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세계 - 너의 혼돈을 사랑하라
알베르트 에스피노사 지음, 변선희 옮김 / 연금술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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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40대 중반입니다. 저는 나이가 나이인지라 이제 결혼식이나 돌잔치에 가는 일 보다 장례식에 갈 일이 더 많습니다. 원하던 원하지 않든 간에 한 번씩 죽음에 대하여 생각을 해보는데 아직까지는 막연하게 다가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어떻게 될까 남편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 이런 생각을 해보지만 곧 불길한 생각이라 겁도 나고 해서 잘 생각을 안 하게 되더라고요. 가족들 죽음도 그런데 제가 죽는다고는 생각은 더더욱 잘 못하게 되더라고요.

이 책에는 18살이 3일 남은 소년이 등장합니다. 소년은 18살의 생일을 맞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습니다. 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합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는지라.. 눈물이 나올 것 같네요. 소년은 병원에서 남은 시간을 보내지 않습니다. 그랜드호텔이라는 곳에서 죽음을 맞이하려고 작정하고 그곳으로 향하여 떠납니다. 저 역시 만약 암이나 병에 걸려서 죽게 된다면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가 좋아하고 사랑했던 장소나 아님 편안한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저는 그게 좋은데 가족들이 고통스러워하는 저 때문에 보기 힘들어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겠지만 죽는 그 순간은 차가운 병원에서 낯선 의료진에 둘러싸인 채로 맞는 것이 아니라 제가 사랑했던 사람들과 같이 제가 제일 좋아했던 옷을 입고 제일 좋아했던 장소에서 담담하게 맞이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소설 같지만 동화 같기도 합니다. 죽는 것에 대하여 어쩜 이렇게 담담하고 담백하게 그려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작가가 열네 살에 암 선고를 받고 10여 년 동안 여러 차례의 수술을 받고 한쪽 다리도 잃는 경험을 해서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죽음에 대하여 이처럼 담담하게 그려내서 죽음이라는 게 슬프다라기보다는 너무나들 당연히 받아들여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책 곳곳에 마음에 와닿는 글귀가 너무나 많습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 좋아하는 구절이나 기억하고 싶은 구절이나 맘에 와닿는 구절은 노트에 적어두는데 이 책의 구절을 얼마나 많이 적었는지 모릅니다. 소설이지만 옆에 두고두고 읽고 싶은 책입니다. 모처럼 귀한 선물을 받은 것 같습니다. 죽음에 대하여 노래하는 시와 같은 책입니다. 한번 읽어보시면 결코 시간이 아깝지 않을 책이랍니다.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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