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봐도 재미있는.

설정 상으로만 존재하는 것도 좋고. 마지막에 있던 샌시의 일기장은 실물로도 가지고 싶지만, 아무래도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올 것 같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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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전략).
여경이었다.
"남자분들이시네요. 지금 터널 안에서 관광버스 추돌 사건이 발생해서 사람을 대피시키고 있습니다. 도와주실 수 있나요? 지원인력이 올 때까지만 도와주시면 됩니다." - P183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관광버스의 승객들은 인천시 무지개아파트 통장들이었다. (중략). 따라서 대부분 승객이 중년여성들이었다.
"여기예요! 여기로 어서 나오세요!" - P184

"휴~, 우리가 두 명 살렸네."
(중략).
우리는 모닝 옆에서 담배를 피웠다. 대현 선배와 수원 선배는 서있고 나는 쭈그려 앉았다. 차 앞문에 등을 기댔다. - P187

사마리안 법이 있다고 하지만 심폐소생술을 하고 성추행으로 고소당하는 경우가 있다. 생면부지 생명을 구해주었는데 고맙다는말 대신 고소장이 돌아올 수도 있다.
만일 여자가 자신이 의식이 있었다고 하면 성추행범이 되는 것이다. 내가 아니라는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없으면 성추행범이된다. - P188

대부분 무혐의가 된다지만, 대부분이란 단서가 붙는다. 도대체 대부분이란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걸까? - P189

우리나라의 성범죄 유죄율이 90%다. 선진국이라고 하는 독일은8%, 스웨덴은 23%다. (중략). 법은 상황이 필요 없다. 오로지 행위만을 따진다. - P189

감성은 꺼져가는 생명을 구하라 해도, 죽음보다 더한 성추행범이란 낙인과 후폭풍이 두려워 이성이 말린다. 한번 눈감으면 인생편하게 사는데 그런 위험을 누가 감수하려 할까?
법은 문화라 했다. - P190

 경찰이라는 물리력은 항상 나와 가까이 있지 않다. 경찰은사건이 발생하고 나서나 끝난 상황에 온다. 나를 가까이서 지켜주는 것은 사회적 도덕심으로 무장된 주변의 시민들이다. - P192

어떻게 거꾸로 가해자 부모나 형제들이 감시카메라 영상을 찾아서 제출하고 한 번만 현장검증해달라고 해야 해요. 성추행범을 검사들이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니라고 증거를 제출해야 하는 이런 코미디가 어디 있어요.  - P194

우리는 지구대 파출소장으로 생각했다.
(중략).
경찰관은 공손히 허리 숙여 인사했다. 우리도 허리 숙여 인사했다.
"구조 활동을 저희가 해야 하는데, 본의 아니게 위험한 상황에빠지게 해서 죄송합니다." - P196

"(전략).
할당제가 문제라는 거죠. 할당제는 말 그대로 능력이 안 되어도뽑아야 한다는 거예요. 범인은 남자 여자 가리지 않는데, 여자의체력기준은 형편없이 낮아요. 뽑으면 뭐 해요? (후략)." - P198

"(전략). 힘들게 일했으면 더 대접해주고, 진급도 더 빨리 시켜줘야 하는 것 아니에요? 그게 자본주의 논리 아닙니까? (후략)."
보수 성향인 선배는 공산주의 같은 논리에 더욱 분개했다. - P200

"최영아 순경, 여기 이분들 우리를 도와주시다가 약속 시각이 늦으셨다거든. 지금쯤 터널이 어느 정도 정리되었을 테니깐 가서 통과시켜드려."
지시를 마친 경위는 현장으로 갔다.
(중략).
물을 뿌리는 소방관들은 모두 남자였다. 현장 소방관 중에도 여자소방관은 없었다. - P203

9


우리는 간신히 약속 시각 십 분 전에 스카이호텔에 도착했다. (중략).
"야! 저기는 빨간색이잖아. 저기는 여자만 주차할 수 있는 ‘여성전용 주차장‘이라고!" - P204

"내가 왜 당신 아주머니야! 아줌마가 여성 비하 용어인 거 몰라요! 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이 있나! 뭐가 이해야! 여기는 여자 전용인데 왜 남자가 차를 대. 차 빼요!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내 자리를 자기들이 대면서, 뭐 배려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지랄도풍년이에요." - P206

"여기 이분들 설명이 맞거든요. 여사님이 다른 곳에 주차하시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조용한 대표의 말에 퉁퉁한 아주머니는 박력 있게 대답했다. 더하여 삿대질까지.
"야! 네가 뭔데 맞다, 틀리다 하는 거야. 안 비켜! 내 자리를 왜내가 비켜야 하는데!" - P208

김 이사는 대표에게 지시받은 대로 이동 주차를 이야기했지만 퉁퉁한 아주머니는 자신은 여성으로서 여성 전용 주차구역에 끝까지 주차하고 싶다고 했다. (중략).
회장 전용 주차장이라는 말에 아주머니 얼굴에 희미하게 미소가지어지는 것이 어두운 유리창을 통해서 보였다. 허영심은....... - P209

"저희 잘못인데요. 죄송합니다. 주차 요원이 없던 것도 문제고, 여성 우선 주차장을 만든 우리에게도 잘못이 있죠."
호텔 대표가 다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장애인 주차장처럼 여성 우선 주차장은 설치 의무사항 아닌가요?" - P210

"(전략).
막말로 자본주의에서 회사는요, 사람이건 짐승이건 나에게 돈을많이 벌어다 주는 애를 좋아하는 게 이치예요. 능력이 우선인 거죠. 침팬지가 돈을 많이 벌어다 주면 저는 그 침팬지를 좋아할 겁니다. 월급도 많이 주고요. 남자 여자가 아니라고요.
(후략)." - P213

"끌어내림의 법칙이라 하잖아요. (중략) 젊은 여자 혼자 하는 사업이 잘나가니 이상한 고소가 들어오더라고요. 법률상담을 받으러 법무법인에 찾아갔는데, 그때 만난 게 우리 남편이에요. 두 살이나 어려요." - P215

"어머, 대표님 오셨어요?"
유니폼을 입은 여자가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중략).
"저 애가 우리 매니저인데 내가 여자 중에 재만 믿어요. 아주 열심이에요. 빼는 것도 없고 시키는 것도 얼마나 잘하는지, 젊었을때 나를 보는 것 같아요." - P216

"저년이에요, 앞에서는 알랑방귀 뀌고 뒤에서 호박씨 까는 년이. 오늘 해고 통보해야 하는데 잘될지 모르겠네요. 초면인데, 제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네요." - P217

일어난 딸은 눈물을 흘리며 울먹울먹 말을 이어나갔다.
"아빠,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 줄 알아? 나, 섬으로 팔려 가는 줄알았어, 아빠, 아빠면 다야? 내가 유학비 달라고 했을 때, 줬으면내가 이런 일 당하지 않잖아. 진작에 돈 구해줬으면 내가 이 고생안 해도 되었잖아!
아빠! 아빠가 그러고도 아빠야! 딸, 유학비 일억 하나 해주지 못하는 게 아빠냐고! 어떻게 딸을 이렇게 고생시킬 수 있냐고!" - P218

10

(전략). 무진 1호는 벌써 점검을마치고 주기장에 나와 있었다. 이제 왼쪽 1번 엔진에 교체부품인 호스만 장착하면 된다.  - P220

 소장님의 물음에 어제 저녁부터 오늘 새벽까지의 사정을 이야기했다. (중략).
"엄격히 말해서 근무지 이탈에 복무 위반입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고 할 일은 다 했으니, 그냥 제 선에서 끝내겠습니다. (후략)." - P221

다들 담배를 빨다 말고 멍하게 대현 선배를 바라보았다.
"우리, 마누라가 인정해주지 않건, 자식들이 인정해주지 않건, 가족들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왔잖아? (후략)." - P222

산불은 일주일 더 기승을 부렸다.
하루 여덟 시간 이상의 비행으로 항공기 정비 주기가 빠르게 도래했다. (중략).
주말, 퇴근은 당연히 없었다.
그저 묵묵히 정비를 수행하고 산불진화에 항공기를 투입했다. - P224

각자의 삶 속에서 서로 소원해 갈 때쯤, 우리는 한 장례식장에서다시 모였다. 정확히 산불 대기기간이 끝난 두 달 뒤였다.
소장님의 장례식장이었다.
두 다리가 땅에 닿지 않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P225

11

(전략).
"그런데 소장님은 어떻게 돌아가신 거야?"
혼자 소주잔을 빙빙 돌리던 대현 선배가 말했다.
일순 침묵이 흘렀다.
관리소에서도 다들 침묵하고 있기에 정확한 내막을 몰랐다. 부분부분 흘려들은 ‘카더라 통신밖에 없었다.  - P227

간과하고 있었다. ‘여성이라 일을 잘하지 못한다. 여자라서 문제다.‘라는 이야기를 여자가 들었다면 이것은 성희롱으로 신고가 될수 있고 처벌도 될 수 있다. 소장님이 우리와 이야기할 때 그곳에있었던 여자 공무원이라면 김미정 사무관밖에 없었다. 소장님과의마찰로 앙심을 품고 신고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 P229

성희롱이라고 신고되는 순간 그 사람은 개쓰레기가 된다.
소장님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 P230

할 수 없이 나는 빠르게 최 팀장 반대편에 앉아 최팀장 귀에다 말했다.
절박했다.
‘최팀장님 더 말하면 2차 가해로 신고될 수 있어요. 제발 조용히말해요. 남들이 들으면 안 돼요. 우리는 신고되면 바로 처벌이고 바로 계약해지예요. 제발 조용히 해주세요.‘ - P231

최팀장은 자작으로 술을 따르고 바로 소주를 한 잔 들이켰다.
"소장님 와이프와 애들이라고 하는데 저 노랑머리 남자는 뭐예요?"
수원 검사관이 물었다.
"흥, 딱 보니 알겠네요. 내연남이에요, 내연남." - P233

우리는 최 팀장의 물음에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마땅한 답을 찾지 못했다.
"(전략). 보험금과 부조금, 유족연금을 받으러 온 거잖아요.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사망조의금도 나오고 또 소장님이 삼십 년 이상을 공직에 있어서 사무관이니 얼마나 많은 부조금이 들어오겠어요. 그리고 유족연금이 있잖아요." - P236

12


두 달 뒤.
선배가 죽었다.
대현 선배가 죽었다.
강원도에서 죽었다.
헬리콥터가 추락해 죽었다. - P245

13

(전략).
다음 날 선배는 출근하지 않았다.
(중략).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신원 미상 사체를 발견했는데 산림항공본부 작업복을 입고 있다고.
(중략).
시체를 확인했다.
선배였다. - P251

14

부부 상담 열 번째다.
나와 아내가 상담 선생님 앞에 앉았다. 상담 선생님은 웃으며 인사하고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내는 나에게 섭섭했던 것을 뱉어냈다.

(중략).

잠을 자려고 누웠더니 자꾸 자살 충동이 일어났다.
긴 숨을 들이쉬고 뱉어내었지만, 안정이 되지 않았다.
밖으로 나가 무작정 걸었다. - P259

감사과에서 연락이 왔다.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성추행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언제?
민수원 선배와 함께 딸을 만나러 가는 날이었다. - P260

[에필로그]

이 책은 남자의 일방적인 시각으로 쓰였습니다.
하지만, 결단코 남녀 편 가르기를 위해 쓴 소설이 아닙니다.
여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알지 못하는 중년 남성의 아픔을 여성들에게 알리고 남성들을 이해하고 보듬어달라고 쓴 글입니다. - P261

여성을 대변하고 이해하려 하고 목소리를 내는 책들은 많습니다.
그에 반해 남자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려는 책은 있었을까요? 거의 전무합니다.  - P262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 하겠습니다.
여러분 중년 남성의 높은 자살률의 원인이 외로움 때문이라는사실을 아시나요?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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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난롯가, 그리고 샐러맨더

불태우는 일은 즐겁다.
불꽃은 춤추면서 천천히, 그러나 결코 멈추는 일 없이 무엇이든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간다.  - P15

그의 흐릿한 머리를 감싸고 있는 헬멧에는 ‘451‘이라는 숫자가 커다랗게 아로새겨져 있다.  (중략).
그는 딱정벌레 등 껍데기 같은 헬멧을 벗어서 정성스럽게 문질렀다. 회색 먼지가 뽀얗던 헬멧은 곧 본래의 검은 광택을 드러내었다. 그는 자신의 방화복을 깔끔하게 펴서 헬멧과 함께 벽에 걸었다. - P16

그는 밖으로 나와서 밤이 깊어 가는 거리를 따라 걸으며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땅 밑에는 프로펠러식 열차들이 소리 없이 미끄러지며도시의 이곳저곳을 연결하고 있다. 마찰이 없도록 잘 닦여진 열차 통로를 한동안 지난 뒤 몬태그는 뜨거운 김과 함께 열차에서 내려 우윳빛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맡겼다. - P17

그러나 오늘 밤 그는 발걸음을 거의 멈추다시피 했다. 이미 모퉁이 반대쪽을 떠올리고 있는 그의 마음은 희미한 속삭임 같은 소리를 듣고 있었다. 숨쉬는 소리? 아니면 그저 누군가가 서 있는 것만으로도주위 공기가 부대껴서 가냘픈 비명을 지르는 걸까? - P18

소녀는 몬태그의 직업을 나타내는 옷의 장식들에서 눈을 들었다.
"방화수(fireman)이지요?"
소녀의 목소리가 한동안 끌리다가 멈췄다.
"흐흠, 어떻게 그걸?"
"나는 음, 난 눈을 감고서도 알 수 있었어요." - P19

"집에 가는 길이시면 같이 가도 될까요? 저는 클라리세 매클런이에요."
"클라리세. 나는 가이 몬태그요. 같이 갑시다. 이 늦은 시간에 여기서 뭘 하고 돌아다닌 거지요? 몇 살이나 되었어요?" - P20

그들은 계속 걸었다. 한동안 침묵이 계속되다가 소녀가 생각 끝에다시 말했다.
"저는 아저씨가 하나도 무섭지 않아요, 아시죠?"
몬태그는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사람들은 대개 무서워해요. 제 얘긴 방화수들을 무서워한다는 거예요. 그렇지만 아저씨도 결국은 사람들 중에 하나일 뿐이잖아요. 결국......." - P21

"그 동안 태웠던 책들 중에서 읽어보신 것은 없나요?"
몬태그는 웃었다.
"그건 법을 어기는 거지!" - P22

"보람 있는 일이죠. 월요일에는 밀레이 (미국의 시인-옮긴이)를, 수요일에는 휘트먼, 금요일에는 포크너를 재가 될 때까지 불태우자. 그리고 그 재도 다시 태우자. 우리들의 공식적인 슬로건이죠." - P22

소녀는 열심히 얘기를 계속했다.
"(전략). 삼촌이 한 번은고속도로에서 천천히 달려 봤대요. 시속 60킬로미터로. 근데 그랬다고 잡혀가서 이틀 동안 감옥에 있었어요. 재미있지 않아요? 또 어떻게 보면 서글프기도 하고요. 안 그래요?" - P24

. 그녀가 말했다.
"아저씬 행복하세요?" - P25

물론 나는 행복하다. 도대체 그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한 걸까? 내가 행복하지 않다고? 그는 텅 빈 방에다 대고 물었다.  - P26

소녀는 놀라운 능력을 지녔다. 자기 자신의 인상을 이처럼 뚜렷하게 남에게 줄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소녀는 꼭두각시 인형극의 무대 바로 앞에 앉아서 아주 열심히 인형극을 구경하는 사람 같다.  - P27

계속 어둠에 싸인 채 몬태그는 이 방이 지금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봤다. 침대 위에는 아내가 잠옷도 제대로 걸치지 않고 몸을 쭉 펴고 누운 채 잠들어 있을 것이다. 마치 무덤가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처럼.
(중략).
아까 발로 찼던 물체가 몬태그의 침대 구석에서 반짝거리고 있다. 수면제가 담겨 있던 유리병이다. 낮에만 해도 수면제 알약 서른 개가 담겨 있던 그 병은 지금 텅 비고 뚜껑도 달아나버린 채 희미한 불빛속에 뒹굴고 있다. - P31

그들은 기계를 가져왔다. 그들은 사실 기계를 두 대나 가져왔다. (중략).
그들은 담배를 피우며 서 있다. 담배 연기가 그들의 코 근처를 맴돌아 눈에까지 뻗쳤지만 그들은 눈을 깜박이거나 얼굴을 돌리지도 않는다.
(중략).
"아, 물론 댁의 부인은 아무 문제없을 겁니다. 우리는 항상 알맞은 장비들을 가지고 다니니까. 지금 당장은 저렇지만 이제 안심해도 됩니다. 내가 말했다시피 묵은 것을 털어 내고 새 것을 채워 넣으면 아무 문제없다고요." - P33

우리는 너무나 많은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어. 우리는 수십 수백억의 가면들을 쓰고 있어. 너무 많아, 너무.  - P34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르겠어."
몬태그는 수면제 한 알을 입에 털어 넣었다. - P37

밀드레드는 몬태그의 입술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어요?"
"기억이 안 나?" - P38

그녀는 다시 대본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래, 오늘 오후엔 뭘 방송하지?"몬태그는 심드렁하게 물었다.
그녀는 대본에서 눈길을 떼지 않았다. - P40

"내 1년치 봉급의 3분의 1이군."
"2000달런데 뭘. (중략). 네 벽을 전부 텔레비전으로 바꿔버리면 우린 집에 가만히 앉아서 매일매일 이국적인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잖아요. (후략)."
"그래, 당신 말마따나 간단하게 세 번째 벽을 텔레비전으로 바꾼게 불과 두 달 전이잖아, 기억 안 나?"
"그러면 충분하단 말인가요?" - P41

몬태그도 답례를 하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그 연극은 어떻게 끝나지? 행복하게 끝나나?"
"아직 다 안 읽어봤어요."몬태그는 그녀에게로 걸어갔다. 그는 대본의 마지막 쪽을 들어 잠시 읽어보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 P42

빗방울은 많이 가늘어졌다. 소녀는 고개를 하늘로 쳐든 채 보도 한복판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 위로 빗방울들이 떨어졌다. 소녀는 몬태그를 보고는 생긋 웃었다.
(중략).
소녀는 몬태그의 턱을 유심히 쳐다보더니 얼굴을 찌푸렸다.
(중략).
"안타깝네요, 아저씨는 아무하고도 사랑을 하고 있지 않아요."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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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자기 연민은 추호도 섞이지 않은, 크나큰 안식과 체념에 관한 시다. 무시무시할 정도로 가까이 다가선 문제를 눈앞에 두고도, 그녀는 여전히 예술가라는위치를 지키며 실제적인 과제에 몰두하고 있다. 각 이미지가 저마다의 소리 없는 충만한 생명을 발현하도록 이끄는 일에만 전념하는 것이다. - P77

모든 게 예정대로만 되었더라면, 아래층 남자가소녀에게 문을 열어 주지 못할 정도로 가스에 중독되지만 않았더라면, 실비아는 분명 구출되었을 것이다.
나는 그녀도 그렇게 되길 바랐으리라 생각한다. - P79

. 요컨대, 예술가의 세계에서는 때로 자연이 예술을 모방한다. - P80

 시가 그녀의 내부에 갇힌 죽음을 구체화해 내놓았던 것이다. 그것도 몹시 생생하고 창조적인 방법으로, 죽음에 관하여 쓰면 쓸수록 그녀의상상 세계는 더 강렬해지고 풍요로워졌다. - P81

그녀는 자신의 고통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다소 조현병적인 방식으로나마 그 고통을 떨쳐 버리고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척할 수 있는 사람인 것처럼 여겨졌다. - P83

제2장

자살의 역사적 배경


제2장

자살의 역사적 배경

(전략). 엘리자베스 시대의 법률가인 풀벡은1601년에 쓴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살자의 "시체는 말에 이끌려 치욕의 형장으로 끌려가고 거기서교수대에 달아 놓는데, 치안판사의 허가 없이는 아무도 시체를 끌어내리지 못한다." 말하자면 자살은 가장흉악한 범죄와 다를 바 없는 흉악한 행위였다. - P91

. 자살자의 매장지로 선택하는곳은 대개 공개 처형이 이뤄졌던 십자로였으며, 매장할 때는 죽은 사람의 얼굴 위에 돌을 올려놓았다. - P91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서로 비슷한 시체 모독이 유럽 곳곳에서 행해졌다. - P92

유럽에서는 이런 원시적 보복이 법률에 의해 공식적인 권위를 갖게 되었고, 그에 따라 국가경제적에 이익까지 가져다주었다. - P92

이러한 공식적·법적 부조리는 악독하고도 뿌리깊었던 이 오래된 편견이 (다행히도) 마지막으로 피워올린 창백한 불꽃이었다. 그 형벌의 잔인함은 자살이라는 행위에 대한 공포에 비례하는 것일 테다. 그렇다면 본질적으로는 그토록 개인적이라 할 수 있는 자살행동이 어떤 이유로 그러한 원시적 공포와 미신을 불러일으킨 것일까? - P95

자살자를 십자로에 묻어야 한다고 제정한 그 박식한 법학자들은 바간다의 마법사와 똑같은 편견을 갖고있었다.⁷ - P96

7. Fedden, op. cit., pp. 27~48 - P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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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드위트 앤드 롱스트리트 사
9월 5일 토요일 오전 9시


토요일 아침, 섬 경감이 드위트 앤드 롱스트리트사의 출장소에 들어섰을 때 긴장된 분위기는 그다지 감돌지 않았다. 직원들과  고객들이 바람처럼 들어선 경감을 놀란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 P80

"네, 안나 플랫이라고 해요. 사 년 반 동안 롱스트리트 씨의비서 일을 해왔습니다." - P81

"사실대로 말씀드리죠. 롱스트리트 씨는 언제나 드위트 씨를 못살게 굴었어요. 드위트 씨가 사업적인 면에서 자신보다 뛰어났기 때문에 그것이 늘 마음에 안 들었던 거죠. 그래서 드위트씨를 못살게 굴었고, 비록 회사에 손해가 날지라도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았어요." - P81

"롱스트리트는 그렇게 많은 현금으로 대체 뭣을 했을까요?
이 회사에서만도 굉장한 수입이 있었을 게 분명한데 말이오."
안나 플랫의 갈색 눈이 빛났다.
"아마도 롱스트리트 씨만큼 돈 씀씀이가 헤펐던 사람은 없을거예요." - P83

"결국 드위트는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고, 롱스트리트는 그의 단물만 빨아먹었다는 거로군요? 알 만하오!" - P84

. 경감이 던지는 유도신문에 호락호락 걸려들지만은 않는 영리한 아가씨였다. 경감은 나직하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얌전하게 앉아 있는 단발머리 아가씨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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