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강하다
김청귤 지음 / 래빗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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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귤 작가의 장편소설 《달리는 강하다》를 읽었다. 좀비 사태가 터진 상황을 다룬 청소년 문학으로, 주인공 '하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처음에 제목을 보았을 때는 '달리'라는 주인공이 강하다는 뜻인 줄 알았는데 반대였다.


오싹한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많이 보았다. 공포 영화만 해도 방학 중 흥행이 더 잘 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 문학에 좀비가 나왔으니 관심을 많이 보일 것 같단 생각을 처음 했다. 이 소설이 좋았던 이유는 좀비물 특유의 잔인함을 잘 제거했기 때문이다. 신체가 절단되고 내장이 나오는 대신 분노 바이러스 같은 느낌으로 접근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공격성을 띠어 도시를 봉쇄하는 이야기는 제법 흥미로웠다.


하다는 할머니를 두고 대피할 수 없어서 집에 계속 머무른다. 달리기가 특기인 아이답게 느릿느릿 움직이는 노인들을 잘 피해 마트에서 먹을 것을 구해오는 등 멋진 활약을 펼친다. 시간이 지나면서 관계는 확장되고 그 속에서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이 여러 가지 보였다. 관계의 중요성과 더불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노인 혐오, 장애 혐오 등 아이들과 이 책을 가지고 토론을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소설 속에서 하다를 위기에 몰아넣는 것은 대부분 좀비가 된 노인이 아니라 정상적인 사람이라는 사실도 인상적이었다. 이기적인 마음으로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 그 태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어서 좋았다.


소설은 마법 같은 해결책을 제시하며 해피엔딩을 보여주는 대신 삶은 그래도 이어진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마무리를 짓는다. 아이들이 보기에 이해가 안 될지도 모르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란 사실을 깨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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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위험한 이름, 비너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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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 《아름답고 위험한 이름, 비너스》를 읽었다. 히, 가, 시, 노, 게, 이, 고까지 일곱 명이 책을 쓰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로 다작하는 작가답게 정말 많은 작품이 출간되고 있다. 진짜 대단한 것은 대부분의 소설이 일정한 수준 이상의 재미를 준다는 것이다. 이번 작품 역시 두꺼운 분량임에도 끝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주인공 '하쿠로'는 수의사로 동물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그에게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은 동생 '아키토'의 아내 '가에데'가 찾아온다. 하쿠로는 동생이 결혼한 것조차 모르고 있었기에 놀란다. 게다가 동생은 지금 행방불명이라고 한다. 복잡한 가정사를 지닌 하쿠로는 동생의 실종이 야가미가 집안과 관련되었다는 짐작을 한다.


등장인물이 꽤 많은 편이고 소설 속에 여러 장르가 뒤섞인 느낌이 들었다. 미스터리와 과학, 치정 등이 얽히고설킨 가운데 노련한 작가답게 균형을 잘 잡았다. 동생의 행방을 쫓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야가미 가를 둘러싼 유산 다툼, 알 수 없는 과학 실험 등 흥미로운 여러 요소가 독자를 붙잡고 놔주지 않는다. 이 모든 미스터리와 큰 관련이 없다고도 볼 수 있는 하쿠로의 직장 동물 병원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동물 병원에 그렇게 다양한 동물 환자(?)가 오는지 알지 못했다.


하쿠로 시점에서 소설이 진행되다 보니 그의 속마음이 잔뜩 등장하는데 호감이라고는 할 수 없는 인간이었다. 물론 우리 모두 속으로는 어떠한 생각이든 할 수 있지만. 카에데는 명랑하면서도 집념이 강한 성격의 여성인데 난데없이 동생의 아내라고 주장하며 나오는 모습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지 궁금했다.


2020년에 츠마부키 사토시, 요시타카 유리코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영상화된 이야기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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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의 꿈
정담아 지음 / OTD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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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소재를 현실적인 공간에 데려와 만드는 멋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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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의 꿈
정담아 지음 / OTD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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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담아 작가의 장편소설 《인어의 꿈》을 읽었다. 자연스레 인어 공주가 생각나는 제목이다. 왕자를 사랑했지만 결국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비극적 이야기. 이번 작품에서는 인어를 훨씬 현실적인 공간에 데려왔다. '이나'는 환경 오염으로 인해 바다에서 사는 것이 힘들어진 인어로, 인간 생활을 알아보기 위해 육지로 올라왔다. 이나는 브로커 '은수'의 도움을 받아 룸메이트 '시현'을 만나게 된다.


인어와 인간이 같은 곳에 살면 벌어질 법한 소동은 잠시, 이 소설은 집에 대한 조금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바로 시현이 전세 사기를 당하면서 살 곳이 없어질 위기에 놓인 것이다. 바다에서는 이나가 살 곳을 잃고, 육지에서는 시현이 살 곳을 잃는다는 사실이 참 씁쓸하게 다가왔다.


이처럼 이 소설은 판타지스러운 설정을 끌어와서 엄청나게 현실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재주가 있다. 자연스럽게 인간이 되어 육지를 탐험하는 것이 아니다. 이나의 적응기는 고통스럽게 그려진다. 걷는 것도 말하는 것도 먹는 것도 하나 하나 새롭게 배워 가는 이나가 안타까우면서도 대견스럽기도 했다. 마치 인간으로 치면 이사나 유학을 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우주로 떠나 살게 되는 일에 가까울 것이니.


《인어의 꿈》은 인간과 인어의 연대를 그리며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조금씩 맞춰 나가는 과정이 비단 인간과 인어 사이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같은 종족이면서도 왜 그렇게 싸우고 갈등을 일으키는 것일까.


은수나 소렌의 이야기가 추가적으로 없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빠르고 재밌게 읽었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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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 작은 독서 모임
프리다 쉬베크 지음, 심연희 옮김 / 열림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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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쉬베크의 장편소설 《세상 끝 작은 독서 모임》을 읽었다. 주인공 '퍼트리샤'는 32년 전에 잃어버린 동생 '매들린'을 그리워하고 있다. 매들린은 스웨덴에서 인턴을 하던 도중 실종되었다.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기에 더는 동생을 만나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있던 와중 퍼트리샤는 소포에서 자신이 예전에 동생에게 준 목걸이를 발견한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진실을 찾으러 스웨덴의 낯선 마을 유셰르로 떠난다.


'책'을 다룬 책을 좋아한다. 이번 책 역시 제목부터 독서 모임이 나와 읽고 싶었다. 퍼트리샤는 유셰르에서 모나의 호텔에서 머무르며 독서 모임에 참여하며 사람들과 교류를 쌓는다. 처음에는 동생에 대한 단서를 얻으려고 시작한 교류였지만, 인간적인 그들의 모습에 매력을 느끼며 어느새 좋은 친구 사이가 된다.


소설은 퍼트리샤가 동생을 찾아 스웨덴으로 온 현재 이야기와 매들린이 스웨덴에 있었을 때의 과거 이야기를 번갈아 들려준다. 32년이나 모습을 보이지 않은 데는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기에 매들린이 나오는 부분을 읽을 때는 괜히 조마조마했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추리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소설은 오래된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설은 퍼트리샤와 매들린의 이야기에도 집중하지만 그 외에 모나를 비롯해 도리스, 마리안네, 에리카 등 매력적인 인물을 내세워 마을 사람들도 조명한다. 호텔을 계속 운영하고 싶지만 여러 사정으로 인해 힘이 부치는 모나와 그런 엄마를 응원하고 싶으면서도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에리카의 이야기도 좋았다. 모나의 친구들 마리안네와 도리스도 이런 친구들이 옆에 있으면 참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소설의 끝은 극적인 자매 상봉으로 마무리짓길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좀 더 현실적이면서도 위로를 빼놓지 않는 이런 결말이 더 마음에 든다. 기분 좋게 책장을 덮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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