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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꽃 빌라의 탐식가들
장아결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9월
평점 :
장아결 작가의 장편소설 《안개꽃 빌라의 탐식가들》을 읽었다. 셰어하우스 ‘안개꽃 빌라’를 배경으로 다섯 명의 하우스 메이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 ‘소미’는 경찰을 목표로 하는 취준생으로 안개꽃 빌라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에 관심을 두고 진상을 파헤친다.
고등학교 때 기숙사 생활을 했다. 그동안 내 방에서 혼자 잘 살다가 네 명이서 하나의 방을 같이 쓰게 되자 불편한 것들이 참 많았다. 화장실 이용부터 알람 문제 등 서로 이해하고 참아야 하는 부분이 생겼다. 물건이 없어지는 일도 참 많았다. 냉장고는 복도에 하나뿐이었다. 한두 번 음식이 없어지자 어떤 아이들은 포스트잇에 훔쳐 가면 삼수를 하게 된다는 저주를 적어놓기도 했다. 큰 소용은 없었던 것 같지만.
안개꽃 빌라에도 ‘냉장고 도둑’이 나타난다. 기숙사처럼 수십 명의 학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섯 명이 사는 집에 이런 일이 일어나자 하우스 메이트들은 서로를 의심하며 균열이 일어난다. 어찌 됐든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것은 용서하기 힘든 일이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했는데 후반부에 밝혀지는 진실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이 소설이 좋았던 것은 인물이 무척이나 섬세하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직업도 성격도 다른 이들이 함께 사는 이야기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먹방 유튜버를 하는 보라, 비건을 지향하는 한솔, 음대생 나나, 취준생 소미와 유정 모두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이라 더 좋았다. 하나의 사건마다 그와 관련된 음식이 나오는 것도 인상적이다. 시금치 된장국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레드 와인으로 마무리된다. 책을 읽으면서 점점 배고파졌다.
가벼운 미스터리와 맛있는 음식이 있는 소설, 《안개꽃 빌라의 탐식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