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웅 불

배웅불
다카하시 히로키 지음, 손정임 옮김 / 해냄 / 2019년 5월

일본 소설을 좋아하세요? 저는 좋아해서 한동안 빠지듯이 닥치는 대로 많이 읽었습니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는 것 같습니다. 일본 소설은 내용이 자극적이고 기괴한 이야기도 많고 생각하지도 못한 반전이 많아서 저는 좋아합니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고 잔잔하고 별 내용 없는 일상 같은 이야기지만 재미있는 것도 있어서 그런 책은 그런 책 나름대로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 소설 특유의 맛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처음에는 성장소설인 줄 알았습니다. 아빠의 직장 때문에 전학을 자주 가야 하는 중학생 남자아이가 시골로 전학을 가게 되어 친구들과 겪게 되는 이야기구나 싶었습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시골 마을이 풍경 묘사와 일상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들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어서 잔잔한 이야기구나 싶었는데 뭔가 모르게 자꾸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게 있습니다. 등장인물이 주는 위협감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아키라라는 주축이 되는 남자아이가 속도 알 수 없고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도 못하겠고 장난도 위험한 장난을 많이 해서 그런지 계속 불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 불안한 마음으로 계속 책을 읽다 보니 엉뚱한 데서 그 불안한 마음이 터져버렸습니다.

저도 중학교에 다니는 딸이 있는지라 남의 일 같지가 않네요. 가해자인 아이들은 가벼운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하지만 당하는 아이는 가벼운 장난으로 느끼지 않습니다. 어떨 땐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도 있고 어떤 돌발적인 행동을 보일지 모르고 실제로 그런 일들이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겁이 납니다. 아이들에게 수시로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학교폭력은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고 교묘해지는 것 같습니다. 어른은 저 역시 아유미처럼 학교폭력을 당하는 아이가 있으면 그냥 외면하고 모른척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만듭니다. 아무도 말리고 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폭력이 더 커지고 더 잔인해지는 것 같습니다. 무섭네요. 소설이지만 정말 무서운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아이들의 세계니 비슷하려니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엿볼 수 있고 왕따에 대하여 학교폭력에 대하여 자극적이지 않지만 날카롭게 이야기를 풀어놓은 소설입니다. 중학교 이상 아이들과 같이 읽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