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의 타자기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황희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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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나요? 저는 사무실에서 집에서나 머리 아픈 일은 많지만 이대로 두고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요즘 코로나19로 인하여 외출도 어렵고 모임도 없고 날씨도 덥고 해서 집에서 샤워하고 에어컨 시원하게 틀어놓고 소설 읽는 게 유일한 낙이자 최고의 힐링인 것 같습니다.

이제껏 액자식 구성의 소설은 많이 읽어봤는데 이 소설처럼 어느 게 현실이고 어느 게 액자 속 이야기인지 모를 정도로 헷갈리는 이야기는 처음입니다. 읽으면서 이건 현실인가 아님 주인공의 소설 이야기인가 뭐지 뭐지 속으로 그러면서 읽었는데 그렇게 묘하게 넘나드는 게 이 책의 독특한 분위기를 선사하는 것 같습니다. 책이 참으로 신비롭고 그래서 미스터리하게 느껴집니다. 처음에는 다소 헷갈렸는데 읽다 보니 이건 현실, 이건 주인공의 소설 이야기, 그리고 이건 주인공의 백일몽 이렇게 명확하게 구분이 되더라고요. 책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끝까지 가서 흐리멍덩하게 끝났으면 정말 찜찜할뻔했는데 결말이 명쾌해서 정말 좋았습니다. 저는 명쾌한 결말이 좋더라고요.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는 어머니에서 태어나 자신의 어머니에게조차 사랑이라고는 받아 본 적이 없는 청각장애인 지하가 주인공인데요. 어찌 보면 정말 우울하고 답답한 이야기가 이어질 듯한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물론 저도 답답하고 안타까워서 가슴을 치면서 읽은 부분도 있습니다. 저도 어머니인지라 지하 어머니의 고통이 더 절실하게 와닿은 것 같습니다. 지하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런 암울한 환경을 벗어나서 자신이 그토록 하고 싶었던 글을 쓰고 자기 꿈에 한 발짝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참으로 대단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좀 배웠으면 좋겠다 싶네요. 한 번씩 우리 집 아이들도 멍하게 딴 생각에 빠져있는 걸 보면 소리를 꽥 질렀는데 이제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소 황망하고 헛된 꿈이라도 그 꿈이 실제 일어날 수도 있으니 말이죠.

여름 휴가철이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와 거기다 장마에 태풍에 우울한 나날의 연속입니다. 이때 이런 신비스러운 소설 한 권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잡고 단숨에 다 읽었으니깐요. 몰입감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도 한 번 읽어보셨으면 좋겠네요. 이 책이 최고의 휴가를 선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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