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뇨. 이번에는 훨씬 수월할 거예요. 셰자오후가 시신을 옮길 때 여행 가방이나 수레를 이용했을 테니까요." 쉬유이와 팀원들은 그제야 칸즈위안의 말을 이해했다. - P336
"그건 안 돼요. CCTV 영상은 개인 프라이버시에 관한 중요한 물증이라 외부로 유출할 수 없어요." "그럼 제가 여기 와서 보는 건 가능하겠군요? 어차피 이증거와 보고서도 다 보여주셨잖아요." - P336
(전략). 칸즈위안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과 차들에 시선을 고정한 채 턱을 살짝 까딱였다. "새 작품 원고는 다 썼어요. 조금 수정하고 윤문하는 일만 남았어요." "마지막 작품이라고 했죠?" 칸즈위안이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고개를 들어 쉬유이를보았다. "네." - P338
"소재가 뭐예요?" 쉬이가 무심코 물었다. (중략). "마흔살의 은둔형 외톨이와 원조 교제 소녀의 러브스토리요.." - P338
"추리소설이라고 반드시 살인이 등장하진 않아요." 칸즈위안이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그럼 추리와 로맨스를 섞은 거예요?" "음・・・・・・ 제가 잘못 얘기한 것 같군요. 사실 사랑은 주제가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로 ‘고독‘에 관한 이야기죠." - P339
"사실 난 칸 선생이 왜 이렇게 셰바이천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매달리는지 모르겠어요." - P340
"바이천은...... 내 생명의 은인이에요." "생명의 은인이라고요?" "갈레이 빌딩 화재 기억하세요?" (중략). 1996년 11월오후, 카오룽 조던에 있는 갈레이 빌딩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빌딩 전체가 화마에 휩싸여 이튿날 낮이 되어서야 화재가 완전히 진압되었는데 사망자 40명과 부상자 80명이 발생한 홍콩 역사상 최악의 고층 빌딩 화재 사건이었다. - P341
"그 사건의 부상자들이라고요? 홍콩섬에 살면서 왜 카오룽에 있는 안과에 갔어요?" 쉬유이가 물었지만 칸즈위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 P342
화면 속에 작게 찍힌 데다 입과 코가 마스크에 가려져 있었지만, 그 남자가 셰자오후라는 걸 쉬유이도 알아볼 수 있었다. 키와 체형, 헤어스타일이 일치할 뿐 아니라 가슴 앞으로 멘 파란색 슬링백도 칸즈위안이 얏신 스트리트에서 몰래 촬영한 사진속 가방과 똑같았다. - P343
망자의 고백•4
죽음은 두렵지 않다. 두려운 건 준비 없는 갑작스러운 죽음이다. 지금도 꿈에서 그 지옥을 본다. - P344
어느 날 밤 9시가 넘어 피곤한 몸을 끌고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길에 외삼촌을 만났다. (중략). "내가 설마 너한테 보험을 팔겠냐?" 외삼촌이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 P347
외삼촌이 날 겁주려고 과장해서 말하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사실 나는 그 제안에 솔깃했다. 옌스에 취직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앞날이 훨씬 밝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여야 할까? - P349
내가 임무를 완수하자 외삼촌은 무척 기뻐하며 똑똑하다고 칭찬했다. (중략). 다만 그 후 내게 불행이 닥칠 줄은 몰랐다. 어쩌면 나는 옌스그룹을 나오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아니, 애초에 외삼촌의 제안을 거절하고 그 교육회사에서 계속 수습생으로 일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 P350
8장
"촬영된 날짜는 올해 1월 6일 토요일이고, 시간은 저녁 7시정각." 쉬유이는 부하들에게 현재 확인된 정보들을 알려주었다. "아쉽지만 같은 시간대의 다른 영상에는 찍히지 않았어. 이 몇 초가 전부야." - P354
"이상한데요. 차를 왜 거기다 세웠을까요? 징평가든 주차장에 시간제 유료 주차를 하면 단칭맨션까지 더 가깝잖아요." 아싱이 물었다. "유료 주차장에는 CCTV가 있잖아." 쉬유이가 짧게 대답했지만 팀원 모두 그의 말을 알아들었다. - P355
"지난번에 위대하신 작가님께서 자오후가 시신을 영화 소품으로 속였을 수 있다고 했는데, 셰바이천의 지능이 초등학생 수준이라면 몰라도 그걸 누가 믿겠어요?" 자치는 아직 칸즈위안에게 떨떠름한 감정이 남아 있었다. - P357
"최면은 소설에나 나오는 거지, 현실에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아냐. 현실에도 있어. 심리 치료에 최면술이 유용하게 쓰이고 있어. 1985년 브레마 힐 살인 사건에서도, 1993년 튄문 살인 사건에서도 증인이 최면 상태에서 중요한 단서를 기억해냈어. 실제 사례가 있다고……………. " - P359
팀원들도 그 섬뜩한 제목을 보았다.
전격 공개! 은둔족 살인마 피해자의 단짝 친구 출연! 변태 살인마를 만나는건 시간문제
영상이 올라온 곳은 가십 잡지 <팔주간》의 유튜브 채널이었다. 채널 소개에 잡지사의 홈페이지 주소도 있었다. 영상 섬네 - P360
"고작 한 달 같이 살았으면서 단짝 친구는 무슨." 샤오후이는 제목 장사로 관심을 끌려는 잡지사의 꼼수가 얄미웠다. - P363
쉬유이는 칸즈위안이 기자들을 경계한다는 걸 알아채고 샤오후이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 아침 《팔주간》 동영상을 보자마자 메이펑 아주머니께 다른 데로 피해 계시라고 했어요." 칸즈위안이 말했다. - P364
"누군지 기억해요. 셰바이천의 장례식에서 샤오후이도 봤을거예요. 샹씨 아주머니 집이 어디죠? 우리가 그리로 가죠." "마온산이요. 메이펑 아주머니가 주소를 적어놓고 가셨어요. 잠깐 기다리세요." 칸즈위안이 현관 옆 신발장 위에 놓인 잡동사니 틈에서 쪽지를 꺼냈다. - P365
"칸 선생의 집에서도 이 골목이 보입니까?" 쉬유이가 물었다. "아뇨, 바이천의 집에는 큰길 쪽으로 창이 난 방이 있지만, 저희 집은 창 앞이 큰 빌딩으로 막혀 있어요. 어떤 창문을 내다보아도 볼만한 풍경은 없어요." "누가 이 철문을 여닫으면 거기까지 소리가 들리겠죠?" "저 방에 있어야 들리죠." 칸즈위안이 창문을 가리켰다. - P366
"셰자오후가 바이천을 조종한 거라니까요. 그가 궈쯔님의엄마를 조종해 등쳐먹은 이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중명되지 않습니까?" (중략). "그게 거짓말이라고 해도요?" "입증하기 힘든 논리라고 해도요." 쉬유이는 ‘거짓말‘이라는 표현을 일부러 피했다. - P368
"데이비드 보위?" 음악이 흘러나오자 쉬유이가 물었다. "아, 팬이세요?" 칸즈위안이 물었다. "아뇨. 친구 집에서 많이 들어서 이 목소리만 알아요. 이 노래는 처음 듣는군요." - P369
"요즘은 다들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들어요. CD는 시장에서 거의 사라졌어요. 바이천은 유독 이 앨범만 좋아했어요. 특히 네 번째 곡이요." - P370
"쉬, 쉬 경위님, 난 진짜 아무것도 몰라요…………. 제발 믿어주세요. 바이천은 착한 아이예요. 걔가 사람을 죽였을 리도 없고 나도 무슨 공범 같은 거 아니에요...... 그 여자애는 우리 집에 온 적이 없어요. 방에서 나오지도 않은 바이천이 무슨 원조교제를 한답니까....... 흑흑......." - P371
"아드님과 얘기를 나누지는 않으셨어요?" "걔 방에서 무슨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기는 했어요. 게임을하는 건지 영화를 보는 건지 몰라서 방해하지 않았어요. 평소에도 걔가 바쁠 때 노크를 하면 버럭 화를 냈어요..... 주식거래를 할 때는 1초 차이로도 돈을 벌고 잃는다는 걸 아니까 최대한 말을 걸지 않으려고 했어요.. - P374
샹씨 아주머니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직업 없는 바이천도 생활비를 내놓는데 만날 큰 사업 한다고 큰소리치는 아후는 자기 누나를 현금인출기로 안다니까요. 흥!" - P375
쉬유이가 고개를 돌려 샤오후이와 칸즈위안과 눈빛을 주고 받았다. 조금 전 그 말로 셰자오후가 1월 6일에 셰메이펑을 만나러 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되었고, 그 후에도 누나를보러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경찰의 주의를 끌지 않 - P377
쉬유이도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었다. 삼합회끼리 구역 다툼을 벌이다가 협상이 결렬된 뒤 대규모 폭력 충돌이 벌어져 네 명이 사망했다. "궈타오안을 아는 사람은 더 없어요?" "모르겠어요. 돼지껍데기파가 흡수될 때 조직원들이 뿔뿔이흩어져서 찾기 힘들 거예요." - P380
《팔주간》의 보도가 큰 이슈가 되는 바람에 쉬유이도 브리핑을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응대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새로운 단서의 출현으로 그도 자신감이 생겼다. (중략). 그런데 그가 브리핑 준비를 다 마쳤을 때상관인 차이 경감이 그를 불렀다. - P382
"(전략). 가십 잡지가 원조 교제 여성의 입을 통해 경찰의 무능을 날카롭게 지적했고 그에 동조하는 댓글이 많이 달렸어. (중략). 언론 브리핑에서 사건이 해결됐다고 발표할 수는 없겠나?" - P383
"그러니까 자네는 그 은둔형 외톨이의 외삼촌이 진짜 범인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피해자 둘은 부녀 사이고?" 차이 경감이 물었다. - P384
"우린 피해 남성의 신원을 증명할 수가 없어. 노숙자일 수도있잖아. 십수 년 전 셰바이천이 뒷골목에서 시비가 붙어서 우발적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감췄는지도 모른다고. (후략)." - P385
차이 경감이 쉬유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 사건이 경찰에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오고경찰에 대한 시민의 반감이 더 커진다면 흑사회와 사기꾼, 범죄자들만 어부지리를 얻을 거야. 이미 결론이 난 사건을 끌어안고 자폭할 필요는 없잖아? 최대한 양보해서 설령 자오후가 진범이라 해도, 시신을 대신 보관해준 셰바이천도 범죄를 저지른 거야. (후략)." - P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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