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이탈
서경희 지음 / 문학정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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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경희 작가의 성장 소설 《경로이탈》을 읽었다. 이렇게 짧고 작은 책은 처음 보는 것 같다. 68쪽의 분량이지만 책의 크기가 워낙 작고 글씨 크기는 작지 않은 편이라 단편 소설 중에서도 짧은 단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소설은 '정국'과 '가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사람은 고등학생으로 게이라는 소문에 휩싸인 상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가을이 '다혜'를 쫓아다니기 시작하고 급기야 다혜 앞에서 자해를 하는 지경에 이른다. 다혜는 가을의 모든 행동이 정국의 지시라고 말한다.


가슴이 답답해지는 줄거리가 아닐 수 없다. 소설을 읽으며 과격한 전개에 놀란 가슴을 쓰려내려야 할 정도였다. 정국과 가을 모두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학교라는 공간은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성같이 여러 행동 양식을 내면화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그러나 소설을 읽으며 자칫 잘못하면 학교가 사회성을 기르는 곳이 아니라 오히려 학생들을 엇나가게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오늘 반 아이들과 함께 영화 <원더>를 보았다. 안면 장애가 있는 주인공 '어기'가 처음으로 학교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학생들은 어기가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악의를 담아 그를 비아냥대고 놀린다. 학교란 참 정글 같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아직 보호받아야 하는 아이들이기에 학교에 오지만 오히려 학교가 괴롭힘을 양성하는 공간으로도 작용한다는 점이 참 안타까웠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의 정국과 가을은 어기처럼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 오히려 가해자의 입장에 설 정도로 상상 이상의 행동을 보여주며 상황을 역전시킨다. 소설을 읽으며 내가 이 아이들의 담임이라면 정말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결말 부분에 접어들면 왜 이 소설의 제목을 경로이탈로 지었는지 알 수 있다. 결말을 읽으며 아이브의 노래 <I AM>이 생각났다. 깊은 밤 길을 잃게 된다면 내가 지나가는 대로 길이 된다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면 어떻게든 다른 길이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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