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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슈필라움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슈필라움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슈필라움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몰랐으니 슈필라움에 대하여 생각해 본적도 없었지요. 슈필라움은 독일어로 놀이와 공간이 합쳐진 말인데 여유 공간이라는 개념인데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율 공간을 뜻한답니다. 이런 단어가 있었다니... 뜻을 알고 보니 슈필라움이라고 발음하는 것도 정말 멋져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저자인 김정운 님의 슈필라움에 관한 책입니다. 여수에 못쓰는 창고를 개조하여 화실을 만들고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배도 하나 구입하고 낚시도 하고 그렇게 지내시네요. 외로우면 친구들도 초대하고 그렇게 지내십니다. 정말 멋져 보이네요.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저도 저만의 슈필라움을 갖고 싶다는 마음이 마구마구 솟구칩니다. 제가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율 공간이 어디 있을까 생각해보니 집에서는 욕실밖에 없네요. 샤워하면 금방 해야 돼서 안되고 반신욕이라도 하면 잠시 오롯이 제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욕심을 부려서 김정운 님처럼 어디 한적한 시골에 나무가 무조건 많아야 됩니다. 그런 곳에 저만에 슈필라움을 갖고 거기서 혼자 맥주 마시고 책 읽고 또 자고 그렇게 한번 지내보고 싶습니다. 한 달만이라도 그렇게 지내보고 싶습니다. 한 달이 안 되면 1주일이라도 그렇게 보내고 싶은데 아직은 아이가 어려서 정말 먼 나라 이야기 같습니다. 생각만 해도 힐링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다 크고 제가 직장을 퇴직하게 되면 작아도 꼭 저만의 슈필라움을 마련하려고요. 30년 이상 직장생활 일했는 저에게 주는 선물 같은 걸로 말이죠. 슈필라움을 생각하니 남은 직장생활을 지겹다고 덜 여기고 활기차게 할 것 같습니다.
전에도 김정운 님의 책을 몇 번 읽었는데 그때마다 정말 솔직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번 책 역시 정말 솔직합니다. 지금 우리가 잘 아는 사람들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싫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렇게 말하는 게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런 솔직함이 매력인 것 같습니다. 그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은 다 못 하고 사는데 나 대신 누가 이렇게 말해주니 속이 시원해지는 것 같습니다. 책이 재미있습니다. 술술 읽히고요. 이제껏 모르고 지내던 단어 하나가 이렇게 가슴속 깊이 박히는 경험을 처음 해봤습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율 공간 슈필라움을 꿈꾸시는 분들은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당장은 마련 못해도 대리만족도 충분히 기쁘고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