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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다움의 사회학 - 남자를 지배하는 ‘남자라는 생각’
필 바커 지음, 장영재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3월
평점 :
저는 딸 둘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딸이라고 핑크색이나 빨간색 옷만 입히는 게 싫어서 중성적인 색깔도 많이 입히고 파란색이나 녹색 옷도 많이 입히고 키웠습니다. 노는 것도 여자애들만 한다고 흔히 생각하는 인형놀이보다는 자동차나 로봇, 블록 등을 가지고 놀게 했었습니다. 딸이라고 차별받지 않고 자기가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도전하고 할 수 있게 그렇게 키우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바램과는 다르게 우리 아이들은 크면서 다른 딸들과 비슷해지는 것 같습니다. 체육이나 과학을 싫어하고 의사보다는 간호사를 선호하는 아이들을 모습을 보니 나는 그렇게 키우지 않았는도 들고 저 역시 무의식중에 남자나 여자의 직업이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사회의 분위기가 여자는 여자답고 남자는 남자다운 걸 원해서 그런지 아이들은 자꾸 여성이라는 틀에 얽매이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이 책을 읽어보니 남자 또한 마찬가지네요. 저는 여자고 딸아이만 키워서 그런지 여자라 늘 피해를 당한다고만 생각했었습니다. 여자는 직장에서 남자랑 똑같이 고생하고 와도 집에 오면 집안일도 해야 되고 남자는 집안일은 도와준다고만 생각하죠. 직장에서도 능력도 없는 동기라도 남자라는 이유로 더 빨리 승진하는 걸 보면 여자로 태어난 게 한없이 억울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남자들 역시 남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에 살면서 가장 기본적인 자기의 감정조차 드러내지 못하고 사는 걸 보니 안타깝네요. 울고 싶을 때 울지도 못하고 강한척하며 자신의 감정을 꼭꼭 숨기면서 살아라고 하면 저 같으면 하루도 못 살 것 같습니다. 숨이 막히는 기분입니다.
이 책을 읽어보니 남자들도 여자 못지않게 힘들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자도 그렇고 남자도 그렇고 왜 다들 이렇게 살아야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관념이나 관습이 이렇게 무서운 것인가 싶네요. 남편이 불쌍하게 보이고 남편이 조금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늘 독단적이고 이기적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자기도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버거웠겠다는 생각이 드니 이해가 되더라고요. 이 책은 남자든 여자든 다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남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에 사는 우리 모두가 다 읽어보고 같이 생각해보면 서로가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사회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남자 여자가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사회에서 우리 딸들이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