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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집 - 대한제국 마지막 황족의 비사
권비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7월
평점 :
매년 8월의 제일 중요한 일정은 광복절인 것 같습니다. 휴가를 가던 쉬던 일단 공휴일이니.. 다들 기다리는 날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집 둘째가 또 광복절이 생일인지라 더 특별한 것 같습니다. 마침 8월이고 [덕혜옹주]와 [하란사]를 재미있고 감명 깊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 권비영 님의 신간이 나왔다고 해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대한 제국의 마지막 황태자 이은과 그의 아들 이구에 대한 이야기이며 우리 아픈 역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조선의 황태자이면서 일본에 볼모로 잡혀가서 일본 군인으로 근무하며 일본인과 결혼하여야 하고 한평생 감시 속에서 감옥에 갇힌 것처럼 살다 가신 그 심정이 어땠을지..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팠습니다. 징용이니 정신대니 등등 나라 없는 설움을 일반 백성만 크고 고통스럽게 겪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황족들도 오욕의 세월을 보내야 했는지 몰랐습니다. 몸만 편할 뿐 모든 치욕을 견뎌야 하니 몸이 고달프고 힘든 것보다 어쩌면 더 큰 고통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하나뿐인 소중한 아들도 곁에 두지 못하고 일본에 두기 싫어 미국으로 보내버린 그 심정이 어떠했을지.. 정말 사랑하는 남편이지만 조선의 황태자라 혼자 괴로워하고 외로워하는 그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마사코님의 마음은 또 어떠했을지.. 정말 읽는 내내 마음이 짠하고 안 좋았습니다. 황족이라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랑 결혼도 잘 못하고 후사도 봐야 되고 하니 이래저래 참견하는 사람도 많으니 정말 피곤했을 것 같습니다. 황족이지만 아무런 권한도 없고 책임과 의무만 따른다면 차라리 평범한 백성으로 태어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은과 이구를 검색해 보고 조선의 마지막 황족들은 어떻게 사는지 찾아보았습니다. 그들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정말 8월에 잘 어울리는 책입니다. 역시 권비영 작가님이시네요. 몰입감이 대단합니다. 단숨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너무나 섬세한 심리묘사 덕분에 내가 황족이고 그의 부인인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라 없는 설움과 그 무게로 책을 읽는 내내 답답하고 갑갑했지만 그것 역시 우리가 알고 잊지 말아야 할 역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이런 책으로 광복의 의미를 알려주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다 읽고 나서 우리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했습니다. 소설이지만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하는 책입니다.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