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숨 쉴 틈 - 인생의 길을 잃은 여자, 인생의 끝에 선 노인을 만나다
박소연(하늘샘) 지음, 양수리 할아버지 그림 / 베프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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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40대 중반에 초등학생인 두 딸아이가 있고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평범한 아줌마 입니다. 매일 숨이 찰 정도로 반복되는 일상입니다. 아침이면 눈뜨기 바쁘게 씻고 화장하면서 아침식사 준비하고 아이들 깨우고 등교시킬 준비하면서 허겁지겁 출근을 합니다. 출근해서 일에 사람에 시달리다가 파김치가 되어 퇴근을 하면 집은 엉망이고 아이들 역시 엉망입니다. 아무래도 엄마가 직장에 다니다 보니 케어가 안되는지라 공부고 간식이고 모든 걸 챙겨줄 수가 없으니 아이들에게도 미안하고 저는 저대로 힘이 쓰입니다. 작은 아이랑 저녁먹고 좀 쉬려고 쇼파에 앉아있으면 남편이 퇴근하고 큰 아이가 학원에서 돌아옵니다. 그럼 잠시 엉덩이 붙일 틈 없이 다시 저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합니다. 그리고 먼지투성이인 거실 바닥이고 방을 밀대질로 닦습니다. 그러고 나면 피곤해서 씻고 자기 바쁩니다.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입니다. 저도 쉬고 싶고 하고 싶은 일도 있고 어떨땐 저녁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마냥 늘어질대로 늘어져 누워있고 싶을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습니다. 스트레스가 극도로 쌓입니다. 사는게 사는게 아닌 것 같습니다. 숨이 턱턱 막혀옵니다. 저도 숨을 쉬고 살고 싶어졌습니다. 그때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 표지에 보면 "거기 누구 없어요? 나 좀 도와주세요" "지쳐보이는구나. 잠시 쉬었다 가렴" 이라고 되어있습니다. 이 두 구절이 이 책을 표현하는 모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멋지게 잘 뽑았는 것 같습니다. 제 마음을 표현 하는 것 같아 가슴이 쿵 내려 앉는 것 같았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와달라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습니다. 사는 방법을 잊어버린 여자.. 그 누구의 이야기가 아니고 저의 이야기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고 저 역시 저자처럼 사는 법을 잊어버릴 정도로 어떻게 숨을 쉬어야 되는지 모를 정도로 그렇게 힘겨운 세월을 보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달랐다면 저자에게는 멋진 멘토가 있었네요. 부럽습니다. 저도 그런 힘겨운 시간동안 누군가 저에게 잠시 쉬었다가 앉아서 가라고만 해주어도 진짜 힘이 났을 것 같습니다. 잠시 앉아서 쉬었다만 가도 위로와 격려를 받을 수 있을 텐데 그 쉬운게 잘 안됩니다. 저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제주도에 살았던 큰 언니에게 쓴 아버지의 편지를 읽고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버지의 편지라.. 저는 어릴때 말고는 한번도 받아 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아버지에게 편지를 쓴 적이 없었으니 말이죠.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습니다.

결혼생활과 직장생활.. 거기에 힘에 벅찬 육아때문에 숨쉬기조차 어려운 여러 언니 동생들이 이 책을 읽고 조금이나 쉬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이 잠시나마 위안이 되고 격려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에게 받지 못하는 큰 위로를 받을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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