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모든 제전은 특정한 신에게 영광을 돌리는 종교적인 의미가 있었습니다. 올림피아 제전은 전 그리스인들의 최고 축제인 만큼, 그리스 신화의 최고 신인 제우스에게 영광을 돌리는 제전이었죠. 여러 가지 기원 신화가 있는데, 그중에 가장 오래된 신화는 그리스의 역사가 파우사니아스 (Pausanias)의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 P240

또 다른 기원 신화는 어린 제우스가 커서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된 후에 아버지 크로노스를 찾아가는 이야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장성한 제우스는 아버지 크로노스에게 도전하기 위해 뱃속에 갇힌 형제 자매를 모두 구하고, 힘을 합해 아버지와 싸워 승리를 거둡니다. - P240

헤라클레스가 열두 가지 과업을 모두 성공한 다음에 그 업적을 기념하고 아버지인 제우스에게 영광을 돌리기 위해 올림피아 제전을 열었다고 합니다. 이 제전은 처음에 달리기 경기만 있었는데, 점점 종목이 늘어서 스물세 종목까지 되었죠. - P241

우리는 축구장을 포함한 종합 경기장을 ‘스타디움 (stadium)‘
이라고 부르는데, 이 명칭은 바로 그리스어 스타디온에서 나왔습니다. 이것은 원래 구조물이나 건물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길이의 단위였죠.  - P241

 65회에는 완전 무장을 하고 스타디온을 한 번 또는 두 번 왕복하는 호플리토드로모스(hop-litodromos)라는 경기도 시작되었고요. 이 모든 경기는 이후에 생겨난 다른 범그리스 축제의 운동 시합에서 표준이 되었습니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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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 저어………. 실례를 무릅쓰고 여쭤볼게요………. 미야에 교이치 씨와는 어떤 관계십니까? 아까 사건에관한 기사를 읽었는데, ‘미야에 교이치 씨는 미혼이었다.‘라는 구절이 있었거든요. - P113

미야에 : 네. 미야에 교이치 씨는 제 남편이 아니에요.
제 본명은∙∙∙∙∙∙ 가타후치 유키. 그 집에 살았던 가타후치 아야노의 여동생이에요. - P113

언니가 사라진 후로 우리 가족은 점점 망가졌어요. 아빠는 느닷없이 일을 그만두고 방에 틀어박혀 술만 마시다가…………2007년에 음주 운전으로 사고를 일으켜서 돌아가셨어요.
그 후 엄마는 ‘기요쓰구‘라는 남자와 재혼했는데요. 아주 고압적인 사람이라 저는 도무지 마음에 들지가 않았어요. - P115

스무 살이 넘어 생활이 안정되자, 가족 생각도 덜 나더라고요. 생각나지 않도록 애썼다고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싫은 기억이 너무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2016년 10월, 갑자기 편지 한 통이 왔어요.

언니가 보낸 편지였죠. - P116

언니가 얼마 전에 결혼해 사이타마현에 살고 있다는 걸 알았죠.
형부는 레이타 씨라는 사람인데, 우리 집안 성씨를 선택하는 형태로 결혼했대요. 그래서 결혼해도 성씨가 바뀌지 않고
‘가타후치 아야노‘라는 이름 그대로라고 했어요. 지금은 사정이 있어서 어렵지만, 언젠가 저를 집에 초대하고 싶다고도 했죠. - P117

하지만 어느 날 느닷없이 출산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좀 섭섭하더군요. 저는 언니가 임신한 줄조차 몰랐으니까요.
아이를 키우느라 바쁜지 한동안 연락이 끊겼어요. 쓸쓸했지만 언니가 행복하다면 저는 만족할 수 있었어요. - P118

그리고…… 뭐라고 하면 좋을까, 언니 부부가 내내 뭔가에겁먹고 긴장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때 느낀 작은 위화감을 확인하지 않고 넘어간 게 지금도 후회스럽네요.

도쿄의 새집에 다녀오고 두 달 후, 또 언니와 연락이 끊겼어요.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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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세계화 시대의 무역협정이 미국의 경제 성장에 기여한 몫은 미미했다. 어떤 추정에 따르면, 그 효과는 국민총생산 성장분의 0.1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¹⁰ 이 무역협정들은 주로 기업과 전문직 계층의 이익에 봉사하는 방향으로 미국 경제를 재구성했다. 미국의 중산층과 노동자층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익을 얻었지만 생산자 입장에서는 이익을 얻지 못했다. - P328

실제로 2000년과 2017년 사이에 55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다.¹² 이렇게 일자리가 사라진 원인을 순전히 세계 무역으로 볼 수는 없다. 제조 공정의 자동화도 그 과정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9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 제품은 중국의 수입품과 경쟁을 벌여야 했고, 그 바람에 약 240만 개나 되는 일자리가 미국에서 사라졌다.¹³ - P328

12 Richard Hernandez, "The Fall of Employment in the Manufacturing Sector," Monthly Labor Review, Bureau ofLabor Statistics, August 2018: https://www.bls.gov/opub/mlr/2018/beyond-bls/the-fall-of-employment-in-the-manufacturing-sector.htm: Kerwin Kofi Charles, Erik Hurst, and Mariel Schwartz, "The Transformation ofManufacturing and the Decline in U.S. Employment,"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March 2018:http://www.nber.org/papers/w24468.

13 Daron Acemoglu, David Autor, David Dorn, Gordon H, Hanson, and Brendon Price, "Import Competition and theGreat U.S. Employment Sag of the 2000s." Journal of Labor Economics, 34, no. 1 (January 2016), S141-5198:https://www.journals, uchicago.edu/doi/abs/10.1086/682384; David H, Autor, David Dorn, and Gordon H.
Hanson, "The China Syndrome: Local Labor Market Effects of Import Competition in the United States," AmericanEconomic Review, 103, no, 6 (October 2013), 2121-2168: https://pubs acaweb.org/doi/pdfplus/10.1257/aer.103.62121.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와 함께 2001년과 2018년 사이에 미국에서 37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추정하는 또 다른 연구 결과가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하라. Robert E. Scott Scott and ZaneMokhiber, "Growing China Trade Deficit Cost 3.7 Million American Jobs between 2001 and 2018," EconomicPolicy Institute, January 30, 2020: https://www.epi.org/publication/growing-china-trade-deficits-costs-us-jobs/ - P414

11 Dani Rodrik, "The Great Globalisation Lie," Prospect, December 12, 2017: https://www.prospectmagazine.co.uk/magazine/the-great-globalisation -lie-economics-finance-trump-brexit: Rodrik, "What Do Trade AgreementsReally Do?"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32, no. 2 (Spring 2018), 74: https://j.mp/2ESEOPK; LorenzoCaliendo and Fernando Parro, "Estimates of the Trade and Welfare Effects of NAFTA," Review of Economic Studies,
82, no. 1 (January 2015), 1-44: https://doi.org/10.1093/restud/rdu035. - P414

 또 부시의 뒤를 이은 버락 오바마(대통령 재임: 2009~2017)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제안했다. 이것은 중국의 힘이 점점 커지을자 여기에 대응해 힘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의도에서 환태평양 12개국을 상대로 체결한 무역협정이었다. 그러나 이 협정은 민주당원, 노동조합,
진보적인 단체에게 인기가 없었다. 그들은 이 협정이 다국적기업들에서고용한 로비스트들이 초안을 작성했으며 오로지 다국적기업들에게만 이익을 몰아준다고 주장했다. - P329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은 20년 동안 민주당이 찬성했던 무역 정책에 반대하는 역풍 앞에서 고전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반대했던 트럼프는 중국과 멕시코에 일자리를빼앗긴 여러 카운티에서 이전의 공화당 후보들보다 높은 지지를 받았다.¹⁴ - P329

"중국 경제는 새로운 초세계주의 체제의 핵심적 원칙들을 깨뜨린 산업·금융 정책들을 기반으로 기적을 이뤄냈다. 그 정책들은 바로 유망 산업들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국 진출을 희망하는 외국 기업의 중국 기업으로의 기술 이전, 국가 소유권 확보, 철저한 통화 통제 등이었다."¹⁶ - P330

비교우위 comparative advantage 경제 이론에 따르면 자유무역은 거래 당사국들에게 모두 이익을 안겨준다. 자유무역이라는 조건에서는 거래 당사국에서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해 전문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330

세계화 시대의 무역 거래에는 눈에 잘 띄지 않아 공적 토론에서 자주놓치는 정치적 선택 하나가 더 내재돼 있었다. 바로 자유무역협정의 대상이 무역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관세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1990년대를고려하면 자유무역협정의 가장 중요한 효과는 관세 인하가 아니었다. 그보다 협정과 관련된 국가들의 규제 정책을 "부드럽게 완화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데 더욱 효과를 발휘했다. - P331

기업에서 고용한 로비스트들이 영향력을 행사해 은밀하게 협상된 조항들은 대기업에게 이득이 돌아가는 독점지대 monopoly rent*를 낳았다. 예를들어 제약 산업에서는 거대한 영역에서 어마어마한 약물 특허를 확보했고, 디즈니는 미키마우스 관련 저작권을 한층 더 오래 보호받을 수 있게됐으며, 월스트리트의 은행과 투자사는 해당국 은행법의 제약을 받지 않고서도 개발도상국으로 자본을 가져가거나 자본을 빼낼 수 있게 됐다.

*토지의 공급을 독접함으로써 발생하는 지대. - P331

이라는 깃발 아래 꾸준하게 발전했다. 조지 W. 부시의 뒤를 이은 오바마는 "이 21세기 경제에서는 무역을 제한하거나 보호무역주의를 마냥 끌어안고 가는 것은 효과가 없다. 국경선을 경계로 삼아 바깥세상으로부터우리 스스로를 봉쇄해서도 안 되고 또 그렇게 할 수도 없다"라고 천명했다.²⁰ - P332

20 Barack Obama, Remarks to the Parliament in Ottawa, Canada, June 29, 2016, The American Presidency Project : https://www.presidency, ucsb.edu/node/318096. - P415

또한 자본의 이동성이 높아지자 자본에 세금을 매기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법인세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고, 그 바람에 노동자와 소비자 몫의 세금 부담은그만큼 더 늘어났다.²⁵ - P333

25 Rodrik, "Great Globalisation Lic. 1980 20202. Leigh Thomas, "The Four-Decade Decline in Global Corporate Tax Rates," Reuters, April 29, 2021:https://www.reuters.com/business/sustainable-business/four-decade-decline-global-corporate-tax-rates-2021-04-29/ - P415

산업화 시대에 기업이 지배하던 경제가 금융이 지배하는 경제로 자리를 내주는 과정이기도 했다. 기업에서 연구개발 역량을 늘린다거나 공장을 신설한다거나 시설이나 직원을 확충하는 등의 미래 생산 역량에 수익을 투자하는 전통적 기업 운영 방식은 투자보다 금융 공학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제의 등장으로 인해 설 자리를 잃고 밀려났다. - P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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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다.

식사를 마치고 구리하라 씨의 집을 나섰다. 전철을 타고 돌아오는 길에 오늘 나눈 이야기를 메모장에 정리했다.

•삼각형 방은 뭔가 이유가 있어 증축했다.
•정원 밑에는 시체를 보관하기 위한 지하실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도쿄의 집과 차이점은 ‘창문 개수‘, ‘아이 방의 문‘, ‘부부침대‘. - P90

다음주 일요일, 아침일찍 집을 나섰다. 미야에 씨와는 오후 3시에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어떤 곳에 들르기로했다.
도쿄의 집, 모든 일의 발단인 그 집이다. - P93

그런데 느닷없이 목소리가 들렸다.
"가타후치 씨라면, 이사 간 지 좀 됐어요."
그쪽을 보자 이웃집 정원에 한 여자가 작은 개를 끌어안고 서 있었다. 아주 싹싹해 보이는 오십 대 여자다. - P93

‘가타후치‘・・・・・・ 그 가족의 성씨.

여자 : 가타후치씨 친구 아니에요? 그 집에는 무슨 볼일이에요? - P94

필자 : 음..……. 실은 곧 이사할 생각이라. 요 부근에 좋은매물이 없는지 산책도 할겸 살펴보러 왔어요.
여자 : 어머, 그렇구나. 요 부근은 조용하니 참 살기 좋은곳이에요.
필자 : 확실히 공기도 좋고, 살기 편할 것 같네요. - P94

여자 :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사 갔지 뭐예요. 얼마나 서운하던지.
필자 : 어느 날 갑자기요?
여자 : 네, 이웃사촌인데 한마디 말도 없이………
필자 : 인사도 없이 떠났다는 말씀이세요? - P95

여자 : 뭐, 알았어요. 분명・・・・・・ 석 달쯤 전이었을 거예요.
분명..…우리 아저씨가 밤중에 자다깨서 화장실에 갔대요.
우리 집 화장실 창문으로 가타후치 씨 집이 보이는데요. 밤중이라 불이 켜져 있었는데, 창문 앞에 누가 서 있더래요. 저기, 저 창문이요.

여자가 가리킨 곳은 가타후치 씨의집 2층, 부부 침실 창문이었다.

여자 : 누군가 싶어 자세히 봤더니 처음 보는 아이였대요. - P96

필자 : 깜짝 놀랐어요. 설마 아이가 두 명이었을 줄이야.
구리하라 : 저도 그 가능성은 간과했네요. 하지만 아이가 두 명이라고 생각하면, 지금까지 수수께끼였던 부분이 단번에 해명돼요. 일단 시간 순서에 따라 사실을 정리해 보죠. - P98

필자 : 네?! 아이 방・・・・ 이라는 말씀이세요?
구리하라 : 그렇습니다. 좀 좁지만 아기 침대 정도는 들일 수필자있겠죠. 큰 창문이 있어서 볕도 잘 들 테고요.
필자 : 하지만 큰아들을 살인에 이용하는 인간이 작은아들을 위해 일부러 방을 새로 만들까요? - P99

구리하라 : 즉, 가타후치 일가는 부동산 중개소에 거짓말을 한셈입니다. 실제로는 네 명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계약할 때 호적 등본을 제출하면 당장 들통날 거짓말이에요.
끝까지 들통나지 않았으니, 가타후치 일가의 호적등본에는 A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는 뜻이죠. 호적이 없는 아이. 어쩌면 팔려 온 아이였을지도 몰라요. - P100

확실히 남의 아이보다 자기 아이가 예쁜 건 당연하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납득이 안 된다. 가타후치 부부의 인간성을 종잡을 수가 없다. - P101

구리하라 : 이 부부는 과연 자신들의 의지로 살인을 저지르는걸까. 전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누군가의 협박에 가까운 지시를 받고 살인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은데요.
필자 : 주모자가 따로 있다는 말씀입니까? - P102

구리하라 : 2018년, 일가는 무슨 이유 때문에 도쿄로 이사했습니다. 이사를 계기로 그들은 새집을 지었죠. 저는 이 집에 대해 잘못 판단했어요. 이 집은 부부가 ‘살인‘과 ‘육아‘를 양립하기 위해 면밀하게 설계한 집이었습니다. - P104

구리하라 : 이 집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어요. 빛과 어둠이라고 표현해도 되겠죠.
빛은 거실, 주방, 침실등 창문이 많으며, 밖에서 보더라도 무엇 하나 부끄럽지 않은 방. 그건 전부 히로토를 위해 만든 방이었을 겁니다. 부부는 그런 방에서 ‘이상적인 가족‘을 연기하며 히로토를 키웠겠죠.
(후략) - P104

구리하라 : (전략) 이 이중문은 A와 히로토가 마주치지 않도록 하기위한 장치였던 겁니다.
예를 들어 부부가 A에게 밥을 주기 위해 아이 방에들어갈 때, 문이 하나뿐이면 A가 히로토를 볼 가능성이 있죠. 하지만 이중문이라면 그런 일을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 P105

구리하라 : 자, 그러면 더블베드의 수수께끼도 풀립니다. 사이타마의 집에서 부부는 각자 싱글베드를 사용했죠.
하지만 도쿄의 집에서는 더블베드 하나뿐이에요.
이 차이는 뭘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이 더블베드는 부부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 P106

필자 : 하지만 그렇다면 아버지는 뭘 했을까요?
구리하라 : 아마도 집 전체의 감시를 맡았겠죠.
1층 침실, 여기는 손님방으로 사용했을 테지만, 평소에는 아버지의 침실 아니었을까요? 그들은 일상적으로 살인을 저질렀어요. 반대로 자신들의 목숨이 위협당할 위험성도 있겠죠.
(후략) - P106

구리하라 씨는 방바닥에서 노트 한 권을 집어서 팔락팔락펼쳤다.

구리하라 : 당시 신문과 인터넷 뉴스를 뒤져서 제법 다양한 정보를 건졌죠. 그중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정보가 있었습니다.
미야에 교이치 씨에게 부인은 없었다고 해요. - P110

필자 : 하지만.....… 미야에 씨는 분명 ‘남편‘이라고………….
구리하라 : 어쩌면 내연남이었을지도 모르고, 약혼한 사이였을 가능성도 있겠죠. 하지만 미야에 씨를 너무 무방비하게 믿지 않는 편이 좋을 겁니다. - P111

1시 반에 구리하라 씨의 집을 나섰다. 구리하라 씨는 "무슨일 있으면 연락하세요."라고 말하며 배웅했다. 나는 역으로걸음을 옮겼다.
이마에서 땀이 흘렀다. 더운 탓만은 아니다.  - P111

단단히 마음먹고 카페 문을 열었다.
카페를 둘러보았다. 안쪽 자리에 미야에 씨가 있었다. 나를 보고 일어서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나는 긴장된 마음으로 테이블 앞에 앉았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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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위해 책을 읽다니, 이건 아이러니하다.

오늘 함께 읽을 월터옹의 <구술문화와 문자문화》는 인간이 문자를 사용하기 이전과 이후의변화를 다룹니다. 독서인인 우리의 기원이 이 책에 담겨 있지요. - P113

인간의 정신은 인간이 사유능력을 지녔음을 증명하는 것이자 사유활동의 결과물입니다. 인간은 홀로 살지 않으니 각자의 정신을 서로 교환하는데요, 그럴 때 감각기관을 사용합니다. 각자의 감각기관은 상대방의 정신을 수용할 수 있는 통로입니다. - P114

인간의 정신은 언어 language로 표현되는데, 언어는 말speech과 글words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발화자는 입으로 말하고 수신자는 말을 청각으로 지각합니다. 글을 읽을 때는 시각이 동원됩니다. 청각기관과 시각기관이 모두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에 개입하는 것이죠. - P114

여러분은 외국어를 배울 때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우셨나요?
혹시 여러분도 저처럼 외국어의 읽기와 말하기 능력 간에 심한 불균형이 있으신가요? - P115

지구상에는 약 3천 개의 언어가 있는데, 문학을 가진 언어는78개에 불과하다고 합니다(《구술문화와 문자문화》, 36쪽), 글 없이 말로만 존재하는 언어가 더 많은 것이죠. - P115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는 수십만 년이지만 "최초의 기록물이 나타난 것은 고작해야 6천 년 전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30쪽)에 불과합니다. 기록된 문헌에 기초하면 인류의 역사 서술에는 비어 있는 부분의 시간이 기록된 시간보다 길기만합니다. - P116

말은 청각적 세계에 속하고 글은 시각적 세계에 속합니다. 서양 문명을 말과 글의 관계, 즉 청각적 세계와 시각적 세계의 중심성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헬레니즘과 기독교는 시각적 세계에 헤브라이즘과 유대교는 청각적 세계에 가깝습니다. - P116

헬라스인에게 시각은 가장 명중하고 정확한 감각기관이었습니다. 헬라스적 사유에서 모든 것은 시각성에 의존합니다. 헬라스 문화에서 벌거벗은 조각상을 가장 고귀한 예술적 이념으로 설정했던 것은 나체상이 시각적 투명함을 구현한 것이라여겼기 때문입니다. - P117

성경 중에서도 유대교에서 ‘토라‘라 부르는 모세 오경에는 청각적 은유가 많이 등장합니다. 구약의 세계는 말과 글의 관계에서 보자면 언어가 오로지 말로만 존재하던 세계를 의미합니다.
창세기에 의하면 "야훼께서 아브람에게 말씀" (창세기 12:1 이하 성경인용은 <공동번역 성서>)하셨습니다. - P117

월터 옹의 《구술문화와 문자문화>는 인간의 정신을 언어로 표현할 때 그 언어가 청각적 세계에서 펼쳐지는 구술문화와, 말이 문자로 옮겨져 시각적인 세계로 전이되는 문자문화를 비교하는 책입니다. 책의 절반은 문자문화가 형성되기 이전, 즉 인간의언어가 말로만 존재하던 시대의 특징을 탐구하고 나머지 절반은문자문화로 인해 변화된 인간의 의식을 분석하는 데 할애됩니다. - P118

문자를 사용하기 이전의 구술적 상황을 옹은 ‘1차 구술성‘이라 부릅니다. 1차 구술성의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이 직접 그 세계를 우리에게 문자로 알려주지 않습니다. - P118

방법론적 난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옹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찾아냅니다. 이렇게 《일리아스》가 또 등장하는군요. - P119

밀먼 패리 이전 호메로스를 해석하는 주류 방법은 이른바 분석주의였습니다. 분석주의는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는 잘 조립되어 있는 텍스트이며 인물도 일관성 있게 성격화되어 있기에 한 명의 작가에 의해 만들어진 창작품이라고해석하는 입장입니다. - P119

밀먼 패리는 이 해석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우리가 《일리아스》에서 다뤘던 것처럼 호메로스의 실체는 오래된 논쟁이었지만, 호메로스가 한 명의 실존인물이 아니라는 문제 제기는 의혹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 P119

밀먼 패리는 자신의 방법으로 호메로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거를 확보해나갑니다. 그는 "호메로스의 시에 드러나는 모든 특징들은 구술적 창작 방식에 필연적인 유기적 체계"(구술문화와 문자문화》, 56쪽)에 기인한다는 발견을 소중하게 여깁니다. - P120

기원전 800년경헬라스 알파벳으로 기록되기 이전 서사시가누구에 의해 어떻게 전수되었는가를 상상하는 데 작곡가 버르토크 벨러Bartók Béla의 민속음악 연구를 참조할 만합니다. 버르토크는 음악학자이기도 했어요. - P120

《일리아스》에는 정형구 formula가 수시로 등장합니다. 정형구는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이야기의 체계를 위협하는 요소임에도 반복적으로 사용됩니다. - P121

쓰기의 문화를 지니고 있는 우리의 관점에서 정형구는 진부하고 상투적인 표현으로 여겨지지만 호메로스 시대에는 값지게평가되었는데요. "단지 시인뿐만 아니라, 구술문화에 속하는 인식 내지 사고 전체가 그러한 정형적인 사고의 조립에 의지했고
"구술문화에서는 일단 획득된 지식을 잊지 않도록 끊임없이 반복"(<구술문화와 문자문화>, 60쪽)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 P121

구술문화는 또한 글보다는 말을 신뢰합니다. 입으로 말하고귀로 들으며 의사소통을 했던 구술문화는 위조될 수 있는 문자보다는 육체의 현존을 전제로 한 사람의 말이 진실되다고 판단했습니다. - P122

쐐기문자는 기록하는 방식이나 용도에 있어서도 우리의 문자 문화와 많은 점에서 다릅니다. - P122

 쐐기문자는 "대부분이 도시사회에서 그날그날의 경제활동 및 행정활동을 기록(<구술문화와 문자문화》, 149쪽)하는 데 쓰였습니다. 쐐기문자의 유용성을 제일 먼저 깨달은 집단은 거래 내역을 정확하게 기억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던 상인입니다. - P123

문자 쓰기로 인한 의식의 재구조화와 관련해 옹은 표음문자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알파벳과 우리의 한글은 이런 맥락에서 옹의 주요 관심 문자이지요. 원형 알파벳은 페니키아에서 기원전 1500년경에 만들어졌지만 모음이 없어서 소리를 그대로 기록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 P123

개량알파벳의 등장과 호메로스의 서사시 기록 연대는 묘하게 일치하지요? 알파벳이 등장하면서 대전환이 일어납니다.
말을 그 자체로, 즉 소리로 기록할 수 있게 되면 표의문자와달리 몇 개 안 되는 문자로 말을 기록할 수 있게 됩니다. - P123

문자의 구술성 대체 여부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문자문화 속으로 편입되는지에의해 결정될 텐데요, 표의문자 시스템보다는 표음문자 시스템이 도입된 사회에서 그 전환이 당연히 빠를 것입니다. 페니키아 알파벳을 도입하여 모음을 추가해 개량한 헬라스어  알파벳의 장점을 옹은 이렇게 설명하는데, 한글의 장점을 설명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 P124

문자문화의 확산과 관련하여 《구술문화와 문자문화》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야스퍼스Jaspers가 사용한 축의 시대Achsenzeit 라는 개념은 흥미롭습니다. - P124

축의 시대를 연 인물의 사상은 제자문학 시대를 통과하며 글로 기록되었고 우리에게 전해집니다. 스승을 대신하여 제자들이글로 스승의 생각을 기록하는 시대를 제자문학 시대라고 합니다. 여기서 문학은 영어로 ‘리터러처literature‘인데, 이때 리터러처는 좁은 의미로 시와 소설이라는 뜻이 아니라 글로 쓰인 것의 총체라는 뜻입니다. - P125

공자의 언행은 제자들에 의해《논어》로 기록되었고요,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를 제자 플라톤이《파이드로스》로 썼고 석가모니가 전하는 말씀도 《금강경》에 담기기 시작했습니다. 제자문학의 사례중옹은 플라톤에 주목합니다. 플라톤은 구술문화에서 문자문화로의 이행 과도기 양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인물입니다. - P125

아이러니하게도 플라톤은 쓰기가 도입되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쓰기로 남겼습니다. - P126

과도기적인 양상에서 플라톤은 쓰기를 거부하는 소크라테스의 입장을 한편으로 옹호하면서도 흔적을 남기기 위해서 《파이드로스》를 대화체로 만들었습니다. 구술적 상황이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대화 형식으로 썼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내용을 글로 적는 것은 모순입니다. - P126

문자는 인간의 기억력을 감퇴시키기에 해롭다는 내용이 문자로 기록되었으니 내용적으로도 모순이지요. 결국, 스승이 쓰지 말라고 했는데 플라톤은 썼으니, 플라톤은 충실한 제자이면서 동시에 스승의 뜻을 어긴 제자라는 모순적 존재입니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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