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있지만 기록을 하지 않는.










마침 금홍이 축음기 레코드판을 갈았다. 슈베르트의 곡 들장미>가 흘러나왔다. 상이 감았던 눈을 떴다. 구보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괴테가 지은 시 아닌가? 지난번에 서점에 들른 이유는 바로이 시를 찾아보기 위함인가?" - P52

"참으로 아름다운 시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생각을 엿보게된다면 좀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네. 아름다운 빨간 장미를 꺾으려는 소년, 그리고 소년을 가시로 찌르려는 장미, 고통이라는하나의 관념이 매개체가 되어서 서로 고통을 주고받으려는 의도가 있네.‘ - P52

그렇다면 괴테의 시에 가학을 즐기는 사디즘과 학대를 받는것을 즐기는 마조히즘이 뒤얽혀 있다는 말인가? 이거참, 사디즘의 원조 사드 후작과 괴테의 시가 통한다니." - P53

"그렇다면 이제부터 범인의 윤곽을 그려나간다면 말일세. 셸리의 시를 들먹일 정도로 멋진 척하는 머리에 잉크 물든 자일것이고, 또한 가학적인 행위에 만족감을 느끼는 자일 것일세." - P53

"이런 짓을 벌이고 다니는 지식인들이 있다. 그들 사이에 유행이 되는 아보타라는 놀이가 있다. 심지어 살인까지 저지르는위험한 단계에까지 진출해 있다. 이건 한 모던보이 머리에서 계획된 것은 아니네. 이런 일들을 조직적으로 벌이고 사상과 관념으로 투철한 이가 배후에 있을 것이야. 그가 젊은 청년들의 사상을 검게 물들이고 있다는 데에 내 이름을 걸겠네." - P54

본정 뒷골목에 있는 병목정 갈보집으로 불리는 유곽 거리에있는 애한테 들은 얘기예요. 걔네들 열심히 뛰어봤자 하루벌이가 얼마 안 되는데 하여튼, 하루는 검은색 포드 승용차에서 내린 하얀 머리의 점잖게 생긴 신사가 내일 유곽 여자 세명정도만 밖에서 놀 수 있게 해달라고 했대요. 가게에다가는 선금으로50원을 내놓고, 애들에게는 일인당 20원씩 지급한다고 약속하고요. 다음 날 밤, 차를 몰고 나타나 여자들을 데리고 갔대요. 제친구도 거기 끼어 갔다는데, 포드 승용차에 올라타자마자 눈가리개를 하고 손목을 묶었다는 거예요. - P55

"문제는 그 여인들 중에 한 여인이 실종되었다네."
구보가 놀란 눈으로 이상을 보았다.
"실종이라면 또 다른 범죄가 있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친구분을 만나러 가야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말인데 오늘 병목정에 가보려고 하네만."
"병목정?" - P56

"무얼 그렇게 생각하는 게인가? 아하, 금홍이? 아내가 아닌것은 알 테고."
구보는 깜짝 놀라 상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뭘그리 놀라나.자네양볼이 붉어지는 걸 보면 허리 아래남녀관계를 생각하는 게 맞을 터이고, 좀 전에 본 여자는 금홍이밖에 없잖은가?" - P57

구보가 반문하였다.
"좀 이상한 게 있네. 아무리 즐기는 것이라지만, 그들은 한 가지 약속은 하고 있네. 바로 서로 죽이지 않겠다는 것. 즐거움을주는 일이라 해도 죽을 지경에 이른다면 얼마나 겁이 나고 손해볼 것인가?" - P58

본정 대로변에 위치한 은행, 호텔, 상점, 우체국 등을 뒤로하여 뒷골목으로 들어가 삼정목 경성극장을 끼고 돌아서 오정목으로 향하는 거리에는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시끄러운 음악들이 골목을 장악하고 있었다. 본정에서 일하는 은행원과 샐러리맨들을 부르는 선술집들은 집집마다 가스등을 내걸고 화려한 입간판을 내세워 영업을 하고 있었다. - P58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데 들어보시지 않을래요?"
상의 코트자락을 끌어당기는 앳된 얼굴의 여인이 은근하게말을 걸어왔다.
"여기 와서 금화정 꽃순이를 찾으면 된다고 하던데?" - P59

"형사인데 알아볼 게 있으니 안내를 해주오."
상은 진지한 어투로 말하였다. 구보는 상이 형사를 사칭한다는 것에 깜짝 놀랐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저 꽃다운 아가씨들과 말동무만 하다 지쳐 돌아갈 게 뻔하였다. - P59

"누구를 찾아오셨나요?"
"손님은 아니고 잠시 할 말이 있으니 꽃순이라는 여인을 불러주시오."
상과 구보는 경계하는 표정의 여주인에게 5전을 건네고 방으로 안내되었다. 차와 과자가 나왔고 뒤이어 장지문이 열리며 기모노를 입은 여인이 조심스레 방으로 들어왔다. - P60

"잘 모르고 계시나본데, 그 아이는 실종이 아니라 고향에 내려간 걸 거예요."
"진실을 말해주시는 편이 실종자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꽃순이는 잠시 망설이더니 겁에 질린 얼굴이 되어 눈물을 글썽거리며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 P60

"친구는 고향에 내려간 게 확실합니까?"
꽃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입을 꾹 다물었다.
"혹시나 무언가 생각나는 게 있거나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종로통 ‘제비‘의 금홍에게 전해주시오."
여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돌아나갔다. - P6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허영심을 불어일으키는 독서 목록.

독서 중독자들의 독서 리스트

강민선, 도서관의 말들, 유유, 2019
강민선,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 임시제본소, 2018
강유원, 문학 고전 강의 라티오 2017
권범준, BRITPOP 브릿팝 안나푸르나 2020
귀스타브 플로베르 진인혜 옮김, 부비르와 페귀, 책세상, 2023
단테 알리기에리, 「신곡」대니얼 스탠더, 정지인 옮김. 판단하지 않는 힘, 동녘 2019
데이비드 허프, 신동현·최홍준 옮김. ‘죽지 않고 모터사이클 타는 법, 루비박스 2013
도다야마 가즈히사 전화윤 옮김, 과학자에게 이의를 제기합니다. 플루토 2019
로버트 무어, 이동훈 옮김, 쿠르스크 울력 2021
로베르트 무질, 특성 없는 남자리 스콧, 이용훈 옮김, 마르셀로 비열사, 삼호미디어,2021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곽광수 옮김,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민음사 2008
마이클 톱스, 홍범 옮김, 1945 모딘아카이브 2018
마이클 돕스 박수민 옮김, 1962 모던아카이브 2019
마이클롭스 허승철 옮김. 1991 모던아카이브 2020
만프레트 라이츠, 장혜경 옮김. 설마 있을까 싶은 기이한 동물 추적기 프로네시스 2007
에리 위스너-행크스, 류형식 옮김. 케임브리지 세계사 콘사이스 소외당 2018
박민영, 글을 쓰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샘터사, 2019
박상훈, 정치적 말의 힘, 후마니타스 2022
박종진, 만년필입니다! 멜빅미디어, 2013
박태하, 괜찮고 괜찮을 나의 K리그 민음사,2019
배리 스트라우스, 최파일 옮김. 로마 황제 열전 까치 2021
배은숙, 로마 전차 경기장에서의 하루 글항아리, 2021
슈테판 츠바이크, 안인희 옮김. 위로하는 정신, 유유 2012
시미즈 레이나, 윤희육 옮김. ‘세계 물의 도서관 지식여행, 2014
아서 쾨슬러, 문광훈 옮김, ‘한낮의 어둠, 후마니타스, 2010
알베르 카뮈 모형인 옮김. 시시포스 신화 연암서가, 2014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남방 우편기』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야마우치 도시히데 김성훈 유병준 옮김, 『잠수함』 북스힐, 2017
요한 볼프강 폰 괴테『파우스트」
윌리엄 케인, 김민수 옮김 위대한 작가는 어떻게 쓰는가 교유서가 2017
이마미치 도모노부, 이엄마 옮김. 『단테 『신곡』 강의』 교유서가 2022 - P24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르바이트 생이 읽기 부적절한 책.
1장은 읽었지만, 2장부터는 손이 안 가던 책.









2년 뒤 마틴 부부는 월도프 호텔에서 또다른 파티를 벌였고, 이때 손님들에게대접한 호화 저녁은 인당 116달러에 달했다. 당시 뉴욕 노동자들은 일년 내내 일해야 364 달러에서 624달러 사이의 돈을 벌수 있었다 - P51

우리가 살펴보았듯이런 투쟁들은 20세기 중반 무렵 전 세계 산업국가들을 실질적으로, 때로는 놀랄 만큼 더 평등하게만들었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서는 이 평등화에 균열이 생겼는데, 이런 현상은 특히 영어권 국가들에서 심했다. - P52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피케티Thomas Piketty 는 우리가20세기 초의 엄청나게 불평등한 ‘세습 자본주의‘로 회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 P52

 피케티는 2014년에 출간한 저서 《21세기 자본Capital in theTwenty-First Century》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뒤에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의 주요 메시지는 비행기 안에 조종사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에서 비행기가 멈출 거라고 보장해주는 자연적인 과정은 없습니다." - P53

좋은 소식은 없을까? 샤이델에게서는 없다. 그는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폭력을 반기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부와 소득의 더 공평한 분배로 가는 평화적이고 쉬운 길은 없다고 말한다 - P54

하지만 샤이델 입장에서 보면, 그는 보수주의자들에게서그런 아찔한 호평을 끌어내려고 한 적이 없다. - P54

 그 대신 그의 책은 우리에게 불평등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고, 우리 사회를 더 평등하게 만들고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방안을 떠올려보라고 권한다. - P55

그들이 숨겨놓은 부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 피케티의 동료인 경제학자 가브리엘 주크만Gabriel Zucman은 조세 회피를 가능하게 만드는 ‘변칙적인‘ 국제 금융 기록을 조준했다. - P55

만약 이렇게 숨겨진 막대한 부에 글로벌 세금을 물리면 전세계 갑부들의 엄청난 개인 재산을 어느 정도 떼어내 각 국가정부에 충분하고 새로운 수입으로 돌려주는 일이 틀림없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피케티의 부유세 제안은 주류 평론가들은물론이고 평등한 세상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조차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 P56

 다른 평등주의자들은 단순히 정치적 현실성의 문제를 뛰어넘어 피케티의 글로벌 부유세에 의구심을 품는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피케티의 부유세는불평등을 막는 종래의 소득 재분배 접근법의 또다른 변형일 뿐이다. - P56

부자들이엄청난 재산을 회복하면서 연금이나 현장 안전관리 같은 다양한 사회 발전의 전선이 붕괴되는 일이 여러 국가에서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 P57

 좌파 비평가들은 전통적으로 실행했던 소득 재분배 접근법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소득 재분배는 불평등을 일으키는 경제를 주어진 상태로 간주하고, 이런 경제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유리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불리하게 귀결된다는것을 기본적으로 인정했다. - P57

영국의 경제학자 페이자 샤힌Faiza Shaheen은 종래의 소득분배 접근법이 일반적으로 어떻게 약화되는지 의학적 비유를 들어 설명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바이러스는 항바이러스제에 내성을 키울 수 있는데, 부자들 역시 소득 재분배성 세금에 내성을 키운다는 것이다. - P58

현명한 공중보건당국자들은 예방을 강조한다. 샤힌은 현명한 사회경제 정책 또한 예방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한다. - P58

요약하면, 우리는 불평등이 일으킨 혼란을 수습할 목적의소득 재분배 조치만이 아니라 불평등을 덜 초래하는 경제를 만들기 위해 싸워야 한다. - P58

그 예로 피케티는 자신의 획기적인 저서 <21세기 자본이
"자본에 대한 누진과세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똑같이 중요하다고 판명된 수많은 제도의 진화에는 주의를 거의 기울이지 않았을 수 있다"고 시인했다" 피케티는 부의 사전분배와 재분배는 대립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 P59

 지적재산권부터 토지 사용까지 모두 포함하는 수많은 불평등의 동인은 확실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최근에 논의되는 소득 사전분배론 전반의 초점은 수십 년간 국민소득에서 노동자의 임금 비율이 떨어진 것에 맞춰져 있다. - P59

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의 분석 자료랄 보면, 21세기에 접어들어 15년 동안 법인 소득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7퍼센트 하락했으며, 이 임금 감소분은 5000억 달러가 넘는 금액임이 상세히 나와 있다.
이처럼 임금 점유율이 줄어드는 추세는 세계적인 현상이었다. - P60

이처럼 국민소득에서 근로 가정의 점유율이 줄어드는 것은 경제 논리상 말이 안 된다. 근로자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돈이 없어진다는 것은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줄거나 가계 빚이 크게 증가한다는 의미다. 혹은 그 두 가지가 모두 발생한다는 뜻이다. - P60

전 세계적으로 노동자 임금 점유율이 하락하자 급여 개
‘선‘을 목적으로 한 다양한 계획들이 쏟아져나왔다. 하지만 기업들은 거기에 협조할 의향이 별로 없어보인다. - P6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골라스 말이 맞아. 어떤 두려움이나 의구심이 우리를 좀먹더라도, 도전해오지도 않는 노인을 불시에 쏠 수는 없어. 대기하면서 좀 더 상황을 보자고!" - P20

•팡고른을 잘 알고 있는 듯한 말투로군. 그렇지 않나?"
영상 레코드는 계속 돌아갔지만 그는 더 이상 듣고 있지 않았다. 암호화된 메시지의 요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번 집회에서 미처하지 못한 말이라도 있단 말인가?" - P20

대충 감이 오기 시작했다. 벤은 신중하게 스카치 병의 뚜껑을 닫고 단단히 잠갔다. 혼자서 노우저를 타고 가야 한다. 여러입식지에서 선발된 십여 명의 동료들과 합류하게 될 것이다.
기능 범위는 5, C급 임무, K4 호봉, 업무 연한은 최장 2년 도착하는 즉시 완전한 연금 및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다. 현재 그가맡은 업무를 무효화하는 최우선 명령을 이미 수령했으므로, 당장이라도 떠날 수 있다. 떠나기 전 업무 인수인계를 할 필요조차도 없다. - P21

 레코드를 껐기 때문에 간달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언젠가는 방금 한말을 취소할지도 모르겠지. 하지만 아직은 아냐. 지금은 아냐.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러고는 기다렸다. 정적을 몸으로 느끼며, 전축 스위치에 한 번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그것을 시작할수도, 끝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곱씹으며, - P2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돌아가고 싶어・・・."
소년은 중얼거렸다.
그의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치는 복잡한 상념에 비해 그것은 너무나도 간단한 표현이었다. 허나 현재 그의 심정을 이토록 직설적으로 나타내는 말도 없으리라. - P55

소년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사람. 사람, 사람, 사람, 그리고 사람, 다시 말해 사람. 어쩔 도리 없을 만큼 사람만이 그의 시야 가득히 넘쳐흐르고 있다. 시각은 오후 6시경. 회사와 학교에서 귀가하려는 사람들이 불어날 무렵이다. 아직 절정에 달하지는않았지만 사람을 ‘군집‘으로 느끼게 해주기에는 충분한 인구밀도였다. - P55

샐러리맨 같은 남자의 어깨가 자신과 부딪친다. 무의식중에사과하려 했으나 상대는 자신의 존재를 개의치 않고 가버렸다.
소년은 고개를 숙이고 "죄, 죄송합니다!" 하고 웅얼거리고는 개찰구에서 약간 떨어진 기둥으로 걸어가 기대어 섰다. - P56

한 번도 살던 동네를 떠난 적이 없고 초중학교 때의 수학여행은 두 번 다 빠졌다. 스스로도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을즈음, 도시마구에 있는 사립고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몇 년 전에 생긴 신설학교이며 성적은 중상 정도지만 도내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훌륭한 시설을 갖춘 곳이었다. 가까운 학교에 다닐수도 있었지만, 옛날부터 도회지를 동경했다는 점과 초등학교 시절에 전학 간 친구의 조언이 큰 영향을 미쳤다. - P56

"실패한 걸까아.…."
자신의 존재 따윈 눈에도 안 들어올 것 같은 사람들의 무리에 압도되고 만다. 자신의 일방적인 착각이라는 것은 알지만 과연 이런 환경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에 먹혀버릴 것만 같았다. - P57

그리고 그는 거기서 소꿉친구의 얼굴을 발견했다.
"어, 어라.... 키다?"
"질문형식이냐? 그렇다면 그에 응해주지. 셋 중에서 골라라.
① 키다 마사오미 ② 키다 마사오미 ③ 키다 마사오미." - P57

"와아, 키다! 정말 키다니?"
"내가 3년에 걸쳐 혼신을 다해 고안해낸 멋진 농담은 무시하기냐... 정말 오랜만이다!"
"어제 채팅방에서 만났잖아...그건 그렇고 너무 변해서 놀랐어-. 설마 머리를 물들였을 줄이야! 그리고 그 농담 썰렁해." - P58

"그럼 갈까 일단은 밖으로 나가자. 기분은 그야말로 GO 웨스트, 서쪽 입구인 척해놓곤 세이부 방면으로 향하는 나는야 교활한 안내인."
"그렇구나. 근데 서쪽 입구랑 세이부 쪽 입구랑은 어떻게 달라?"
"...이런." - P59

"... 너도 꽤나 독설가라니까."
마사오미는 벌레 씹은 표정을 지었으나 단념한 듯 한숨을 쉬며 읊조렸다. - P59

유치하다고는 생각했지만 미카도에게는 이곳 말고는 생각나는 장소가 없었다. TV 드라마 등으로 유명한 장소이며 한 군데 더 생각나는 곳이 있기는 했지만.
"음, 이케부쿠로 웨스트게이트파크는 어때."
"오오, 나도 그 드라마 봤어. 소설이랑 만화도 다 갖고 있지."
"아, 아니, 드라마 말고 웨스트게이트파크 자체 말이야." - P60

"아니, 나도 주워들은 이야기라 정확하게는 몰라. 숫자 자체는꽤 될 테고, 컬러 갱이나 폭주족 이외에도 위험한 일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더욱이 일반인 중에도 절대로 손을 대서는 안 되는 놈들이 여럿 있거든.... 하지만 너는 일부러 싸움을 걸거나주먹질을 할 녀석이 아니니까 괜찮겠지. 그 외에는 사기꾼이나수상한 장사꾼을 조심하고 갱이나 폭주족 냄새 나는 놈들에게만 가까이 안 가면 될 거야." - P61

두 사람은 지하도가 좁아지는 장소로 들어서서 지상으로 나가는 에스컬레이터로 다가갔다.
(중략)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나오자 사람이 밀집된 공기는그대로였지만 주위의 경치가 180도 바뀌었다. - P62

간혹 그러한 세력권안에서 한 사람이 튀어나와 다른 종류의 인간에게 말을 걸기도했지만 그러한 광경마저도 흘려보내듯 인파는 끝없이 움직였다. - P62

그 감동을 솔직하게 전달했더니 마사오미는 웃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 그럼 담번엔 신주쿠 시부야에 데려가줄게. 하라주쿠도 좋겠군, 컬처 쇼크 받을걸. 아키하바라도 좋고・・・ . 사람 떼가 신기하면 경마장에 데려가줄까?"
"사양할래." - P64

"이 위의 도로가 수도고속이야. 아, 그렇지. 지금 걸어온 곳이 60 거리. 그거 말고 선샤인 거리라는 곳도 있지만 시네마 선샤인은 60 거리에 있으니까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해. 아차, 모처럼온 건데 안내해줄 걸 그랬네."
"아냐, 다음에 해도 돼." - P64

"아-, 아니, 유마사키 씨랑 카리사와 씨는 아는 사람, 사이먼이랑 시즈오는 아까 말했지. 왜적으로 돌려서는 안 되는 놈 중둘이야. 하긴 그중 헤이와지마 시즈오(平和島靜雄)는 평범하게살면 말을 걸 일도 없을테고, 눈에 뜨인다 해도 달아나면 그만이지만." - P65

소년 같은 얼굴을 한 청년의 순진한 질문에, 마사오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하늘을 올려보다가 이윽고 결심한 듯이 대답을 내놓았다.
"우선은 바로 나다!"
".....3^0.5점." - P65

"응 - 여럿 되지만 야쿠자나같은건 두말하면 잔소리고…. 네가 연관될 것 같은 놈이라면, 지금 말한 둘 말고 오리하라 이자야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 자식은 위험하니까 절대 가까이하지 마. 하긴 신주쿠에 서식하는 사람이니 만날 일도 없겠지만." - P66

그런 마음을 읽었는지 마사오미는 위로하듯 말을 이었다.
"아-, 신경 쓰지 마. 요란할 뿐이지 딱히 나쁜 이름은 아니니까. 네가 이름에 걸맞게끔 당당하게 행동하면 아무도 불평하는 녀석은 없을 거라고." - P67

"....다라즈?"
"응. 완다라즈의 다라즈."
"또 이상한 예시를・・・ 그건 어떤 팀이야?"
방금 전까지는 소극적이던 미카도가 웬일인지 관심을 보이며 이야기를 재촉한다. - P67

그들은 한동안 말없이 신호 너머에 있는 날카롭게 디자인건물을 따라 걸었다. 건물 안에는 세련된 차가 전시되어 있어건물의 형태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미카도가 잠시 건물과 차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을 때 별안간 기묘한 소리가 들렸다. - P68

"너는 운이 좋아."
"어?"
"도쿄에 오자마자 괴담을 목격하게 됐으니까."
그는 여전히 무표정이었지만 눈만은 기대감으로 가득 차서 반짝거렸다. - P68

헤드라이트가 없는 새까만 오토바이에 올라탄 인간의 모습을한 그림자‘.
그것이 차 사이를 누비고ㅡ두 사람의 앞을 소리도 없이 지나갔다. - P69

그것은 한눈에도 기묘한 존재였으며, 마치 소리가 울리는 범위만을 현실에서 도려낸 듯한 위화감을 풍겼다. 길을 가는 사람들 절반 가량이 발길을 멈춘 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림자‘
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 P69

스쳐 지나가는 순간 그는 헬멧 안에 눈길을 주었다. 헬멧 내부는 들여다볼 수 없었지만 미동도 하지 않는 머리 부분에서는 시선이라는 것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 P7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