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신 NEON SIGN 7
청예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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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예 작가의 장편소설 《수호신》을 읽었다. <파묘>로 화제를 모은 장재현 감독이 추천했다는 글에 호기심이 생겼는데 정말 오랜만에 읽은 섬뜩한 소설이었다. 짧은 분량이 아쉬울 정도로 몰입감이 강하고 재밌는 소설이었다.


주인공 '이원'은 얼마 전부터 꿈에 자꾸 소가 나온다. 그것만으로도 신경 쓰이는 가운데 주변에서 자꾸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 일어났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설'이 그녀에게 여러 도움을 준다. 같이 무당을 가서 신점을 보고 AI 승려는 만나러 간다. 이원은 조언을 실천하며 이 악몽이 어서 끝나길 바란다.


소설은 모든 주변 인물을 의심스럽게 만들어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게 만든다. 이원의 엄마도 아빠도 설이도 같은 동아리 사람들도 제각각 생각과 행동이 달라 어떤 사람이 선이고 악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같은 맥락에서 수호신과 악신을 구분하는 것이 어려운 것도 흥미로웠다.


종교라는 것은 무엇일까. 나도 성당을 다니고 있지만 참 어려운 세계다. 믿지 않는 사람이 보기에는 허황된 세계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그런 곳에서 이 소설은 '우교'를 다룬다. 소를 믿는다는 것이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는데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자연스레 이해하게 되었다. 그만큼 이야기에 힘이 있었다.


장면이 자연스럽게 머리에 떠오르는 점도 좋았다. 나중에 영상화가 되어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벌써 기대된다. 더 두꺼운 분량으로 찾아오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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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복원소
이필원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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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처음으로 명품 가방을 구매했다. 물건을 애지중지 모셔두는 성격이 아니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메고 다녔더니 2년도 안 되어 여기저기 실밥이 나왔다. 계속 메고 다니면 상태가 더 악화될 것 같아 수선을 맡겼다. 적지 않은 비용을 내고 다짐했다. 조심히 다루어야겠다고.


이필원 작가의 장편소설 《가족복원소》는 가죽복원소에서 일하는 '진구'의 이야기다. 어머니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알바를 하며 기술을 익혀가고 있는 중이다. 오랜 세월 가게를 운영하며 빗방울과 새똥이 간판의 가죽을 가족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 간판을 본 한 소녀가 자신의 가족을 복원해 달라며 찾아온다.


가족복원소는 마법처럼 가족을 복원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물건을 맡기고 찾으러 오는 여러 손님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가며 그들의 마음도 살짝 보여주는 정도다. 오래된 물건이 낡고 망가지듯 사람들의 마음과 관계도 그렇다. 오래되어 벌어지고 색이 바랜 그 이야기들을 읽으며 여러 생각에 잠겼다.


운전면허학원에서 만난 여자 손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장 오늘을 위해 내일의 꿈을 포기한 그 이야기가 여운을 남겼다. 흔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더 좋았던 것 같다. 낡은 필통이 새것처럼 변하듯 여자와 언니의 관계도 추억도 새롭게 시작되길 바랐다.


책을 읽으며 우리 집에 있는 낡은 가죽이 없나 둘러보았다. 아쉽게도 수선할 것이 없다. 그래도 가족복원소에 방문하고 싶다. 엄마의 조언대로 슈가보이가 되어버린 진구에게 무언가 말을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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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선생님 생각학교 클클문고
소향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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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그날, 나는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화장실을 다녀오며 습관처럼 휴대폰으로 뉴스를 확인했다. 그리고 초등 교사가 교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런저런 일이 있고 어느새 9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여전히 교단에 서 있다.


《안녕 선생님》의 표지를 보고 나서도 이 작품이 그 사건을 모티브로 했는지 알지 못했다. 몇 장을 읽고 나서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바뀌고 전학생의 설정이 들어 있지만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간신히 심호흡을 하며 책을 이어서 읽기 시작했다.


비극적인 사건을 마주한 학생, 변호사, 동료 교사, 유튜버가 각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소설이다. 네 명의 이야기를 네 명의 작가가 집필했다. '학준'은 선생님이 죽기 전날 이야기를 나눈 학생이다. 교실의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사실대로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고민에 빠진다. 변호사 '수빈'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죄 없는 교사에게 짐을 지웠다. 동료 교사 '수미'는 동료의 죽음에도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아 괴로워한다. 사이버 레카 유튜버 '범준'은 자극적인 소재를 찾다가 이 사건을 마주한다.


내용을 각색했다 하더라도 이런 소재를 다룰 때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소설을 읽으며 상처를 더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보였다. 민감한 이야기를 자극적으로 다루지 않으려는 것이 좋았다.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비극 앞에서의 모습을 다각적으로 보여주는 선택을 한 것이다.


많은 일이 있었던 작년, 과연 올해는 달라졌을까? 아니다. 여전히 교사들은 아동 학대로 고소당하며 각종 폭언과 협박에 시달린다. 자신이 얼마나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도 모른 채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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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 룰렛
오윤희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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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레슨 중에 더 빠르게 곡을 치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랬더니 선생님이 원래 몇 톤까지도 클 수 있는 상어를 어항에서 키우면 그 크기에 맞춰서 밖에 자랄 수 없다고 나의 한계를 어항에 가두지 말라고 하셨다. 반면 어항 속 금붕어에게 계속 먹이를 주면 어떻게 될까. 자신이 배부른 것도 모른 채 먹이를 계속 받아먹다가 배가 터져 죽을 것이다. 이번에 읽은 오윤희 작가의 장편소설 《금붕어 룰렛》 역시 결국 배가 터져 죽은 사람들이 나온다.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다만 그 방식이 법을 위반하고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빼앗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설은 칼에 찔린 남성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시작한다. 형사 '준현'과 '도윤'이 수사를 하며 죽은 사람 '정상구'는 사기꾼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그는 돈을 더 벌고 싶은 사람들을 살살 꼬드겨 순식간에 모든 것을 가로채 버렸다.


사기 가해자답게 주변에 그에게 원한을 가질 만한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피해자뿐만 아니라 부인과 내연녀, 회사 직원 등 복잡하게 얽혀 있는 그 관계가 소설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 주었다. 추가로 시신이 발견되며 소설은 한층 더 깊숙이 이야기의 굴을 파고 들어간다.


소설을 읽으며 전체적으로 굉장히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사기를 치는 방식이 그럴 듯해서 무서운 감정마저 느꼈다. 나도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 역시 설득력을 잘 갖추고 있어 소설 안으로 충분히 몰입할 수 있어 좋았다.


왜 제목이 《금붕어 룰렛》일까 생각해 보았는데, 계속 먹이를 받아먹다가 결국 죽어버리는 금붕어가 마치 러시안룰렛 같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는 그들의 끔찍함이 더 느껴지는 제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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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유희
이가라시 리쓰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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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라시 리쓰토의 장편소설 《법정유희》를 읽었다. 현직 변호사가 집필한 법정 소설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우리나라에도 도진기 변호사가 여러 재밌는 소설을 출간하고 있는데 확실히 법정 안에서의 일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모의재판 '무고 게임'과 실제 재판을 오가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무고 게임'이라는 것은 고소인과 범인, 심판자가 있는 시스템으로 고소인이 여러 정황으로 범인을 지목하면 심판자가 그것이 합당한지 판결을 내린다. 주인공 '구가 기요요시'는 과거에 자신이 관련된 신문 기사로 인해 명예 훼손을 당했다며 무고 게임을 연다.


시간이 흘러 무고 게임이 다시 열린다는 메일을 받은 기요요시는 그곳에서 '유키 가오루'의 시신을 발견한다. 늘 심판자의 역할을 했던 그의 시신 앞에는 피투성이가 된 '오리모토 미레이'가 있다. 범인으로 지목된 그녀를 지키기 위해 기요요시는 변호사로 나선다.


소설은 무고 게임과 재판 양쪽을 훌륭하게 그려냈다. 가벼운 마음으로 지켜본 무고 게임은 큰 파장을 일으키고 도대체 어떤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될지 흥미진진한 마음으로 소설을 읽어나갔다. 모든 정황이 미레이를 범인으로 가리키고 있었기에 주인공이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갈지 궁금했다.


주로 법정 소설을 생각하면 깜짝 반전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생각지도 못한 범인이 나와 재판을 완전히 뒤집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피고인은 무죄로 풀려나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조금 다르다. 반전 대신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묵직하게 풀어놓는 것이 좋았다. 왜 무고 게임이 진행되었는지, 미레이는 왜 기요요시에게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는지 많은 것들이 후반부에서 풀리며 그 자체로 멋진 이야기를 완성한다.


요즘 재밌는 소설을 많이 읽어서 이제 책태기가 끝났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작품 역시 묻혀 있던 나의 독서 욕구를 확실히 끌어내준 고마운 작품이다.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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