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narchist Cookbook (Paperback)
Keith McHenry / See Sharp Pr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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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뒷 쪽을 보시면 요리법이 나와있습니다.
소규모 모임부터 대량 요리까지, 또 조미료 설명도 있습니다.
그 외 앞 부분은 아나키즘에 관한 소소한 설명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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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프랭크는 르마의 상자를 열기 위한퍼즐을 푸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
그래서 커다란 종이 울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 P11

 상자의 여섯 면은 검은 래커로 칠해져 있었는데, 이 3차원퍼즐을 해체할 수 있는 장치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 P11

르마샹이라는 이 프랑스인은, 중국인들의 정확하고 천재적인 기술력에 자신만의 기이한 논리를 덧대었다. - P12

첫 성공에 용기를 얻은 프랭크는 열정적으로 퍼즐을 풀어나갔다.  - P12

프랭크는 퍼즐에서 눈을 떼고 시선을들었다. 잠시 동안 그는 종소리가 바깥거리 어딘가에서 들려 온다고 생각했다. 곧 프랭크는 그 생각을 떨쳐냈다.  - P13

그 생각에 호흡이 가빠졌다.
프랭크는 이 순간을 너무도 간절히기다려왔다. 그의 모든 지혜를 동원해 현실에 장막이 이처럼 찢겨 나가는 순간이하기를 계획했다. - P14

키르허가 ‘세노바이트¹‘라고 부르던 사람들,
파열의 교단에 속한 신학자들이 신학자들은최고의 쾌락의 영역에서 실험하던 도중 소환되어, 시공간을 초월한 자신들의 머리를 실패와 빗줄기로 얼룩진 세상에 들이밀것이다.


1 Cenobite, 수도원에서 공동 생활을 하는 수도사라는 뜻을 담고 있다. - P15

그러나 지금, 종소리가 점점 더 커져상자에서 울리는 음악 소리를 압도하자 두려움에 휩싸였다.
너무 늦었어, 그는 중얼거렸다.  - P16

방 한가운데에 있는 알전구는어두워졌다가 밝아지기를 반복했다. 전구는 종이 울릴 때마다 같은 리듬으로 뜨겁게타올랐다. - P17

마침내 벽은 다시 실체를 갖췄고, 종소리는그쳤다. 전구가 깜빡거리다 꺼졌다. 이번에는 다시 켜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프랭크는 어둠 속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못했다. 미리 준비해둔 환영의 말을 떠올렸지만 혀가 움직이지 않았다. - P18

그리고, 빛이 있었다.
빛은 그들에게서 새어 나왔다. 네 명의 세노바이트. 그들의 등 뒤로 벽은 봉인되었다. - P18

지금 세노바이트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왜이렇게 괴로운 걸까? 흉터가 그들의 몸을 빽빽하게 뒤덮었기 때문일까? 살점을 표면부터 죄다 뚫고 베고 봉합한 다음, 재를뿌려 덮고 있어서? 그들에게서 풍기는 바닐라 냄새가 그 단내가 악취를 가리는 데 별다른역할을 하지 못해서?  - P19

"내가 물었다."
그 존재가 말했다. 프랭크는 대답하지않았다. 이 상황에서 도시의 이름 따위가 생각날 리 없었다.
"내 말을 이해하는가?" - P20

"우리가 누구인지는 아는가?"
그 존재가 물었다.
"그래."
마침내 프랭크가 말했다.
"알아."
당연히 알았다.  - P21

하지만 아니었다. 이곳에는 여자도, 나른한 숨소리도 없었다. 그저 살에 고랑이 파인 성별을 가늠할 수 없는 어떤 존재만 있을 뿐이었다.
그때 세 번째 존재가 입을 열었다. - P22

"원하는 게 무엇인가?"
그 존재가 프랭크에게 물었다.
프랭크는 방금 질문한 존재를, 다른둘보다는 더 자신감 있게 살펴보았다. 1초, 1초가 지날수록 두려움은 사라져갔다. - P23

"키르허는 당신들이 다섯이라고 했는데."
프랭크가 말했다.
"때가 되면 엔지니어가 도착할 것이다."
대답이 돌아왔다.
"다시 묻는다. 원하는 게 무엇인가?" - P23

"이 세상이... 실망스러운가?"
"상당히."
프랭크가 대답했다.
"이 세상의 진부함에 질린 건 네가 처음이아니다." - P24

프랭크가 입을 열었다.
"네가 무엇을 기대했는지는 안다."
첫 번째 세노바이트가 대답했다.
"우리는 네 광기의 속성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 알고 있다. 우리에게는 대단히 익숙한것이니까."
프랭크가 끙 소리를 내며 말했다. - P25

"너 같은 자의 상상력으로는 아무리 원해도 감히 불러일으킬 수 없는 가장 말초적인 상태가 있지."
(중략).
"받아들이겠나?"
두 번째 세노바이트가 말했다. - P26

"보여줘."
프랭크가 말했다.
"돌아갈 수는 없다. 알고 있나?"
"보여줘."
더 이상 말할 필요는 없었다. 세노바이트가 장막을 걷었다. - P27

"보여줘."
프랭크가 말했다.
"돌아갈 수는 없다. 알고 있나?"
"보여줘."
더 이상 말할 필요는 없었다. 세노바이트가 장막을 걷었다.  - P27

그러나 타는 냄새는 시작에 불과했다.
냄새를 인식하자마자 대여섯 가지 다른 냄새가 머릿속을 채웠다. - P28

귀도 못지않게 예민해졌다. 머리에 수천가지 소음이 가득 찼다. 그중 일부는 스스로에게서 나는 소리였다. 고막에부딪히는 공기가 허리케인처럼 굉음을 냈고,
뱃속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천둥처럼울렸다. 하지만 다른 소리도 있었다.  - P29

평범하게 흰색으로 칠한 천장이 화가의 붓질로 이루어진 놀라운 지도처럼 보였다. - P30

프랭크는 터져 나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의 머리 바깥에 있는 세상이 그의 방, 문너머의 새들이) 아무리 비명을 지르며 과도하게 다가오더라도, 그의 기억이 괴롭히는 감각처럼 압도적이지는 못했다.  - P31

프랭크는 미칠까 봐 두려워 그들에게 말을걸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이 자신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지 확신할 수없었다.
"어째서?"
그가 물었다. - P31

더 많은 감각적 인상이 그를 괴롭히기 위해 과거에서부터 허우적거리며다가왔다. 어린 시절이 프랭크의 혀에 남아있었으나, (우유의 매캐한 맛이 느껴졌다.) 점차 성인이 되면서 경험한 감각이 섞여 들었다. - P32

이런 상황에서도 프랭크는 떼거리로 나타나는 여자들에 대한 감각에 흥분했다. - P33

프랭크는 돌아누워서 비명을 질렀다.
비명을 지르며 이제 끝내달라고 애걸했다. - P33

애원은 한 줄기 비명으로 바뀌었다. 공황에 빠져 단어와 의미가 증발했다. - P34

그는 방 한구석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방금까지만 해도 텅 비었던 자리에, 한형체가 서 있었다. 세노바이트 중 네 번째, 한번도 말하거나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던 존재가 이제 그 존재는 그저 하나의 존재로 보이지 않았다. 그 존재는 여자의 형상이었다. - P35

죽음과 관능이 충돌하는 소름돋는 장면이었다. 그녀가 저 많은 희생자를 직접 죽였으리라는 걸 조금이라도 의심할 여지가있을까? - P35

르마샹의 상자를 연 것은 실수였다. 아주끔찍한 실수.
"아, 꿈은 다 꿨나 보구나."
세노바이트가 말했다. 그녀는 맨바닥에 누워서 헐떡거리는 프랭크를 살펴보았다.
"잘됐네." - P36

"이제 시작할 수 있겠어."
세노바이트가 말했다. - P36




"내가 기대했던 거랑은 좀 다른데."
줄리아가 말했다. 둘은 복도에 서 있었다.
(중략).
"손이야 좀 봐야겠지."
로리가 말했다. - P39

"나랑 프랭크 형의 집이지. 할머니가 유언으로 우리 둘에게 남겨주셨어. 하지만 몇 년째 형을 봤다는 사람이 없잖아?"
줄리아 역시 프랭크가 기억나지 않는다는듯 어깨를 으쓱했지만, 실은 아주 잘 기억하고있었다. - P40

로리가 줄리아의 얼굴을 훑었다. (중략).
"날 믿어."
로리가 단언했다.
"믿지."
"좋아, 그럼, 일요일부터 이사를 시작할까?" - P41

커피를 떠올리자 매우 목이 말랐다.
"그래."
줄리아가 납득했다.
"나쁘지 않네."
커피를 타는 일조차 순탄치 않았다. - P44

 줄리아는 상냥하고 아름다웠다. 누구라도 줄리아와 키스하고싶어 했으며, 어딜 가든 사람들은 줄리아를 쳐다봤다. 반면 커스티는 인사마저 소극적으로 나누는 부류였다. - P45

마침내 로리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 머리에땀이 흘러내려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오후의 태양은 사나웠다. 그가 커스티를 보고씩 웃자 들쭉날쭉한 앞니가 드러났다. - P45

세 사람은 네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짐을옮기러 갔다. 줄리아는 짐을 풀다가 참을성을 잃고 말았다. 이건 재앙이라고, 그녀는 울부짖었다. - P48

줄리아는 4년 전을 마지막으로 교회에 가본 적이 없었다. 로리와 결혼식을 올린 후부터는 말이다. 그날을 회상하자, 약속받았던 결혼 생활과는 전혀 다른 신세에 기분이 씁쓸해졌다. - P49

창틀에 수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블라인드가 창틀에 못으로 단단히 고정되어, 창문 너머 햇살 가득한 거리로부터 어떤 생명체도 침입할 수 없도록 막혀 있었다. - P50

상관없었다. 로리에게 장도리를 가져와못을 뽑으라고 시키면 되니까. - P50

줄리아는 이 방이 몹시 꺼림칙했다. 공기가퀴퀴했고, 어둠에 젖은 벽은 축축했다. 로리가이 방이 넓으니 안방으로 쓰자고 우겨도 받아주지 않을 셈이었다. - P51

"하지만 그 방이 제일 넓은데...."
"난 마음에 안 들어, 로리, 방이 너무 축축해, 다른 방 쓰면 되잖아."
"저 망할 침대가 들어갈 수 있다면 말이지." - P52




계절은 남녀가 그러듯 서로를 열망한다.
그래야 과잉에서 치유될 수 있기 때문이다. - P55

로도비코 스트리트에서의 삶은 그들의노력에 따라 살만해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웃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 P56

로리는 프랭크에 대해 길게주절거렸다. 우울한 내용이었다. 청소년기를 지나자 형제의 앞길이 크게 엇갈렸다며안타까워했다. 프랭크의 방탕한 생활이 부모님에게 안겨준 고통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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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클롭스키가 자유의 여신상의 소비에트 버전을 최초로묘사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 P48

시클롭스키의 묘사에서 차르의 기념비는 아직 완전히 파괴되지 않았고 자유의 기념비는 건설이 완결되지 않았다. - P51

 이 묘사에서 기념비는 내부를 얻게 되는데, 즉 공적공간이 피신처가 되는 것이다. 시클롭스키는 자신의 관점을 "차르와 혁명 사이에 숨는 거리의 아이들의 위험한 게임과동일시하면서 제3의 길, 일시적이고 유희적인 자유의 건축을위한 길을 찾고 있다.³² - P52

역사적인 전환의 국면에 포착된 기념비는 발터 벤야민이 "정지의 변증법dialectic at a standstill" 이라 부른 것을 체현한다. (중략). 즉 그것은 러시아 역사의 다양한 버전이 공존하며 부딪히는, 과거와 미래 사이의 틈새를 점유했던 것이다.³³ - P52

시클롭스키의 경구에 담긴 양가성은 작가 자신의 위태로운 정치적 상황을 드러낸다. - P53

본인의 회상에 따르면 고통을 잊기 위해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 앞에서 벨리미르 흘레브니코프Velimir Khlebnikov의 시를 암송했다고 한다. - P53

이렇게 해서 시클롭스키의 자유의 기념비는 그가 가장아끼는 장치인 오스트라네니예, 즉 낯설게하기에 바치는 기념비가 되었다. - P54

시클롭스키의 관점에서 낯설게하기는 경탄의 훈련, 세계를 거대한 답변의 무대화가 아니라 질문으로서 사유하기위한 연습이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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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타도 남자의 존재를 어디선가 감지했는지 모른다. 그 스트레스가 이 그림에 나타난 것 아닐까. 그렇다면 유타를 위해서도 지금 같은 상태가 계속되는 건 좋지 않다. 빨리 어떻게든 해야……………. - P96

눈을 뜬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창문으로 비쳐드는 아침 햇살이 평소보다 밝다. 시계를 보자 7시 반이 지났다.

(중략).

유타가 없다. - P97

하루오카 미호

(전략).

몇 분 전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해서 아침부터 해야 하는 잡다한 일들을 바쁘게 처리하는데 직원실의 전화가울렸다. 곤노 유타의 보호자, 나오미였다.
"곤노예요! 바쁘실 텐데 죄송해요! 유타・・・・・・ 곤노 유타가그, 그쪽으로 가지 않았나요?" - P99

"그랬구나....... 걱정되겠다. 무슨 일 있으면 말해줘! 그럼 난 갈게!"
하루오카가 이야기를 마치자 이소자키는 짤막하게 한마디를 하고는 부랴부랴 직원실을 나섰다. - P100

하루오카는 일어서서 교실로 향했다.
하루오카가 담임인 ‘상급반‘에 소속된 아이는 현재 스물두 명이다. 오늘은 유타가 없으니 스물한 명이다. 모든 원생이 다섯 살 이상인 상급반은 이소자키가 맡은 ‘아기반‘에 비하면 훨씬 손이 덜 간다. - P101

"선생님! 왜 유타는 없어요?!"

요네자와 미우다. 미우는 유타와 짝꿍이기도 해서인지 평소 유타에게 많은 관심을 보인다. - P102

곤노 나오미

하루오카와 통화한 덕분에 나오미는 마음이 조금 진정되었다. 그제야 자신이 아직 잠옷 차림임을 깨달았다.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1층 관리인실로 향했다. - P102

관리인은 나오미의 얼굴을 힐끔 보더니 귀찮은 투로 말했다.이었다.
"상관은 없는데・・・・・・ 우리 맨션은 관리비가 싸서 출입구 외에는 방범 카메라가 없어요.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 P103

유타는 혼자 나갔다…………. 그렇다면 어젯밤의 그 남자와는 무관하다. - P103

하루오카 미호


어린이집의 오전 시간은 평소처럼 바쁘게 지나갔다.
점심 급식을 먹고 나면 아이들의 낮잠 시간이다. 낮잠 시간당번을 제외한 보육사들은 거의 모두 직원실로 돌아온다. - P104

문득 어제 유타가 그린 그림이 떠올랐다.
파일에서 유타의 그림을 꺼내서 바라보았다. 회색으로 떡칠한 맨션의 한 집. 이 그림과 오늘 아침의 실종. 뭔가 관계가있지 않을까. - P104

하루오카는 보육사 학교 시절의 일을 떠올렸다.
발달심리학 수업 시간에 특별 강사를 초청해 그림 관련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강사는 나이든 여자 심리학자였다.
그녀는 아이의 마음을 읽는 데 그림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했다. - P105

"마름모꼴입니다. 다이아몬드꼴이라고도 하죠. 여러분, 노트에 이 도형을 그려보세요."
(중략).
"없죠? 어른에게는 간단한 일이에요. 하지만 어린아이한테 마름모꼴을 그려보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 P105

"이게 마름모꼴로 보이는 사람 있나요? 없겠죠. 겐스케는마름모꼴 그림을 보면서 똑같이 따라 그리려고 했어요. 그 결과 톱니 모양의 선이 완성된 거고요. 겐스케는 결코 장난친게 아니에요. 또한 겐스케는 발육 과정에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사실 마름모꼴을 이렇게 그리는 아이는 아주 많아요." - P106

검은색 크레파스를 집어 일단 도화지 한복판에 맨션을 그렸다. 이어서 회색 크레파스로 6층 한가운데 위치한 집을 덧칠했다.
그러자 아까 검은색 크레파스로 그린 선이 번졌고, 회색 크레파스와 섞여서 거무튀튀한 색깔로 변했다. 하루오카는 위화감을 느꼈다. 뭔가 다르다. - P108

회색이 아주 약간, 맨션의 윤곽선을 넘어서 밖으로 삐져나왔다. 그리고 어째선지 그곳만 검은 선이 번져서 회색과 섞였다. 즉, 윤곽선만은 회색을 칠하기 전에 그렸다는 뜻이다. 하루오카는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했다. - P109

회색이 아주 약간, 맨션의 윤곽선을 넘어서 밖으로 삐져나왔다. 그리고 어째선지 그곳만 검은 선이 번져서 회색과 섞였다. 즉, 윤곽선만은 회색을 칠하기 전에 그렸다는 뜻이다. 하루오카는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했다. - P109

그때 갑자기 교실 문이 열려서 쳐다보니 이자키가 서 있었다.
"여러모로 번잡할 텐데 미안해. 유타 군은 찾았대?"
"아니요, 아직인가 봐요."
"그렇구나. 저기, 경찰은 안 오려나?" - P110

하루오카는 지금까지의 경위를 설명했다.

"......그래서 유타 군이 어떤 기분으로 이 부분을 색칠한 건지 생각하는 중이었어요. 이소자키 선생님 생각은 어떠세요?"
"글쎄....... ‘수정‘했을 가능성은 없을까?"
"수정이요?" - P111

즉・・・・・・ 유타는 ‘회색‘ 크레파스를 칠한 게 아니라 검은색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을 횐색 크레파스로 지우려 한 것 아닐까.
그 결과 검은색과 흰색이 섞여 회색으로 떡칠된 게 아닐까. - P112

"내가 유타 군을 좀 더 유심히 살펴보았다면……………."
(중략).
평소 관심을 가지고 유타를 눈여겨보는 사람이 이 어린이집에 있다. - P113

"낮잠 시간 도중에 불러내서 미안해, 미우 양."
"아니요. 잠 다 깼으니까 괜찮아요."
"고마워, 있잖아, 어제 다 함께 그림 그린 거 기억나?" - P114

"알았어요! 어, 처음에는 유타가 크레파스로 커다란 네모를 그렸어요."
"커다란 네모구나? 그다음은?"
"그다음은, 쪼그만 세모를 그렸고요." - P115

이 일련의 행동에서 한 가지 사실이 부각된다.
유타는 처음에 맨션이 아니라 다른 뭔가를 그리려고 했다.
커다란 직사각형 속에 작은 삼각형이 있는 구도・・・・・・ 거기에 뭔가 더 그려 넣음으로써 그 그림은 완성될 터였다. - P116

애당초 이 그림은 ‘엄마‘를 주제로 그린 것이다. - P117

유타는 ‘엄마‘라는 주제를 놓고 이렇듯 기묘한 도형부터 그렸다. 무슨 의도였을까. 머리를 굴린 끝에 하루오카는 예사롭지 않은 결론에 도달했다.

이 도형이 엄마 그림 아닐까. - P118

‘곤노 나오미는 유타를 학대했다.‘
믿고 싶지 않았다. 착각이었으면 했다. - P119

왜 경찰에서 연락이 오지 않는가.
(중략). 나오미는 떳떳하지 못한 사정이 있어서 경찰과 얽히기 싫었던 것이다.
왜 유타는 아무 말도 없이 집에서 사라졌는가.
・・・・・・ 유타는 나오미에게서 도망치고 싶었던 게 아닐까. - P119

그렇게 생각했을 때, 어제 만났던 나오미의 모습이 하루오카의 뇌리에 되살아났다. - P120

이 가설이 사실일지라도 나오미를 책망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일하면서 혼자 아이를 키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 P121

곤노 나오미

"다시는 전화 걸지 말아요! 당신 같은 사람하고는 평생 말도 하기 싫으니까!" - P121

‘망할년! 내가 유타를 학대했다고......?
너무 억울했다. 믿었던 선생님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엄마취급을 받았다.
‘그럴 리 없잖아! 말도 안 돼! 유타가 태어나고 지금까지 단한 번도 손댄 적 없는데.‘ - P122

나오미는 휴대전화 주소록을 열었다. (중략).
발신음이 몇 번 울린 다음, 남자가 쉰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전화 감사합니다. 사쿠라 공동묘지입니다."
"저기, 좀 여쭤볼게 있어서요. 거기 어린 남자아이가 오지않았나요?" - P123

"저기, 실례합니다. 아까 전화드린 곤노라고 하는데요."
남자는 나오미를 보고 활짝 웃었다.
"오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번거롭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요, 무슨 말씀을요. 유타는 지금 안쪽 방에 있어요. 가시죠." - P124

나오미는 납득했다. 유타는 진짜 어머니를 만나러 온 것이다.
‘직사각형 속의 작은 삼각형‘, ・・・・・・ 유타가 그리려고 했던 것은 무덤이다. - P125

곤노 유타

(전략).
하지만 두 사람 앞에 커다란 돌이 있었던 것만은 기억난다. 세로로 길쭉한 돌이었다. 돌에는 기호 여섯 개가 그려져 있었다. - P126

유타가 받은 종이에는 ‘곤노 유타(今野優太)‘라고 적혀 있었다. 이때 유타는 처음으로 자기의 한자 이름을 보았다………….
그런데・・・・・・
‘곤노(今野)‘ ・・・・・・ 이 한자의 모양이 어쩐지 눈에 익었다. - P127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립고 다정한 목소리였다.

"여기에 유타의 어머니가 잠들어 있단다. 유타가 태어나기전에 하늘나라로 떠났지." - P127

한자를 배우고 며칠 후였다.
그림 그리기 시간에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
"곧 어머니 날이야. 오늘은 엄마에게 선물할 그림을 그려보자!"
유타는 별로 내키지 않았다. 전날 밤 낙서를 했다는 이유로 몹시 야단맞아서 엄마와 약간 서먹서먹해졌기 때문이다. - P129

다음 날 아침, 유타는 처음으로 혼자 외출했다.
무덤으로 가는 길은 잘 생각나지 않았다. 아버지를 따라서 걸었던 희미한 기억을 길잡이 삼아 걸음을 옮겼다. - P130

그래서………… 방으로 들어온 엄마가 아무 말도 없이 꼭 안아주었을 때는 기쁨보다 놀라움이 앞섰다.
"유타・・・・・・다행이다. 다행이야..…………. 아무 일도 없어서 다행이야......."
눈물 섞인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어느새 유타도 눈물을흘렸다. - P131

곤노 나오미

혼낼 생각이었다.
(중략).
꼭 끌어안는 게 고작이었다.
유타가 살아 있다.  - P132

남자는 나오미와 유타를 무덤 앞으로 안내했다.

‘곤노 유키의 묘(今野由紀之墓).‘ ・・・・・・ 이 글씨를 보는 건 1주기 법요를 올리고 약 5년 만이었다. - P133

하루오카 미호

"제가 너무 예의 없이 굴었죠. 정말 죄송해요."
직원실에서 나오미는 몇 번이고 머리를 꾸벅 숙였다. - P134

교실로 돌아가는 길에 복도에서 이소자키가 말을 걸었다.
(중략).
"네! 저희 반 아이 때문에 아침부터 걱정이 많으셨겠어요."
"아니야, 아니야. 나야말로 아무 도움도 못 줘서 미안해! 그런데 벌써 돌아갔어? 유타 군이랑 할머니." - P136

콘노 나오미

나오미는 그날 밤 화장실 거울 앞에 서고서야 온종일 민낯으로 지냈음을 알아차렸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유타를 찾아 돌아다니느라 화장할 여유조차 없었다.
(중략).
도저히 예순네 살로 보이지 않는다. - P137

불단에 시선을 주었다. 사진들 속에서 미소 짓는 아들에게 나오미는 중얼거렸다.
"다케시・・・・・・ 오늘 그 사람의 무덤에 다녀왔어." - P137

나오미는 휴대전화를 꺼내 어떤 웹사이트에 들어갔다. 다케시가 생전에 운영했던 블로그다.
‘인터넷에 개인 정보를 공개하면 위험하다. ‘ - P138

‘렌‘ ・・・・・・ 닉네임을 왜 그렇게 지었느냐고 묻자, 다케시는쑥스러운 표정으로 가르쳐주었다.

"여기에는 일종의 트럭이 있어. 내 이름을…………."

딩동.

추억에 잠겨 있던 나오미를 현실로 불러오듯 초인종이 울렀다. - P138

"네, 지금 열게요."
일부러 밝은 목소리로 말하며, 이번에는 발소리를 숨기지않고 현관으로 향했다. 체인을 벗기고 자물쇠를 풀었다.

"우리 맨션은 관리비가 싸서 출입구 외에는 방법 카메라가없어요."

복도에는 카메라가 없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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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서 면도를 하니 기분이 나아졌다. 롤빵과 커피도 먹고 마실 수 있었다. 담배를 피우고 신문을 읽으면서 앨러턴을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다.  - P82

리는 미국 서적을 파는 서점으로 가서 체스에 관한 책을샀다. 차풀테펙 공원으로 가서 호숫가 소다수 노점에 앉은 뒤책을 읽기 시작했다. - P83

리는 깨달았다. 앨러턴에게서는 바라는 바를 결코 얻지 못하리라. 사실이라는 법정은 리의 탄원을 거부했다. - P83

리는 술 세 잔을 연거푸 마셨다. 성큼성큼 걸어가서 의자를 끌고 메리와 앨러턴이 체스를 두고 있는 테이블로 다가갔다.
"안녕? 훈수 둬도 괜찮겠지?"
메리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리를 쳐다보았지만 리의 끈덕지고 무관심한 시선과 눈이 마주치자 미소를 지었다. - P84

리는 메리의 담배에 불을 붙였다.
"내가 ‘공연‘이라고 말한 데엔 이유가 있어. 그 사람은 쇼맨십이 뛰어났거든. 쇼맨십이 뛰어난 사람들이 다 그렇듯이 야바위를 넘어서지는 못했고 완전히 속임수만 쓰기도 했지. 상대한테, 동작을 안 들키려고 연막을 피우기도 했어. (후략)." - P85

리가 말을 멈추었다. 받아쓰기하듯 장광설이 저절로 나왔다. 자신의 입에서 무슨 말이 이어질지리 자신도 몰랐다. 그러나 이 독백이 추잡해질 듯한 예감은 느꼈다.  - P86

(전략).
‘글쎄요....... 자, 화내지 마십쇼... 200피아스터 드리죠‘
구스는 내 화를 피하려는 듯 겁내면서 살짝 내달려. 그러자마당에서 먼지가 커다랗게 구름처럼 피어올라."
이야기가 갑자기 끝나고, 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술집은 거의 비어 있었다. 리는 술값을 내고 어둠 속으로 걸어갔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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