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 최선을 다해 대충 살아가는 고양이의 철학
보경 지음, 권윤주 그림 / 불광출판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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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니 무서워하는 편입니다. 고양이의 뭔가 꿰뚫는 듯한 눈빛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주눅 들고 움츠려집니다. 고양이 보는 것도 무서운데 키운다는 것은 생각도 못할 일입니다.  이 책의 저자 보경스님도 처음에는 고양이를 싫어했는데 이제는 이별을 두려워할 정도의 사이가 되었습니다. 고양이를 싫어하시는 분이 어떻게 고양이와 그렇게 친해지실 수 있었을까요. 저도 궁금해졌습니다.
우선 스님은 고양이를 있는 그대로 봐주시고 고양이에게 뭔가를 기대하지 않으시는 듯합니다. 보통은 내가 이렇게까지 하면 상대가 적어도 요 정도는 해주기를 바라기 마련인데 스님께서는 그런 게 없으십니다. 그래서 냥이가 맘을 열은 것 같습니다. 냥이가 추울까 봐 전기장판까지 틀어주는 스님의 마음을 보면서  감동받았고요. 냥이도 실컷 놀고 돌아오면 늘 스님 방 앞에 와서 인사하고 스님이 안 계시면 밥도 잘 안 먹고 하는 모습을 보니 냥이도 스님을 가족이라 생각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스님과 냥이가 둘이 숨바꼭질하고 산책하고 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스님과 냥이의 관계를 보고 있으니 사람이든 동물이든 마음을 교감하고 서로 믿는 게 이렇게 힘이 되고 위안이 되는구나 싶습니다. 어쩌면 사람에게 받을 수 없는 더 큰 위안을 동물에게 받을 수 있겠구나 싶네요. 저도 더 나이 들면 동물을 하나 키워보고 싶기도 하네요.  
성당에 다니는지라 불교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책을 읽으면서 스님들의 생활하는 모습과 유명한 스님들의 일화 같은 것을 읽어보니 좋네요. 불교에 대해서 티끌만큼이나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수도자의 길은 어느 종교나 외롭고 힘든 것 같습니다. 종교에서 얻는 큰 깨달음도 있겠지만 평생을 그렇게 외롭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한편 맘이 짠하기도 합니다.        
새해 연휴에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술술 잘 읽힙니다. 역시 책을 많이 읽으신 분들의 글은 읽히는 게 다른 것 같습니다. 새해를 고요한 책으로 시작하게 되어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입니다.  조용하고 깨끗한 곳에서 한 며칠 푹 쉬고 온 느낌이 듭니다. 정말 힐링이 되는 책입니다. 냥이의 모습도 책에서 볼 수 있어서 더 좋았고요. 그러니 또 스님의 모습이 궁금해지네요. 주말에는 가까운 절에라도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거기에 또 다른 스님과 냥이가 있겠지요. 또 다른 스님과 냥이를 만나면 그냥 한번 씩 웃어주면 될 것 같습니다. 맘은 다 통하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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