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 2022년 뉴베리상 100주년 대상 수상작 오늘의 클래식
도나 바르바 이게라 지음, 김선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야기의 힘을 강조하는 소설, 강력한 이야기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개꽃 빌라의 탐식가들
장아결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아결 작가의 장편소설 안개꽃 빌라의 탐식가들을 읽었다. 셰어하우스 안개꽃 빌라를 배경으로 다섯 명의 하우스 메이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 소미는 경찰을 목표로 하는 취준생으로 안개꽃 빌라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에 관심을 두고 진상을 파헤친다.

 

고등학교 때 기숙사 생활을 했다. 그동안 내 방에서 혼자 잘 살다가 네 명이서 하나의 방을 같이 쓰게 되자 불편한 것들이 참 많았다. 화장실 이용부터 알람 문제 등 서로 이해하고 참아야 하는 부분이 생겼다. 물건이 없어지는 일도 참 많았다. 냉장고는 복도에 하나뿐이었다. 한두 번 음식이 없어지자 어떤 아이들은 포스트잇에 훔쳐 가면 삼수를 하게 된다는 저주를 적어놓기도 했다. 큰 소용은 없었던 것 같지만.

 

안개꽃 빌라에도 냉장고 도둑이 나타난다. 기숙사처럼 수십 명의 학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섯 명이 사는 집에 이런 일이 일어나자 하우스 메이트들은 서로를 의심하며 균열이 일어난다. 어찌 됐든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것은 용서하기 힘든 일이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했는데 후반부에 밝혀지는 진실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이 소설이 좋았던 것은 인물이 무척이나 섬세하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직업도 성격도 다른 이들이 함께 사는 이야기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먹방 유튜버를 하는 보라, 비건을 지향하는 한솔, 음대생 나나, 취준생 소미와 유정 모두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이라 더 좋았다. 하나의 사건마다 그와 관련된 음식이 나오는 것도 인상적이다. 시금치 된장국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레드 와인으로 마무리된다. 책을 읽으면서 점점 배고파졌다.

 

가벼운 미스터리와 맛있는 음식이 있는 소설, 안개꽃 빌라의 탐식가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구별 인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라타 사야카의 지구별 인간을 읽었다. 나쓰키 가족은 매년 할머니 집을 방문한다. 그런데 첫 장면부터 무언가 이상하다. 언니 기세가 멀미 때문에 힘들어하느라 부모님의 신경이 쏠릴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쓰키는 부모님의 관심을 전혀 받지 못한다. 도착한 후에는 더 가관이다. 친척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딸을 머저리라 칭하는 어머니를 보고 머리가 띵해졌다.

 

나쓰키는 지옥 속에 산다. 집에서는 방치와 학대에, 밖에서는 성폭력을 당한다. 초등학생이라는 어린 나이에 견디기 어려운 나쓰키는 환상 속에 도피처를 마련한다. 사실 자신은 마법 소녀이며 포하피핀포보피아 별에서 온 퓨트와 함께 지구를 지킨다는 것이다. 어릴 적 상상 속 친구는 흔한 일이다. 그러나 그 상상이 끔찍한 현실을 잊을 유일한 방법이라면 어떨까.

 

문제적 작품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지구별 인간은 파격적인 전개를 펼치는 가운데 타당한 의문을 제기한다. 왜 인간은 공장처럼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가. 공부해서 취업하고 결혼하여 아이까지 출산하는 그 과정. 그 의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무언가 하자가 있는 사람 취급한다. 정상과 비정상은 대체 누가 규정짓는 것이며 사회적 인식은 언제 어디서부터 만들어진 걸까.

 

의무를 주장하며 몰아세우기 전에 따뜻한 가정부터 제공받아야 했을 나쓰키는 어른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는다. 갑자기 훌쩍 넘어가 버린 시간에 놀라면서 다음 장을 펼쳤다. 어린 시절의 나쓰키를 보며 안타깝고 분노가 생겼다면, 어른의 나쓰키는 경악을 불러일으킨다. 모든 틀을 부숴버리는 그 과정에 충격받은 걸 보면 나도 아직은 세뇌당한 지구성인인 것 같다. 결말이 대안이 될 수는 없겠지만 의문을 제기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결국, 중요한 건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을 것. (39)

나는 이 집의 쓰레기통인 듯싶다. 아빠도, 엄마도, 언니도, 불쾌한 감정이 부풀어 오르면 나를 향해 던져버린다. (47-4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하는 조사관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송시우 작가의 장편소설 《구하는 조사관》을 읽었다. 좋은 장르 소설을 써내고 있는 한국 작가인 만큼 이번 작품도 기대가 됐다. 《달리는 조사관》의 후속작이라고 하는 이 작품은 인권위를 배경으로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지금 책의 날개를 보니 작가가 실제로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세 명의 조사관과 한 명의 주무관이 중심인물이 되어 연쇄살인범의 피해자 시신을 둘러싼 엄청난 이야기가 그려진다. 경찰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데 수사물 느낌 나는 것이 독특했다. 특히 막무가내로 나서는 배홍태 조사관은 진실을 좇다가 액션 장면까지 연출하여 굉장히 스릴 넘쳤다.


인권위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잘 몰랐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인권이 침해당하는 상황을 조사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힘든 일이지만 필요한 곳이라고 느꼈다. 좋은 소리를 못 들을 직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 사람의 인권을 보호하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피해로 다가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러 딜레마 상황을 계속해서 보여주면서 ‘인권위’에 대해 자연스레 관심이 가게 된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정면으로 끌어온 점이다. 지금까지 코로나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꽤 있었지만, 이 작품만큼 직접 활용한 작품은 보지 못했다. 아주 적절한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시대를 처음 겪으면서 우리는 인권보다 방역을 우선시하는 부분이 분명 있었고, 이를 인권위와 연결 짓는 데 무리가 없었다. 거기에 사이비 종교까지 건드려 흥미에 더 큰 흥미를 더했다.


‘재밌는 소설이네.’ 하고 조금은 냉정하게 읽고 있던 마음은 결말을 보고 완전히 풀려버렸다. 많은 책을 읽으면서 결말이 임팩트가 없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까먹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러나 이 작품의 결말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다. 다 읽고 나면 제목이 의미심장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결말까지 만족스러운 소설, 《구하는 조사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형의 것들 이판사판
고이케 마리코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이케 마리코의 소설집 《이형의 것들》을 읽었다. 일종의 괴담 소설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워낙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여 어떤 공포를 가져다줄지 기대가 되었다. 총 여섯 편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는 이 작품을 공통으로 관통하는 소재는 ‘죽음’과 의외로 ‘불륜’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낳는 여러 감정에 귀신이란 이름을 붙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무서워서 소름이 오소소 돋길 기대하며 읽은 첫 번째 이야기 [얼굴]은 기대만큼 무섭진 않았다. 엄마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고향을 방문했다가 얼굴에 가면을 쓴 여자를 맞닥뜨린 남자의 이야기다. 이렇게 보면 굉장히 무서운데 묘사가 자극적이지 않아서 무서움이 덜했던 것 같다.


‘이형의 것’을 자극적으로 꾸미지 않는 대신 풍경과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하여 몰입도는 높다. ‘별로 안 무서운데?’라고 생각하고 두 번째 이야기를 읽는데 갑자기 긴장되면서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숲속의 집]은 세상을 떠난 친구의 산장을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워낙 생생한 전개로 상상력이 발휘되어 곧 무언가 끔찍한 일이 생길 것 같다는 느낌에 스릴이 있었다.


《이형의 것들》은 공포와 더불어 슬픔도 진한 소설이다. 더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그리면서도 마냥 무서워하거나 혐오스러워하지 않고 그리워하거나 매혹당하는 모습도 보임으로써 양면적 느낌을 잘 표현한다. 각각의 이야기 진행 방식은 비슷한 편이지만 그 안에 녹아있는 감정의 결은 제각각이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추워진 요즘 날씨에 잘 어울리는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