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그런데 우리는 열네 살에 무엇을 믿었던 걸까요? 우리의 우정과 형제애, 우리 나라와 우리의 독립이었습니다. 우리는 만일 부름을 받는다면 피로 맺어진 의형제들과 조국을 위해 우리 자신을 희생할 수 있으리라 믿었지만, 우리가 어떤 식으로 부름을 받게 되고 무엇이 될지를 정확히 알지는 못했습니다. - P68

 설사 사정상 우리가 죽음으로 형제애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해도, 나는 만과 내가 당연히 대가를 치르리라는 것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 P68

3장


(전략). 내가 ‘우리가 나 우리에게‘라고 말할 때, 그것이 무슨 뜻인지를 물으셨습니다. 파견된 스파이로서 첩보 활동의 대상인 남쪽 군인들이나 철수자들을 나 자신과 동일시하는 순간들에 그렇게 불렀던 겁니다. 그 사람들, 나의 적들을 ‘그들‘이라고 불러야하지 않을까요? - P70

독신 생활은 ‘잡종 새끼‘로 사는 데서 비롯된 뜻밖의 혜택들 중 하나였습니다. 나는 대부분의 가족들에게 그리 대단한 신랑감으로여겨지지 않았으니까요. 혼혈 혈통의 딸이 있는 가족들조차 나를 환영하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대개 딸 자신이 순수 혈통인 누군가와 결혼해 사회적 신분 이동이라는 엘리베이터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려고 미친 듯 날뛰었기 때문입니다. - P71

나는 직업 매춘부들의 전문가 기질에 변치 않는 존경심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부정행위를 변호사들보다 더 솔직하게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시간 단위로 청구서를 발행하기는 피차일반인데 말입니다. - P72

(전략). 하지만 수도와 교외 도시들에 있는 매춘부들의 70~80퍼센트에 대해서는 그렇게 말할 수 없었습니다. (중략). 대부분은 열아홉 살 먹은 미군 병사의 음모에 붙은 진드기처럼 살며 달리 생계를 꾸릴 수단이 없는 가난하고 글도 모르는 시골 아가씨들이었습니다. 이런 미군 병사는 바지가 물가 상승을 유발할 지폐 한 뭉치로 불룩하고, 젊은 뇌는 아시아 국가에 오는 수없이 많은 서양 남자들을 괴롭히는 황열병*으로 부푼 채 놀랍고 기쁘게도 젖가슴이 녹색으로 물들어 있는 이 세계**에서 최소한 여성에 관해서는 자신이 더 이상 클라크 켄트가 아니라 슈퍼맨임을 깨달았습니다.


* 진짜 황열병이 아니라 중의적으로 동양 여성에 대한 욕망을 의미하는표현.
** 달러 지폐가 녹색임을 빗댄 표현. - P73

여러 해 동안 수영장은 내내 미국인 전용 구역이었습니다. 다른 나라 백인들과 국제 통제 및 감독위원회(ICCS)의 인도네시아인들, 이란인들, 헝가리인들, 폴란드인들을 위한 출입도 있었지요. 우리 나라에는 두문자어들이 득시글거렸습니다. "똥을 제어할 수는 없어(I Can‘t Control Shit)."라고도 알려진 ICCS를 포함해서 말입니다. - P78

(전략). 활주로 어딘가에서 다시 한번 폭발이 일어나 흥분을 극도로 고조시켰습니다. 남자들, 여자들, 그리고 아이들이 훨씬 더 새된 소리로 아옹거리듯 아우성쳤습니다. 선회하던 비행기가 문에서 불길이 아니라 오로지 암흑만 내다보이는 각도로 갑작스럽게 멈춰서 버리자 한 남자가 악을 쓰며 말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죽게 될 거야! - P85

여행 가방들은 잊혀 버렸고, 남아 있는 엔진 두 개에서 천둥 같은 소리를 내며 쏟아져 나오는 후류*에 어린아이들은 발을 딛고 서 있기 힘들 지경이었고 어른들도 휘청거릴 정도였습니다.


* 비행기가 작동할 때 프로펠러 뒤쪽에 생기는 바람 - P86

나는 그의 증오를 살 만했습니다.  - P87

(전략). 이 대목에서 나는 좌우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마땅한 대가를 치렀을 깔끔한 집을 가리켰습니다. 회벽에는 도마뱀 붙이 몇 마리와 장식품 몇 개가 군데군데 붙어있었습니다. 시계, 달력, 중국풍 족자, 그리고 전성기의, 즉 자신이 대통령이 미국의 꼭두각시가 아니라고 믿는다는 이유로 암살되기 이전의 옹오딘지엠*의 컬러사진 등등이요. 


* 1954년 미국의 지원으로 총리가 되었으며 1956년 국민투표로 공화국을 선포하고 남베트남의 초대 대통령에 취임해 지주층과 군경 세력을 기반으로 강력한 반공정치를 펼쳤으나 독재와 부패 등의 이유로 민심을 잃고, 1963년 부하 장군들이 일으킨 쿠테타로 처형되었다. - P88

(전략). 그러니 제발 제 후원자가 요청하는 호의에 대한 작은 감사 표시를 당신께 전할 수 있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중략) 하지만 차관보가 맞다고 대답했을 때, 나는 남아 있는 현금 4000달러가 든 봉투를 꺼내 보여 주었는데, 그가 관대하다면 비자 두 장을 얻기에는 충분한 액수였습니다. - P89

하지만 관료에게 종이는 절대 그냥 종이가 아니었습니다. 중에는생명이었죠! 차관보는 그 순간 자기 종이를 가져간다는 이유로 나를 증오했고 이 순간에도 나를 증오했지만, 나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습니다. 콘크리트 칸막이에서 웅크리고 있을 때 내가 괴로웠던 건 또시 비참하게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 P90

카튜샤 로켓탄이 하나씩 혹은 일제히 계속 날아오고 있는 동안, 비행기가 곧게 뻗은 활주로를 목표로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을 때, 장군과 탑재물 관리 책임자는 경사로에 서서 어서 오라고 손짓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전력질주를 하고 있어서, 폐가 뻣뻣하게 죄어드는 듯했습니다. - P94

비행기가 활주로를 따라 질주하기 시작하자, 장군은 나를 내 무릎 부위까지 잡아당긴 다음 짐칸으로 질질 끌고 갔고, 뒤에서 경사로가 올라갔습니다. (중략). 문가에 M-16을들고 서 있던 승무원이 재빨리 세 발을 연달아 발포했습니다. - P95

4장

우리가 괌에 착륙한 직후에 녹색 구급차가 시신들을 실어 가기 위해 도착했습니다. 나는 덕을 들것에 내려놓았습니다.  - P96

 우리는 트럭에 실려 아산 기지*로 가는 내내 눈물을 흘렸는데, 장군 덕에 늦게 온 다른 사람들에게 할당된 텐트에 비해서는 아주 쾌적한 막사를 얻었습니다. 

*미국령 괌의 서부 해안가 마을에 위치한 미 해병대 기지. 1975년 4월에서 11월까지 남베트남 난민들을 위한 난민 수용소로 사용되었다. - P96

나는 장군의 가족과 막사 안의 백여 명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헬리콥터들이 사이공의 지붕들 위로 내려앉고 난민들을 항공모함 갑판으로 철수시키는 수치스러운 영상들을 보았습니다. 이튿날, 공산당 군대의 탱크들이 대통령궁의 정문을 박살내고 들어간 후 군인들이 대통령궁 지붕 위로 민족해방전선**의 깃발을 올렸습니다.


** 베트남민족해방전선. 1959년 설립된 남베트남의 반정부 게릴라 정치단체. - P97

모든 종류의 학대를 감내하도록 훈련 받은 병사들 사이에서 격려라는 비료를 뿌리기란 무척 쉬운 일이었지만, 난민들은 대부분 민간인들이라는 점을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겁니다. - P98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는 린의 피로 얼룩이 지는 바람에 운 좋게도 군복을 입고 있지 않았습니다. 군복을 벗고 배낭에 있던 마드라스 셔츠와 치노 바지로 갈아입었지만, 장군은 비행장에서 자기 짐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여전히 옷깃에 별을 달고 있었습니다. - P98

노파가 슬리퍼로 장군의 턱을 후려쳤고, 그녀 뒤에서, 반대편에서, 우리 뒤에서, 젊었든 늙었든, 튼튼하든 허약하든, 여자들이 신발과 슬리퍼, 우산과 지팡이, 햇빛 차단용 모자와 원뿔형 모자를 들고나섰습니다. 내 아들은 어디 있어? 내 아버지는 어디 있지? 내 오빠는 어디 있어? - P99

 어차피 이 숙녀들은 악을 쓰며 욕설을 퍼붓기를 선호하며 귀담아 듣지 않았을 겁니다. 나는 장군과 나 사이를 갈라놓고 있는 여자들을 헤치고 나아가 몸으로 그를 감싸고 더 많은구타와 침 덩어리들을 받아 내다가 마침내 그를 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 P100

장군님-
입 닥쳐! 장군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만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결코 다시는 이 일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는다.
우리는 결코 이 일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 P101

(전략). 이번에는 진짜 창문이 있고 진짜 좌석이 배정된 여객기를 타고서요. 우리에겐 또 다른 난민 수용소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곳의 한층 수준 높은 생활 편의 시설은 우리가 이미 아메리칸 드림으로 불리는 사회적, 경제적 신분 상승으로 이익을 얻고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괌에서 대부분의 난민들이 해병대원들이 급하게 세운 텐트에서 지냈던 데 반하여 여기에는 우리 모두에게 막사가 있었습니다. - P102

그리운 고모님. 나는 그녀가 내 당고모인 양 편지를 썼습니다. 이렇게 오랜만에 고모님께 전하는 편지의 첫 문장부터 끔찍한 일을 알려드려야만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후략). - P103

(전략). 하지만 이 와중에 좋은 소식도 있어. 그가 호주머니에서 오려낸 신문지 한 장을 꺼내서 내게 건넸습니다. 그 친구 기억하나? 권총으로 자살했어. 신문 쪼가리를 만지작거리며 내가 물었습니다. 그게좋은 소식입니까? 그는 영웅이었어. 장군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 P104

내가 말했습니다. 진정한 영웅이지요. 그에게는 아내와 많은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몇 명인지 기억해 낼 수는 없었지만요. 나는 그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습니다. 철수 대상으로 그의 이름을 고려하기는 했지만, 결국 제외해 버렸습니다. - P105

공산주의자들이 뭘 하는지 감시하는 일에, 그들이 우리가 뭘 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있기 십상인데 그거나 매한가지지. 그 점에 대해 뭐라도 생각해 본 거 있나?
그들이 어떤 식으로 우리를 감시하고 있는지에 대해서요?
바로 그거야. 동조자들. 우리 장교들 틈에 낀 스파이들 고정간첩들 말이야. - P106

정말로 우리 쪽 사람들 중 하나가 스파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제 내 몸에서 땀을 흘리지 않는 유일한 부위는 눈알뿐이었습니다. 군 정보부는 어떻습니까? 아니면 작전참모들은요? - P106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요. 내가 당황스러운 척하며 말했습니다. 장군의 관심을 딴 데로 돌리려고 내 담뱃값을 건넨 다음, 내가 느낀 공포와 떨림과 식은땀 따위는 빼고 우리 대화의 요점을 당고모께 전하기 위해 막사로 돌아왔습니다. - P107

장군과 부인 역시 한때 장군의 상담역이었던 미국인 대령의 처형에게 신원보증을 받아 결국은 로스앤젤레스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빌라 대신 로스앤젤레스의 조금 후진 지역, 도시의 침체된 중심부인 할리우드 인근 지역에서 목조 단독 주택을 빌렸습니다. - P109

내일은 학과장 비서나 학과장과 공식 대면을 요구하는 학생들을막는 제1방어선 역할이었는데, 일부 학생들은 이전에 한 번도 만난적이 없는데도 나를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 P110

. 맨 처음에 나는 베트남 공화국 육군의 보병 장교였고, 장군이 대령이었을 때 그를보좌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그가 장군이 되고 다소 군기를 잡을 필요가 있던 경찰을 책임지게 되었을 때 나도 함께 자리를 옮겼습니다. 전투를 목격했고, 하물며 공안부와 연관되어 있었다는 것은, 이때만해도 대부분의 대학 캠퍼스에서 말하기 힘든 민감한 주제였습니다. - P111

. 그 당시 나는 학생들의 꾸밈없는 정치적 열정을 질투했습니다. 나는 베트남 공화국에서 온 선량한 시민 역할을 하기 위해 자신의 열정을 깊숙이 감춰야만 했으니까요. - P111

내가 최저 임금을 받으며 해내는 온갖 잡다한 업무에는 모조 다이아몬드가 박힌 뿔테 안경을 쓴 미즈소피아 모리라는 비서를 돕는 일뿐 아니라, 전화를 받고, 교수의 원고를 타자기로 치고, 서류를 철하여 정리하고, 책들을 가져오는 일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중략). 설상가상으로, 미즈 모리는 나를 좋아하는 것같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아무도 죽인 적이 없다는 걸 알게 돼서 기뻐요. 우리가 만난지 오래지 않아 그녀가 말했습니다. - P112

(전략). 하지만 지금 나에게 미국의자선이 필요한 이유가 애초에 내가 미국의 원조를 받은 수혜자였기때문일까, 하고 궁금해 할 수밖에 없는 운 나쁜 사람들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 P113

교수들 가운데 우리 나라에 대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학과장은 우리 문화와 언어에 관한 긴 토론에 나를 즐겨끌어들였습니다. - P114

맞습니다. 그렇지요. 최저 임금이라도 꼭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내가 말했습니다. - P115

(전략), 그는 심지어 우리 모임 중 한 번을 내게 키플링의 주장을 확인해 보기 위한 숙제를 내면서 마친 적도 있었습니다. 나는 종이 한 장을 가져다가 세로로 반을 접었습니다. 맨 위에, 왼쪽에는 동양, 오른쪽에는 서양이라고 적은 다음 내 동양적인 특징들과 서양적인 특징들을 적어 나가야 했습니다. - P116

이튿날 이 과제를 보여 주자. 그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주 좋아! 멋진 시작이야. 자네는 착실한 학생이로군. 동양인들이 다 그렇듯이. (중략). 그런데 문제점이 하나 있어. 얼마나 많은 동양적인 특성들이 서양적인특성들과 정반대로 대립하고 있는지 보이나? 서양에서는, 유감스럽게도 많은 동양적인 특성들이 부정적인 색채를 띠지. 이것이 동양 혈통의 미국인들이 겪는 심각한 정체성 문제들을 초래해. - P117

나는 교수가 친절하게 대하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웃음을 참고 진지한 표정을 유지하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제가요?
그래. 자네! 자네는 동양과 서양의 공생 관계를 구체적으로 나타내 둘에서 하나가 나올 가능성 말이야. 우리가 서양인의 신체적 특징을 자네와 분리해 생각하지 않듯이 동양인의 신체적 특징 또한 자네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지.  - P118

그래, 자네! 자네의 동양적인 본능을 견제하기 위해 자네는 미국인들이 나면서부터 배워 온 무의식적인 행동들을 부단히 연마해야만해.
저도 제 자신을 더 이상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음과 양 같은건가요?
바로 그거야! - P119

집으로 가는 길에, 나는 식료품점에 잠시 들러서 흰 빵, 살라미 소시지, 플라스틱 병에 든 보드카 1리터, 옥수수 전분, 요오드를 샀습니다. 감정적으로는 쌀 전분을 더 선호했겠지만, 옥수수 전분이 구하기가 더 쉬웠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물건들을 치워 두고, 내 분열된 자아가 적힌 종이를 냉장고에 붙였습니다. - P120

 아마 내 생활 형편과 다소 연관이 있었을 겁니다. 내 집은 1층에 위치한, 배꼽 먼지* 특유의 냄새가 구석구석 배어 있고 음침한 침실 한 개짜리 아파트였습니다. 

* 입고 있는 옷의 섬유 직물이 체모에 쏠리면서 생기는 조그만 보풀들이 배꼽 안쪽에 모여 형성되는 먼지 덩어리의 일종. - P120

나는 드러누워서 우리가 군인들과 똑같은 방식으로취침하는 거라고 상상했습니다. 아동용 2단 침대를 살 만한 장소라고는 차이나타운 근처의 번지르르한 가구점들의 아동 코너밖에 없었고, 이 가게들은 멕시코인들이나 멕시코인들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감독하는 곳이었음에도 말입니다.  - P122

 다음날, 본이 목사의 교회를 청소하기 위해 몇 시간 동안 나가 있을 때, 편지에 바르면 일련의 숫자들이 자줏빛으로 나타나게 해줄 요오드 용액을 만들 예정이었습니다. 그 숫자들은 만이 너무나도교묘하게 선택한 암호책이자, 이미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책이 되어 있던 리처드 헤드의 『아시아의 공산주의와 동양적인 파괴 방식』의 페이지와 행과 단어를 가리켰습니다.  - P123

당고모께도 말씀드렸듯이, 만일 함께 지낼 수만 있었다면 우리는 어지간한 크기의 자급자족적 공동체, 즉 미국이라는 정치적 통일체의 엉덩이에 난 뾰루지 같은 집단을 만들 수 있었을 겁니다. - P125

우리 문화의 주요 요리 재료들을 어떻게든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중국인들의 시장에 의존하고 있었기에 우리의 음식은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중국적인 색채를 띠었습니다. 이는 우리가 굴욕적이고 혹독한 채찍질 같은 시련을겪는 동안 새콤달콤한 맛에 관한 애매한 기억들만 남긴 또 한 번의 타격이었습니다. - P126

하지만 우리는 집주인들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감정을 마음속에만 담아둔 채, 꺼끌꺼끌한 소파며 따끔따끔한 카펫에서 서로바싹 다가앉거나, (후략). - P127

우리는 냄비로 토사(土)를 걸러내듯 나쁜 소식을 치워 버린후, 사금을 가려내듯, (중략), 즉 사이공 함락 이후 어느 나라도 들여보내주려 하지 않는 데다가 친구인 미국의 유명 영화배우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그녀의 절박한 전화에 응답해 주지 않아서 이공항에서 저 공항으로 전 세계를 빙빙 돌다가 마침내 마지막 동전으로 미국 여배우 티피 헤드런과 연락이 닿아 헤드런이 비행기에 태워할리우드로 데려간 유명 영화배우의 이야기를 채취했습니다. 그렇게해서 우리는 슬픔에 잠겨 스스로를 닦고 희망으로 스스로를 헹궜던것입니다. 우리는 들려오는 거의 모든 소문을 믿었음에도, 우리 나라가 패망했다는 사실만은 좀처럼 믿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 P1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장

수학 모임에 가입하자

힐베르트의 스물세 문제



1900년에 독일 수학자 다비트 힐베르트 David Hibert는 파리국제수학자총회에서 그때까지 수학자들이 풀지 못한 스물세 가지 문제를 발표했다. 힐베르트는 수학계가 단결해야만 수학의 ‘멸종‘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 P138

힐베르트가 제시한 스물세 문제 중 아주 빨리 풀린 문제들도 있다. ‘두 사면체(삼각 평면 4개로 둘러싸인 입체 도형)의 높이와 밑면이 같다면, 두 사면체는 언제나 부피가 같은가‘ 하는 세 번째 문제가 그 예이다. 1902년에 맥스 덴 Max Dehn은 다음 쪽 상단과 같은 그림을 제시하면서 이 문제에 "아니다"라는 답을 내놓았다. - P140

힐베르트가 낸 여덟 번째 문제는 소수의 분포를 다룬 리만가설이다. 20세기가 끝나가는데도 리만가설이 풀리지 않자 클레이수학연구소(수학 지식을 보급하고 증진할 목적으로 미국에 세워진 수학 재단이다)는 내부적으로 리만가설을 21세기에 풀어야 할 문제 목록에 올렸다. - P141

힐베르트의 열여덟 번째 문제는 오렌지 같은 구형 물체를 가장 조밀하게 쌓는 방법을 고민한 케플러의 구 쌓기 추측‘을 증명하는 것이었는데, 20세기가 끝나기 직전인 1998년에 토머스 헤일스가 피라미드 형태로 쌓아야만 구를 가장 많이 쌓을 수 있음을 입증했다.


• 케플러의 구 쌓기 추측 문제는 17장에서 살펴보았다. - P141

힐베르트는 스물세 문제를 낸 직후에 말했다. "수학 문제는 어려워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를 유혹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전혀 풀 수 없는 문제여서도 안 됩니다. 우리의 노력을 조롱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말입니다."²⁸
힐베르트는 말했다. "모든 수학 문제를 결국 풀 수 있다는 확신이 수학자를 연구하게 합니다. 수학자들은 언제나 끊임없이 들려오는 내면의 목소리, 풀리지 않은 문제가 있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우리는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²⁸ (중략).
"다른 과학 분야들이 수많은 하위 분야로 쪼개진 결과 과학자들이서로를 거의 이해할 수 없어 연대가 느슨해지고 있습니다. 우리 수학도 그 운명을 받아들일지 결정해야 합니다."²⁸ - P142

28. D. Hilbert, "Mathematical Problems," Bulletin of the American Mathematical Society, vol. 37, no. 4, pp. 407-36, 2000. A 10.orien - P387

문제 20 본문에서 밑면과 높이가 같아도 부피가 다른 사면체가 있다고 했다. 사면체의 부피 구하는 공식은 생각하지 말고, 밑면과 높이가 같지만 부피는 다른 두 사면체의 다른 예를 제시해보자. - P143

21장

마음이 맞는 친구를 찾아보자

쌍둥이 소수 추측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온 장이탕은 1991년에 퍼듀 대학교에서 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략). 그래도 수학으로 위로를 받았던 그는 몇 년이나 시간을 들여 ‘쌍둥이 소수 추측Twin Prime Conjecture‘이라는 유명한수학 문제를 연구했다. (중략). 그저 쌍둥이 소수 추측이 옳은지를 알고싶었다. - P147

2013년 어느 날, 뉴햄프셔 대학교에서 시간 강사로 일하던 장이탕은 저명한 수학 학술지인 《수학 연보 Annals of Mathematics》에 논문을 보냈다. (중략). 정확히 말해서 장이탕은 차가 2인 소수 쌍이 무한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않았다. 대신에 두 소수의 차가 7000만보다 작은 소수 쌍이 무한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 P148

오랫동안 수학자들은 소수가 사람처럼 ‘행동‘한다고 생각했다. 소수들은 마음이 맞는 친구들 옆에 있는 걸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특히 먼 곳에 떨어져 있는 소수들은 마음 맞는 친구 찾기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 P149

장이탕의 발견에 수학자들이 그토록 놀란 이유는 무엇일까? 7000만이라는 수는 2에 비하면 너무나도 큰 수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수직선 위에 존재하는 수이기 때문이다(무한이 아니다). 장이탕은 유한한 수가 두 수의 차가 되는 소수 쌍이 무한히 많다는 증거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 P151

이름 없는 수학자에서 갑자기 수학계의 슈퍼 스타가 된 장이탕은말했다. "제 마음은 아주 평온합니다. 돈도 명예도 크게 욕심이 없습니다. 그저 조용한 곳에서 혼자 연구를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³⁴ - P151

34. E. Klarreich, "Unheralded Mathematician Bridges the Prime Gap," Quanta, May 19,
2013. Available at: https://www.quantamagazine.org/yitang-zhang-proves-land-mark-theorem-in-,distribution-of-primenumbers-20130519/. Accessed March 23,
2019. - P387

44장

호기심을 쫓아가자

공간을 가득 채운 곡선

1800년대에 이탈리아 수학자 주세페 페아노Giuseppe Peana는 정사각형 같은 공간을 완전히 채우는 곡선이 존재하는지 궁금했다. - P300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은, 선분은 길이는 있지만 너비는 없는 1차원 물체이고 정사각형은 길이와 너비가 있는 2차원 물체라는것이다. - P301

선분은 너비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유한한 세상에서는 공간을 채우는 곡선이 존재할 수 없음을 페아노도 알았다. 하지만 무한세상에서도 그런 곡선이 존재하지 않는지 알고 싶었다. - P302

페아노는 점점 더 등분하는(세분하는) 선분(곡선)이 점점 더 등분하는 정사각형(곡선으로 완전히 채우고자 희망하는 ‘공간‘) 안에 배치될 수 있는 일련의 유한 그림에 관한 정의를 내리기로 했다. - P302

유한 물체를 무한히 그려 무한 구조물을 만들려면 단계마다 따라야 할 규칙이 있음을 페아노는 알았다. 첫째, 단계마다 선분은 필요한만큼(원하는 만큼) 늘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사각형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선분 위에서 ‘가까이 있었던 점들은 정사각형 안으로 들어간 뒤에도 반드시 ‘가까이‘ 있어야 한다. - P304

그런데 안타깝게도 페아노의 모형에서 구부러진 곡선은 이 필수규칙 가운데 최소한 하나를 어길 수밖에 없다. - P304

독일의 수학자 다비트 힐베르트는 페아노의 곡선을 살펴보다가 조금 더 단순하고 정교한 곡선을 찾아냈다. ‘의사(가짜) 힐베르트 곡선pseudo Hibert curve‘이라고 알려진 다음 곡선을 그려보면 힐베르트 공간채움 곡선Hilbert space-filling curve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P305

뉴턴은 자신의 저서 <프린키피아 Principia》에서 공간을 채우는 곡선을 금하려고 했다. 1차원 선을 2차원 정사각형으로 변형한다는 생각이 뉴턴이 아는 기하학의 기반을 위태롭게 흔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공간을 채우는 곡선(힐베르트의 공간을 채우는 곡선이 가장 유명하다)이 없다고 의심하는 수학자는 거의 없다. - P306

45장

상상력을 길러보자

분수 차원


3차원 세상에 사는 우리는 1차원, 2차원, 3차원에 속한 물체를 쉽게 볼 수 있다. - P308

그런데 이 세상에는 1, 2, 3 같은 정수로 표현할 수 없는 차원을 가진 물체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코흐 곡선 Koch curve은 1차원인 선과 2차원인 종이 사이에 놓인 차원에 존재한다. 다시 말해서, 코흐 곡선은 대략 1.26185 차원에 존재한다. - P309

한 물체의 차원을 결정하려면 일단 그 물체를 몇 번 복사해야 길이는 2배이고 모양은 같은 물체를 만들 수 있는지를 알아봐야 한다. - P311

즉, n차원의 물체의 길이를 S배로 늘리려면 그 물체가 Sⁿ개 있어야한다. 차원에 관한 이 정의는 1차원 선, 2차원 종이, 3차원 상자뿐 아니라 코흐 곡선의 차원을 결정할 때도 적용할 수 있다. - P314

원본 코흐 곡선의 길이를 3배 늘리려면 원본 코흐 곡선이 4개 있어야 한다. 코흐 곡선 4개면 원본 코흐 곡선보다 3배 길고, 모양은 같은 코흐 곡선을 만들 수 있다.  - P315

코흐 곡선을 통해 우리는 신기한 분수 차원의 세상을 살짝 들여다봤다. 분수 차원을 볼 수 있는 상상력을 기르면 독특한 가능성을 향해 마음을 활짝 열 수 있을 것이다. - P3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4장


균형을 찾자

부호 이론


(전략).
당신은 위험에 처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CHIXZ가 어디일까? 당신의 뇌는 ‘CHIXZ‘라는 단어가 진짜 단어가 아님을 깨달았다. (중략). Chi로 시작하고 5개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나라 이름이 있을까? 당신은 곧바로 ‘중국(China)‘을 떠올렸다. (중략). 생각해보니 칠레(Chile)도 Chi로 시작하는 다섯 글자 나라였다. 당신은 어디로 가야 할까? 정답을 알려면 암호의 오류를 수정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 P238

채널에 있는 방해 전파와 같은 ‘잡음 noise‘은 제대로 된메시지 전송을 막는다. 따라서 오류가 생겼음을 감지할 수 있을 뿐아니라 오류를 수정할 수 있게 설계된 부호가 좋은 부호이다.•


• 부호 이론에서 부호가 꼭 비밀일 필요는 없다. 비밀 암호는 부호 이론과는 또 다른 수학분야인 암호학 cryptology에서 다룬다. - P238

이 암호를 해독할 때는 ‘다수 해독법 majority decoding‘을 사용할 수 있다. 3개씩 짝지은 글자 짝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글자를 진짜 암호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중략).
물론 글자를 반복하는 횟수가 반드시 3회일 이유는 없다. 30회, 300회, 3000회여도 상관없다. - P239

 하지만 암호가 길어지면 전송 시간도 길어진다. - P240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이어 떠오른다. 암호를 제대로 해독할 수 있으면서도 빠른 속도로 암호를 전송할 수 있는 적절한 글자 반복 횟수를 찾을 수 있을까? 1948년에 수학자 클로드 섀넌Claude Shannon은 「통신에 관한 수학적 이론 A Mathematical Theory of Communication」이라는 논문에서 ‘최적‘ 부호가 존재함을 입증했다. - P240

문제 34 ISBN(국제 표준 도서번호)은 출간된 책에 부여하는 13자리 고유 번호이다. 13개 번호는 다음 순서대로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지고, 각 부분은 붙임표(-)로 분리해 표기한다.⁴⁵


•접두부 ISBN의 첫 번째 부분으로 978이나 979 를 쓴다.
・국별 번호 책을 발행한 나라 번호나 지역 번호를 두 자릿수로표기한다.
•발행자 번호 책을 출간한 발행자의 번호를 네 자릿수로 표기한다.
•서명 식별 번호 책의 제목이나 판본을 나타내는 수를 세 자릿수로 표기한다.
체크 기호 접두부, 국별 번호, 발행자 번호, 서명 식별 번호를 공식에 넣어 계산한 한 자릿수로 표기한다. - P241

(4) ISBN은 오류를 고칠 수 있는 암호인가? - P243

45. International ISBN Agency, "International ISBN Agency," About ISBN, 2014. Avail-able at:2019.
https://www.isbn-international.org/content/whatisbn. Accessed May 20, - P388

37장


답이 있는 문제에 고마워하자


브라우어르의 부동점 정리

국립 공원, 도심지, 병원에 걸려 있는 안내 지도에는 현재 위치가표시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낯선 곳에서 이 표지를 발견할 때마다 나는 안심한다. - P255

(전략). 이 세상과 수학이 당신을 정신없이 휘감을 때는 브라우어르의 부동점 정리 Brouwer‘s Fixed Point Theorem를 생각하면서 잠시 평온한 시간을 누려보자.
브라우어르의 부동점 정리에 따르면 ‘어떤 장소에 그 장소를 그린지도를 들고 서 있으면, 그 지도 위에는 그 사람이 서 있는 위치를 표시한 점이 적어도 1개는 있다.‘ - P255

부동점은 변화가 생긴 뒤에도 위치가 바뀌지 않는 점이다. 변화란 지형에 존재하는 실제 도로나 자연물을 지도에서는 줄이는 작업을 의미할 수도 있고, 아이들이 바람개비를 돌리며 가지고 노는 일처럼 간단한 행동을 의미할 수도 있다. - P257

브라우어르의 부동점 정리를 적용하려면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한다. 첫째, 변형하는 물체나 장소는 반드시 경계가 있는 한정된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야 한다. (중략). 둘째, 변형하는 물체나 장소에는 구멍이 없어야 한다. (중략). 셋째, 변화가 진행될 때는 모든 점이 연속적인 방식으로 움직여야 한다.(후략). - P258

브라우어르의 부동점 정리는 공학, 의학, 경제학 등 여러 분야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 존 폰 노이만John von Neumann 은 1937년에 부동점 정리를 이용한 경제 모형을 제시하면서 "모든 상품은 공급과 수요가 같아지는 가격이 항상 존재한다"라고 했다.⁴⁶ - P260

46. H. Scarf, "Fixed-Point Theorems and Economic Analysis: Mathematical Theorems Can Be Used to Predict the Probable Effects of Changes in Economic Policy," Ameri-can Scientist, vol. 71, no. 3, pp. 289-96, 1983. - P388

17장


구체적으로 추측하자

케플러의 구 쌓기 추측

한정된 공간에 오렌지를 가장 많이 넣으려고 할 때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은 무한할 것이다. 되는대로 마구 쌓으면서 많이 들어가기를 바랄 수도 있고, 한 오렌지를 다른 오렌지 위에 겹쳐지게 쌓을 수도있다. 전 세계 오렌지 판매상들의 방법을 따라 할 수도 있다. - P125

케플러는 말했다. "진리는 시간의 딸이고, 나는 시간의 산파가 되는일이 조금도 부끄럽지 않다." (중략). 마침내 케플러가 구 쌓기 추측을제안하고 나서 거의 400년이 지난 1998년, 미국 수학자 토머스 헤일스Thomas Hales가 250쪽이 넘는 논문을 발표해 케플러의 구 쌓기 추측이 실제로 옳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 P126

수학을 공부할 때도 인생을 살아갈 때도, 추측은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추측을 통해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다. 일단 구체적으로 추측하면 그 뒤로는 그 추측이 옳은지 그른지를 제대로 확인하고 싶다는 소망이 생긴다. - P127

문제 17 크기가 같은 동전 9개, 자, 연필, 종이를 준비하자. 이제사각형 안에 3개, 4개, 5개, 6개, 7개, 8개, 9개, 10개 동전을 최적의 방법으로 채워보자. 최적의 방법이란 동전끼리 하나도 겹치지않는 상태로 한 사각형 안에 모두 들어가게 한다는 뜻이다. - P1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over Story

왜 음모론은사라지지 않는가

(전략). 시대나 지역을 막론하고 왜 음모론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우리를 미혹하는 것일까? 혼탁한 시대 속 음모론에 휘둘리지 않고 세상을 올바르게 보려면 어떤자세가 필요할까?
먼저 사회학자 전상진은 구조적 관점에서 왜 음모론이 사라지 않는지 분석한다. 그는 음모론의 폐해가 심각하지만 근본적인 접근을 위해서는 음모론이 주범이 아니라 종범 또는 증상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 P44

코로나 위기, 고구마와 사이다

우리는 대체 어떤 세상에 살지? (중략). 글을 쓰는 5월 중순 현재도 코로나19로 인해 피해가 엄청나다. 더 암담한 것은 감염병이 언제 끝날지 끝나기나 할지 그 이후 도래할 세상의 거친 윤곽마저 아무도 모른다는 거다.
위기 상황에 닥치면 말과 생각이 많아진다. 그것의 전제이자결과인 정보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정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어떻게 해야 내가 안전할지‘ ‘대체 언제 예전 삶으로 돌아갈수 있을지‘를 절박하게 알고 싶지만 의사도 방역 담당자도 대통령도 WHO 사무총장도 명확한 답을 주지 못한다. 마스크만 하더라도 의료 전문가들의 주장이 일관되지 않았다. - P47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과학적이고 공식적인 정보가 ‘고구마‘라면 루머.가짜뉴스·음모론과 같은 자유로운 정보는 ‘사이다‘다. - P47

 자유로운 정보가 시원스런 까닭은 이중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첫째, 골치 아프고 지루한 검증에서 자유롭다. (중략). 그러나 자유로운 정보의 생산자나 유포자는 책임에서 자유롭다.
둘째, 소비자의 관점에서 선택이 자유롭다. 자유로운 정보는수요자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보장한다. 그와 달리 과학적이고 공식적인 정보는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  - P48

 크레도 콘솔란스CredoConsolans, 즉 믿을 만해서 믿는 게 아니라 믿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니까 믿는다.¹ - P48

References

1 Shermer, M. 2002. Why people believe weird things: Pseudoscience, superstition, andother confusions of our time. New York: A W. H. Freeman & Owl Book. p.294. - P56

자유로운 정보의 역설


현재가 코로나 시대임을 생각하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코로나에관한 자유로운 정보가 많아지겠지. (전략), 곧 자유로운정보의 주된 온라인 확성기랄 수 있는 정보 채널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생물 무기"라거나 "SG 송신탑이 바이러스를 전파한다"라거나 ‘시스템‘이 "펜데믹 위기의 심각성을 방조 및 조장하여 시민들을 순응적으로 만든다"라는 등의 음모론을 확산시켰다.² - P49

2 Boberg, S., Quandt, T., Schatto-Eckrodt, T., & Frischlich, L. 2020. "PandemicPopulism: Facebook Pages of Alternative News Media and the Corona Crisis--AComputational Content Analysis. arXiv preprint arXiv:2004.02566. - P56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현재 한국에서 각광받는 자유로운 정보는 선거와 관련한 음모론이다 - P49

음모론, 가짜뉴스, 루머


자유로운 정보의 속내를 살필 때다. 루머와 가짜뉴스와 음모론은 어떤 공통점과 차이를 지닐까. 먼저 차이점에 주목하자. 일단 시간순으로 보면 루머가 왕선배, 음모론이 둘째, 그리고 막내는 가짜뉴스라 할 수 있다. - P50

영국의 소설가 태리 프랫쳇Terry Pratchett이 1995년 빌 게이츠Bill Gates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넷이 가짜뉴스를 발흥시킬 것이라 예언했다"라는 보도⁹를 보더라도 가짜뉴스의 전성기는 21세기에 시작한 것이 맞다. - P51

9 Flood, Alison. "Terry Pratchett predicted rise of fake news in 1995, says biographer" (2019-05-30) The Guardian. https://www.theguardian.com/books/2019/may/30/terry-pratchett-predicted-rise-of-fake-news-in-1995-says-biographer. - P56

형식의 측면에서도 세 가지 정보는 나름의 독특성을 보인다. 먼저 루머는 휘발성이 강한 구전mouth-to-mouth 커뮤니케이션이 중심이고, 가짜뉴스는 뉴스의 외관을 갖춘 루머나 음모론이랄 수 있고, 음모론은 나름의 완결된 스토리 라인을 갖춘 이야기 성격이 강하다. 우리의 관심이 음모론이므로 조금 더 부연하자.  - P51

 음모론은 다음의 세 가지 요소와 세 가지 배역으로 구성된 이야기다. (1) 세상에 우연은 없다. (2) 모든 건 서로 연결되어 있다. (3)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¹² - P51

12 Butter, M. 2018. Nichts ist, wie es scheint. Über Verschwörungstheorien. Berlin:Suhrkamp Verlag. - P56

음모론이 루머보다 더 체계적이고 가짜뉴스보다 더 긴 까닭은 결국 이런 스토리 요소와 라인을 갖췄기 때문이다.¹⁴ - P51

14 Butter, 2018. - P56

고통을 설명하는 음모론


내가 음모론에 관한 책을 쓸 때 담당 편집자에게 그리고 책이 출판된 후에 관심을 가져준 고마운 소수의 독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음모론이 도대체 무엇인가요?" 짧게 답할 수 없는, 아니 그렇게 답해서는 안 되는 질문이라는 생각은 변함없다. - P52

고통의 설명은 문화의 핵심 쓸모다. - P52

20세기 초 독일에서 수행된 설문 조사 결과를 분석하면서 막스 베버 Max Weber는 많은 노동자가 교회를 떠난 이유를 다음과 같이 해설했다. "단지 소수만이 근대의 자연 과학적 이론들을 그 근거로 제시했고 다수는 현세적 세계 질서의 ‘불공정성‘을 기독교 불신의 근거로 제시했다."¹⁶ - P52

16 베버, 막스, 2008. 《종교사회학 선집》, 전성우 옮김, 나남 - P5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문


이 책은 400년 가까이 수학자들을 괴롭혀 왔던 한 난제를 다루고있다. 1611년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1571~1630)는 공을 가장 조밀하게 쌓는 방식은 청과물 상인이 오렌지나 토마토를 쌓을 때 쓰는 방식과 동일하다는 추측을 내놓았다. - P9

내가 케플러의 추측을 처음 알게 된 때는 1968년이었다. 당시 나는 스위스 국립공과대학 수학과 1학년이었다. 그 당시 한 기하학교수가 여담 중에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공을 가장 밀도 높게 쌓으려면 각각의 공이 12개의 공에 의해 둘러싸이도록 하는 배열이라고 사람들은 믿고 있다." 그 교수는 케플러가 최초로 이런 추측을 내놓았다고 말했으며, 이것은 그 유명한 페르마의 정리와 더불어 가장 오랫동안 풀리지 않고 있는 수학의 난제라고도 했다 - P10

이 책은 과학 및 과학사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씌어졌다. 따라서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수학 외에 별도의 수학 지식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 P11

대강의 줄거리만을 원하는 독자라면 난해한 수학이 나오는 부분은 건너뛰어도 무방하다. 그런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읽지 않아도 큰 무리가 없는 부분은 별도의 활자체를 사용했다.  - P12

나는 예루살렘에 있는 히브리 대학의 수학도서관, 하만 과학도서관, 과학사 및 과학철학 도서관에서 상당량의 귀중한 자료를 얻을수 있었다. 취리히 국립공과대학 도서관에서는 좀처럼 찾기 어려운 논문들도 구할 수 있었다. 또 이스라엘 원자력 에너지 연구소에서도 입수하기 어려운 논문을 한 편 보내주었다. 이들 기관에 감사를 드린다. - P12

1장

포탄과 멜론


영국 귀족이자 항해 전문가인 월터 랠리 Sir Walter Raleigh(1552~1618)은 새로운 지적 영역을 개척한 사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의 학문적 업적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 P17

선구적 사상가로서의 면모가 제대로 평가되고 있지는 못하지만해리엇의 과학적 업적은 매우 다양하다. (중략). 그의 과학적 발견 대부분은 사망 후 10년이 지난 시점인 1631년 출간된 그의 주저(해석학적 방법론의 적용을 통한 대수방정식의 해Artis analyticae precisad Aequationes Algebraicas Resolvender)에 담겨 있다. - P18

월터 경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해리엇은 특정한 모양의 수레에 몇 개의 포탄이 쌓여 있는지를 계산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표를 하나 만들었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해리엇은 거기에 머물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특정 형태로 쌓여 있는 포탄의 개수를 계산하는 공식을 고안해 냈을 뿐만 아니라, 배에 포탄을 최대한실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했던 것이다. - P19

포탄은 비록 3차원 물체이지만 그보다 낮은 차원에서도 동일한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먼저 1차원과 2차원에서 이 문제를 살펴보도록 하자. (중략). 1차원에서 공간은 단순히 직선이 된다. 2차원에서는 공간은 평면이 된다. - P19

그런데 특별히 3차원에서 멈출 이유가 있을까? 사실 수학자들-이들은 확실한 증명을 내놓기 전까지는 어떤 것도 믿지 않으려 하는 족속이다-은 눈으로 볼 수 없는 대상이라고 해도 그것을 정의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수학자들은 선분이나 원, 그리고 공을 정의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고차원 구를 정의한다. - P20

다시 본래의 문제로 돌아가서 쌓아놓은 물체의 밀도란 무엇을 뜻하는지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무한한 공간에 무수히 많은 구를 쌓아놓을 수 있는데 어떻게 밀도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 P20

비교를 위해 동전을 정사각형 형태로 배열했을 때의 밀도를 알아보도록 하자. 이 경우에는 동전이 평면을 채우는 비율이 79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확한 계산은 부록 참조) 따라서 2차원에서는 정사각형 배열이 정육각형 배열에 비해 매우 비효율적이다.
그러나 평면이 무한 평면이 아닐 때에는 정육각형 배열이 반드시 정사각형 배열보다 효율적인 배열이라는 보장은 없다.  - P22

 하지만 이 책의 주제인 케플러의 추측은 경계가 없는 공간, 즉 무한 공간일 때를 가정하고 있다.
어쨌든 무한 평면일 때 정육각형 배열이 정사각형 배열에 비해 밀도가 높다는 사실은 알게 되었다. - P22

정육각형 배열이 최적의 배열이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증명이 요구된다. 하지만 그것을 증명하는과정은 그리 간단치 않았다. 겨우 만족할 만한 증명이 나온 것은1940년이 되어서였다.  - P23

무게는 같지만 하나는 정육면체 모양을 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둥근 모양을 하고 있는 2개의 멜론을 비교했을 때, 둥근 모양의 멜론 표면적이 20퍼센트 가까이 적다. 결국 멜론은 수분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둥근 모양으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최소 표면적 문제 역시 그 해결에 천 년이나 소요된 난제였다. 아르키메데스는 이미 그 답이 둥근 모양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1894년이 되어서야 헤르만 아만두스 슈바르츠Hermann AmandusSchwarz(1843~1921)에 의해 엄밀하게 증명되었다. - P24

과일 쌓기 문제로 다시 돌아가 보자. 상품 진열 방식 가운데 하나는 상자 안에 되는 대로 쌓아 올리는 것이다. (중략). 아무렇게나 쌓으면 평균적으로 상자의 공간을 55~60퍼센트만 활용하게 된다. (중략). 짓이겨지는 경우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이렇게 하면 대략 64퍼센트의 공간을 사용하게 된다. - P25

좀더 깔끔한 방법은 정육면체를 쌓듯이 열과 행을 맞추어 가지런히 배열해 놓은 다음 그 위에 조심스럽게 다음 번 켜를 올리는 것이다. (중략). 안정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손님이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무너져 내릴 위험이 있다. (후략).⁴

4) 반면에 물리학자들은 안정성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퍼 백Per Bak의 책 <자연의이치 How Nature Works》 (코페르니쿠스 출판사, 뉴욕, 1996년)에서 모래 더미의 안정성에 대해 다루고 있는 부분을 참조하기 바란다. - P25

현명한 상인은 그보다 더 나은 방식을 택한다. 사실 전 세계 거의 모든 상점에서 이와 같은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먼저 테이블 한쪽에 과일을 가지런히 늘어놓는다. 앞에서 보았지만 이 방법은 1차원에서 밀도를 가장 높게 하는 배열 방식이다. 그 다음 줄에서는 첫번째 줄 멜론 바로 옆에 놓지 않고 대신 두 멜론 사이에 난 공간에 위치하도록 놓는다. 이를 수학적 용어를 빌려 표현하면, "멜론 반개만큼 전치되어 있다"라고 말한다. - P26

2장에서 보겠지만 ‘육방 밀집 쌓기 Hexagonal ClosePacking (HCP)‘란 이름으로 불리는 이 방식의 밀도는 놀랍게도 74.05퍼센트에 달한다. 그러나 이 방식도 단지 좀더 나은 것에 그치지 않는다. 실은 멜론을 쌓는 방법 가운데 최적의 것이 바로 이 육방 밀집 쌓기이다. 다시 말해서 밀도가 가장 높은 쌓기 방식인 것이다. - P27

이 점은 상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상식이었지만 유독 수학자들은 이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수학자들이 이를 참으로 받아들이기까지는 387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다. - P27

이 시점에서 구 쌓기와 관련된 흥미롭고도 중요한 두 가지 사실을 밝히고자 한다. (중략). 1883년 결정학 Crystallography을 연구하던 윌리엄 발로 William Barlow(1845~1934)는 멜론을 쌓는 최적의 방법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 P27

(전략).
차이는 멜론 4개마다 오목한 곳 하나가 생긴다는 점이다.(HCP 쌓기에서는 멜론 3개마다 오목한 곳 하나씩이 만들어진다.) 이제 오목한 곳마다 멜론을 올려놓아 두 번째 켜를 만든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 얻는 배열을 ‘면심 입방 쌓기 Face-Centered Cubic Packing(FCC)‘라 부른다. - P28

20년이 지난 후 아마추어 과학자 발로는 또다시 획기적인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1907년 그의 동료 윌리엄 잭슨 포프WilliamJackson Pope (이 사람은 훗날 맨체스터 대학 화학과 교수가 된다)와 공동으로 《화학학회 저널Journal of the Chemical Society)에 논문을 실었다. 이 논문에서 두 사람은 멜론을 쌓는 최적의 방법이 두 가지만이 아니라 실은 무수히 많다는 점을 보여주었다.(그들은 멜론보다는 원자에 더 관심이 많았다.) - P29

 그런데 이들 배열 모두 74.05 퍼센트의 밀도를 지니게 된다! 해리엇과 케플러가 이 사실을 알면 분명 놀라지 않았을까? - P29

무수히 많은 이들 배열 방식은 밀도 이외에도 다른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중략). 즉, 각각의 구가 12개의 다른 구와 맞닿도록 배열한다고 해서 반드시 최적의밀도를 갖는 배열이 되지는 않는다. 실제로 구 하나하나가 다른 12개의 구와 맞닿아 있지만 최적의 밀도를 갖지 않는 배열들이 존재한다. 이런 배열 가운데 소위 ‘더티 더즌Dirty Dozen‘이란 것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좀더 자세히 다룰 것이다.  - P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