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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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좋아하시나요? 모르긴 몰라도 에쿠니 가오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본 작가 중에 틀림없이 다섯 손가락 안에는 꼽힐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좋아합니다. 특유의 여성스럽고 부드럽고 매끄러운 문체로 아무렇지 않게 무덤덤하게 대범한 이야기를 해서 너무 재미있습니다. 이번에 에쿠니 가오리님의 새 책이 출간했다고 해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종이우산이라.. 비가 오는데 종이우산을 쓰고 걸으면 어떨까요? 비가 종이에 스며들 동안은 비는 막을 수 있지만 곧 찢어질 테니 오래는 못쓸 것 같지만 비가 오는 것을 온몸으로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에는 12.31.에 한 호텔에서 엽총으로 목숨을 끊어버리는 3명의 노인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그들이 무슨 관계가 있길래 그렇게 목숨을 끊어버렸는지 남아있는 가족들과 지인들은 뉴스에서 사건을 접하고 경찰에서 전화를 받고 놀라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러면서 3명의 노인들과 그 주변인들의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처음엔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고 일본 이름이 익숙지 않아서 그 사람이 그 사람인가 헷갈리던데 좀 읽다 보니 누가 누군지 잘 알겠더라고요.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너무나 또렷한지라 다른 사람들이랑 헷갈릴래야 헷갈릴 수가 없습니다. 누구 하나 평범하지 않게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어찌 보면 우리가 이웃으로 지내고 있는 그런 평범한 사람들인 것 같기도 합니다. 죽은 사람들을 추억하며 그들의 인생을 궁금해하면서 남아있는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하면서 견디고 버티면서 인생을 살고 있는 걸 보니 참 사는 게 별거 없다 싶습니다.

저도 나이가 있는지라 주위에서 죽음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만약 지인이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들음 어떤 기분이 들지.. 내가 조금이라도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한 번이라도 만났으면 하는 후회와 비통한 마음이 젤 먼저 들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도 보면 정작 죽은 사람들은 너무나 잘 살았고 좋은 인생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그런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죽은 본인들이 그렇게 얘기하니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는 것 같습니다.

에쿠니 가오리의 책답게 여전히 파격적인 내용을 매우 대범하게 그렇지만 차근차근 담담하게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좋아하시는 작가이면 무조건 읽어보시고 아니라도 가을에 너무 잘 어울리는 책입니다. 한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죽음과 삶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하고 종이우산처럼 조금씩 스며들 수 있는 책입니다.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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