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제니 오델 지음, 김하현 옮김 / 필로우 / 202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몇 년 전에 아주 인상 깊었던 광고가 하나 있습니다. 어떤 걸 홍보하는 광고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유해진 씨가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안 하고 싶다.'라고 진심을 담아서 말하는 광고를 보는 순간 저 역시 아무것도 안 하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데 격렬하게라니 정말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요즘 코로나19로 인하여 너무나 지치고 우울해서 그냥 되는대로 아무것도 안 하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이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맞네 지금 나에게 필요한 책이 딱 이 책이네'라는 생각이 들어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읽어보니 생각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쉬운 게 아니네요. 퇴근 후나 주말에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건 쉬고 있다는 것인데 그때는 보통 소파에 누워서 핸드폰을 보고 있습니다. 정작 제 자신은 엉망으로 살면서 다른 사람의 어떻게 생활하는지 뭐가 그렇게 궁금해서 아무 의미도 없는 짓에 그렇게 시간을 썼는지 지금 생각하니 후회되네요. 이 책에 나오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랑 제가 생각하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기준 자체가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책을 읽어보니 저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아니었고 쉬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지금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었습니다. 나와 내 주위의 인물들과 지금의 장소와 공간들을 집중하고 관심을 가져야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생각보다 힘든 것 같습니다. 매일 가는 출근길이나 매일 보는 풍경도 기억에 남는 것도 없고, 매일 보는 직장의 동료들과 가족들도 그렇게 집중해서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힘들겠지만 노력해 봐야겠습니다.
이 책은 처음에 그저 그런 자기 계발서인 줄 알았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여유롭게 생활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닙니다. 어찌 보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저항이고 정치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가지는 관심으로 주위가 어떻게 파괴되고 있는지에 대한 자각으로 내 역할과 책임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21년도 오늘이 마지막이네요. 올 한해 분주하고 용쓰면서 살았는데 모두들 무척 고생이 많았습니다. 내년엔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연습하면서 사는 그런 한 해가 되길 기원해 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