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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와카타케 치사코 지음, 정수윤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저는 지금 40대 중반입니다.젊고 어린 친구들이 보면 중년에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겠지만 저는 제가 나이 많이 먹은 것 같지 않습니다. 마음은 아직 그대로고 청춘인 것 같습니다. 여기서 더 나이 먹으면 어떤 느낌일까요? 70대가 되어 남편이 먼저 죽고 혼자 남으면 어떨까요? 많이 외로울까요? 그냥 막연히 외롭겠거니 생각은 들지만 닥치지 않은 문제니 잘 모르겠습니다.
이 책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는 일흔넷의 모모코 씨가 주인공입니다. 남편과 사별하고 자식들과도 관계가 소원하여 늘 혼자 있는 모모코 씨의 일상과 심리를 담담하게 묘사했습니다. 읽는 동안 뭔지 모를 쓸쓸함이 묻어나기도 하지만 진짜 이렇겠구나 싶습니다. 일찍 일어날 필요도 없고 씻을 필요도 없고 그날이 그날 같은 날이면 정말 사는 게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싶습니다. 남편하고 사이가 좋고 남편을 많이 좋아해서 남편이 죽고 나니 더 그리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가족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하루하루를 숨 가쁘게 살고 있는데 저도 30년만 지나면 이렇게 식구들과 복작복작하게 살았는걸 그리워하면서 식구들을 그리워하면서 살게 될까요? 지금은 가족들에게 좀 벗어나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게 제 소원인데 말이죠. 지금 옆에 있는 아이들과 남편에게 귀찮다고 생각하지 말고 잘 대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이렇게 늙은 모모코 씨의 심리를 담담하게 실제처럼 잘 그려냈나 싶었더니 작가의 이력이 독특합니다. 작가가 54년생인데 55세부터 소설 강좌를 듣고 8년 후에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합니다. 문예상을 63세에 수상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네요. 나이 들어서 뭔가를 시작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 저도 배우고 싶은 게 있긴 하지만 막상 용기가 나지 않아서 시작을 못하고 있는데 이 책의 작가를 보니 저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지금이라도 충분히 시간이 있다 생각하고 도전해봐야겠습니다. 저도 저대로 혼자서 가야겠습니다. 어차피 다 혼자니 혼자서 가다 보면 언젠가는 닫겠죠. 그게 어디든 말이죠.
나이 듦과 가족의 의미와 혼자도 잘 해나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책인 것 같습니다. 갑자기 부쩍 자신이 늙었다는 생각이 들 때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많은 공감을 얻고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