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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머리 앤 ㅣ 특서 청소년문학 10
고정욱 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월
평점 :
저는 여자라서 살면서 차별을 느낀 적이 많이 있습니다. 가깝게는 우리 집에서는 클 때는 엄마가 아들인 막냇동생에게만 따로 맛있는 것을 준다든지 하셨는데 다 크니 이제는 아들에게만 따로 돈을 주시더군요. 정말 속이 상합니다. 그리고 직장에서는 여자라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으로 새로운 업무를 맡는 것도 안되고 초과근무도 못하고 그러다 보니 성과도 낮고 승진도 밀리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건 제가 느낀 차별이었는데 우리 두 딸들만은 그렇게 느끼고 살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만은 여자라서 못하는 일 없이 남자와 똑같이 할 수 있다고 세뇌를 시키면서 키우고 있는데 여전히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내린 차별의식이 잘 바뀌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초등학생인 딸아이는 늘 번호가 뒷번호였습니다. 20번 정도 되었습니다. 남자애들 먼저 앞 번호하고 그다음에 여자애들이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여자가 앞쪽에 번호를 해서 6번이 되었습니다. 별 의미 없는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학교에서 매일 쓰는 번호마저 여자애들은 차별받고 있었는데 늦었지만 올해라도 고쳐져서 저는 기분이 좋더라고요. 중학생인 딸은 늘 체육시간에 피구만 합니다. 여자애들은 왜 축구를 하면 안 되냐고 아이가 말을 하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엄마인 저는 정말 속상하더라고요. 이 책은 정말 우리 아이같이 축구가 하고 싶은 조앤이 나옵니다. 어찌나 당차고 씩씩한지 저도 우리 딸을 조앤처럼 이렇게 키우고 싶네요. 하고 싶은 것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고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고 밀고 나가는 아이처럼 키우고 싶습니다.
이 책에는 우리 딸들과 같은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이 이야기들을 읽어보니 여자라 느꼈던 피해 의식이며 여자라 더 움츠려들고 주눅 들었던 제가 거기 있었습니다. 여자라 더 공감 가고 여자라 더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교과서에 작품이 수록된 작가분들이라 그런지 단편이 다 재미있습니다. 재미는 있는데 뭔가 속상하고 아프네요. 모든 딸들이 조앤처럼 그렇게 당당하게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뭐 대단한 여성운동가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지만 우리 딸들을 위해서 그런 세상이 올 수 있게 작은 것이나마 실천하고 노력하고 싶네요. 세상의 모든 딸들과 어머니가 읽어보면 좋을 책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