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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평점 :
저는 작년에 런던하고 파리를 휴가로 다녀왔습니다. 박물관 투어였죠. 그중에 박물관과 미술관을 여러 군데 갔었는데 아이들 때문에 갑자기 일정에 없던 런던에 자연사 박물관을 갔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일단 건물 외관도 정말 아름답고 내부에 들어서서도 햇볕을 받으면서 아름답게 서있던 공룡들의 모습도 잊히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전시된 어마어마한 생물 표본과 암석을 우리 아이들은 열심히 사진으로 찍길래 정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 책은 영국 자연사 박물관과 관련된 소설인 줄 알고 처음에 읽기 시작했는데 아니었습니다. 물론 자연사 박물관에 관련된 이야기도 있었고 생물 표본에 관련된 이야기도 있었고 그것들을 훔치는 이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어찌 이리 책 한 권에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지 놀라울 뿐입니다. 깃털 하나로 이렇게 두꺼운 책을 써낼 수 있다는 것도 정말 놀랍고 신기합니다. 인간의 상상력의 끝이 어디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상상력이 사실에 기반을 두었을 때 더 믿음이 가고 더 신비롭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박물관에서 건성건성으로 봤던 표본들이 이렇게 어렵게 만들어졌다니 정말 다음에는 그렇게 봐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인간의 욕심이 이렇게 무서운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우리의 끝없는 욕심이 동물과 식물들의 종을 멸망시키다니.. 반성하게 만듭니다. 가죽 가방이나 옷 같은 걸 사는 것도 이제 자제해야겠습니다.
이 책처럼 참고 문헌이 많은 책을 저는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참고 문헌이 많다는 건 저자가 그만큼 조사를 많이 했다는 거고 그런 이야기는 보통 다 어렵고 따분한 이야기라 제가 쉽게 읽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이 책은 그런 게 하나도 없습니다. 정말 흥미진진합니다. 잠시도 손에 책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소설인 듯 소설 아닌 듯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도 정말 좋았고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해서 더더욱 흥미 있었던 같습니다. 정말 훌륭한 인문학 책인 것 같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소개 글에 보면 도서관 사서가 이 책을 어디에 분류해야 좋을지 모를 것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럴 것 같습니다. 소설인지 자연사 책인지.. 정말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고 나니 왠지 모르게 뿌듯해집니다. 제 자신이 똑똑해진 것 같습니다. 재미와 만족감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멋진 책이니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