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바레인 2022

2022년 3월 초, 포뮬러 1 레이스카(드라이버, 메카닉, 요리사, 퍼스널 스타일리스트 등과 함께)를 싣고 세계 곳곳에서 출발한 개인 전용기와 화물 수송기들이 사막의 나라인 바레인으로 모여들었다. (중략).
F1 무대에서 가장 부유한 이 팀이 올해는 또 무슨 장치를 꾸며왔는지 다들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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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출간되었을 줄 몰랐다.
간단히 훑어보니 일본판과 다른 것 같다.
물론 일부 번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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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이번에는 훨씬 수월할 거예요. 셰자오후가 시신을 옮길 때 여행 가방이나 수레를 이용했을 테니까요."
쉬유이와 팀원들은 그제야 칸즈위안의 말을 이해했다. - P336

"그건 안 돼요. CCTV 영상은 개인 프라이버시에 관한 중요한 물증이라 외부로 유출할 수 없어요."
"그럼 제가 여기 와서 보는 건 가능하겠군요? 어차피 이증거와 보고서도 다 보여주셨잖아요." - P336

(전략). 칸즈위안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과 차들에 시선을 고정한 채 턱을 살짝 까딱였다.
"새 작품 원고는 다 썼어요. 조금 수정하고 윤문하는 일만 남았어요."
"마지막 작품이라고 했죠?"
칸즈위안이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고개를 들어 쉬유이를보았다.
"네."  - P338

"소재가 뭐예요?" 쉬이가 무심코 물었다. (중략).
"마흔살의 은둔형 외톨이와 원조 교제 소녀의 러브스토리요.." - P338

"추리소설이라고 반드시 살인이 등장하진 않아요." 칸즈위안이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그럼 추리와 로맨스를 섞은 거예요?"
"음・・・・・・ 제가 잘못 얘기한 것 같군요. 사실 사랑은 주제가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로 ‘고독‘에 관한 이야기죠." - P339

"사실 난 칸 선생이 왜 이렇게 셰바이천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매달리는지 모르겠어요." - P340

"바이천은...... 내 생명의 은인이에요."
"생명의 은인이라고요?"
"갈레이 빌딩 화재 기억하세요?"
(중략). 1996년 11월오후, 카오룽 조던에 있는 갈레이 빌딩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빌딩 전체가 화마에 휩싸여 이튿날 낮이 되어서야 화재가 완전히 진압되었는데 사망자 40명과 부상자 80명이 발생한 홍콩 역사상 최악의 고층 빌딩 화재 사건이었다. - P341

"그 사건의 부상자들이라고요? 홍콩섬에 살면서 왜 카오룽에 있는 안과에 갔어요?" 쉬유이가 물었지만 칸즈위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 P342

화면 속에 작게 찍힌 데다 입과 코가 마스크에 가려져 있었지만, 그 남자가 셰자오후라는 걸 쉬유이도 알아볼 수 있었다. 키와 체형, 헤어스타일이 일치할 뿐 아니라 가슴 앞으로 멘 파란색 슬링백도 칸즈위안이 얏신 스트리트에서 몰래 촬영한 사진속 가방과 똑같았다. - P343

망자의 고백•4

죽음은 두렵지 않다. 두려운 건 준비 없는 갑작스러운 죽음이다. 지금도 꿈에서 그 지옥을 본다. - P344

어느 날 밤 9시가 넘어 피곤한 몸을 끌고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길에 외삼촌을 만났다.
(중략).
"내가 설마 너한테 보험을 팔겠냐?" 외삼촌이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 P347

외삼촌이 날 겁주려고 과장해서 말하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사실 나는 그 제안에 솔깃했다. 옌스에 취직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앞날이 훨씬 밝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여야 할까? - P349

내가 임무를 완수하자 외삼촌은 무척 기뻐하며 똑똑하다고 칭찬했다. (중략).
다만 그 후 내게 불행이 닥칠 줄은 몰랐다. 어쩌면 나는 옌스그룹을 나오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아니, 애초에 외삼촌의 제안을 거절하고 그 교육회사에서 계속 수습생으로 일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 P350

8장

"촬영된 날짜는 올해 1월 6일 토요일이고, 시간은 저녁 7시정각." 쉬유이는 부하들에게 현재 확인된 정보들을 알려주었다. "아쉽지만 같은 시간대의 다른 영상에는 찍히지 않았어. 이 몇 초가 전부야." - P354

"이상한데요. 차를 왜 거기다 세웠을까요? 징평가든 주차장에 시간제 유료 주차를 하면 단칭맨션까지 더 가깝잖아요." 아싱이 물었다.
"유료 주차장에는 CCTV가 있잖아." 쉬유이가 짧게 대답했지만 팀원 모두 그의 말을 알아들었다.  - P355

"지난번에 위대하신 작가님께서 자오후가 시신을 영화 소품으로 속였을 수 있다고 했는데, 셰바이천의 지능이 초등학생 수준이라면 몰라도 그걸 누가 믿겠어요?" 자치는 아직 칸즈위안에게 떨떠름한 감정이 남아 있었다.  - P357

 "최면은 소설에나 나오는 거지, 현실에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아냐. 현실에도 있어. 심리 치료에 최면술이 유용하게 쓰이고 있어. 1985년 브레마 힐 살인 사건에서도, 1993년 튄문 살인 사건에서도 증인이 최면 상태에서 중요한 단서를 기억해냈어. 실제 사례가 있다고…………….
" - P359

팀원들도 그 섬뜩한 제목을 보았다.

전격 공개! 은둔족 살인마 피해자의 단짝 친구 출연! 변태 살인마를 만나는건 시간문제

영상이 올라온 곳은 가십 잡지 <팔주간》의 유튜브 채널이었다. 채널 소개에 잡지사의 홈페이지 주소도 있었다. 영상 섬네 - P360

"고작 한 달 같이 살았으면서 단짝 친구는 무슨." 샤오후이는 제목 장사로 관심을 끌려는 잡지사의 꼼수가 얄미웠다. - P363

쉬유이는 칸즈위안이 기자들을 경계한다는 걸 알아채고 샤오후이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 아침 《팔주간》 동영상을 보자마자 메이펑 아주머니께 다른 데로 피해 계시라고 했어요." 칸즈위안이 말했다. - P364

"누군지 기억해요. 셰바이천의 장례식에서 샤오후이도 봤을거예요. 샹씨 아주머니 집이 어디죠? 우리가 그리로 가죠."
"마온산이요. 메이펑 아주머니가 주소를 적어놓고 가셨어요. 잠깐 기다리세요." 칸즈위안이 현관 옆 신발장 위에 놓인 잡동사니 틈에서 쪽지를 꺼냈다. - P365

"칸 선생의 집에서도 이 골목이 보입니까?" 쉬유이가 물었다.
"아뇨, 바이천의 집에는 큰길 쪽으로 창이 난 방이 있지만,
저희 집은 창 앞이 큰 빌딩으로 막혀 있어요. 어떤 창문을 내다보아도 볼만한 풍경은 없어요."
"누가 이 철문을 여닫으면 거기까지 소리가 들리겠죠?"
"저 방에 있어야 들리죠." 칸즈위안이 창문을 가리켰다.  - P366

"셰자오후가 바이천을 조종한 거라니까요. 그가 궈쯔님의엄마를 조종해 등쳐먹은 이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중명되지 않습니까?"
(중략).
"그게 거짓말이라고 해도요?"
"입증하기 힘든 논리라고 해도요." 쉬유이는 ‘거짓말‘이라는 표현을 일부러 피했다. - P368

"데이비드 보위?" 음악이 흘러나오자 쉬유이가 물었다.
"아, 팬이세요?" 칸즈위안이 물었다.
"아뇨. 친구 집에서 많이 들어서 이 목소리만 알아요. 이 노래는 처음 듣는군요." - P369

"요즘은 다들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들어요. CD는 시장에서 거의 사라졌어요. 바이천은 유독 이 앨범만 좋아했어요. 특히 네 번째 곡이요." - P370

"쉬, 쉬 경위님, 난 진짜 아무것도 몰라요…………. 제발 믿어주세요. 바이천은 착한 아이예요. 걔가 사람을 죽였을 리도 없고 나도 무슨 공범 같은 거 아니에요...... 그 여자애는 우리 집에 온 적이 없어요. 방에서 나오지도 않은 바이천이 무슨 원조교제를 한답니까....... 흑흑......." - P371

"아드님과 얘기를 나누지는 않으셨어요?"
"걔 방에서 무슨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기는 했어요. 게임을하는 건지 영화를 보는 건지 몰라서 방해하지 않았어요. 평소에도 걔가 바쁠 때 노크를 하면 버럭 화를 냈어요..... 주식거래를 할 때는 1초 차이로도 돈을 벌고 잃는다는 걸 아니까 최대한 말을 걸지 않으려고 했어요.. - P374

샹씨 아주머니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직업 없는 바이천도 생활비를 내놓는데 만날 큰 사업 한다고 큰소리치는 아후는 자기 누나를 현금인출기로 안다니까요. 흥!" - P375

쉬유이가 고개를 돌려 샤오후이와 칸즈위안과 눈빛을 주고 받았다. 조금 전 그 말로 셰자오후가 1월 6일에 셰메이펑을 만나러 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되었고, 그 후에도 누나를보러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경찰의 주의를 끌지 않 - P377

쉬유이도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었다. 삼합회끼리 구역 다툼을 벌이다가 협상이 결렬된 뒤 대규모 폭력 충돌이 벌어져 네 명이 사망했다.
"궈타오안을 아는 사람은 더 없어요?"
"모르겠어요. 돼지껍데기파가 흡수될 때 조직원들이 뿔뿔이흩어져서 찾기 힘들 거예요." - P380

《팔주간》의 보도가 큰 이슈가 되는 바람에 쉬유이도 브리핑을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응대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새로운 단서의 출현으로 그도 자신감이 생겼다. (중략). 그런데 그가 브리핑 준비를 다 마쳤을 때상관인 차이 경감이 그를 불렀다. - P382

"(전략). 가십 잡지가 원조 교제 여성의 입을 통해 경찰의 무능을 날카롭게 지적했고 그에 동조하는 댓글이 많이 달렸어. (중략). 언론 브리핑에서 사건이 해결됐다고 발표할 수는 없겠나?" - P383

"그러니까 자네는 그 은둔형 외톨이의 외삼촌이 진짜 범인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피해자 둘은 부녀 사이고?" 차이 경감이 물었다. - P384

"우린 피해 남성의 신원을 증명할 수가 없어. 노숙자일 수도있잖아. 십수 년 전 셰바이천이 뒷골목에서 시비가 붙어서 우발적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감췄는지도 모른다고. (후략)." - P385

차이 경감이 쉬유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 사건이 경찰에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오고경찰에 대한 시민의 반감이 더 커진다면 흑사회와 사기꾼, 범죄자들만 어부지리를 얻을 거야. 이미 결론이 난 사건을 끌어안고 자폭할 필요는 없잖아? 최대한 양보해서 설령 자오후가 진범이라 해도, 시신을 대신 보관해준 셰바이천도 범죄를 저지른 거야. (후략)." - P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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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들지 않아?" 홀워드는 청년의 침묵에 약간 놀랐으며 영문을 알지 못해 물었다.
"물론 마음에 들 테지." 헨리 경이 말했다. "이 그림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이 작품은 현대 예술의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일세. 난 자네가 무엇을 요구하는 대가를 기꺼이 지불하겠어. 이 작품은 내가 가지겠네." - P78

도리언 그레이는 여전히 자신의 초상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 낮게 중얼거렸다. "얼마나 슬픈 일인가! 난 점차 늙고 끔찍하고 흉해지겠지. 이 (중략). 내가 언제나 젊고 이 그림이 대신 나이를 먹을 수 있다면! (중략). 내 영혼이라도 기꺼이 내어줄 거야!" - P78

도리언 그레이가 돌아서서 그를 쳐다보았다. "아닐 거예요, 바질, 당신은 친구보다 작품을 더 좋아하잖아요. 당신에게 나는 청동조각상 정도의 가치밖에 없겠죠. 감히 말하지만, 그 정도도 안 될 거예요." - P79

"난 소멸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지닌 모든 걸 질투해요. (후략)." - P79

헨리 경은 어깨를 으쓱했다. "이것이 도리언 그레이의 참모습이지. 그뿐일세." - P80

그렇다, 그가 찾는 것은 날이얇고 유연한, 강철 재질로 된 길쭉한 팔레트 나이프였다. 그는마침내 그것을 찾았다. 캔버스를 찢을 작정인 것이었다.
청년은 울음을 억누르고 소파에서 얼른 일어났고, (중략). 그가 소리를 질렀다. "이건 살인이나 마찬가지예요." - P81

"바질, 만약 이 그림을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준다면 당신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도리언 그레이가 외쳤다. (중략).
"도리언, 이 그림이 자네 것인 줄 자네도 알잖나. 이 그림이 존재하기 전부터 난 이미 이걸 자네에게 주었다네." - P82

(전략). 헨리 경이 말했다. "어딘가에 볼 만할 게 있을 걸세. 난 화이트 클럽에서 식사 약속이 있는데, (중략). 아무래도 전자가 더 나은 변명일 것 같군. 훨씬 변덕스러워 보일 테니." - P82

화가는 입술을 깨물었고 컵을 든 채로 그림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난 진짜 도리언과 함께 남을 거야." 그는 슬프게 말했다.
"이게 진짜 도리언이라고요?" 그림의 본래 주인공이 화가에게 다가가며 큰 소리로 물었다. "내가 정말 이렇게 생겼어요" - P83

"도리언, 오늘 밤 극장에 가지 말게." 홀워드가 말했다. "가지 말고 여기에서 나와 식사를 들자고."
(중략).
"이미 헨리 워튼 경과 가겠다고 약속을 했으니까요."
"자네가 약속을 지키려 드는 걸 그는 좋아하지 않을 거야.
그는 항상 약속을 깨거든. 난 자네가 가지 말았으면 하네." - P84

"그리고・・・・・・ 해리!"
"왜 그러나, 바질?"
"내가 자네에게 한 부탁을 잊지 말게. 오늘 아침 정원에서했던 말."
"난 이미 잊었는걸."
"자넬 믿겠어."
"나도 나를 믿을 수 있으면 좋겠군." - P85

3장

다음날 12시 30분경 헨리 워튼 경은 그의 숙부 퍼머 경의 집을 방문하려고 커즌 가를 걸어 올버니⁵로 향했다. - P86

5) 남성 전용 독신자 숙소. - P357

. 정치적인 면에서 그는 보수 토리당원이었는데, 토리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는 예외였다. 그 기간 동안에는 그들을 급진파 무리라며 철저히 비난하기 일쑤였다.  - P87

 그는 자신이 못살게 구는 하인들에게 영웅이었으며, 그의 친지들 대부분에게도 골치 아픈 대상이었다. 그가 차례로 그들을 못살게 굴기 때문이었다. - P87

"조지 숙부님, 도리언 그레이라는 이름은 의회 보고서에는 안 나올 거예요." 헨리 경이 기운 없이 말했다.
"도리언 그레이라? 그가 누구지?" 퍼머 경이 빽빽한 흰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 P88

"켈소의 외손자라!" 노신사가 말을 받았다. "켈소의 외손자라니……………! (중략). 마거릿 데버루, 그녀는대단히 아름다운 소녀였지, 그래서 빈털터리인 어느 젊은이와 달아났을 때 모든 남성들을 미치게 만들었고. (후략)." - P89

"(전략). 그녀는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죽었지. 그런데 그녀가 아들을 남겼다니, 그게 정말이냐? 그건 기억이 안 나는구나. (흐략)."
"그는 아주 잘생겼어요." 헨리 경이 단언했다.
"그가 올바로 키워졌기를 바란다." 노인이 계속 말했다. "만 - P89

"만약 켈소가 마음을 고쳐먹었으면 그 청년은 상당한 유산을 받았을 게다. 그의 어머니도 재산이 많았지. (후략)." - P89

"해리, 마거릿 데버루는 내가 본 가장 사랑스러운 여인 중한 명이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녀가 그런 행동을 했었는지 난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누구든 고르기만 하면 결혼을 할 수 있었을 테니까. (후략)." - P90

 헨리 경이 말했다. "안녕히 계세요. 숙부님. 더 머물다간 점심 식사에 늦겠어요. 제가 찾던 정보를 주셔서 고마워요. 저의 새 친구들에 대해 저는 항상 모든걸 알고 싶거든요. 옛 친구들에 대해선 아무것도 알고 싶어 하지 않지만요." - P91

"점심 식사는 어디에서 하니, 해리"
"애거사 고모댁에서요. 그레이와 같이 식사를 하기로 청했답니다. 고모님은 최근에 그를 피후견인으로 삼으셨거든요." - P92

. 그는 사실을 그대로 전해 들었을 뿐이지만 그래도그 이야기는 생소하면서 거의 현대적인 낭만을 암시하듯 그의마음을 휘저었다.  - P92

그는 고상한 멋이 있었다. 소년기의 순백함을 갖추었으며 옛 그리스 조각상 같은 아름다움도 지니고 있었다. 그와 함께라면 못할 일이 없을 것같았다. 그는 타이탄이 되거나 장난감이 될 수도 있었다. - P93

(전략). 따라서 사물의 단순한 형태와 양식이 본래의 모습대로 정제되고, 어떤 상징적인 종류의 가치를 얻게 된 것이다. - P94

헨리 경은 문득 걸음을 멈추고 주위 집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고모댁을 얼마간 지나친 것을 깨달았고, 자신에게 미소를지으며 왔던 길로 되돌아섰다. - P94

헨리 경은 웃음을 터뜨렸다. "전 어떠한 변화도 바라지 않는 답니다. 영국에서 바뀌길 바라는 건 날씨뿐이죠." 그가 대답했다. "전 철학적인 고찰을 하는 것으로 꽤 만족한답니다. 한편 19세기가 지나치게 동정을 남발한 탓에 파멸해 가고 있다는 점을 따져본다면, 우린 과학에 의지해 모든 걸 똑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죠. 감정은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인도한다는 장점이있으며, 과학은 감정적이지 않다는 장점이 있죠."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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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이토록 남들과 구분되는 나의 고유성, 이른바 진정한 나를 찾는 데 집착하는가? - P132

인간의 영혼마저 경제적으로 경영되어야 할 ‘인적 자본‘으로 만드는 신자유주의화와 탈산업화가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졌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경제구조의 탈산업화는 대부분의 사람이 노동자로 살아남기 위해서 단순히 객관적 생산 능력을 계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면적 능력을 계발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 P132

산업화 사회에서는 주어진 일을 기계적·효율적으로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자가 누구인지는 거의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 P132

그러나 탈산업화 사회의 일은 기계적으로 맡은 임무만 해내면 되는 일이 아니다. (중략). 차별화된 노동자, 소위 ‘특별한‘ 노동자가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 P133

자아와 정체성을 단순히 내면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고 측량 가능한 것으로 의미화하는 치료요법적 자아관은, 노동자의 영혼이 이윤 추출의 수단이 되는 사회에 자발적으로 적응하도록 유도하는 데 대단히 효과적인 문화적 도구다. - P134

한편 개인 차원에서 보면 MBTI를 비롯한 성격 검사들은 흔히성격의 장단점을 파악해 강점을 키우고 단점을 보완할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꼭 맞는 진로와 커리어를 파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 P134

정신과 진단의 이데올로기적 효과

나를 이해하고 발견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중략). 그러나 현재의 자본주의는 타인과 자기 자신을 복잡하고 모호하며 맥락에 따라 변화하는 존재보다는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하나의 심리적 프로필처럼 사유하게 한다. - P136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현대인 대다수는 제대로 휴식도 취하지 못할 만큼 터무니없는 노동과 공부에 시달리며, 그 대가인 임금과 직업 안정성은 그 어느 때보다 낮은 수준이다. - P137

 예를 들어 청소년을 우울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은 성적에 대한 압박감으로, 청소년의 우울감에 미치는 영향이 소셜 미디어보다도 더 강력하다.³⁹ - P138

39 Katharine Sadler, Tamsin Jane Ford, Anna Goodman, Tim Vizard, Sally McManuset al., Mental Health of Children and Young People in England 2017: Trends andCharacteristics, NHS Digital, 2018. - P363

신자유주의 사회의 지배적 인간관은 인간을 오로지 돈과 성과에서 동기를 부여받는 경제적 인간이라고 가정한다. 하지만 사실 인간은 놀랍도록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 P138

(전략).
이런 와중에 스마트폰은 물론 업무나 공부를 위해 사용하는 아이패드나 노트북 등의 기기마저도 우리에게 시도 때도 없이 뉴스, 메신저, 이메일, 소셜 미디어 알림을 보내며 불가능한 멀티태스킹을 강제한다. - P139

요약하면, 대다수 현대인은 주의력을 빼앗고 우울하게 만드는 기술과 투쟁하며 온종일 턱없이 방대한 의미 없는 노동과 공부를해낸다. - P139

수많은 현대인들이 한 번쯤 자신이 ADHD가 아닌지, 우울증에 걸린 건 아닌지 의심한다. ADHD나 우울증에 걸리는 것도 ‘정상‘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이 집중력 결핍과 우울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살기 때문이다. - P140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실과는 달리 ADHD, 우울증 같은 질환들은 뇌의 구조적·신경화학적 이상에 대응되는 실체가 있는 질병이기보다는, 전문가들이 증상이라고 규정한 행동과 사고의 목록에 붙여진 임의적 이름에 가깝다.⁴³ - P140

43 박혜경, "우울증의 ‘생의학적 의료화‘ 형성 과정", <과학기술학연구>, 12권 2호, 2012, PP.117~157. - P364

(전략). 그럼에도 이러한 정신의학적 명칭들이 크게 대중화된 것은 일차적으로는 제약 업계들이 질병 마케팅을 통해 약물을 마케팅하고자 한 결과이기도 했다. - P141

수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자신이 ADHD나 우울증이 아닌지 의심해 보는 사회에서 이런 약물들이 더 잘 팔릴 것은 당연지사다. - P141

(전략).
데이비스는 정신과 진단을 남용할 때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가 만들어내는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탈정치화하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 범람하는 정신과 진단은 사실상 사회의 특성이기도 한 현상을 오로지 자신만의 문제인 것처럼 단순화하여 생각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공감과 연대가 이루어질 가능성을 훼손한다. - P142

5장


프로필 가꾸기
프로젝트



어른 되기의 어려움

어떤 사람이 "정말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누구도 알 수 없다. - P143

서구 각국에서는 1968년도를 기점으로 반자본주의, 반인종주의, 반전주의, 반가부장제 등의 의제를 내세운 이른바 신좌파 운동이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68 운동‘ 또는 ‘68혁명‘이라고도하는 이 사회적 변동은 다양한 흐름을 포괄하는데, 반자본주의 정신은 그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였다. - P144

그런데 《자본주의의 새로운 정신>의 저자인 프랑스 사회학자 뤽 볼탕스키와 이브 시아펠로는 "자본주의가 개인의 진정성과 자율성을 억압한다"는 이 비판을 자본주의가 흡수해,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자본주의의 기획을 효과적으로 실현하고 정당화해 왔음을 지적한다.⁵³ - P144

53 Ève Chiapello and Luc Boltanski, The New Spirit of Capitalism, Verso Books, 2005, PP. 439-443. - P365

 특히 전통적으로 수직적 집단주의 특성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는, 개인의 개성이나 특별함 혹은 진정성에 대한 추구는 어떤 형태건 그 자체로 부정의한 집단주의나 권위주의에 대한 반발이자 진보적 움직임으로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 P145

치료요법적 명칭의 획득이 자아 이해나 정체성 획득과 동일시되는 문화를 만드는 두 번째 요인이자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안정된 정체감 획득을 가능하게 하는 문화적·사회적 조건의 부재이다. - P145

나의 특별함이나 진정함을 느끼기 위해 반드시 내가 타인과 분리되고 차별화된 존재라고 느낄 필요는 없다. - P146

개인의 서사를 쌓아나가는 과정은 무엇보다 대화적인 과정이기도 하다. 단순한 나르시시즘과 대비되는 진정성의 윤리를 옹호하는철학자 찰스 테일러는 개인의 진정성은 타인과의 대화적 관계에 전적으로 의존한다고 주장한다. - P146

그러나 이른바 포스트모던한 현대 사회에서는 모든 공동체적 가치나 보편적 가치가 의심의 대상이 된다.  - P147

. 특히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자유는 선택할 권리와 동일시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런 자유관에서 공동체나 공동선의 추구는 개인의 선택 문제로 이해되기 쉽다. - P147

공동체가 단지 선택의 문제가 되어버린 사회에서 경쟁에서의 승리라는 신자유주의적 가치는 사실상 유일한 가치, 특히 젊은 세대의 유일한 가치처럼 되어버렸다. - P148

특히 지금의 청소년은 역사상 가장 긴 시기를 성과 형성에 쏟아붓는 세대로, 그 성과를 통해 체제에 적응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고 끊임없이 암시하는 환경에서 자란다. - P148

(전략).
그러나 우리가 어떤 가치와도 정신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것이 자율적 개인의 성과에만 집착하는 신자유주의 문화에서 비롯된 문제만은 아니다. - P149

많은 경우 이러한 탈권위주의적 변화는 진보적 사회 운동의 결과물이었다.  - P149

사실 현대인, 특히 청년들이 겪는 정체성 문제는 의미를 제공하는 제도와 공동체가 선택의 문제가 되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이러한 제도를 선택할 수조차 없게 되었다는 사실에 있는지도 모른다. - P150

대학은 학술 공동체를 제공하는 대신 스펙을 판매하는 일종의기업으로 탈바꿈할 것을 강요받았다. - P150

페미니즘이 비판한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은 교묘하게도 누군가를 부양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월급을 위해 남녀 모두 분투하는 모델로 대체되었고, 가족은 그야말로 사치품이 되었다. - P150

(전략).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온전히 자신을 책임지고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공동체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는 것, 즉 성인이 되는 것마저 달성하기 어려운 하나의 성과가 되어버렸다. - P151

그러나 현대 사회는 안정된 정체감을 가능하게 하는 어떤 견고한 의미나 가치도, 어떤 지속적 대화도 보장하지 않는다. - P151

정체성 위기를 극복한 성인이 되는 것마저 하나의 성과가 된 사회에서, 치료요법적 명칭을 정체성과 동일시하는 문화가 번성하는 현상은 놀랍지 않다. - P152

정체감은 사회나 공동체와 연관된 더 큰 의미와 타인의 인정에 항상 의존할 수밖에 없다.  - P153

HSP나 ADHD 같은 심리학적 명칭들의 부상과 유행에 급기야는 진보적 사회 변화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이런 명칭을 수용하는이들에게 (인종적 소수자나 성소수자를 연상케 하는) 소수자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심리 검사를 통한 심리적 명칭의 발견이 일종의 서사성이나 가치를 갖게 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 P154

개인의 특별함에 대한 집착은 타인과 내가 결국 같은 세상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어렵게 만들고, 진정성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타인을 나의 자아 탐색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존재로 보게 한다. - P155

영혼의 능력주의

진정성과 자존감을 강조하는 문화는 내가 생각하는 있는 그대로의나 자신을 찾고 받아들이는 일만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중략). 당신이 특별하다는 말은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임을 암시하기도 한다. 진정성과 자존감은 특정한 목표를 제안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욱 효과적으로 최적화 강박을 정당화한다. - P156

애착 유형과 ‘사랑받고 자란 사람‘에 대한 최근의 문화적 집착은 완성된 내면을 가진 인간을 원하고 선망하는 현대 청년들의 욕망을 보여준다. - P156

 회피형 애착유형인 주인공이 나오는 웹툰 <최서연의 회피한 날들> 1화에는 아직 별다른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았음에도 "회피형은 만나지 마라"는 댓글이 수두룩하게 달렸다. - P157

한편 한국에서는 사랑받고 자란 사람을 잠재적 친구나 데이트 상대를 판단하는 궁극의 휴리스틱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 P157

안정형 애착과 사랑받고 자란 사람에 대한 청년문화의 집착은 무해한 사람에 대한 집착의 연장선처럼 보이기도 한다. 내게 상처 대신 사랑만을 줄 준비가 된 존재, 이미 완성되어 더는 손댈 필요가 없는 공산품처럼 완벽한 내면을 갖춘 존재에 대한 갈망이 드러나는것이다. - P158

다양한 영역에서 능력과 조건이 뛰어난 사람을 뜻하는 ‘육각형인간‘이라는 유행어는, 완벽에 대한 집착이 이제 외모나 학력 같은전통적 기준을 넘어 성격이나 심리적 특질 같은 추상적 차원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P158

사람들은 안정형 애착 유형인 사람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자신이 안정형 애착 유형이 되기를 바란다. (중략).
높은 자존감을 갖춘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 할 뿐 아니라 먼저 자기 자신이 자존감 높은 사람이 되기를 열망하는 이도 적지 않다. - P159

반면 낮은 자존감은 가정 폭력이나 데이트 폭력에 노출되는 이유, 비정상적으로 이성에 집착하는 ‘남미새‘가 되는 이유, 빈곤을 탈출하지 못하는 이유 등으로 지목되며 그야말로 만악의 근원으로 취급받기도 한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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