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 싸부 - Chinese Restaurant From 1984
김자령 지음 / 시월이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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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령 작가의 장편소설 《건담 싸부》를 읽었다. 중식당 ‘건담’을 운영한 ‘두위광’의 이야기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 소설이다. 어릴 적 처음 맛본 짜장면부터 중식당을 열어 큰 성공을 거둔 과거, 새롭게 시작하려는 현재까지 그 서사의 흐름이 대단했다.


두위광은 70대 중반의 나이로 40년 가까지 건담을 지켜온 요리사다. 요리에 누구보다 진심이며 요리 외에는 어떠한 관심도 없다. 당연히 성격은 괴팍하여 주방에서 고성이 울려 퍼지는 건 예삿일이다. 만약 내가 건담에서 일했다면 일주일도 버티지 못하고 도망갔을 것 같다.


위광에게는 몇 가지 고집이 있다. 탕수육의 찍먹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음식이 식기 전에 먹길 권한다는 것인데 이해가 되면서도 그 고집과 뚝심으로 인해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단순히 먹는 것에 그치지 않는 요즘 음식 문화는 위광의 신념과 달라졌다. 먹음직스럽게 사진을 찍고 유튜브에 올릴 영상까지 찍고 나서야 식사를 시작하는 이들을 위광은 이해할 수 없다. ‘천러얼츠’라는 말을 크게 외치며 식기 전에 먹으라는 위광이 대단하다고 느끼면서도 안타깝기도 했다.


달라진 시대에 위광의 건담은 많은 위기를 겪는다. 굽히지 않는 성격 때문에 다툼도 잦은 데다가 안팎으로도 일이 끊이지 않는다. 과연 위광은 어떤 선택을 내리고 건담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끝까지 읽지 않고서는 못 배길 정도로 흥미로운 전개가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책을 읽으며 중식이 정말 먹고 싶어졌다. 마침 동네에 중국 냉면 맛집이 있다. 나는 주로 온면을 먹는데 차돌 한 접시와 같이 먹으면 기가 막힌다. 고기만두와 부추만두도 튀김옷이 독특하고 맛이 좋다. 조만간 가게에 방문해야 할 것 같다. 이 책 《건담 싸부》를 추억하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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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스트 걸 얼라이브
제시카 놀 지음, 김지현 옮김 / 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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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 놀의 장편소설 럭키스트 걸 얼라이브를 읽었다. 뉴욕의 유명 잡지사 에디터 아니 파넬리의 이야기다. 성공한 커리어와 아름다운 외모, 부자 약혼자까지 부러울 것 없는 인생의 그녀에게 다큐멘터리 촬영팀이 찾아오면서 그녀의 삶은 전환점을 맞는다.

 

어떤 얼굴인지 알기 힘든 소설이었다. 아니 파넬리라는 인물이 상당히 입체적으로 그려져서 그렇다. 처음에 소설을 읽으면서 이 소시오패스는 뭘까 생각했다. 당하고는 절대 못 사는 성격의 파넬리는 사소한 것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불친절한 직원에게 은근슬쩍 면박을 주거나 직장 동료와도 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우위를 차지하려고 내내 아등바등한다. 곁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절대 가까이하면 안 될 것 같은 사람이 바로 파넬리였다.

 

그러나 소설을 읽어 나갈수록 파넬리의 과거가 드러나면서 그녀에 대한 경멸이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14년 전 모교 브래들리에서 일어난 일은 어린 나이에 겪기에 너무 참담한 일이었다. 소설은 다큐멘터리 촬영 이야기를 최대한 미뤄둠으로써 독자의 호기심을 키운다. 도대체 무슨 일로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는 건지 궁금해서 소설을 계속 읽게 되었다.

 

처음에 이 작품을 펼치기 전 상상한 내용은 이렇다. 살인이든 절도든 과거에 범죄를 저지른 주인공이 이 모든 과거를 감추고 부잣집 며느리의 기회를 잡는다. 그러나 그 직전 그녀의 과거가 드러나고 이를 감추기 위해 더 큰 범죄를 저지르는 내용이다. 이미 여러 차례 나온 이야기다. 그러나 럭키스트 걸 얼라이브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독자를 맞이한다. 소설을 끝까지 읽고 나면 주인공을 결국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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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대여점 - 무엇이든 빌려드립니다
이시카와 히로치카 지음, 양지윤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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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외모든 원하는 대로 가질 수 있다면 어떤 얼굴을 택할 것인가. 나라면 배우 서강준의 얼굴을 고르겠다. 내 생각에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사람이다. <날씨가 좋아지면 찾아가겠어요>를 평생 앓고 있기에 더더욱. 이시카와 히로치카의 장편소설 외모대여점은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원하는 외모를 하루 동안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가게에 관한 이야기다.

 

변신 여우 네 마리와 점장 아즈마 안지가 가게를 꾸려나가며 손님을 받는다. 총 열 명의 손님이 외모대여점을 찾는데, 저마다 이유도 목적도 다르지만 작은 깨달음을 얻은 채 대여를 마무리한다. 흔한 옴니버스 구성이지만 소재가 독특하여 읽는 내내 지루함은 없다.

 

외모지상주의가 심각한 요즘의 세태에 맞게 어두운 내용을 예상했다. 그러나 외모대여점은 훨씬 얌전한 소설이었다. 가게를 찾는 손님도 대부분 생각이 깊은 사람이며, 손님의 희망을 이루어 주는 변신 여우들의 대처도 능숙하다. 중요한 것은 외모가 아니라 생각과 마음이라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진리를 아주 잘 보여준다.

 

하루라는 한계를 주기에 더욱 외모 대여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왕 외모를 바꿀 수 있다면 원하는 얼굴로 평생 살아가길 바랄 것이다. 이를 위해 성형 수술을 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하루 동안의 변화로 깨달음을 얻고 마음이 바뀌는 설정이 좋았다.

 

물론 예쁘고 잘생긴 얼굴로 살고 싶어서 외모대여점을 찾는 손님은 일부일 뿐이다. 생각지도 못한 사연을 가지고 외모대여점을 방문한 손님의 이야기가 참 재미있었다. 따뜻하고 신비로웠던 소설, 외모대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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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의 섬 아르테 미스터리 8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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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무라 이치의 장편소설 예언의 섬을 읽었다. 보기왕이 온다를 시작으로 즈우노메 인형, 시시리바의 집까지 히가 자매 시리즈를 모두 재미있게 읽었다. 이번 작품은 히가 자매 시리즈가 아닌, 본격 미스터리에 도전한 작품이라 더 관심이 갔다.

 

우쓰기 유코라는 유명한 영능력자가 자신이 죽은 지 20년이 지난 후, 무쿠이 섬에서 여섯 명이 죽는다는 예언을 남긴다. 시간이 흐른 뒤 무쿠이 섬에서 실제로 사람이 죽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작품이다.

 

무쿠이 마을에서는 히키타 원령이라는 영적 존재를 믿고 있다. 저주를 입을까 극도로 두려워하는 주민들은 문을 굳게 걸어 잠근다. 실제로 사망 사건이 일어나면서 섬에 놀러 온 주인공 무리는 커다란 혼란에 빠진다. 과연 예언은 진짜로 실현되는 것일까.

 

무속 신앙과 추리가 결합했다는 점에서 미쓰다 신조의 작품이 생각났다. 이 작품 역시 후반부에 논리적으로 사건의 진상을 밝힌다. 부족함 없는 설명이 책의 완성도를 높인다. 차근차근 쌓아 올린 복선이 한꺼번에 해결되는 게 흥미진진하다.

 

독특한 것은 진실이 드러난 후에도 이야기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소설이 진짜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결말에 있을 것이다. 추리 게임을 하듯 사건이 속 시원히 풀어지는 것보다 그 이면에 있는 어두움을 더 조명하고 싶었던 것 같다. 개운함 대신 씁쓸한 뒷맛이 남는 소설이었다. 본인의 장기인 호러를 곁들여 논리적인 미스터리를 써낸 것이 좋았다. 히가 자매 시리즈도, 오리지널 이야기도 모두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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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 아르테 미스터리 15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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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M. 로건의 장편소설 홀리데이를 읽었다. 근사한 프랑스 별장으로 일주일 동안 휴가를 떠난 네 명의 친구와 그들의 가족. 그러나 휴가는 별장만큼 근사하기는커녕 악몽이 되어버렸다. 의심과 다툼, 폭력으로 인해.

 

다양한 인물의 시점이 나오지만 기본적으로 케이트라는 인물이 주로 서술을 담당한다. 케이트는 남편 이 불륜 중이라는 의심에 괴롭다. 남편의 핸드폰에서 코럴 걸과의 대화를 보고 케이트는 알게 된다. 불륜 상대가 함께 여행 온 자신의 친구 세 명 로언, 제니퍼, 이지 중에서 있다는 것을.

 

케이트는 거의 정신병에 걸릴 정도로 모두를 의심하고 자신을 지옥으로 밀어 넣는다. 게다가 세 명 모두 의심할 여지가 충분해 케이트를 더 미치게 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케이트가 답답하면서도 이해가 됐다. 누구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점점 말도 안 되는 상상까지 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논리적이지 않더라도 한번 생각에 사로잡히면 그 생각에 지배당해 그릇된 행동을 할 수 있다.

 

홀리데이는 심리 스릴러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소설이었다. 중간중간 다른 인물의 시점을 빌려와 그들의 마음 역시 보여주는데, 마음 편히 여행에 온 사람이 하나도 없을 정도다. 솔직히 이럴 거면 왜 여행을 왔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신경 쓰이는 일이 있고 날카로운 상태의 이들은 언제 불똥이 튈지 모르는 상태로 아슬아슬한 대화를 이어간다. 이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갈등의 불씨가 모여 결국 폭발하고 마는 후반부에는 충격적인 여러 진실이 밝혀진다. 몇 가지 반전 끝에 만난 결말은 속이 시원했다. 끝까지 참으면 두꺼운 분량 안에 감추고 있던 비밀이 드러나 드디어 모든 진실을 남김없이 알 수 있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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