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미나토 가나에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미나토 가나에의 장편소설 ‘소녀’를 읽었다.

미나토 가나에 특유의 독기가 있는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다.

이 작품은 6년 전 ‘고백’을 읽고 바로 다음에 읽어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요새 문득 생각이 나서 다시 읽게 되었다.

다 읽고 난 지금 확실히 예전과는 느끼는 바가 달랐다.

예전에 읽었을 때에는 그렇게 재밌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소설이었다.

 

 소설은 제목에도 나와 있듯이 두 소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각자 상처를 가지고 있는 두 소녀는 죽음을 동경하게 되고

사람이 죽는 순간을 목격하고 싶어 한다.

유키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병원에 가고, 아쓰코는 노인 요양 시설에 간다.

각자의 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소녀들은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고,

친구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깨닫게 된다.

 

 ‘소녀’는 확실히 미나토 가나에의 다른 작품들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먼저 이 소설은 성장 소설의 범위 안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녀 특유의 독기가 이 작품에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물론 가시를 아예 숨길 수는 없는지 특정 인물이나 일부 전개에서 약간 드러나기는 한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일부이고 작가는 죽음이라는 소재에 대해 깊은 생각을 했으며,

그것을 작품으로써 보여주고 있다.

똑같이 죽음을 소재로 다룬 ‘속죄’와는 아주 다른 소설이다.

‘속죄’ 또한 소녀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속죄’는 가시가 가득한 소설이며,

‘소녀’는 따스한 손길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왜 이 소설을 갑자기 읽고 싶어졌는지 알 것 같았다.

나 또한 언젠가부터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았기 때문이었다.

(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어느 부분에서는 소녀들처럼 죽음을 동경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 소설에서 공감되었던 부분은 죽음은 단지 퇴장만을 의미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그 허무함에서 그치지 않고 삶의 소중함까지 나아간다.

 

 ‘네가 그렇게 불행하다고 한다면 나와 너의 인생을 지금 송두리째 바꾸어 줄게.

그 제안에 일말의 저항이라도 느낀다면 넌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이 아닌거야.‘

책을 다 읽고도 여운이 남는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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