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복원소
이필원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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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처음으로 명품 가방을 구매했다. 물건을 애지중지 모셔두는 성격이 아니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메고 다녔더니 2년도 안 되어 여기저기 실밥이 나왔다. 계속 메고 다니면 상태가 더 악화될 것 같아 수선을 맡겼다. 적지 않은 비용을 내고 다짐했다. 조심히 다루어야겠다고.


이필원 작가의 장편소설 《가족복원소》는 가죽복원소에서 일하는 '진구'의 이야기다. 어머니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알바를 하며 기술을 익혀가고 있는 중이다. 오랜 세월 가게를 운영하며 빗방울과 새똥이 간판의 가죽을 가족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 간판을 본 한 소녀가 자신의 가족을 복원해 달라며 찾아온다.


가족복원소는 마법처럼 가족을 복원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물건을 맡기고 찾으러 오는 여러 손님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가며 그들의 마음도 살짝 보여주는 정도다. 오래된 물건이 낡고 망가지듯 사람들의 마음과 관계도 그렇다. 오래되어 벌어지고 색이 바랜 그 이야기들을 읽으며 여러 생각에 잠겼다.


운전면허학원에서 만난 여자 손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장 오늘을 위해 내일의 꿈을 포기한 그 이야기가 여운을 남겼다. 흔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더 좋았던 것 같다. 낡은 필통이 새것처럼 변하듯 여자와 언니의 관계도 추억도 새롭게 시작되길 바랐다.


책을 읽으며 우리 집에 있는 낡은 가죽이 없나 둘러보았다. 아쉽게도 수선할 것이 없다. 그래도 가족복원소에 방문하고 싶다. 엄마의 조언대로 슈가보이가 되어버린 진구에게 무언가 말을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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