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와 AI
AI의 급격한 발전을 가져온 말하기 도구
(전략). 21세기의 두 번째 10년 동안 플랫폼 기업의 자연어 처리팀은 점점 커져서 이 분야에서 머신러닝을 가장 집중적으로 활용한 집단이 되었다. - P89
학계의 AI 논의는 주로 자동 생성된 텍스트와 이미지의 저작권과 독창성 또는 문화적 차원의 문제에 주목했다. - P89
1997년 제프 호흐라이터 Sepp Hochreiter46와위르겐 슈미트후버⁴⁶가 제시한 순환 신경망 모델 LSTM(Long Short-Term Memory, 장단기 메모리)⁴⁷은 언어 처리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것으로 평가되었고⁶⁶ LSTM의 최적화는 21세기 초반 10년 동안 음성인식 분야의 비약적 발전을 끌어냈다.
46 슈미트후버의 제자로 그와 함께 순환 신경망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LSTM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66) Siehe Sepp Hochreiter, Jürgen Schmidhuber, 「Long Short-Term Memory」, 『Neural Computation 9』, 8, 1997, 1735-1780쪽, 여기서는 1768쪽 참조. - P90
페이스북 역시 논란을 일으켰던 ‘동영상으로의 전환Shift to Video’⁶⁸ 같은 프로그램으로 뒤를 따랐다.⁴⁸ 돌이켜보면 이는 내부 자동 음성인식 모델을 위해 가능한 많은 훈련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시도로 평가될 수 있다. 반면 자율주행 자동차를 비롯해 사람들의기대를 한껏 모았던 AI를 활용한 미래상은 여전히 실현을 기다리는 중이다.
48 페이스북은 2014년부터 동영상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페이스북은 2016년 동영상 중심으로 뉴스 피드를 변경했으며, 마크 저커버그는 동영상이 온라인 시장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당시 미디어 업계의 많은 기업이 기존 인력을 대량 해고하고 동영상 체제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페이스북이 동영상 광고의 효과를 과장하기 위해 ‘동영상 평균 체류 시간‘을 부풀렸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었다.
68) Alexis C. Madrigal, Robinson Meyer, 「How Facebook‘s Chaotic Push Into Video Cost Hundreds of Journalists Their Jobs」, 『The Atlantic』, 2018, 10, 18, www.theatlantic.com/technology/archive/2018/10/facebook-driven-video-push-may-have-cost-483-journalists-their-jobs/573403/, 접속일: 2025.01.10. - P91
플랫폼 구술성
말하는 인간과 읽는 기계
(전략). 글로 쓰인 텍스트와 다르게 구술 언어는 일시적이며 상황에 의존하는 특성이 있었다. 그러나 플랫폼에 의한 말하기 도구-장치를거치며 급진적 변화를 맞이했다. 과거 기록된텍스트에만 허용되던 특성들이 이제는 구술언어에도 부여되기 시작한 것이다. - P94
사실상 세계 최대의 검색 엔진은 구글이 아니라 유튜브와 틱톡이다. - P94
이러한 상황은 유튜브와 틱톡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이나 스포티파이 등의 온라인 서비스와 그 안의 동영상, 릴스, 숏폼 영상, 팟캐스트 같은 콘텐츠에도 모두 해당된다. 하지만 구술 언어의 주소 지정 가능성은 여전히 플랫폼의 특권으로 남아 있다. - P95
텍스트 생성에 이어 구술 형태의 발화도 플랫폼의 수익화체계에 편입된 것이다. - P95
플랫폼 구술성은 말하기 도구의 미디어 기술적 변화가 가져온 결과로 약 10년간 관찰된말, 지식, 텍스트 사이의 관계 역전 현상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구술 언어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 P96
상호성과 참여적 표현 때문에 그저구술적 특성이 부여된 텍스트가 아니라 진짜 ‘말‘이 소통의 중심이 되었다. 동시에 구술 언어와 텍스트의 관계는 이런 구조 속에서 더욱 복잡해졌다. - P97
"목소리는 차세대 거대 플랫폼이며, 알렉사가 이를 소유할 것이다." 미국의 IT 전문지 와이어드 Wired가 2016년 쓴 내용이다.⁷⁰
70) Jessi Hempel, 「Voice Is the Next Big Platform, and Alexa Will Own It」, 『Wiredд』, 2016.12.19, www.wired.com/2016/12/voice-is-the-next-big-platform-and-alexa-will-own-it/, 접속일: 2025.01.21. - P99
디플랫폼화deplatforming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에서 개인이나 그룹을 퇴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의 발언에 대한 검색가능성을 제한하는 것이다. - P101
크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일상적인 ‘말하기 도구‘인 헤드폰은 ‘플랫폼 구술성‘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 중 하나다. - P102
1980년대 초 워크맨이 등장했을 때 주변 환경과 자기 자신을 차단하는 행위는 문화 비관적담론을 자극하는 요소였다.⁸⁰
80) 이 복합적 현상에 ‘워크맨 효과‘라는 개념을각인시킨 텍스트는 다음과 같다. Shuhei Hosokawa, 「The Walkman Effect」, 『Popular Music 4』, 1984, 165-180쪽. - P103
당시 헤드폰 사용은 소비주의와 탐욕, 반사회적 고립, 자기 도취적이고 쾌락만을 추구하는 세대의 현실 도피를 나타낸다고 해석되었다.⁸² 심지어 일부는 공공장소에서의 헤드폰 착용이 현실을 잊게 해 조현병을일으킬 수 있다며 경고했다.⁸³
82) Jesper Verhoef, 「The Epitome of Reprehensible Individualism. The Dutch Response to the Walkman, 1980-1995」, 『Convergence 28』, 5, 2022, 10.01., doi.org/10.1177/13548565211060297}, 접속일: 2025.06. 12, 1310쪽. 83) . Hosokawa, "The Walkman Effect J, 165쪽. ‘청각적 마약‘이라고 할 수 있는 워크맨을둘러싼 논쟁의 격렬함은 Heike Weber와 JesperVerhoff의 서술에서 잘 드러난다: Verhoef, 「TheEpitome of Reprehensible Individualism; Weber, 『Das Versprechen mobiler Freiheit』. - P103
철학자 앨런 블룸Allan Bloom⁵⁴은 인간의 정신 자체는 당장 문제가 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이성은 심각한 위험에 처한다고 주장했다. 1987년 출간된 그의 베스트셀러 『미국 정신의종말』에서 워크맨은 무지의 매개체이자, 위대한 고전의 전통으로부터 자신을 격리하기 위한 도구로 등장한다.
54 앨런 블룸(1930-1992)은 시카고 대학에서 미국 신보수주의의 사상적 뿌리로 불리는 레오 스트라우스LeoStrauss(1899-1973) 밑에서 수학하며, 25살에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7년 당시 시카고 대학의 교수였던 앨런은 『미국정신의 종말』에서 당시의 도덕적 상대주의를 비판하고, 미국 대학이 고전 및 인문 교육의 기능을 상실한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 P104
스마트폰과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같은 플랫폼이 생산과 소비의 기관으로서 임계점에 도달한 것은 2010년 경이다. 이제 헤드폰은 마이크와 결합했고 청각적 자기 고립은 일상이 되었다. - P106
말하기 도구는 누군가 말하고 녹음한 내용을 몇 번의 터치와 탭 동작만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헤드폰으로 불러온다. - P107
제3장
가상 대학의 등장
읽어 주는 사람
독자들은 왜 영상 제작자에게 독서를 위임했나?
대중은 대부분의 독서를 레조 같은 영상 제작자에게위임하고 직접 이행하는 일은 드물다. (중략). 플랫폼 구술성이라는 형식에서 입 밖으로 나온 말의 주소화 가능성의 이면에는 유튜버나 팟캐스트 진행자가 편집하고 읽고 설명할 수 있는 글의주소화 가능성이 깔려 있다. - P110
2019년 5월 유럽의회 선거를 불과 며칠 앞두고 26세 유튜버 레조가 기민당의 파멸이라는제목의 약 1시간짜리 동영상을 올렸다.⁵⁵
55 당시 기민당은 메르켈 총리가 속해 있는 집권 여당이었으며, 전통적으로 독일에서 가장 큰 보수당이었다. 기후위기에 대한 독일 사회의 문제의식이 높아졌던 때로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가 싹 틔운 시위도 한창 일고 있었다. 레조는 메르켈 정권이 오랜 집권 기간 기후위기에 잘 대응하지 못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뿐만 아니라 레조는 양극화, 교육 문제, 무기 수출입 문제 등을 지적하며 기민당을 비롯한 기성 정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 P111
영상이 비판한 정치권, 특히 기민당은유사한 논리로 당면한 압박에 맞섰으며, 레조를 조회 수 올리기에 혈안이 된 미디어 경제 체제에 속한 신뢰할 수 없는 미디어 사업가로 프레임을 구축하려 했다. - P111
기존 미디어는 편집권을 가진 데스크에서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쓰기 도구‘를 지키려는 미디어 전략적 판단으로 유튜브나 비메오Vimeo⁵⁶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팟캐스트나 동영상이 확산하는 현상뿐만 아니라 그 질적 수준도 계속해서 무시해왔다.
56 2004년에 만들어진 동영상 공유 온라인 플랫폼이다. 대부분 창작 콘텐츠가 올라오며, 유튜브에 비해 창작물의 자유는 잘 보장되지만 불법 복제 영상에 대한 규제는 강하다는평가를 받고 있다. 비메오에는 비교적 전문 창작자의 영상이 많이 올라오며, 이용자 수는 유튜브에 비해 매우 적은 편이다. - P112
말하기 도구와 쓰기 도구가 결합한 레조의발표 형식은 방송 매체나 인쇄 매체 모두에 선례가 없는 방식이었다. - P113
플랫폼 구술성은 단순한 말하기도구 사용을 넘어서는 것이다. - P113
레조의 동영상은 그가 읽기 능력을 갖추고 활용할 수 있는 한 명의 독자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 P114
발화자와 청자가 서로의 독해력과 조사 능력을 인정한다는 전제는 전통적 미디어 지형에서는 구현할 수 없는 질적으로 풍요로운 조건이다. - P114
기성 정치권은 발언의 휘발성과 상황 재해석 가능성에 의존해 감정적 효과를 노리며 복잡한 정보를 축소했다. 반면 레조는 ‘파멸‘ 같은 거친 표현은 썼지만, 정서적 차별화와 복잡성 증대, 사실 검증 가능성을 보여줬다. - P115
레조 이후, 독일의 담론 환경에서 이런 형식을 정착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이정표가 된 것은 바이러스 학자 크리스티안 드로스텐Christian Drosten과 잔드라 치제크Sandra Ciesek가 진행한 팟캐스트 ‘코로나바이러스 업데이트Das Coronavirus-Update‘이다.⁸⁵ ⁵⁷
57 드로스텐과 치제크는 독일의 의사이자 바이러스 학자이다. 두 사람은 코로나바이러스 연구에 직접 참여했을 뿐 아니라, 공영방송 NDR(Norddeutsche Rundfunk, 북독일 방송)의 팟캐스트 ‘코로나바이러스 업데이트‘에 나와 코로나 19팬데믹 상황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85) 「Coronavirus-Update. Podcast mit den VirologenChristian Drosten und Sandra Ciesek」, YouTube, youtube.com/playlist?list=PLkKON9te6p3OpxqDskVsxXOmhfW0uPi1H&si=Yii9pk2AKYqREdwI, 접속일: 2025.02.23. - P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