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붕어 룰렛
오윤희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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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레슨 중에 더 빠르게 곡을 치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랬더니 선생님이 원래 몇 톤까지도 클 수 있는 상어를 어항에서 키우면 그 크기에 맞춰서 밖에 자랄 수 없다고 나의 한계를 어항에 가두지 말라고 하셨다. 반면 어항 속 금붕어에게 계속 먹이를 주면 어떻게 될까. 자신이 배부른 것도 모른 채 먹이를 계속 받아먹다가 배가 터져 죽을 것이다. 이번에 읽은 오윤희 작가의 장편소설 《금붕어 룰렛》 역시 결국 배가 터져 죽은 사람들이 나온다.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다만 그 방식이 법을 위반하고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빼앗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설은 칼에 찔린 남성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시작한다. 형사 '준현'과 '도윤'이 수사를 하며 죽은 사람 '정상구'는 사기꾼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그는 돈을 더 벌고 싶은 사람들을 살살 꼬드겨 순식간에 모든 것을 가로채 버렸다.


사기 가해자답게 주변에 그에게 원한을 가질 만한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피해자뿐만 아니라 부인과 내연녀, 회사 직원 등 복잡하게 얽혀 있는 그 관계가 소설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 주었다. 추가로 시신이 발견되며 소설은 한층 더 깊숙이 이야기의 굴을 파고 들어간다.


소설을 읽으며 전체적으로 굉장히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사기를 치는 방식이 그럴 듯해서 무서운 감정마저 느꼈다. 나도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 역시 설득력을 잘 갖추고 있어 소설 안으로 충분히 몰입할 수 있어 좋았다.


왜 제목이 《금붕어 룰렛》일까 생각해 보았는데, 계속 먹이를 받아먹다가 결국 죽어버리는 금붕어가 마치 러시안룰렛 같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는 그들의 끔찍함이 더 느껴지는 제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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