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때요?" "음, 재밌네. 으스스하고, 다른 미디어에서는 안 다루는 거고, 왜 인기가 있는지 알겠어. 하지만 이거, 확실히 심령 계통은 아니로군." - P40
"저주는 믿으십니까?" "아깐 유령을 믿느냐더니 이번엔 저주냐?" "아니 뭐, 전 유령도 저주도 절대로 없다고 생각하지만요. 고바야시 씨는 어떤가 싶어서요." "난 유령과 마찬가지로 중립파려나. 저주에 관해서는 어느정도 현실적인 이유로 효과가 있다고들 하니까." - P41
"그래. 어딜 다쳐도, 컨디션이 무너져도, 인간관계에 말썽이 생겨도 모두 저주 탓이라고 생각해 버려. 그렇게 점점 자신이 저주받았다는 사실에 얽매이는 거지. 이런 게 확증 편향이란 거야." "그런 걸 보면 인간도 참 바보 같네요." - P42
"고바야시 씨는 아닙니까?" "난 사람을 저주한 적은 없지만, 저주하고 싶단 생각을 한 적은 있어." "으아. 무섭네요." - P43
"뭐, 그 사람 인격에 따라서도 달라지니까 딱 잘라 말은 못 하겠네. 자네 보고 있으면 남을 저주할 만큼 속에다 뭘 담아 놓을 사람 같지는 않고." "그거 칭찬입니까?" - P43
"일단 이번 동영상은 그 오두막은 저주 의식이 치러진 장소였다. 이쯤으로 할까요." "그렇지. 그런데 심령사진 건은?" "예?" "아니, 동영상에 심령사진 찍힌 거 있잖아." - P44
"그래, 일단 봐 두려고. 저주 의식으로 각색하는 데 쓸 만한 소재가 있을지도 모르고." "알겠습니다. 잠깐 기다리세요. 일단 외장 하드디스크를 가져오길 잘했네요. 원본 데이터는 전부 여기에 넣어 두거든요. 어디 보자. 아마 이 폴더에... 아, 있다! 이겁니다, 이거. 지금 틀게요." - P45
"당연한 소리지만, 카메라 돌고 있는 동안엔 혼자서 계속 말을 하네." "그런 건 말하지 마세요. 창피하니까. 뭐, 실제로 쓰는 건 3분의 1도 안 됩니다." (중략). "제가 사진 뒤적이는 부분이네요. 아는 사람 사진이라도 보신 겁니까?" "....." "어라? 진짜요?" "아니, 이 사진, 확대할 수 있나?" - P46
"나이 여자 본 적 있는 것 같다." (중략). "아냐.... 이 여자를 본 적 있다기보다, 이 사진을 본 적이 있는거 같다고." - P46
"조사한 결과, 이 여자가 의문의 죽음에 이르렀다면 더 재미있어지겠죠." "난 그렇게까진 말 안 했다." - P47
"사진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광경이 워낙 충격적이어서 유일무이하단 인상을 받긴 했지만, 사실 이런 장소가 딱히 드물지는않아." - P47
"사진에 일관성이 없어. 피사체의 성별도, 찍힌 장소도 연대도 다 제각각. 만약 이게 변태 한 사람 짓이라면 어떤 공통점이 있는게 자연스럽지 않나? 같은 카메라, 이를테면 폴라로이드로 찍은 것만 떨어져 있다거나. 그런데 그런 공통점이 거의 없어. 유일하게 있는 게, 한 사람만 찍은 사진이 많다는 거 정도야." - P48
"그러고 보니 생각이 났는데요." (중략). "아뇨, 그런 거 말고 고바야시 씨가 말한 유형 말입니다. 인형이었나, 뭐 그런 게 가득 버려진 폐공간.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요." - P49
(전략). "고생 많으셨습니다." "불러내서 미안하네." "괜찮아요. 촬영 안 할 땐 그냥 집에 틀어박혀 지내니까 기분전환하기 딱 좋네요. 그나저나 패밀리 레스토랑이라뇨." - P51
모 유튜버의 증언
내가 간 곳은 오카야마 쪽에 있는 ‘인형의 집‘이라는 폐가였어. 거기, 인형이 잔뜩 매달려 있는 데야. 목이라도 맨 거처럼. (중략). 문을 뛰어넘어서 사전에 인터넷에서 본 대로 툇마루 끄트머리 쪽에 있는 망가진 덧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어. 밖에서 본 것보다 훨씬 엉망진창이었는데, 바닥 곳곳이 꺼져 있어서 조심조심걸어갔지. 일단 목적지는 안쪽 다다미방이었어. - P52
거기에 인형을 매달아 놓은 누군가는 들보 가득 매달고도 아직 모자랐나 봐. 매달아 둔 인형의 다리나 팔에 다시 비닐 끈을 감아 또 인형을 매달아 놓은 거야. 구슬 엮듯이. 그런 게 몇 개씩 이어지는 바람에 다다미에 발이 거의 닿은 인형도 많았어. - P53
9시쯤 돼서 다시 폐가로 잠입했어. 두 번째니까 꽤 수월하게 들어갔지. (중럇). 슬슬 그 방에 들어가서 안을 둘러봤지. 처음 본 것처럼 놀라고 무서워하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복도에서 남자가 나타났어. 나 진짜 놀라 죽는 줄 알았다. - P53
애초에 그 남자가 누군지도 몰라. 게다가 불법으로 쳐들어간 건내 쪽이니까 그냥 막 속이 탔지. 경찰에 신고하면 야단날 테니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하는데, 그때 남자가 손에 들고 있는 게 딱 눈에 들어오는 거야. 편의점 비닐봉지를 들고 있다는 건 처음부터알고 있었는데, 그 봉지 입구로 작은 머리가 보이더라고. - P54
그 폐가에서 본 건 그게 다야. (중략). 집에돌아와서 차분하게 녹화 데이터를 돌려보니까 남자가 나타난 타이밍에 너무 초조해서 녹화 모드를 안 껐더라고. (중략). 내가 좀 편집에 공을 들이는 편이어서 약 일주일에 걸쳐천천히 작업을 진행했어. 그러는 동안 현실에서 그 인형을 몇 번인가 본 거야. - P55
동영상 편집도 슬슬 끝날 무렵이었을 거야. 저녁을 먹으면서 무심코 티브이를 켰더니 뉴스를 하고 있더라고. (중략). 뉴스에서는 변함없이 아나운서가 사건의 수사 상황을 말하고 있는데, 화면이 좀 이상해. 카메라가 꽃이며 과자 같은 추모 물품이 쌓인 곳으로 천천히 다가가더니 점점 그 인형 가까이 가는거야. - P57
"꽤 무서운 이야기군." "그래요? 착각이겠죠. 저로선 그렇게 인형 꼬락서니로 나타난 수상쩍은 놈한테 곧바로 인터뷰를 딸 근성이 있었으면 싶은데요." "이케다 군, 자네도 그 인형 가져다 놓는 사람만큼이나 정상이 아니야." - P58
"이십 년쯤 전에 그 주차장에서 좀 큰 사건도 일어났었지." (중략). "(전략). 그때 남자가 저항했다가 집단 구타 당한 거야." (중략). "괜찮은지 어떤진 모르겠고, 그렇다고 그 주차장이 심령 명소가 될 만한 일은 또 없었던 모양이야." "그렇군요. 그 에피소드, 딱 안성맞춤 같은데." "그게 안 그렇더라고. 그 남자 살아 있거든." - P59
"그래. 죽은 게 아니니까 심령 명소는 못 되지. 치안은 안 좋은거 같지만." - P60
"인터넷에 있는 사연이 복잡한 사진이라. 사짜 냄새 풀풀 나는데." - P60
(전략). "이런 이벤트도 다 하고, 요즘 절도 먹고살기 힘드네요. 그나저나 이 사진에 얽혔다는 사연은 뭐고, 찍힌 여자는 대체 누굽니까?" "나한테 이야기해 준 글쟁이가 오컬트 업계에선 비교적 발이넓은 편이야. 그 이벤트에도 기획과 운영을 맡아 참가했고, 덕분에 상세하게 이야기를 들었지." - P61
모 작가의 증언
(전략). 그때도 이벤트 기획하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독창성을 좀 살릴 수 있을까,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 끝에 생각해 낸게. 그 심령사진 정화 기획입니다. 주지 스님을 설득하는 거부터 시작해서 심령사진을 비추는 프로젝터도 구해야 하고, 준비하느라 제법 고생했어요. 그래도 제일 힘들었던 거라면 역시 심령사진 모으는 거였죠. (중략). 그 여자에게서 연락이 온 것도 디엠이었습니다. (중략). 다만 곁들여진 문장을 읽으니까, 이게 진짜라면 이벤트에서 먹힐 거 같았습니다. - P62
"이 사진 탓에 무슨 곤란한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아니면 이 사진에 찍힌 여성분, 공양을 올리고 싶으신 건가요"라고요. 그랬더니 이런 답장이 왔습니다. "최근에 우리 딸이 가끔 이상한 짓을 하기 시작했어요. 두 살배기인데, 밤이 되면 어느샌가 같이 자던 침대에서 빠져나갑니다. (중략). 그것과는 별개로, 가끔 나쁜 말을 내뱉기도 하고요. 그래서 참 난처할 때가 맞습니다 저는 알아요. 분명히 그 사진 탓이에요." - P63
신경이 쓰여서 "따님이 내뱉는 나쁜 말이란 게 뭡니까?" 물었더니 "어째서 그런 걸 꼬치꼬치 캐물으시는 거죠? 사생활에 관한겁니다"라며 갑자기 감정적인 답장을 보내더군요. 아, 이거 좀 이상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더는 파고들지 않았습니다. - P64
이벤트 당일, (중략). 관계자려나 싶어서 가보니까 여자가 혼자 절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중략). 그때 딱 알았죠. 아, 디엠 보낸 사람이구나. (중략). "정말 정화 잘 부탁드려요. 꼭 해 주세요. 꼭 부탁드립니다." - P64
정화는 물론 했습니다. 애초에 그런 기획이었고요. - P6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