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삼일포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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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요?"
"음, 재밌네. 으스스하고, 다른 미디어에서는 안 다루는 거고, 왜 인기가 있는지 알겠어. 하지만 이거, 확실히 심령 계통은 아니로군." - P40

"저주는 믿으십니까?"
"아깐 유령을 믿느냐더니 이번엔 저주냐?"
"아니 뭐, 전 유령도 저주도 절대로 없다고 생각하지만요. 고바야시 씨는 어떤가 싶어서요."
"난 유령과 마찬가지로 중립파려나. 저주에 관해서는 어느정도 현실적인 이유로 효과가 있다고들 하니까." - P41

"그래. 어딜 다쳐도, 컨디션이 무너져도, 인간관계에 말썽이 생겨도 모두 저주 탓이라고 생각해 버려. 그렇게 점점 자신이 저주받았다는 사실에 얽매이는 거지. 이런 게 확증 편향이란 거야."
"그런 걸 보면 인간도 참 바보 같네요." - P42

"고바야시 씨는 아닙니까?"
"난 사람을 저주한 적은 없지만, 저주하고 싶단 생각을 한 적은 있어."
"으아. 무섭네요." - P43

"뭐, 그 사람 인격에 따라서도 달라지니까 딱 잘라 말은 못 하겠네. 자네 보고 있으면 남을 저주할 만큼 속에다 뭘 담아 놓을 사람 같지는 않고."
"그거 칭찬입니까?" - P43

"일단 이번 동영상은 그 오두막은 저주 의식이 치러진 장소였다. 이쯤으로 할까요."
"그렇지. 그런데 심령사진 건은?"
"예?"
"아니, 동영상에 심령사진 찍힌 거 있잖아." - P44

"그래, 일단 봐 두려고. 저주 의식으로 각색하는 데 쓸 만한 소재가 있을지도 모르고."
"알겠습니다. 잠깐 기다리세요. 일단 외장 하드디스크를 가져오길 잘했네요. 원본 데이터는 전부 여기에 넣어 두거든요. 어디 보자. 아마 이 폴더에... 아, 있다! 이겁니다, 이거. 지금 틀게요." - P45

"당연한 소리지만, 카메라 돌고 있는 동안엔 혼자서 계속 말을 하네."
"그런 건 말하지 마세요. 창피하니까. 뭐, 실제로 쓰는 건 3분의 1도 안 됩니다."
(중략).
"제가 사진 뒤적이는 부분이네요. 아는 사람 사진이라도 보신 겁니까?"
"....."
"어라? 진짜요?"
"아니, 이 사진, 확대할 수 있나?" - P46

"나이 여자 본 적 있는 것 같다."
(중략).
"아냐.... 이 여자를 본 적 있다기보다, 이 사진을 본 적이 있는거 같다고." - P46

"조사한 결과, 이 여자가 의문의 죽음에 이르렀다면 더 재미있어지겠죠."
"난 그렇게까진 말 안 했다." - P47

"사진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광경이 워낙 충격적이어서 유일무이하단 인상을 받긴 했지만, 사실 이런 장소가 딱히 드물지는않아." - P47

"사진에 일관성이 없어. 피사체의 성별도, 찍힌 장소도 연대도 다 제각각. 만약 이게 변태 한 사람 짓이라면 어떤 공통점이 있는게 자연스럽지 않나? 같은 카메라, 이를테면 폴라로이드로 찍은 것만 떨어져 있다거나. 그런데 그런 공통점이 거의 없어. 유일하게 있는 게, 한 사람만 찍은 사진이 많다는 거 정도야." - P48

"그러고 보니 생각이 났는데요."
(중략).
"아뇨, 그런 거 말고 고바야시 씨가 말한 유형 말입니다. 인형이었나, 뭐 그런 게 가득 버려진 폐공간.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요." - P49

(전략).
"고생 많으셨습니다."
"불러내서 미안하네."
"괜찮아요. 촬영 안 할 땐 그냥 집에 틀어박혀 지내니까 기분전환하기 딱 좋네요. 그나저나 패밀리 레스토랑이라뇨." - P51

모 유튜버의 증언

내가 간 곳은 오카야마 쪽에 있는 ‘인형의 집‘이라는 폐가였어. 거기, 인형이 잔뜩 매달려 있는 데야. 목이라도 맨 거처럼.
(중략).
문을 뛰어넘어서 사전에 인터넷에서 본 대로 툇마루 끄트머리 쪽에 있는 망가진 덧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어. 밖에서 본 것보다 훨씬 엉망진창이었는데, 바닥 곳곳이 꺼져 있어서 조심조심걸어갔지. 일단 목적지는 안쪽 다다미방이었어. - P52

거기에 인형을 매달아 놓은 누군가는 들보 가득 매달고도 아직 모자랐나 봐. 매달아 둔 인형의 다리나 팔에 다시 비닐 끈을 감아 또 인형을 매달아 놓은 거야. 구슬 엮듯이. 그런 게 몇 개씩 이어지는 바람에 다다미에 발이 거의 닿은 인형도 많았어. - P53

9시쯤 돼서 다시 폐가로 잠입했어. 두 번째니까 꽤 수월하게 들어갔지. (중럇).
슬슬 그 방에 들어가서 안을 둘러봤지. 처음 본 것처럼 놀라고 무서워하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복도에서 남자가 나타났어. 나 진짜 놀라 죽는 줄 알았다.  - P53

애초에 그 남자가 누군지도 몰라. 게다가 불법으로 쳐들어간 건내 쪽이니까 그냥 막 속이 탔지. 경찰에 신고하면 야단날 테니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하는데, 그때 남자가 손에 들고 있는 게 딱 눈에 들어오는 거야. 편의점 비닐봉지를 들고 있다는 건 처음부터알고 있었는데, 그 봉지 입구로 작은 머리가 보이더라고.  - P54

그 폐가에서 본 건 그게 다야.
(중략). 집에돌아와서 차분하게 녹화 데이터를 돌려보니까 남자가 나타난 타이밍에 너무 초조해서 녹화 모드를 안 껐더라고.
(중략). 내가 좀 편집에 공을 들이는 편이어서 약 일주일에 걸쳐천천히 작업을 진행했어.
그러는 동안 현실에서 그 인형을 몇 번인가 본 거야. - P55

동영상 편집도 슬슬 끝날 무렵이었을 거야. 저녁을 먹으면서 무심코 티브이를 켰더니 뉴스를 하고 있더라고. (중략).
뉴스에서는 변함없이 아나운서가 사건의 수사 상황을 말하고 있는데, 화면이 좀 이상해. 카메라가 꽃이며 과자 같은 추모 물품이 쌓인 곳으로 천천히 다가가더니 점점 그 인형 가까이 가는거야. - P57

"꽤 무서운 이야기군."
"그래요? 착각이겠죠. 저로선 그렇게 인형 꼬락서니로 나타난 수상쩍은 놈한테 곧바로 인터뷰를 딸 근성이 있었으면 싶은데요."
"이케다 군, 자네도 그 인형 가져다 놓는 사람만큼이나 정상이 아니야." - P58

"이십 년쯤 전에 그 주차장에서 좀 큰 사건도 일어났었지."
(중략).
"(전략). 그때 남자가 저항했다가 집단 구타 당한 거야."
(중략).
"괜찮은지 어떤진 모르겠고, 그렇다고 그 주차장이 심령 명소가 될 만한 일은 또 없었던 모양이야."
"그렇군요. 그 에피소드, 딱 안성맞춤 같은데."
"그게 안 그렇더라고. 그 남자 살아 있거든." - P59

"그래. 죽은 게 아니니까 심령 명소는 못 되지. 치안은 안 좋은거 같지만." - P60

"인터넷에 있는 사연이 복잡한 사진이라. 사짜 냄새 풀풀 나는데." - P60

(전략).
"이런 이벤트도 다 하고, 요즘 절도 먹고살기 힘드네요. 그나저나 이 사진에 얽혔다는 사연은 뭐고, 찍힌 여자는 대체 누굽니까?"
"나한테 이야기해 준 글쟁이가 오컬트 업계에선 비교적 발이넓은 편이야. 그 이벤트에도 기획과 운영을 맡아 참가했고, 덕분에 상세하게 이야기를 들었지." - P61

모 작가의 증언

(전략).
그때도 이벤트 기획하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독창성을 좀 살릴 수 있을까,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 끝에 생각해 낸게. 그 심령사진 정화 기획입니다.
주지 스님을 설득하는 거부터 시작해서 심령사진을 비추는 프로젝터도 구해야 하고, 준비하느라 제법 고생했어요.
그래도 제일 힘들었던 거라면 역시 심령사진 모으는 거였죠.
(중략).
그 여자에게서 연락이 온 것도 디엠이었습니다. (중략). 다만 곁들여진 문장을 읽으니까, 이게 진짜라면 이벤트에서 먹힐 거 같았습니다. - P62

"이 사진 탓에 무슨 곤란한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아니면 이 사진에 찍힌 여성분, 공양을 올리고 싶으신 건가요"라고요.
그랬더니 이런 답장이 왔습니다.
"최근에 우리 딸이 가끔 이상한 짓을 하기 시작했어요. 두 살배기인데, 밤이 되면 어느샌가 같이 자던 침대에서 빠져나갑니다. (중략). 그것과는 별개로, 가끔 나쁜 말을 내뱉기도 하고요. 그래서 참 난처할 때가 맞습니다 저는 알아요. 분명히 그 사진 탓이에요." - P63

신경이 쓰여서 "따님이 내뱉는 나쁜 말이란 게 뭡니까?" 물었더니 "어째서 그런 걸 꼬치꼬치 캐물으시는 거죠? 사생활에 관한겁니다"라며 갑자기 감정적인 답장을 보내더군요.
아, 이거 좀 이상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더는 파고들지 않았습니다.  - P64

이벤트 당일, (중략). 관계자려나 싶어서 가보니까 여자가 혼자 절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중략). 그때 딱 알았죠. 아, 디엠 보낸 사람이구나.
(중략).
"정말 정화 잘 부탁드려요. 꼭 해 주세요. 꼭 부탁드립니다." - P64

정화는 물론 했습니다. 애초에 그런 기획이었고요.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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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놈이 서 있다. SNS로 확산되는 현대 괴담 고찰

올해 4월 X(옛 트위터)에 올라온 어떤 글이 세간에서 화제가 되었다.
"아니 잠깐만, 요 며칠 같은 시간에 집 앞으로 이상한 놈이 걸어가는데."
깊은 밤, 이 글과 함께 올라온 20초쯤되는 동영상. 거기에는 섬뜩한 인물이 찍혀 있었다. (후략). - P16

(전략).
"글이 좀 무겁네요."
전화에서 울려 퍼지는 여성 편집자의 지친 목소리.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고바야시는 알 수 없었다.
"무겁다라... 무슨 뜻이죠?"
"아무래도 고바야시씨, 종이에 익숙하신 분이니까."
그럴 마음은 아니었겠지만, 말의 이면에서 모멸의 기운이 느껴졌다. - P21

"풍선남‘이 지금 SNS에서 난리가 났다, 무섭더라, 그 정도면돼요. 이렇게 깊게 파고들 거 없이."
그럼 내가 안 써도 되지 않나. - P21

전화를 끊고 생각에 잠겼다. 이건 기사일까. 취재도 하지 않고 새로운 정보도 제시하지 않고 그저 SNS의 화제를 옮길 뿐이다. - P22

제1장

변태
오두막

(전략).
나는 걸었다. 밤의 주택가를, 그 장소를 향하여. 전에 갔을 땐 확실히 여름. (중략). 틀림없이 그 인간은 웃는 얼굴로 찍혀 있겠지. 나를 비웃는 듯한 미소를 머금은.
그런 인간, 죽으면 좋겠다고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빌었던가.
그 바람은 이루어졌을 텐데. 그랬는데. - P24

"아니, 그야 이케다 씨는 동영상으로도 봤고, 금발이니까 눈에도 잘 띄고."
"반말하셔도 됩니다. 고바야시 씨는 상상했던 것보다 키가 크시네요. 세 보이는 아저씨 같기도 하고…."
(중략).
"뭐긴요, 시샤 카페잖아요."
"아니 그게, 내가 이런 덴 처음이라서. 젊은 애들 사이에서 유행하나 봐?" - P25

"미안. 유튜버에다가 나이 차도 많이 나는 사람과는 일할 기회가 없었어. 아무래도 장단을 맞추기가 쉽지 않네."
"여기 있었네요. 젊은 사람 외계인 취급 하는 타입이. 암튼 뭐전 이런 사람이고요. 그렇게 부담 안 가지셔도 됩니다." - P26

"그래, 미안. 가도카와 출판사 기준에 이케다 군의 <오컬트양키 채널> 구독자 수로는 팬북 간행 기획이 통과되기 좀 어려울수 있어. (후략)." - P27

"유튜브 세계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요즘 시대에 오컬트잡지 따위 읽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까. 다들 맛있는 가게나 멋있는 옷 같은 거, 자기 생활과 직결되는 그런 거에 흥미가 있겠지."
"글쎄요. 그건. 암튼 제 채널도 실속 없는 패션 인플루언서 채널은 못 이겨 먹지만 열광적인 팬은 있습니다." - P28

"예. 전 유령 같은 거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래서 심령 명소 따위 하나도 안 무섭습니다. 아니, 무서워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다른 유튜버가 무섭다고 야단야단, 못 들어가는 데까지 척척 들어가는 거죠. 아마 그런 점이 시청자에게 먹혔을 거고요." - P29

"그야 당연하지. 그건 그렇고 나로선 좀 이해가 안 가는데, 채널 구독자 수가 몇십만 명이면 굉장한 거 아닌가? 유튜버만 해도 먹고살 수 있을 거 같은데."
"고작 20만 명으로는 무립니다. 애드센스⁶ 광고 단가도 점점 내려가고 있고, 제 채널로는 이렇다 할 일감 의뢰도 안 오고요. 애초에 자기들 맘대로 민감한 동영상이라고 판정해 버리면 광고도 안 붙으니까요."


6구글이 운영하는 광고 중개 서비스. - P30

"점점 고바야시 진짜 캐릭터를 알 것 같네요. 속내를 숨기고 이쪽의 정보를 캐는 게 기자 같네요." - P31

"만드는 우리 쪽 입장에서 말이야. 시청자한테 인기 있는 데라고 해서 꼭 그 배경에 뭔가 불길한 과거가 있고 꼭 그럴 것 같진 않아서 엄청 유명한 심령 명소였는데 알고 보니 그저 분위기만 그럴싸한 폐공간이었다. 그런 데도 있을 거 아냐."
"고바야시 씨, 되게 고지식하시네요." - P32

"각색이건 창작이건 조작에는 리얼리티가 필요하니까. 실화괴담을 내세운 작품도 필자에 따라서는 체험자에게 들은 이야기를 대폭 부풀려서 쓰곤 해. 하지만 그건 체험자의 에피소드가 바탕에 있어서 가능한 거지. (후략). - P34

"아뇨, 유령 같은 게 아니라, 이제 보시면 알 테지만, 제 채널에서도 손꼽히는 변종입니다. 사람이 무서운 계열이라고 하나."
(중략).

[위험천만] 산속 변태 오두막에 잠입하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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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괴 이야기들을 찾아 모텔 방에 있는 기드온 성경을 뒤적였다.
롯이 소알에 들어갈 때에 해가 돋았더라. 나는 읽어나갔다. 여호와께서 하늘 곧 여호와께로부터 유황과 불을 소돔과 고모라에 비같이 내리사 그 성들과 온 들과 성에 거주하는 모든 백성과 땅에 난 것을 다 엎어 멸하셨더라.
뭐 그런 거지. - P37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고들 한다. 나도 물론 앞으로는 돌아보지 않을것이다. - P37

2

들어보라:
빌리 필그림은 시간에서 풀려났다. - P39

빌리는 1922년 뉴욕 주 일리엄에서, 그곳 이발사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 P40

빌리는 부자가 되었다. 바버러와 로버트, 두 자식을 두었다. 시간이지나 딸 바버러도 검안사와 결혼했고, 빌리는 그에게 사업 자금을 대주었다. - P41

(전략).
그러다가 사전에 아무런 말도 없이 빌리는 뉴욕 시티로 갔고, 이야기를 나누는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갔다. 그는 시간에서 풀려나게된 이야기를 했다. - P42

편지에 따르면 그곳 생물은 키가 60센티미터에 녹색이며, 변기 뚫는도구처럼 생겼다. 흡인컵은 땅에 붙어 있었고, 아주 유연한 자루는 대개 하늘을 가리키고 있었다. - P43

그리고 기타 등등.
빌리는 텅 빈 집의 지하 휴게실에서 이 편지를 쓰고 있었다. - P44

"거짓말하지 마세요, 아버지." 바버러가 말했다. "내가 불렀을 때 제대로 들었다는 거 다 안다고요." 바버러는 아주 어여쁘고 젊은 여자였다. 다리가 에드워드 7세 시대 그랜드 피아노 같다는 것*만 빼면.

* O자로 휘어 있다는 의미.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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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판타지랜드로 들어가다

이 책을 구상하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전 일이다. 1990년대 후반에 나는 이 주제로 글을 몇 개 쓴 적이 있다.  - P10

2000년대까지만 해도 진실스러움이라든가 현실 기반 공동체 따위의말에 농담 이상의 의미가 있지는 않았던 터다. - P12

나는 내가 이해하려 애썼던 이 복잡한 미국적 현상은 수십 년 전이 아닌 수백 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 P12

우리 모두가 제각기 합리성과비합리성의 양 극단 사이 어디쯤에 위치해 있는 사람들이고, 누구나 근거 없는 예감이라든가 말도 안 되는 미신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나치게 흥분한 나머지 주관성이 객관성을 완전히 덮어버리도록 놔두고 마치 의견이나 감정이 객관적인 사실만큼이나 옳은 듯이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점이다.  - P13

이런 일들은 모두 우리가 탈사실 post-factual과 탈진실 post-truth이라는 용어(사실이나 진실인지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태도나 입장을 가리킴_옮긴이)를 자주 접하기 전에 일어났던 것들이다. - P14

온갖 허위사실에 열광하는 이런 현상은 대체 어떻게 이처럼 널리 퍼질 수 있었던 것일까?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대안현실 속에 살고 있는 걸까? - P15

(전략).
여기서 알아둬야 할 점이 하나 있다. 3분의 1이 X를 믿는다거나 4분의 1이Y를 믿는다고 내가 말할 때, 그 사람들이 완전히 겹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환상은 다양한 종류가 나란히 받아들여지거나 서로서로 부추기기도 한다. - P16

우리는 대체 왜 이러는 걸까?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살펴볼 내용이다. 간단히 답하자면 우리가 미국인이기에 그렇다고 하겠다. 미국인으로 산다는 것은 곧 자신이 원하는 거라면 무엇이든 믿을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믿음은 다른 이들의 믿음과 동등하거나 우월하며, 우리는 전문가란 존재들이 지긋지긋하다. - P17

이 책에서는 분명하고 확인 가능한 거짓말들뿐 아니라 훨씬 더 광범위한부분들까지 다룰 것이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다양한 분야를 두루 살피다 보니 마침내 미국의 변화가 분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 P19

옛날에는 한 방에 부자가 되고 싶다면 라스베이거스로, 또 현란한 허구의 공간을 걸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정신병 환자는 아니라면 디즈니랜드로가야했다. ‘테마 theme‘라는 단어는 예전엔 동사가 아니었다. 포르노물도 그리 흔하지 않았고 성형수술도 드물었다 - P21

물론 가짜 가슴을 가지거나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 게임을 한다해서 그 사람이 자기방어에는 반자동소총 열두 자루가 필요하다거나 백신이자폐증을 유발한다거나 지구가 6,000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믿기 쉬워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 P21

엉터리 생각에 빠진 수많은 동료 시민들이 그 자유를 남용하는 방식은 두렵고 혐오스럽지만, 우리는 이 새롭고 달콤하고 극단적인 자유를 ‘좋아한다‘ - P22

실제를 환상으로 취급하고 환상을 실제로 취급하며 터무니없는 생각을 진지하게 여기는 현상이 미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인들이 유달리 그런현상에 푹 빠져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 P23

부디 우리가 길지만 임시적인 우회로에 있는 상황일 뿐이기를, 어떻게든 제길로 돌아가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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