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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기만 한 어른이 되기 싫어서 - 난치병을 딛고 톨킨의 번역가가 된 박현묵 이야기
강인식 지음 / 원더박스 / 2022년 4월
평점 :
몸이 아프거나 다쳐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거나 침대에서 지내보신 적이 있는지요? 저는 몇 년 전에 턱이 있는 걸 못 보고 넘어져서 왼쪽 발 뼈가 부서져서 수술을 한 적이 있습니다. 1주일 정도 입원하고 목발을 짚고 출근을 했는데 정말 불편했습니다. 다행히 왼발이라 운전은 가능했지만 점심시간에 구내식당에 가면 누군가는 제 식판을 제 자리에 갖다주어야 했고, 가방같이 가벼운 것도 늘 누군가가 들어주어야 했습니다. 그 당시 제가 제일 부러웠던 것은 두발로 걸어 다니고, 달리고, 산에 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몇 달 동안 그런 생활을 해도 그렇게 답답하고 우울했는데 이 책의 주인공인 박현묵군은 난치병을 앓으면서 중, 고등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침대에서 누워 지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책 제목은 [아프기만 한 어른이 되기 싫어서]입니다. 그럼 도대체 어떤 어른이 되고 싶었는지 이제는 그런 어른이 되었는가 궁금해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아!! 진짜 책을 읽는 내내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습니다. 관절을 못 쓰고 침대에서 누워만 지내고 더 좋아지는 것은 기대할 수조차 없는 상황에서도 어떻게 그렇게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는지.. 자신의 장애 때문에 못하는 것은 없고 자신이 나태해서 못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마인드가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톨킨을 좋아하여 그의 소설을 인터넷 카페에서 묵묵하게 번역하였던 게 현묵 군의 인생의 큰 전환점을 가져다주었네요. 정말 절망적이었을 현묵군을 포기하지 않고 신약 치료를 해주신 의사 선생님과 인터넷 카페의 번역 글만 보고 아직 어리고 전문 번역가도 아닌 현묵군에게 선뜻 책의 번역을 맡기신 출판사의 관계자님들과 기존의 잣대가 아닌 열린 시선으로 현묵군을 바라보고 서울대에 입학하게 해주신 입학 사정관 님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는지라 현묵군의 어머니도 너무나 공감이 되었습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진심을 다하여 영혼을 갈아 넣어서 하니 세상이 알아봐 주고 인정해 준다는 게 너무 놀라웠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뭉클하고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현묵군의 존재 자체가 감동이고 희망입니다.
요즘 고등학교 가서 공부한다고 힘들어하는 우리 집 아이에게 읽어보라고 권했습니다. 아들 서울대 보내려고 늘 입시 관련 서적을 보고 있는 친구에게도 읽어보라고 하였고 늘 재미있는 책이 있으면 서로 권하는 직장동료에게도 읽어보라고 하였습니다. 이 책은 정말 우리 모두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이 감동과 벅참을 같이 느껴보고 싶네요. 최근에 읽은 책 중에 단연 최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