인물이 모두 글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으로 설정되어

작가와 편집자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펼쳐 보이는데,

일부에는 온다 리쿠 자신의 생각이 반영된 것 같아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도대체 누가 도키코를 죽였는지 서로를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충격적인 사실들이 하나 둘 밝혀지면서 진실은 계속 모습을 바꾸어간다.

A가 진실인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라 사실은 B고, 결국엔 그것도 아닌 C라고

독자들을 뒤흔드는 재주 또한 온다 리쿠의 특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설정은 ‘굽이치는 강가에서’, ‘네버랜드’, ‘흑과 다의 환상’,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등

그녀의 여러 작품들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온다 리쿠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기 복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설정이 너무나 마음에 들고,

누구보다 긴장감 있게 소설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비슷한 느낌의 소설이 나와도 대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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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립트 스토리콜렉터 15
아르노 슈트로벨 지음, 박계수 옮김 / 북로드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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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노 슈트로벨의 장편소설 ‘스크립트’를 읽었다.

여대생 니나에게 한 여성의 피부에 글을 쓴 소설이 배달되면서

일어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설의 내용대로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줄거리는 신선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살해 수법만큼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게 잔혹하여

끝까지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인지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끔찍한 살해 수법을 제외하고서는 평범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연쇄살인이 일어나고 두 명의 경찰관, 에르트만과 마티센은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워낙 잔인한 방법의 살인사건을 다루기 때문에 지루함은 거의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

도대체 누가, 왜 그렇게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지 매우 궁금했기 때문에

막힘없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책의 중간 중간 납치된 피해자가 당하는 고통을 묘사하는 부분이 나와서

읽는데 고통스러움을 느꼈다.

 

  이 책의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독자들로 하여금 가능한 범인이 누구인지 끝까지 헷갈리도록 설정한 점이다.

소설이 이어지면서 꽤 많은 용의자들이 등장하기 때문인데,

니나의 친구 다르크와 젠더부터 소설의 저자 얀, 편집자 로르트,

가정부 예거, 얀의 팬 한젠까지,

저마다 수상한 점을 조금씩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과연 범인이 누구인지 추측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범인의 동기였다.

물론 책에서는 친절하게 범인을 밝히며 동기까지도 설명해준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결말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작가의 다른 작품인 ‘관’을 읽어보고 싶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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