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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들
정혁용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3월
평점 :
온라인 쇼핑 얼마나 하시는지요? 저는 퇴근하고 저녁 먹고 소파에 누워서 오늘의 할인 상품이 뭐 있는지 여기 기웃 저기 기웃거리면서 찾아보고 작은 거라도 하나 사면 그게 그렇게 힐링이 되더라고요. 그렇다 보니 거의 매일 온라인 쇼핑을 하고 거의 매일 택배기사님이 우리 집에 오십니다. 물론 쇼핑몰마다 이용하는 택배회사가 다르니 다른 분들이 오시지만요. 어떨 땐 어떤 물건이 올지 너무 기대가 되는 나머지 택배기사님이 남편보다 더 반가울 때가 있습니다.
이 책은 택배기사에 관한 소설입니다. 제목이 침입자들이라서 뭔가 공포스럽고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같을 거라고 생각하고 읽었습니다. 책 표지에도 팽팽한 긴장감 한국형 하드보일드라고 적혀있어서 말이죠. 그런데 다 읽어보니 하드보일드는 맞기는 맞는데 팽팽한 긴장감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전 오히려 따뜻하다고 해야 될까요? 정을 느꼈다고 해야 할지.. 여하튼 읽고 나니 여느 하드보일드 책과는 다르게 산뜻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책입니다. 2편도 기대되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는데 정말 제가 주문하는 물건이 저를 대변할 수 있겠다 싶네요. 저는 주로 음식, 생필품, 책이 많습니다. 택배기사님이 제가 주문하는 물건들을 보면서 제가 좋아하는 것들도 알 수 있겠고 참으로 많이도 먹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전에 [까대기]라는 책을 읽고 택배가 힘든 일이라고는 생각은 했었는데 소설로 읽어보니 역시 택배는 힘드네요. 그런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교류도 할 수 있어서 택배 일이 그렇게 퍽퍽하지만은 않아 보이고 달리 보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저는 제일 좋았던 건 유머입니다. 주인공은 비밀이 많은 신비로운 분위기이고 성격도 시크해서 농담을 툭툭 잘 던집니다. 그게 그렇게 재미있더라고요. 뭔가 배운 사람 농담같이 말이죠. 제가 생각하는 공포물은 아니었지만 나름 긴장감도 있고 재미있습니다. 한 번에 잡고 다 읽을 정도로 몰입감도 좋습니다. 작가님이 행운동 아저씨를 주인공으로 하는 후속 작품을 더 써줬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때문에 택배가 많아져서 택배기사님들이 더 고생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무거운 건 되도록 안 시키려고 하는데 그게 젤 안되더라고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택배기사에 대한 이야기지만 결코 흔하지 않는 아주 특별한 이야기 거기다 재미있는 이야기라 거리두기 때문에 외출을 못하는 요즘에 읽기 좋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