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학창 시절에 유난히도 마음 좋고 별로 격식을 차리지않는 물리 선생님이 있었는데, 우스갯소리하는 투로 끊임없이 자살 얘기를 하는 사람이었다. - P9

물리 선생님은 자전거를 타고 곧장 집으로 돌아가 자루에 머리를 넣고 그대로 자기 목을 베었다. - P10

이 책은 실비아 플라스에 대한 회상으로부터 시작된다.  - P10

자살만큼 모호하고 극히 복잡한 동기를 가진 행위를 한 가지 이론으로 풀 수는 없기 때문이다. - P11

. 자살이라는 문제에 관해서는 엄청난양의 자료가 있었고, 심지어 해마다 불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많은 자료 가운데 전문가 외의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별로 없고, 보통 사람들이 자살에 대해 개인적으로 아는 것과 관계있는 자료는 더더욱 드물다. - P12

. 바로 자살이 어떻게 또 어째서예술 창조자들의 상상 세계를 물들이는가를 알아 내기 위해 내가 취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자살을 문학의 측면에서 살펴보는 것이라는 점이었다.  - P13

나는 아무런 해답을 제공하지 않는다. 사실 해답이 있으리라고 믿지도 않는다.  - P14

거의 모두가 자살에 대해 자기 나름의 의견을 갖고 있다. 여기서 일일이 이름을 들어 가며 점잖게 감사를 표현할 수는 없지만, 아주 많은 이들이 참고 자료와 상세한 이야기와 생각할 점을 제공해 주었다. - P15

. 고맙게도 결정적인 순간에 보조금을 내 준 영국 예술협회에도 감사한다. - P16

제1장 프롤로그 · 실비아 플라스


제1장
프롤로그 · 실비아 플라스

(전략). 나는 3년 전 그가 출간한「빗속의 매 The Hawk in the Rain」에 크게 경탄한 터였다. 그러나 그의 시들을 보면 뭐랄까, 내가 그 시들을 어떻게 생각하든 그는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 P23

휴스 부부는 리전트 공원 동물원에서 멀지 않은한 자그마한 연립 주택에 살고 있었다. (중략). 어느 집이든 눈부시게 하얀 실내 장식이 되어 있을 것 같았고, 오래된 집들은 새로단장한 덕분에 더욱 크고 으리으리해진 듯했다.
그러나 휴스 부부가 사는 광장은 아직 그렇게까지 변하진 않았다. - P24

이때가 테드의 시대였다. 바야흐로 그는 상당한 명성을얻어 가는 중이었다. 이전에 나온 그의 첫 번째 책은 좋은 평가를 받았고 미국에서 온갖 상을 탔는데, 그러면 대개는 그 두 번째 책부터 내려앉기 마련이다.  - P25

그는 천성적으로 우유부단하고 자기 작품을 불신했지만, 그렇더라도 분명 자신의 위력과 성공을 의식하고 있었을것이다. - P26

이것은, 표면상으로는 전형적인 성공담이었다. - P27

『마드무아젤』에 특집 기사가 실린 달과 스미스대학에서 보낸 마지막 학년 사이에는 신경쇠약과 자포자기에 기반한 심각한 자살 기도가 있었고, 바로 그 경험이그녀의 소설 『벨자 The Bell Jart』*의 테마가 되었다. - P27

한순간 나는 완전히 멍해졌다. 그녀가 무슨 얘길하는 건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녀가 그걸 알아차리고날 구해 줬다. "1년 전에 『옵서버』에 실어 주셨던 그시 말이에요, 밤의 공장에 관한 시였죠." - P29

나는 그녀가 누군지 몰랐던 게 낭패스러웠다. 실비아는 내 기억을 일깨워야 했다는 게 낭패스러운 모양이었고, 동시에 그 점에 풀이 죽은 것 같았다. - P31

 테드와 나는 프림로즈 힐이나히스 숲 근처의 선술집에서 만나 맥주 한잔을 하곤 했다. 가끔은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산책했다. ‘전문 분야‘ 얘기를 한 적은 거의 없었다.  - P32

그 무렵 내 아내와 나는 스위스 코티지 부근에 있던 아파트에서 히스 숲 근처 햄스테드의 고지대에 위치한 주택으로 이사했다. - P32

 "누구나 알 수 있듯, 그것 [거상]은 수정과도 같은형태로 한 치의 빈틈도 없다." 오늘날의 문학 비평은 그런 식으로 말한다. 심지어는 적나라하게 육박하는, 야수처럼 전면으로 공격해 오는 그녀의 성숙기 작품보다 더욱 우아한 초기 시를 더 좋아하는 비평가들도 있다. - P34

휴스 부부의 집은 한때 그 지방 영주의 영지였다. - P36

그들은 1월에 새 아이를 낳았었다. 남자아이였다. 그러고 나서 실비아는 달라졌다.  - P37

전기 시설들, 새로 페인트를 칠한 방들, 과수원, 그리고 무엇보다도 특히 그 무덤 언덕과 ‘옛적 시체들의 벽‘을 보여줬는데, 그녀는 훗날 어느 시 속에서그걸 "자신의 "재산이라고 불렀다.

* 그 ‘무덤 언덕‘은 실은 옛날 옛적의 요새였다. 또한 내가 들은 얘기에 의하면, ‘옛적 시체들의 벽‘이란 아마도 휴스 부부의 정원과 거기에 이웃한 교회 부지 사이에 세워진 벽을 가리키는 것 같다. (원주) - P37

(전략), 다행히도 그녀의 몸이나그들의 낡은 왜건형 모리스 자동차는 상하지 않았다고 했다. - P38

"그냥 지나가는 중이었는데, 한번 들러 볼까 했죠."
그녀가 말했다. 정장하고 말끔하게 머리를 한 타래로묶은 그녀는 흡사 고상한, 그러나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사교상의 의무를 행하고 있는 에드워드 시대 귀부인 같은 느낌이 들었다. - P39

"이 짤랑거리는 소리는 미국이 그리워지게 만들어요." 그녀가 말했다. "꼭 이것만 그래요." - P40

"새로 쓴 시들을 좀 읽어 드리고 싶어요." 그녀가말했다. 그녀는 옆에 바닥에다 놓아두었던 숄더백에서한 묶음의 타이프 원고를 꺼냈다. - P-1

"그 여자, 시인이지요, 안 그래요?" 그다음 날, 허드렛일해 주는 여자가 내게 물었다.
"맞아요."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완연히 만족스러운 낯빛을 하고 여자가 말했다. - P42

그녀는 스스로 "좀 가벼운 시들"이라고 부르는 시들을내게 읽어 주었다. 「아빠」와 「라자루스 부인」을 두고한 말이었다. - P43

시의 세부적인 표현에 관해 잔소리를 늘어놓는 것 말이다. 내가 특별히 들춰내어 흠을 잡은 한 구절이 있었다. - P43

이런 일들이 있는 동안 죽, 실비아의 시들이 남긴 형적과 그녀라는 인물이 남긴 형적이 완전히 달랐다. 시에 나타나는 절망과 무자비한 파괴성이 그녀의 사교적인 거동에는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 P45

절박하고 사납기까지 했지만 자기 연민은 조금도 들어 있지 않았다. - P47

(전략), 즉 성인이란 살아남은 사람을 뜻한다는 확신으로 변형되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죽음이란 10년마다 한 번씩 치러야 하는 빚이 되었다. 성인 여성으로서, 어머니로서, 시인으로서 살아 있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으로써 그 빚을 뭐랄까, 수수께끼와도 같은 외곬의 방법으로 갚아야만 했다. - P47

이런 추측은 어쩌면 다음과 같은 질문의 답이 될수도 있겠다. - P50

그녀는 굳이 자살과 연관된 내적 동기들을 찾아보고 검토할 필요가 없었다. 그 일은 그녀를 대신해서 시들이 해 주었던 것이다. - P51

1958년에 그녀는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청년기와 20대 전반 내내 스스로 그토록 공들여 준비해 얻은 대학 교직을 포기한 것이다. - P53

사실 과거의 로웰은 그 복잡한 가톨릭적 상징주의와 빽빽한 짜임새를 자랑하는 엘리엇-엘리자베스 시대풍 언어, 그리고 시행을 자신만의 독특한 리듬으로 재단해 내는 단호한 능력으로 신비평파의 총아 - P55

그래도 그녀는 애처로울 만큼 외로웠다. - P58

 "파괴의 열정 또한 창조의 열정이다." 미하일 바쿠닌은 말했다. 그건 실비아에게도 들어맞는말이었다. 그녀는 분노와 고통의 감각을 일종의 축제로 바꾸어 놓았다. - P59

. 그녀의 시는 어떤 이상하고도 강력한 렌즈 같은 역할을 했고, 일상생활은 그것을 투과한 뒤 놀랄 만큼 강렬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 P60

 만약 자살 기도가 어느 정신과 의사의 생각대로 도움을 청하는 외침이라면, 그렇다면 이 시기의 실비아는 자살 상태에 있지 않았다. 그녀가 원한 것은 도움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 P61

11월, 우울한 어느 오후에 그녀는 크게 흥분한 모습으로 내 작업실에 도착했다. 언제나처럼 그녀는, 썰렁한 거리를 터벅터벅 걸어 다니면서 의기소침한 채 그리고 얼마쯤은 그냥 하염없이 집 사냥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 P62

그녀가 그토록 흥분했던 것은 단순히 집을 마침내 구했다는 것 때문이 아니었다. - P63

학식과 세련됨과 장인적 기교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 번도 올바른 문명의 세례를 받지 못했거나 문명의 세례라는 것을 제대로 신뢰한 적이 없는 것 같았다. - P64

 그런데 이제는 시가 정말 흑마술 같은 것이 되어버린 듯했다. 그녀가 그토록 자주 그리고 오직 의기양양하게 물리쳐 버리기 위해 불러냈던 그 인물이 그녀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 P69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그녀의 이전시들은 모두 제 나름대로, 그녀가 그 누구의 도움도 원치 않는다고 주장했었다. - P70

그러나 만일 내가 그녀를 다른 식으로 대했더라면, 거기에는 내가 원치않는, 심지어 우울증에 빠져 있던 나로서는 애초에 감당조차 할 수 없는 책임들을 스스로 떠안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 P71

이루 말할 수 없는 겨울이었다. - P71

민감하고, 언제나 과로 중인 그녀의 담당 의사 역시 똑같이 생각했다. 의사는 그녀에게 진정제를 처방해준 뒤 심리치료사를 만나 보도록 주선해 주었다.  - P73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볼 때, 그녀는 최후의 자살기도가 성공하지 못하도록 배려해 놓았던 것 같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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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봄은 내 생애에 가장 뜨거운 해였다. - P10

우리는 지쳐가고 있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폭격과 썩어가는 시궁창 물속의 참호에서 싸우는 1차 세계대전 군인처럼,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막연함에 더 두려웠다. - P11

헬기가 말썽만 피우지 않으면 자정 전에 정비를 끝낼 수 있다. (중략), 산불진화 헬기 무진 1호기가 말썽을 피웠다.  - P12

2


헤드라이트 불빛이 한적한 시골길을 깨웠다.
(중략).
"준호야, 수원이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거야? 다짜고짜 나에게 와서 돈 빌려달라 하고, 빌려주고 나니깐 행방불명이라니?" - P13

"준호야, 아직 주님 곁으로 갈 때는 아니지 않냐? 휴~, 죽을 뻔했네."
(중략).
"찾지 못하면 수원 선배가 죽을지도 몰라요." - P14

"선배가 죽지 않더라도 내일까지 못 찾으면 우리도 끝나요." - P15

첫 번째는 정비검사관들은 계약직이다. (중략).
정규직 공무원은 가벼운 징계로 끝나겠지만 계약직인 우리로서는 바로 계약해지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다. - P15

무진 1호가 출동하지 않는다면 필연적으로 국정원에서 조사가 들어올 것이다. 그것이 한 사람의 일탈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된다면 관리소 소장부터 모두 징계다. 민수원 선배뿐만 아니라 나도 함께 계약해지다. - P16

"그래, 첫 번째 두 번째 문제는 이해했어. 그런데, 왜 수원이가 죽는다는 거야?"
(중략).
"엄마, 형님이 이야기하라면 하는 거야." - P17

3

이야기는 민수원 선배가 스물한 살이던 때 장미 여관방에서 시작한다. 옆에는 나이트에서 만난 이름 모를 여자가 누워 있었다. 맨살 양어깨가 이불 밖으로 드러나 있었다. - P18

"지연이"
잠시 사귀었던 여자친구였다.
(중략).
"나 지금 미혼모 복지시설에 있어." - P19

공장 다니는 스무 살 여자가 홀로 아이를 키우는 건 불가능하다. 지연은 해외 입양을 결정했다. 아이를 떠나보낼 날이 이틀 남았을 때 지연은 선배에게 전화했다. - P20

그런데 막상 같이 살려고 해도 살 집이 없었다.
군대 관사가 배정될 때까지 장모님 집에 얹혀살아야 했다. - P22

하사 월급으로는 결혼 생활이 힘들었다. 알게 모르게 도와주는 따듯한 이들이 많았다. 사무실 선배 하나는 월급날이면 십만 원을 떼서 호주머니에 찔러주고 퇴근했다. - P23

국민에게 큰 고통의 기억을 준 IMF도 선배를 비껴가지 않았다. 부사관 연장신청이 안 되어 강제 전역을 하게 되었다. - P23

큰아이가 초등학교를 마칠 때쯤 대기업 계열 회사로 이직했다. 대기업에 간다는 것보다 가족에게 더 많은 걸 해줄 수 있다는 것에감사했다. - P24

대기업에서 월급을 많이 주는 이유가 있다. (중략). 몸을 움직이지 않는 주말은 오히려 머리가 깨져나갈 것같이 더 아팠다. 문제들이 더 선명하게 떠올라 낮잠 자는 것이 두려웠다.  - P25

형수와의 문제였다.
시작은 부부 잠자리 거부였다. 마음이 안 가 관계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 P26

형수는 언제나 선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자기를 만나지 않았으면 이렇게 답답하게 살고 있지 않았을 텐데 다 자기 때문이야. 스무 살에 시집와서 남들 다 하는 것 하지도 못하고 " - P27

선배는 연이어 고부갈등에 관해 이야기했다.
"어머니 찾아뵙는 것, 일 년에 한두 번이야. 명절하고 제사 지낼때, 그것도 어머니가 제사상 다 봐놔. 몸만 와서 제사 지내고 설거지하면 끝이야. 갔다 오면 며칠간 화가 나 있어. (후략)." - P28

언젠가 선배가 오공본드를 구하러 사무실로 왔던 적이 있었다. (중략). 신발 밑창이 덜렁덜렁 뜯겨 있었다. (중략).
"새로 사는 게 나을 것 같아요" - P29

선배는 산림청 산림항공본부가 정비복을 많이 주어 옷 살 필요가 없어 좋다고 했다. 내가 선배를 기억하면 떠오르는 것은 언제나 기름 묻은 정비복에 초라한 신발이었다. - P30

동료들을 오래간만에 만나면 미소와 함께 안아서 반기는 선배의버릇을 알고 있는 나는 선배가 장모님과 처제에게 어떻게 했을지 눈에 훤했다.
"대기업 복장 규율이 군대보다 더한 것 알고 있어?" - P31

선배는 마지막으로 잠자리 거부 이유 중 하나를 설명했다.
"당신하고 하면서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어."
남자로서는 맥 빠지는 이야기다. - P32

부부관계 거부로 대표되는 여러 가지 형수의 불만 사항에도 선배는 내가 열심히 하면 아내가 언젠가 알아줄 거야, 내가 사랑하면 되잖아 하는 심정으로 직장 생활에 더 몰입했다. - P33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형수는 일주일에 네 번은 만취 상태로 자정을 넘겨 들어왔다. 언제 올까, 속 썩으며 기다리는 것이 다반사였다. 또한 형수의 술자리에는 다른 남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더 불안했다. - P34

주말부부로 오 년을 살았다. 아니 오 년을 버텼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었다. 주말에 갈 때마다 아내의 얼굴이 바뀌었다. - P35

 조정 끝에 무진 산림항공관리소로 전입이 결정되었다. 아내가 있는 청주와 오십 분 거리다. 기쁜 마음에 선배는 바로 형수에게 전화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이랬다
"무진 산림항공관리소에는 관사가 없대? 같이 사는 건 좀 그런데, 내가 마음 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 마음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하니깐 시간 좀 줘. 그동안 잠시 다른 곳에서 출퇴근 좀 해." - P36

선배는 불륜남의 아내를 찾아가 무릎을 꿇었다.
다시금 아내와 상간남을 만나지 않게 하겠다고 각서를 쓰고 나왔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 P37

"유 선배님, 이 아기는 누구 아기예요? 어울리지 않게 유모차를 밀고 오셨어요?"
(중략).
"네 전 형수 아기야." - P38

민수원 선배는 기억하고 있었다.
유선배의 형수가 상간남과 바람을 피워서 그 고통에 선배가 얼마나 몸부림쳤는지. - P39

"두 달만 봐달라고 하는데, 벌써 육 개월이 지났잖아요? 또 출근할 때 아기는 누가 봐요?"
"아주머니 한 분을 고용했어. 한 달에 이백만 원이야. 두 달이 육개월이 되어도 좋아. (후략)." - P40

무진 1호 담당 정비사였던 민수원 선배는 작업공정에 따라 자재수급과 서류작업을 병행해야 했기에 정신적으로도 지쳤다.
다시 말하지만, 그날은 민수원 선배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지쳤던 날이었다. - P41

"자기야, 살려줘."
(중략). 다급한 마음에 아내가 자살하러 갔다고 거짓말을 했다. 위치추적으로 아내의 위치를 찾았다. - P42

경찰서에서 어떻게 된 일인지 형수가 이야기했다.
(중략).
아내는 만나지 말라는 상간남을 만나서 또 몸을 못 가눌 정도로 술을 먹었다. 그리고 모텔로 향하던 중 상간남의 아내를 만났다. 상간남의 아내는 형수를 때리고 발로 차고 길거리에 패대기쳤다. 형수는 죽을 것 같은 공포에 도망쳤다. - P43

다음 날, 형수는 선배에게 말했다.
"자기와 떨어져 사는 것이 내게 더 행복할 것 같아. 제발 이혼해줘." - P43

선배는 이혼해주기로 결심했다.
(중략). 선배는 마지막으로 형수와 이혼 여행을 갔다. - P44

가족을 위해 뛰어온 이십 년의 세월, 기쁨과 환희의 순간이 모두 악몽으로 변했다.
(중략).
선배는 그리움을 참을 수 없음에 전 형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전화 걸었어! 이제 남남이라는 것 잊어서 전화 걸지 마!" - P45

이혼은 현실이다.
선배는 미약하나마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정리해보았다. (중략). 그때는 이해가 안 갔는데 이혼을 하니 알 수 있었다. 재산 분할을 쉽게 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모든 게 계획된 행동이었다. - P46

선배는 췌장이 안 좋아 보험사가 보험 가입을 거부해 결혼 후 전 형수 이름으로 가입한 보험을 어떻게든 유지해야 했다. (중략).
"아내께서 보험 납부금으로 대출을 다 받으셔서, 보험을 유지하시는 것보다 해지하시는 것이 더 이익입니다." - P46

여기까지 이야기하자 "수원이가 살아 있는 것이 용하구나. 자식 진작 이야기하지, 크." 하고 대현 선배는 미간에 검지를 대었다.
"내가 눈물이 난다."
선배는 낮게 저음으로 말했다. - P47

4

"민수원 선배가 갑자기 찾아와 삼천만 원을 빌려달라고 했다는거죠?" - P48

"안전항공 팀장을 만나러 간다고 중얼거리면서 가더라고. 눈이 풀려 있고 걸음걸이도 비틀거리고 있었어. 걔한테 무슨 일이 있는거야?"
"안전항공팀장을 만나러 갔다는 거죠?"
"안전항공팀장이 어디 있는데 만나러 간다는 거야?" - P50

특수부대원 출신으로 150kg의 군장을 메고 천리행군을 한 체력의 소유자지만 연이은 전투에 지쳐가고 있었다. 또 다른 적 잠과싸우고 있었다.
내가 물었다.
"민수원 선배 오지 않았어요?"
"저한테 와서 긴급히 쓸 돈이 필요해서 그러니 돈 좀 빌려달라고해서 빌려줬어요." - P52

대현 선배와 안전항공 팀장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1960년대생으로 형수와 사이가 좋다. 직업 특성상 가족과 떨어져 있지만, 형수가 남편들을 끔찍하게 위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 P53

1960년대생 아내들의 좋은 남편 기준은 그저 바람 안 피우고 술담배 하지 않고 성실하게 집안 경제를 유지하는 남편이면 되었다. - P53

반면, 1970년대생 아내들은 돈을 많이 벌어오는 것은 기본에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아이들까지 돌보는 것까지 요구한다. - P54

전업주부에게 독박육아라니?
나의 아내와 민수원 선배의 전 형수가 말하고, 1970년대생 남편들이 공통으로 듣는 말이 독박육아다. 과연 육아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왜 한국 여성들은 유독 이 육아를 싫어할까? - P54

산업화는 남자에게서 육아라는 것을 빼앗았다. 자녀들과 떨어져 공장에 들어가 일을 해야지만 가족을 부양할 수 있었다. - P55

아버지들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더 높은 곳에 오르고 더 뜨거운곳에 들어가고 더 무거운 짐을 들었다. 돈을 더 받기 위해 더 위험한 일을 했다. 산재 병원에 가보면 남성들밖에 없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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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변화, 특히 사회규범을 뒤엎고 통설을 뿌리째 뽑는 변화는 서서히 시작된다. 사람들은 다짜고짜 왕의 목을 베지 않는다. - P11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실리콘밸리에서 허울뿐인 자기네 용어로 만들어버린 표현을 빌리자면 ‘인큐베이팅(잉태)‘하는 사람들이 있다. 급진적인 새로운 발상의 인큐베이팅은 특정한 조건 속에서 이루어지는 아주 독특한 과정이다. 빽빽한 공간, 뜨거운 열기, 열띤  속삭임 그리고 명확한 공통의 목적을 위해 주장을 펼치고 힘쓸어느 정도의 자유. - P12

오늘날 이런 인큐베이팅은 어디서 일어날까? 소셜 미디어에서? X, 페이스북 같은 사이트에서? 그러니까 바이럴되는 해시태그가여전히 체제 전복적인 잠재력을 지니는 듯 보이는 곳에서?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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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을 잃은 조현병 환자들에게 그들에게 들린다는 목소리의 음성특징을 설명해 달라고 하면 그 소리가 실제 목소리가 아니라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진다. (중략).²⁸ 그들이 말하는 ‘목소리‘와 ‘들린다‘에는 다른 뜻이 담겨 있는 것일 수도 있다. - P273

시각적 장면을 상상하면 뇌의 시공간 영역이 활성화된다. - P274

 뇌의 무의식계는 메시지의 내용을 인지하고 어떤 언어든 매우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한다. 이런 과정은 시각 학습의 바탕이 되기도 한다. - P275

청력을 잃은 사람에게도 환청이 들릴 수 있다는 문장이 조현병 환자에게 들리는 모든 환청이 모두 비발화성 언어라는 뜻은 아니다. 일부 환자들은 상상으로 만든 내적 언어로 인해 환청에 시달린다. - P276

자기감시의 오류

(전략).
 어지러운 노랫말에 핑크 플로이드의 매니저 피터 제너는 이 노래가 "조현병 상태에 대한 최종적인 자가진단일지도 모른다"라고 공표했다. 가사에 조금이라도 진실이 담겨 있다면 시드 배럿은 자신이 작사가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음을 무의식중에 보여주는 셈이었다.  - P277

조현병 환자들이 겪는 더 불가사의한 망상에는 사고 삽입(thoughtinsertion)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생각이 자신의 것이 아니며 어떤 경위로 외부의 존재가 머릿속에 생각을 심었다고 믿는다. - P277

뇌에 문제가 생겨 환자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 행동을 자신의 것이라고 인식하지 못할 때 그환자는 다른 누군가가 그런 생각과 감정을 자신의 머릿속에 삽입했으며 행동도 통제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 P280

스스로 간지럼을 태우지 못하는 이유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자기 몸을 자기가 간질이지 못한다는 수수께끼를 알고 있다. 아무리 해도 스스로에게 간지럼을 태우지 못한다.  - P280

과학자들은 간지럽다는 느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연구했다. 그들은 간지럼 기계(거짓말 같지만 진짜다)⁴⁰를 이용해 실험했다.
(중략).
연구팀은 실험을 변형했다. 피험자들의 조이스틱 작동과 로봇 팔이가하는 자극 사이에 조금씩 시차를 두었다. 또한 연구팀은 로봇 손가락의 동작 패턴과 피험자의 동작 패턴을 다르게 했고, 실험이 진행될수록그 패턴의 차이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 P281

조현병이 자아인식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면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조현병 환자들은 스스로 간지럼을 태울 수 있는가? 그들은 자신의 행동을 외부 존재의 탓으로 돌린다. 그렇다면 스스로 간지럼 태우는 느낌과 다른 사람이 간지럼 태우는 느낌을 구분하는 능력이 없지 않을까? - P282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전략).
신경 신호가 잘못 전달되었을 뿐인데 어떻게 그런 엄청난 의식적 경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 P283

(전략).
잘못된 정보를 접수한 후 무의식계는 이상한 상황에서 말이 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 P284

 뇌는 그 사람의 인격이나 믿고 싶은 것에 알맞은 해석을 창작해 낸다. 종교적 믿음이 강한 사람은 머릿속 목소리가 신성한 존재의 목소리라 주장하고, 스릴러 소설 애독자는 FBㅏI CIA 요원에게 감시당한다고 걱정한다. - P285

(전략), 뇌가 얼마나 쉽게 조종당할 수 있는지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조종은단순한 회로 오작동이 아니라 용의주도한 계획의 결과일 수도 있지 않을까? - P286

28 Thacker 1994.

34 Schaffner 2005, 99.

40 Blakemore, Frith, and Wolpert 1999. - P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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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도덕적 감정은 우리의 도덕적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¹⁶⁷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이나 죄책감 같은 도덕적 감정은 자유롭게 선택할 때보다 명령에 복종할 때 약화된다. - P234

167 J.P. Tangney, J. Stuewig, & D. J. Mashek. Moral emotions and moral behavior.
Annual Review of Psychology 58 (2007), 345-372. - P363

5
명령을 내릴 때
명령자의
뇌 속에서는


대부분의 인간 사회는 효과적으로기능하기 위해 정치, 종교, 전문 분야 등 다양한 분야의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¹⁶⁹ - P238

169 A.J. King, D. D. P. Johnson, & M. Van Vugt. The origins and evolution ofleadership. Current Biology 19 (2009), R911-R916. - P363

하지만 인간만이 유일하게 복잡한 계층 구조와 지도자를 가진 것은 아니다. 비인간 동물 연구에서 동일한 사실이 많은 종에서도 적용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 P239

실제로 권력을 얻는 길은 다양하다. 흥미로운 점은 비인간 종이 권력을 얻는 경로가 인간 사회에서와 마찬가지로 다양하다는 것이다. - P239

다른 집단은 좀 더 지배력에 따라 결정한다. 침팬지는 명확한 계층 구조를 갖춘 복잡한 사회 집단에 산다. 집단 내에서 가장 높은 알파 수컷이라는 지위는 출생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 P241

지도자에게 권한을 부여한다는 것은 지도자가 사회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가정한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지도자가 자신이 내린 지시에 책임을 질 것으로 기대하는데, 특히 그 결정이 다른 사람들에게 심각한결과를 초래할 경우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지도자들은 때로 집단의 이익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  - P241

이런 경우 지도자는 도덕적 이탈moral disengagement이라는 자기 조절 메커니즘을 이용해 양심에 거리낌 없이 위법 행위를 저지를 수 있다.¹⁷⁹ ¹⁸⁰ - P242

179R. Wood & A. Bandura, Social cognitive theory of organizational management. TheAcademy of Management Review 14 (1989), 361-384.

180 C. Moore, D. M. Mayer, F. F. T. Chiang, C. Crossley, M. J. Karlesky, & T. A. Birtch. Leaders matter morally: The role of ethical leadership in shaping employee moralcognition and misconduct.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104 (2019), 123-145. - P364

계층적 사슬의 복잡성에 관하여

(전략).
이 다큐멘터리를 본 후 궁금증이 일었다. 명령을 실행하는 사람이 행동한 사람이므로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이 더 쉬울까? 아니면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 애초에 행동을 명령했으므로 책임을 지는 것이 더 쉬울까? - P244

그러나 많은 조직에서 명령은 훨씬 더 긴 지휘 계통에 파묻혀 상관으로부터 받은 명령이 한 명 이상의 명령자를 통해 다양한 행위자에게 전달된다. - P245

지도자들이 자신의 명령 아래 행해진 잔혹행위를
책임지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전략).
캄보디아는 크메르루주 정권 아래에서 저지른 모든 잔혹행위를 두고 공식적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의 수가 매우 적기 때문에 책임 귀속과 관련해 매우 독특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중략). 모든 책임이 그들의 어깨에 놓여졌다.
그러면 이 지도자들은 저질러진 잔혹행위에 그 정도의 책임을 인정했을까? - P247

한 인간이 죄책감을 표현하고 용서를 구하는 동시에, 법 앞에서는 유죄 판결을 받지 않도록 요청할 수 있을까? - P250

이 섹션에서 보았듯이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 자신의 지도력 아래 저질러진 행동에 항상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사실상 드물다). - P250

지도자의 도덕적 의사 결정


과학 연구에서는 이전의 실험실 연구를 통해 명령을 내리거나 전달하는 역할이 행동을 직접 수행하는 경우와 비교하여 피해자에 대한 도덕적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해 왔다. - P251

밀그램의 실험 설정을 재현한 연구도 있다. 웨슬리 킬럼Wesley Kilham과 레온 맨Leon Mann은 중간자와 명령을 실행하는 요원의 위치를 직접 비교하여 밀그램과 유사한 실험 설계에서 두 역할의 복종 정도를 분석했다.¹⁹⁰ - P252

190 W. Kilham & L. Mann, Level of destructive obedience as a function of transmitterand executant roles in the Milgram obedience paradigm. Journal of Personalityand Social Psychology 29 (1974), 696-702. - P364

다시 말해 사람들이 중간자 위치에 있을 때는 복종도가 더 높아서 행위주체일 때보다 해를 끼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중간자 위치에 있는 것은 매우 편안하다. 즉 최초의 명령에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행동을 수행할 책임도 지지 않기 때문이다. - P252

명령자와 중간자의 뇌

신경과학자 입장에서, 2018년에 실시한 실험은 참가자의 주관적인 경험이 그들의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그대로 반영한 것인지 내 궁금증을 유발했다. - P256

(전략).¹⁹² 이 실험에서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이 강력한 권력 상황을 회상하는 것은 중립적인 상황의 회상과 비교했을 때, 주체의식에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관찰했다. 따라서 높은 권력 위치에 있는 것은 주체의식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 P257

192 S.S. Obhi, K. M. Swiderski, & S. P. Brubacher, Induced power changes the sense ofagency. Consciousness and Cognition 21 (2012), 1547-1550. - P364

하지만 이러한 연구는 커다란 한계가 있다. 즉 비록 참가자들에게 실제 사건을 기억하도록 요구했지만 실험 중에 그들이 그 자체로 높거나 낮은 사회적 권력 상황에 있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 P258

2018년에 우리는 명령을 내리는 사람들의 주체의식을 먼저 연구하기로했다. 명령자와 명령 실행 요원의 행위나 명령이 제삼자에게 실제적인 결과를 초래할 때, 그 둘 사이의 주체의식에 차이가 있는지 알고 싶었다.¹⁰⁸ - P258

108 E. A. Caspar, A. Cleeremans, & P. Haggard. Only giving orders? An experimentalstudy of the sense of agency when giving or receiving commands. PLoS One 13(2018), e0204027. - P358

우리 참가자들은 명령을 실행하는 요원의 역할에 비해 명령자의 역할에 있을 때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분명히 밝혔기 때문에 우리는 명령자 역할에서 더 높은 주체의식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암묵적 측정에서는 그런 결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 P259

주목할 점은 명령을 내릴 때 주체의식이 가장 낮은 명령자가 정신병적 특성을 측정하는 척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이다. 즉 정신병적 특성은 사람들이 명령을 내릴 때 주체성을 (그러므로 책임감까지) 느끼지못할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 P259

기계에 명령하기: 계층적 사슬의 새로운 과제?


우리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중략). 그리고 이러한 기술들이 계속 발전해 민간이나 군사 분야는 물론이고 사회에 더 깊이 통합됨에 따라, 앞으로는 책임을 이해하고 부여하기 위한 새로운 틀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다. - P262

우리는 응답자 200명이 참여한 소규모 조사에서 다섯 가지 잠재적 행위자(남성 한 명, 여성 한 명, 인간형 로봇 하나, 로봇 팔 하나, 기본적인 모터 하나)의 영상을 보도록 요청했다. (중략).
이러한 결과는 로봇의 인간적 특징 때문에 그 존재에 대한 책임감을 묻는 인식이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는 인간형 로봇이든 아니든, 로봇에게 명령을 내릴 때 인간에게 명령을 내릴 때보다 더큰 책임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 P263

인간은 기계에 책임을 전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평소라면 내리지 않았을 위험이나 결정을 감수하려는 의지가 강해질 수 있다. - P265

6

황폐함은 어디에나
있다


대량학살이나 전쟁 또는 극적인 갈등이 끝나고 나면 남는 것은 황폐함뿐이다. - P268

물론 숫자로 셀 수 있는 결과도 있다. (중략). 하지만 전쟁과 대량학살로 생기는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결과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다. 바로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감정적 결과다.  - P268

트라우마의 심리적 결과를 더 잘 인식하고 이해하려는 커다란 발전이 이루어졌으며, 이제 전쟁에서는 모든 사람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살아남은 피해자들은 영구적인 신체장애에 더해 심리적 트라우마까지 겪는다. - P269

폭력의 행사가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면 이러한 사람들을 위한 적절한 재활 및 재통합 프로그램을 계획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이 사회에 성공적으로 재통합될 가능성을 키우고 폭력적인 행동에 다시 빠질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 P271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이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즉 PTSD는 사람들이 트라우마 경험을 한 후 겪을 수 있는 일련의 반응을 말한다. 그렇다고 꼭 트라우마 경험 후에 바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 P271

성인의 PTSD 진단은 다양한 증상을 기준으로 하며, 이러한 증상은 일반적으로 장애의 다양한 측면을 포괄하는 네 가지 주요 범주로 묶을 수있다. (중략). 따라서 그들은 회피적이고 감정적으로 무감각해진다. - P272

그동안 심리학은 PTSD를 광범위하게 연구하고 조사했다. 의학과 신경과학 역시 그 증상과 근본적인 메커니즘에 관한 지식을 늘리는 데 큰 기여를 했으며, 덕분에 오늘날 더욱 효율적인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PTSD가 정신 건강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 P273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것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큰 타격을 준다.  - P274

스트레스가 많은 사건은 뇌를 변화시킨다

트라우마 사건을 경험하면 결정을 내리는 방식, 다른 사람의 감정을 처리하는 방식, 심지어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방식 등 여러 수준에서 뇌가 변화한다. - P275

PTSD 발병에 중요한 뇌 영역은 편도체, 측좌핵, 해마, 내측전 전두엽 피질의 네 개다(그림 5).²⁰⁷ 스트레스 상황을 겪으면 우리 몸(주로 눈과 귀)은 정보를 수집하여 뇌의 감정 처리 영역인 편도체로 보낸다.²⁰⁸ - P275

207 L.M. Shin, S. L. Rauch, & R. K. Pitman, Amygdala, medial prefrontal cortex, andhippocampal function in PTSD. Annals of the New York Academy of Sciences1071 (2006), 67-79.

208 E.A. Phelps & J. E. LeDoux. Contributions of the amygdala to emotion processing:From animal models to human behavior, Neuron 48 (2005), 175-187. - P366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몸의 반응은 매우 빠르고 효율적이어서 의식적으로 정보를 처리할 필요조차 없이 우리 몸은 ‘투쟁도피반응fight or flightresponse‘을 보인다. 이것은 우리 종의 생존을 책임지는 중요한 메커니즘이다. - P276

뇌가 계속해서 상황이 위험하거나 위협적이라고 인식하면 피질자극분비호르몬corticotropin release hormone, CRH을 분비하는데, 이 호르몬은 뇌에 있는 뇌하수체로 이동해 부신피질자극호르몬adrenocorticotropic hormone, ACTH의 분비를 촉진한다. 그다음 ACTH가부신으로 전달돼 코르티솔을 방출한다.²¹¹ - P277

211 S.A. Lowrance, A. Ionadi, E. McKay, X. Douglas, & J. D. Johnson. Sympatheticnervous system contributes to enhanced corticosterone levels following chronicstress, Psychoneuroendocrinology 68 (2016). 163-170. - P366

그러나 스트레스, 코르티솔, 해마의 크기 사이의 메커니즘이 아주 간단하지는 않다. - P278

전투원들의 말하지 않은 고통

실제로 전쟁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포함한 모든 관련자에게 깊은 심리적 영향을 미친다. 폭력 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미치는 심리적 영향에 어느 정도 면역이 되어 있다고 흔히 생각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 P280

최근 통계에 따르면 군 참전용사들은 광범위한 심리적 피해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또한 군 참전용사의 자살률은 매우 높아 미군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여겨지고 있는데, 특히 가장 젊은 연령대인 29세 이하에서 높다. - P280

최근의 한 정교한 연구에서,²³⁴ 연구자들은 다른 혼란변수를 최대한 통제해 전투 노출의 스트레스가 해마 부피의 감소와 관련이 있는지 이해하고자 했다.  (중략). 이러한 결과는 줄어든 해마의 부피가 유전적 요인과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해마의 부피가 줄어들어 PTSD가 발병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뒷받침한다. - P281

234 J.D. Bremner, M. Hoffman, N. Afzal, et al. The environment contributes more thangenetics to smaller hippocampal volume in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 Journal of Psychiatric Research 137 (2021), 579-588. - P368

PTSD 증상 외에도 군 참전 용사들은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느낌, 즉 자신의 도덕적 가치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는 느낌을 가질위험이 있는데 이것을 ‘도덕적 상처 moral injuries‘라고 부른다.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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