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연쇄살인범의 동거

철수 삼촌 - 우리 집에 살고 있는 연쇄살인범
김남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7월

김남윤 작가의 장편소설 《철수 삼촌》을 읽었다. 주인공 ‘두일’은 경찰이자 기러기 아빠다. 가족한테 보내줘야 하는 생활비가 한계치를 넘어 거액의 빚을 지게 된 그는 우발적으로 사채업자를 살해한다. 당황한 그는 사체를 미해결 연쇄 살인 사건의 피해자처럼 꾸민다. 그리고 진범에게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어지간히 급하셨나 봐요? 제 흉내를 다 내시고?”

흥미로운 줄거리의 소설이다. 살인을 저지른 경찰도 모자라 약점을 잡혀 연쇄살인범과 동거를 하게 되다니, 막장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살인범이라는 ‘철수’가 생각보다 능력이 좋다. 깔끔해진 집안과 뛰어난 요리 실력, 거기다 수사 능력까지 갖췄다. 두일은 얼떨결에 철수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해 서에서 에이스가 된다.

《철수 삼촌》은 딜레마에 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두일은 선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인물이다. 외국에 있는 가족과 영상 통화하는 것이 하루의 낙인 그는 단지 돈이 부족했을 뿐이다. 비리를 저지르지도 않았고 가족을 배신하는 일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빚에 허우적대다 살인을 저지른다. 철수 역시 마찬가지다. 훤칠한 키에 탄탄한 몸까지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 인물이 알고 보니 살인마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드라마로 제작되어도 좋겠단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벌써 눈앞에 두 명의 남자가 사는 집이 그려질 지경이다. 그만큼 눈에 잘 그려지는 소설이라 좋았다. 기막힌 동거를 더 아슬아슬하게 그려내면 좋았다는 생각은 들지만 후반부에 준비한 깜짝 반전도 나쁘지 않았다. 외전까지 읽고 나니 철수와 두일의 뒷이야기가 더 궁금해진다.

천천히 오래오래 다정한 마음으로

어른을 위한 청소년의 세계
김선희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김선희 작가의 《어른을 위한 청소년의 세계》를 읽었다. 작가는 27년 차 음악 교사로 ‘공감 대화’를 실천하며 교직에 임한다고 한다. 아직 경력이 길지 않은 나에게 2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교직 생활을 해온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관심이 갔다.

이 책은 다양한 학생의 사례를 들어 청소년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어른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어른이 되면 청소년을 미성숙한 존재로 보아 무시하고 통제하는 경우가 많다. 아직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기능하기에 부족함이 많아서 어른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청소년도 한 사람으로서 존중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존중하고 공감하는 태도로 아이들을 대하는 작가가 감탄스러웠다. 화가 날 법한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학생의 생각을 들어보고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전하는 여러 예시가 인상적이었다. 현장에서 직접 적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교직에 있으면서 일부러 내 마음을 할퀴는 것처럼 느껴지는 학생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교사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감정적으로 대한 적도 많았다. 그러나 작가는 같은 상황에서 절대로 감정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 같았다. 어떤 마음으로 그런 행동을 하게 된 것인지 이야기를 들어줄 것 같다. 쉽지는 않겠지만 하나씩 따라 실천해 보고 싶다. 물론 초등과 중등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이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공감을 실천하면 더 나은 어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사망자 둘, 목격자 다섯, 베일에 싸인 한 사람

5인의 목격자
E. V. 애덤슨 지음, 신혜연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6월

E. V. 애덤슨의 장편소설 《5인의 목격자》를 읽었다. ‘젠’은 친구 ‘벡스’를 기다리던 중 끔찍한 살인 사건을 목격한다. 한 남자가 칼로 여자의 목을 그어버리고 자신의 목도 찔러버린 것이다. 현장에는 다섯 명의 목격자가 있었다. 젠은 저널리스트였던 경험을 바탕으로 기사를 준비하고, 트위터로 이상한 메시지를 받는다. 바로 자신이 목격한 사건에 숨은 비밀이 있다는 것이다.

젠과 벡스, 두 인물로 진행되는 《5인의 목격자》는 영리한 소설이다. 화자 두 명을 모두 신뢰할 수 없는 인물로 설정하여 무엇이 진실인지 파악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젠과 벡스 모두 거짓말쟁이인 것이 흥미로웠다. 끼리끼리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어느 인물에게도 몰입하기가 힘들었다. 그만큼 소설의 호기심도 끌어올렸다.

특히 ‘젠’이라는 인물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자신의 모든 삶을 공개하는 저널리스트의 삶은 과연 어떨지 궁금했다. 그로 인해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데 직업이 삶을 삼켜버린 것 같았다. 나도 내 친구가 아무리 이름을 바꾼다 해도 사생활을 출판물로 공개한다면 싫을 것 같긴 하다. 그만큼 젠의 이야기가 파급력을 일으킨 것도 신기했다.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젠과 벡스의 관계가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둘의 과거와 사건과의 연결성을 정신없이 쫓다 보면 단숨에 결말까지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한 명의 화자에서 다른 화자로 넘어가는 텀도 빨라서 속도감이 있었다. 누구도 응원하지는 않았지만 재밌게 읽었던 작품, 《5인의 목격자》.

사라진 남편, ‘당신이 보호해줘‘라고 적힌 쪽지

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
로라 데이브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6월

로라 데이브의 장편소설 《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을 읽었다. 리안 모리아티의 소설을 국내에 소개한 마시멜로 출판사의 신작이다. 이 작품 역시 훌륭한 심리 스릴러고, 국내에 처음 출간된 작가라 앞으로 마시멜로를 눈여겨 볼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계열 출판사인 것도 흥미롭다.

주인공 ‘해나’는 결혼한지 1년쯤 된 어느 날 남편 오언이 실종되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는다. 그리고 남편이 남긴 쪽지를 전달받는다. 바로 오언의 딸 베일리를 보호해달라는 쪽지다. 해나는 베일리와 함께 오언을 쫓으며 자신이 그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가 생각나는 작품이다. 해나가 그동안 남편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전부 거짓이었다. 이름도, 나온 고등학교도, 전 아내의 이름까지도 모두 진실이 아니었던 것이다. 해나는 크나큰 충격에 휩싸이지만 진상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해나가 직접 발로 뛰며 조사를 하는 것이 《화차》와의 차이라 할 수 있겠다.

《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아내가 남편의 추악한 비밀을 알게 되는 뻔한 소설이 아니다. 그보다 조금 더 복잡하고 여러 관계가 얽혀 있는 비밀이 숨어있다. 해나가 퍼즐 조각을 다 맞추기까지 여러 위기에 빠지는데, 그때마다 임기응변을 통해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과정이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어색한 사이였던 베일리와의 관계가 점점 진전되는 것도 소설의 재미 중 하나다.

이미 이 책을 원작으로 드라마가 제작되고 있다고 한다. 영상화되기에도 적절한, 이야기가 눈에 펼쳐지는 소설이었다. 요즘 독서가 너무 재밌는데 이 작품이 그 마음을 더 크게 만들어 주었다. 이 책을 읽는다면 덮을 때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최후의 증인 - The Last Witness
유즈키 유코 지음, 이혁재 옮김 / 더이은 / 2022년 5월

유즈키 유코의 장편소설 《최후의 증인》을 읽었다. 법정 소설은 기본 재미를 보장하는 장르인 것 같다. 검사와 변호사가 무죄와 유죄를 놓고 치열한 다툼 끝에 반전 같은 진상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조금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 정황을 이미 알려주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다카세와 미쓰코 부부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다. 아들 스구루가 차에 치여 죽기 전까지는. 아들의 죽음으로 모든 것이 망가진 부부는 아들을 죽게 만든 범인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자 복수를 다짐한다. 그 복수로 인해 이번 재판이 열린 것이다.

검사와 변호사 모두 어쩌다 범죄자를 옹호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로 인한 딜레마가 괴로울 것 같다. 《최후의 증인》의 재판 역시 마찬가지다. 진상을 파악하는 것만이 목적인 변호사 사가타는 사건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낸다. 소설을 읽으면서 참 씁쓸했다.

이런 소설을 읽을 때면 항상 머릿속에 질문이 생긴다. 법이 제대로 해결해주지 못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적 복수를 해서라도 나의 울분을 잠재울 것인가. 직접 당사자가 되기 전에는 어떤 마음일지 알 수 없을 것 같다.

제목처럼 공판 마지막 날에 최후의 증인이 등장한다. 이 증인으로 인해 재판의 결과는 완전히 뒤집히고 모든 진상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로 인해 누군가는 오랫동안 숨겨왔던 일을 드러내고, 누군가는 치밀하게 짜온 계획이 들통난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결말이었다. 짙은 안개 속 한 줄기 빛을 만난 듯한 결말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