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유미리 지음, 강방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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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사는 곳은 지방이라 그런지 요즘에는 노숙자들을 잘 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노숙자들이 많았습니다. 노숙자들을 마주치게 되면 일단 놀라게 되고 그들의 지저분하고 독특한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지면서 안 봐야지 하면서도 저절로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보통 사람들도 코로나19때문에 살기 팍팍한데 코로나19에 대한 감염 위험 때문에 노숙자들은 물 한 모금 얻어먹을 수도 없고 덥거나 추워도 어디 들어갈 수도 없다고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런 노숙자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일본 도쿄 철도역인 우에노 역의 공원에서 살고 있는 노숙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인 가즈는 노숙자입니다. 노숙자이다 보니 길거리에서 앉아있으면서 지나가가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의 이야기를 듣고 다른 사람들의 모습도 관찰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해주면서 자신이 살아왔던 이야기를 합니다. 한평생 막노동을 하면서 열심히 살아왔던 가즈가 노숙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나옵니다. 평범하게 살고 더군다나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았는데 가난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어느 날 갑자기 죽어버리는 걸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게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다 큰 아들이 죽었을 때는 저도 정말 속이 상하고 어이없어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이렇게 평범한 보통 사람들도 노숙자가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이 무너져내리는 건 정말 한순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평생 착하게만 살았고 묵묵하게 소처럼 일했는데 이런 결과를 맞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갑갑하고 답답했습니다. 올림픽을 개최하거나 천황 행차가 있으면 우에노공원에서도 우선적으로 노숙자들의 숙소를 철거한다고 하니 정말 이들이 사는 집도 아니고 천막이 있는 그 작은 땅조차 허락되지 않는 현실이 답답합니다.

이 책은 일본에서 나고 자라고 일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한국 국적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소외당했던 작가 자신이 소외된 자를 대변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쓴 소설입니다. 소설이지만 전혀 소설이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여전히 차별받고 소외당하고 있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우리들의 이야기도 합니다. 2014년에 발간했지만 지금 현지에서 역주행하고 있다고 하니 한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소외되고 배제 받는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는 아주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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