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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기담집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4년 8월
평점 :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쿄기담집'을 읽었다.
저번에 쓴 서평에서도 말한적이
있는데,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아주 잘 맞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1Q84'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모두 재밌게 읽었지만 2% 부족한 느낌은 떠나지 않았다.
이번 책 역시 그런 2% 부족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하지만 단편 소설에서는 장편
소설에서와는 달리 깐깐한 잣대를 내려놓고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책에
다섯 편이 실려있으니 한 편이 40여 쪽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그런 짧은 단편에서도 앞뒤가
딱딱 들어맞는 작가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미완성의 느낌이 들어도 그것 또한
단편 소설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했다.
첫 번째 단편인 우연 여행자는
하루키의 집에 있는 피아노의 조율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의 소설에서 음악이 담당하고
있는 역할이 꽤 비중이 있어왔는데 역시 피아노가 집에 있었다.
내용은 사실이라기에는 판타지같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직접 화자가 등장하여 사실이라고 이야기하니 믿을수밖에.
두 번째 단편은 하나레이 해변.
이 책의 표지와도 연관이 있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가장 마음에 들고 재밌는 편이었다!
(혹시 출판사 비채에서도 그것을
알고?)
여기서도 주인공은 피아노와 관련이
있는, 피아노를 치는 여자이다.
아들이 서핑을 하다가 상어에
물려서 죽게 되자 매년 하나레이 마을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일본인 두 명을 만나는 이야기이다.
피아노를 좋아하지만 잘 치지는
못하는 입장에서, 그녀가 부러웠다. 절대음감에다가 들으면 바로 칠 수 있는 능력이라니..
아들을 잃어버린 후 여자는 달관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후에 나오는 기묘한 일은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은 했지만 마음을 움직였다.
세 번째 단편은 어디가 됐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인데, 길기도 하다. 온다 리쿠의 '달의 뒷면'이 생각나는 내용이었다.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남편과 그를 찾기 위해 어떤 사람한테 그 일을 의뢰한 아내의 이야기이다.
열린 결말의 대명사 온다 리쿠도
달의 뒷면에서는 꽤 그럴듯한 이유를 설명해 주었는데 역시나 이 단편에서 그런 것은 없다.
네 번째 단편은 날마다 이동하는
콩팥 모양의 돌. 제목은 주인공 남자가 쓰고 있는 단편 소설의 제목이다.
그 내용 또한 온다 리쿠의 여러
단편 소설을 떠올릴 수 있었는데(나비에 나오는 관광 여행이라든가 1001초 살인사건에 나오는 냉동 귤)
사실 온다리쿠 마니아라 그런지
어떤 책을 읽어도 온다 리쿠를 떠올리는 것 같긴 하다^^;
역시나 이번 편에서도 친절한
설명은 없다. 특히 하루키의 소설에서는 남녀 혹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별하거나 관계를 끊어 버릴 때
이유를 알려주지 않거나 아예
잠적해 버리는 경우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혹시 무언가 본인의 경험이 투영된 것일까.
다섯 번째 단편은 시나가와
원숭이. 자신의 이름만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여자가 상담소에 가는 내용이다.
현실적인 내용으로가다가 급
SF적인 쪽으로 가서 당황스러웠는데, 본 적은 없지만 혹성 탈출이 떠오르기도 했다^^:
다 읽고 난 느낌은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구나'라는 생각이었다.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나와 꼭
맞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 나올 때 까지 계속 그의 작품을 읽을 것 같다.
P.S. 책의 표지가 너무
멋지다! 비채의 책 표지는 언제나 마음에 든다.
[한우리 북카페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