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학년 3반은 달랐다
소향 외 지음 / 북오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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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오션에서 출간된 청소년 문학 올해 1학년 3반은 달랐다를 읽었다. 소향, 범유진, 이필원, 임하곤 작가가 참여한 작품이다. 솔직히 깜짝 놀랐다. 그동안 여러 작가가 단편을 하나씩 펴내는 청소년 문학 중에서 내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은 아직 없었다. 그런데 이 작품이 딱 그랬다. 어느 한 이야기도 쳐지지 않는 완성도로 미소를 짓게 하고 마음을 울렸다.

 

첫 번째 이야기 <하나중 도시농부 고백 사건>부터 심상치 않다. 일단 주인공 민지의 주변 인물 장멜로디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초반에 떨어졌으며 아빠는 중국 한족이라는게 묘하게 현실성이 느껴져서 재밌었다. 게다가 이 멜로디라는 친구는 민지한테 쌍꺼풀 수술 잘못됐냐고 물어봤다가 미쳤냐는 소리를 듣는다. 어떻게 이런 재밌는 부분을 읽고 이 소설을 미워할 수 있을까.

 

청소년 문학의 주인공은 으레 불만은 많고 의욕은 없기 마련이다. 민지 역시 친했던 두 명이 전부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어 마음의 문이 닫혀버렸다. 그 문을 열기까지 고백 사건이라는 이벤트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나 역시 이야기를 읽고 소설에 대한 내 마음을 활짝 열었다.

 

두 번째 이야기 <거울은 알고 있다>는 가장 좋았다. 애초에 이 소설을 선택한 이유가 범유진이라는 이름을 보고 한 것이기도 했다. 역시 특유의 상상력으로 소설 전체의 완성도를 확 올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교실에 꼭 있는 거울을 서술자로 삼아 이야기를 진행하는 게 놀라웠다. 외모 평가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무리 없이 관철했다. 아직은 아이들인 이른바 가해자를 대할 때 바뀔 여지를 둔 것도 좋았다.

 

<유령 짝꿍><나라는 NPC>도 다른 이유로 각각 좋았다. 유령 짝꿍은 옆자리에 유령이 앉았다는 허무맹랑할 수 있는 이야기에 큰 몰입감을 주는 데다가 결말까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어 좋았다. 나라는 NPC는 가장 요즘 시대에 쓸 수 있는 작품이라 좋았다. 게임 속 세상 이야기도 점점 많이 나오고 있는 와중에 확실한 강점을 가진다. 읽기는 참 편하지만 잘 쓰기는 어려운 게 청소년 문학일 것이다. 네 편의 뛰어난 이야기를 만나서 정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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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소설
앙투안 로랭 지음, 김정은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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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투안 로랭의 장편소설 《익명 소설》을 읽었다. 5월에 읽는 책이 대부분 기대 이상이다.


주인공 ‘비올렌’은 출판사 원고 검토부에서 일한다. 셀 수 없이 많은 투고 작품 중 출판할 가치가 있는 것은 소수고, 그중에서도 큰 성공을 거둘 작품은 극히 드물다. 오랜만에 ‘설탕 꽃들’이라는 작품이 대성공을 거두게 되고 공쿠르상 후보까지 거머쥔다. 그러나 출판사의 누구도 이 작가의 정체를 아는 사람이 없다. 이메일로만 소통을 해와서 어디 사는 누구인지, 성별조차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과 같은 방식의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익명 소설》은 베스트셀러 책 내용과 똑같이 살인이 벌어진다는 추리적 요소와 출판 시장에서 근무하는 드라마적 요소를 절묘하게 배합한 작품이다. 소설 초반에 비올렌의 직업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이미 이 책에 마음을 뺏겨버렸다. 원고 검토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배경을 하나씩 알려주는 부분도 참 좋았다. 간결하지만 인상적인 서술로 인물에 생명을 불어넣어 작품을 훨씬 생기 있게 만들었다.


비올렌은 어떠한 사고로 인생에 큰 변화를 겪게 될뿐더러, 설탕 꽃들 작가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해 혼란스러워한다. 거기다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에게도 의도적으로 작가 신상을 감춘다는 의심을 받아 이야기는 점점 꼬여만 간다. 정작 공쿠르상을 수상해도 작가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자신의 커리어가 끝난다는 걱정을 하고 있는데 말이다. 도대체 작가는 누구이며 살인 사건의 진상은 무엇인지 계속해서 다음 장을 넘기고 또 넘겼다.


재밌는 소설을 한번 만나면 다음 책을 읽을 때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독서의 즐거움을 일깨워준 작품, 《익명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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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 - 샐 싱 미스터리 편 여고생 핍 시리즈
홀리 잭슨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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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시작을 무척 재미있는 책과 함께해서 행복하다. 홀리 잭슨의 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 샐 싱 미스터리 편이야기다. 최근에 읽은 책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은 학교 과제로 5년 전에 일어난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마음먹는다. ‘앤디라는 여학생이 실종되고 그의 남자친구 이 자신이 했다는 문자를 남기고 자살한 사건으로, 핍은 범인이 샐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조사를 해나간다.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핍의 현실적인 수사에 있다. 경찰도 아닌 미성년자가 사건을 어떻게 다시 조사하냐는 의문도 잠시, 핍의 꼼꼼한 기록과 계획적인 조사가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몰입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소설이 진행되고 있어 재미가 극대화되었다. 당시 사건 관계자들을 끈기를 가지고 연락하고 그것들을 모조리 기록하여 연관성을 찾아내는 게 인상적이었다.

 


핍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파트너는 샐의 동생 라비로 둘의 콤비 역시 볼만 하다. 형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주고 싶었던 그의 집념이 핍에게 원동력이 되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소설이 진행되며 많은 사람이 앤디와 부정적으로 엮여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앤디가 단지 예쁘고 밝은 착한 소녀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수상한 사람이 하도 많아서 도대체 누가 그녀를 해친 것인지, 또 왜 시신조차 발견되지 않은 것인지 궁금해서 새벽까지 소설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핍이 등장하는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다른 두 시리즈도 꼭 출간되면 좋겠다. 작가가 첫 번째 장편소설을 이렇게 흥미롭게 만든 것이 놀랍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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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해방일지 - 우리 내면의 빛을 깨워줄 교사들의 아름다운 성찰일지
권영애.버츄코칭리더교사모임 지음 / 생각의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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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교사가 되고 싶었는지 떠오르게 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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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해방일지 - 우리 내면의 빛을 깨워줄 교사들의 아름다운 성찰일지
권영애.버츄코칭리더교사모임 지음 / 생각의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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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교사가 되고 싶었다. 어느새 교사를 꿈꿨던 이유도 잊은 채 교육대학을 가고 임용고시를 봤다. 모든 것이 그렇듯 교사라는 직업도 현실과 이상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마음을 힘들게 하는 상황이 간간이 일어났고 회의감에 빠져들곤 했다. 그러다가 드라마가 <나의 해방일지>가 떠오르는 제목 선생님의 해방일지를 보게 되었다.

 

버츄 코칭 리더 교사 모임에서 만든 책으로 존재체험을 통해 스스로 더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공동체라고 한다. 열여섯 명의 교사가 교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을 바탕으로 각자의 해방일지를 써왔다. 어떤 상황인지, 어떤 학생이지 쉽게 상상이 되어 책을 빠르게 읽어 나갔다.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부분은 오히려 확실한 마무리가 없었던 이야기였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금쪽같은 내 새끼>에서는 달라진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며 방송이 마무리된다. 물론 오은영 박사가 마음을 다해 아이의 변화를 끌어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힘으로는 도저히 바뀌지 않는 상황도 있다. 그런 사례는 방송으로 나오기 힘들겠지만, 학교에서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내가 최선을 다했다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충분하다는 어느 이야기에 위로를 받았다.

 

또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은 아이들의 착한 심성이 드러나는 이야기였다. 힘든 일로 슬퍼하는 교사를 위로해주는 아이들이 대견스러웠다. 아이라고 미숙하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자꾸 잊고 있는 요즘 필요한 이야기였다.

 

책을 읽으면서 어떤 교사가 되고 싶었는지 떠올랐다. 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교사가 되고 싶었다. 이번 주 학교에서 화는 줄이고 사랑을 늘려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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