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언제나 읽어야한다.
읽기 싫다고 하더라도.














이 장의 나머지 부분의 대부분은 인지부조화 이론에 대한 좀더 딱딱한 설명을 하는 데 할애될 것이다. - P29

그러나 이 이론을 구성하는 아이디어들이 아직 완전히 정확한 틀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약간의 모호함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 P29

‘부조화‘와 ‘조화‘라는 용어는 함께 짝을 이루는 ‘인지 요소들 (elements)사이에 존재하는 관계에 대한 설명이다. 그러므로 이 관계를 규정하기에앞서 인지 요소들 자체에 대한 정의를 정확히 내릴 필요가 있다. - P29

인지 요소들이라 함은 지금까지 인지라고 부른 것, 즉 한 개인이 자신자신의 행동, 그리고 주위 환경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을 가리킨다. - P29

 즉, 자신이 행동하는 것, 느끼는 것, 원하거나 갈망하는 것, 그리고 자기 존재 자체 등과 같은 것이 될 것이다. 이 지식의 다른 요소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에 관한 것일 수도 있다. - P29

이 ‘지식‘이라는 단어는 원래 이 단어가 지칭하지 않던 것, 예를 들면
‘의견‘ (opinions) 과 같은 것도 포함하여 사용되었다. - P29

 하지만 이 말은 이 용어들 사이에 중요한 차이가 없다는것은 아니다. 그러한 차이점 중 몇몇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룰 것이다. - P30

정의와 관한 질문이 몇 가지 더 있다. 예를 들면, 하나의 ‘인지 요소‘
(element of cognition) 가 언제 하나의 요소 (one element)로 구성되고 언제여러 개의 요소들 (a group of elements) 로 구성되는가? - P30

이와 같은 질문들은 현재로서는 대답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사실 대답할 필요가 없는 질문일 수도 있다. 자료를 제시하면서 논의하는 이후의장들에서 보겠지만, 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다고 해서 측정과 관련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 P30

현 시점에서 우리는이 요소들의 내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단일 요소인 실재(reality)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 P31

여기서의 실재는 물리적 또는 사회적, 혹은 심리적인 것일 수 있는데, 어느 경우든인지는 그것의 지도를 그린다. 물론 이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 P31

달리 말해서 인지의 요소들은 대부분 개인이 실제로 행동하고 느끼는것이거나 또는 환경 속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다. 의견, 신념, 그리고가치관 등의 경우에 실재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것이 된다. 또한, 자신이 경험한 것이나 다른 사람이 말해 준 것도 실재라고 할수 있겠다. - P31

현재의 논의로 볼 때, 그리고 적어도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사람들이 실재에서 명백하게 벗어나는 인지를 자주 한다는 주장은 옳지 않은 것 같다. - P31

 결과적으로 현재까지의 논의에서 핵심사항은 ‘실재는한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데, 개인이 실재와 부합되는 적절한 인지요소를 받아들이게 하는 방향으로 압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 P31

이제 우리는 요소들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에 대해 논의할 수 있게 되었다. 요소들 사이의 관계에는 크게 3가지가 있는데, 무관한 관계 (irrele-vance), 부조화관계 (dissonance), 그리고 조화관계 (consonance) 등이 그것이다. 앞으로 각 유형의 관계에 대해 차례대로 논의할 것이다. - P32

두 요소가 각각 서로에 대해 단순히 어떤 관련도 없을 수 있다.  - P32

물론 이와 같은 무관한 관계에대해서는 이런 종류의 관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 외에 달리 말할것이 많지 않다. 우리는 인지요소들 중에서도 부조화관계나 조화로운 관계가 있을 것 같은 그러한 인지요소들에 주로 관심이 있다. - P32

하지만 많은 경우에 두 인지 요소가 서로 무관한 관계인지를 선험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이 문제에 관련된 어떤 개인의 다른 인지요소를 참조하지 않고는 이를 결정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 P33

 만약 파리에 살고 있는 어떤 사람이 미국의 옥수수 재배현황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면, 그는 아이오와의 기후에관한 정보를 얻고 싶어 하겠지만 그 정보를 수집하는 데 선박우편을 이용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 P33

인지 요소들 사이에 관계가 유관할 경우에 존재하는 부조화 및 조화의관계를 계속해서 정의하고 논의하기에 앞서 특정 인지요소들은 특수한성질을 갖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 P33

즉, 두 요소만을 고려하였을 때, 한 요소의 상반되는내용이 다른 한 요소에서 도출되면 이 두 요소는 부조화의 관계에 있다고말한다. 조금 더 형식적으로 진술하면, x의 부정 (not-x) 이로부터 도출되면 x와 y는 부조화의 관계이다. - P34

동기나 희망하는 결과도 두 인지 요소가 부조화관계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 P34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은 카드 게임을 할 때 자기와 게임하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전문적 도박사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해서 게임하고 돈을 잃기도 한다. 자기와 게임하는 사람들이 모두 전문적이 도박사들이라는 지식은 그의 행동, 즉게임을 계속하는 것과 부조화를 이룰 것이다. - P34

 만약 이 사람이 어떤 이상한 이유로 돈을 잃으려 한다면 이 관계는 조화로운 관계가 될 것이다. - P34

앞서 부조화관계를 정의할 때 ‘도출되는‘ (follow from) 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 표현의 의미는 다양한 맥락 속에서 다르게 이해되기도 하는데, 이와 같은 다양한 맥락 속에서의 부조화관계를 살펴보면 부조화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것이다. - P35

(1) 인지부조화는 논리적 모순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 - P35

(2) 인지부조화는 문화적 관습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 - P35

(3) 인지부조화는 어떤 구체적 의견이 그 정의를 살펴보았을 때 더 일반적 의견에 포함되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 - P35

(4) 인지부조화는 과거의 경험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 - P36

 물론 앞에서 설명한 조건들 중에 몇몇의 경우에는 분명히우리가 논의한 두 인지 요소와 조화를 이루는 다른 인지 요소도 많이 있다.
하지만 논의의 대상이 되는 두 요소를 제외한 다른 요소들을 무시했을때, 만약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의 요소로부터 도출되지 않거나 그것을기대하기 어렵다면 이 두 요소는 부조화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 P36

 만약 부조화 이론이 경험자료에 대해 타당성을 가지려면부조화와 조화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 P37

물론 부조화관계의 크기가 모두 동일한 것은 아니다. 부조화 수준(de-gree of dissonance) 을 구분하고 주어진 부조화관계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결정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 P37

만약 두 요소가 서로 부조화를 이룬다면,
이때의 부조화의 크기는 해당 요소들의 중요성에 비례하는 함수가 될 것이다. - P37

어쩌면 인지요소들 사이에서 부조화가 전혀 없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행동에 관한 인지 요소인 인간의 행동이나 느낌은 거의 모두 적어도 하나 이상의 인시요소와 부조화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 P38

개념정의를 위해 잠정적아로 현재 논의하려는 요소와 관련되는 모든 요소의 중요성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어떤 개인에게서 이 특정 요소와 나머지 인지요소들 사이에 생성되는 부조화의 총량은 이 요소와 관련되는 요소 중에서 이것과 부조화를 이루는 요소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에 달려 있다. - P39

물론 위에서 설명한 것은 개별 요소 사이의 부조화뿐만 아니라 두 개의인지 요소 묶음 사이에 존재하는 부조화의 크기를 다루는 데에도 쉽게 확장될 수 있다. - P39

부조화의 크기는 부조화를 감소시키는 압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인이기 때문에, 그리고 경험적 연구자료 (data) 에 대해 논의하는 부분에서 반복하여 다시 부조화의 크기를 다룰 것이므로 이쯤에서 부조화의 크기에 대한 우리의 논의를 요약하여 정리하면 좋을 듯싶다. - P39

(1) 만약 두 인지 요소가 서로 관련되어 있다면, 이 둘 사이의 관계는 부조화 혹은 조화의 관계이다. - P39

(2) 부조화(또는 조화) 의 크기는 해당 요소의 중요도나 가치가 증가함에 따라 같이 증가한다. - P40

(3) 두 묶음의 인지 요소들 사이에 존재하는 부조화의 총량은 서로 부조화를 이루는 두 인지요소 묶음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유관한 관계의 가중비율 (weighted proportion)의 함수이다. ‘가중비율‘이라는 말이 사용된이유는 각각의 유관한 관계에 개입된 각 요소의 중요성에 따라 가중치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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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교양은 알아두면 좋은 것입니다. 물론 과학을 막상 공부할 때는 약간만 도움이 됩니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크리스마스 강연 - P33

"자연 현상을 탐구하는 데 있어 초 한 자루의 물리적 현상을 관찰하는 것보다 더 나은 열린 문은 없을 것입니다. 이 우주의 어떤 부분도 이러한 현상에 영향을 받지 않는 법칙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새로운 주제 대신에 촛불을 선택했는데, 여러분을 실망시키지는않으리라고 믿습니다." - P34

그날 연사로 나선 패러데이의 이름은 이미 런던 전역에 알려져있었다. - P34

수많은 과학적 발견을 이룬 과학자답게 사람들은 뭔가 어려운 주제의 강연을 예상했을지 모르지만, 패러데이가 꺼내 든 것은 뜻밖에 초 한 자루였다. 그러나 강연이 시작되면서 패러데이의 숨은 의도는 금방 드러났다. 단순한 초 한 자루에 대체 얼마나 많은, 우주를 지배하는 물리적, 화학적 법칙들이 연관되어 있는지, 아무리 어려운 과학적 법칙들도 우리 실생활과 얼마나 밀접한 것인지를 패러데이는 신기한 실험과 특유의 화려한 언변으로 설명했다.
그날의 강연은 역사 속에 남아 오늘날까지도 회자되곤 한다. - P35

영국인들이 사랑하는 과학자에는 마이클 패러데이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그의 삶은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선 한 편의 드라마나다름없기 때문이다. - P35

패러데이가 열두 살이 되자 아버지는 한 서적 제본소의 점원으로 그를취직시켰다. 패러데이는 신문 배달 일을 하면서 책 제본 기술을 배우게 되었는데, 제본 도중 읽은 책들에 깊이 심취하곤 했다.  - P35

그러던 어느 날 패러데이는 주인의 심부름을 나갔다가 광고 전단을 보게 된다. 존 테이텀이라는 은세공사가 회비 1 실링으로 밤 8시부터 화학, 광학, 지질학, 천문학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광고였다. - P35

1812년 2월 29일부터 데이비의 공개 강연에 참석한 패러데이는강연 내용을 꼼꼼히 기록하고 섬세한 그림을 그려 넣어 한 권의 멋진책으로 제본했다. 그해 말 패러데이는 데이비 교수에게 자신을 조수로 써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편지와 함께 패러데이는 정성 들여 만든책을 동봉했다. - P36

당시 22세였던 패러데이는 왕립연구소의 다락방에서 기숙하며데이비를 비롯한 교수들의 실험을 도왔다. - P36

 패러데이는 당시 데이비가 하고 있던 탄광용 안전등의 개발을도왔고, 그와 관련한 논문도 쓸 수 있었다. 그 결과 패러데이는 마침내 화학과 전자기에 관한 자신의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 - P36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자, 패러데이는 드디어 과학자로서 승승장구했다. - P36

초 한 자루 속에 숨은
과학적 법칙 - P37

《촛불 속의 과학》은 1860년 왕립연구소에서 은퇴를 앞둔 패러데이가 총 6회에 걸쳐 열었던 크리스마스 자선 강연을 정리한 것이다. - P37

제1강에서 패러데이는 몇 자루의 서로 다른 초의 제조법을 설명하고, 이어서 초가 타는 것이 어떤 물리적, 화학적 현상인가를 다채롭게 소개한다. 제2강에서는 불꽃의 여러 부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있는지를 설명한다. 여기서는 종이테이프, 화약, 백금으로 된 선 등을촛불에 직접 태워보는 흥미로운 실험을 선보이기도 한다. 제3강에서는 연소 이후에 남는 물질은 무엇인가를 추적한다. 패러데이는 그것이 물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물을 분해해서 생기는 수소에 대해 자세히 기술한다. - P37

제4강과 제5강에서는 물의 전기 분해와 산소, 질소, 이산화탄소 등 기체의 성질에 관해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제6강에서는인간의 호흡과 초의 연소가 실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확인한다. - P37

패러데이에게 과학은 인류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것이었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대과학자로 성장한 그는 끝까지 과학이 인류애를 실현하는 수단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었던 것이다. - P38

그러나 촛불 속의 과학》은 패러데이의 화려한 과학적 발견들과비교할 때, 조금은 다른 의미가 있다. 이미 자신을 유명하게 만든 과학적 발견들을 뒤로하고, 70세에 이른 노신사가 다소 잔잔하고 평범하게 보일지도 모르는 초를 주제로 삼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 P39

과학이 대중과의 거리를 좁혀나가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무렵부터였다. 재미있는 과학 실험들은 한 편의 잘 기획된 공연처럼 관중들을 끌어모았고, 교양인들은 과학적 지식을 찾아 나섰다. - P39

그리고 패러데이만큼 과학을 쉽고 친근하게 설명할 수 있는 과학자는 찾기 어려웠다. 그의 과학적 지식의 획득 과정은 아카데믹하기보다는 어린아이와 같은자연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 P39

모든 것이 단 한 권의 책에서 비롯되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지금도
‘그 책‘은 다소 빛바랜 표지에 수십 년 전 그어놓은 밑줄들을 품고 진리관 내 연구실 책장에 꽂혀 있다. - P5

학문의 각 분야에는 역사상 그 물줄기를 바꾼 고전들이 있다. 그러나 과학 분야의 고전들은 결코 읽기 쉬운 책들이 아니다. 과학사·과학철학을 공부해온 지난 30여 년간 나는 내게 희열과 감동을 안겨준 수많은 위대한 과학 고전들과 만났고 씨름했다. - P6

에우클레이데스
《기하학 원론》
기원전 300년경


인류 역사상 <성서>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 - P266

이집트인들에게 나일강은 중요한 삶의 터전이자 문명의 발상지였다. 그러나 해마다 범람하는 나일강은 토지의 측량이라는 실질적 문제를 던져주었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수학 특히 기하학의 필요를 불러왔다. - P267

에우클레이데스의 삶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는 사실 그가 태어난 곳조차 정확히 모른다. 그에 대한 몇몇 일화들은 대부분 훨씬 후대 사람들이 전하는 것이다. 단, 그가 플라톤이 아테네에 세운학교 아카데메이아에서 공부한 뒤, 알렉산드리아에서 제자들을 가르쳤고, 프톨레마이오스 1세와 교류하면서 《기하학 원론》을 집필했다는 것이 대략 일치된 견해이다. - P268

《기하학 원론》은 기본 전제들에서 출발한다. 학생들은 오늘날 복잡한 수학 문제들을 풀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전제들에 대해서는 묻지않는다. 예를 들어, ‘점이란 무엇일까?‘ ‘원이란 무엇일까?‘ ‘삼각형이란 어떻게 정의되는가?‘ 하는 질문 말이다. 에우클레이데스는 이런 전제들이 수학의 출발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았다. - P269

제1권에서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제47명제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비롯하여, 48개의 수학 명제들이 논리적으로 증명된다. 즉 복잡한 수학적 명제들은 정의, 공준, 공리, 그리고 이미 증명이 완료된 명제들만을 이용하여 엄밀하게 증명된다. - P269

《기하학 원론》은 사실 에우클레이데스의 독창적 연구가 아니라,
당대의 수학적 연구들을 총망라함으로써 얻어진 것이다. - P269

 이 책이 동아시아에 번역된 것은 처음 중국에서였다. 1605년 이탈리아의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는 로마의 클라비우스 편의 《기하학 원론》 최초의 여섯 권을 구술했고, 서광계(啓)가 이를 번역하여 《기하원본》을 출판했다. - P270

물론 《기하학 원론》의 내용들 중 일부에 논란이 없지는 않았다.
제5권 제5 정의인 ‘비율의 개념‘과 제1권 제5공인 ‘평행선의 공준 등은 일찍부터 논란을 불러왔다. 제5공준이란 "두 직선이 한 직선과만날 때, 같은 쪽에 있는 내각의 합이 180도보다 작으면, 두 직선은 그쪽에서 반드시 만난다"라는 것이다. - P271

19세기에 이르러 평행선의 공간은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등장을 불러왔다. 제5공준은 "한 직선의 외부에 있는 점을 지나면서 평행한 직선은 오직 하나다"로 간략하게 바꿀 수 있다. 독일의 수학자 ‘칼 프리드리히 가우스‘는 한 직선의 외부에 있는 점을 지나면서 평행한 직선은 적어도 둘 이상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리가 받아들여도 전혀 모순이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것이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출발이었다.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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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어야하는데, 중반까지만 읽다가 손이 안 갑니다.










대학을 못 다닌 것에 관해 복희는 유감이 없다. 오래된 일이기때문이다. 국문과에 합격했던 열아홉 살의 자신과 등록금을 내줄 수 없어서 울던 가난한 모부의 시절로부터 긴 세월이 흘렀다.
복희의 삶은 대학과 상관없는 일들로 채워지며 깊어져왔고 이제 그는 손주가 생겨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 P100

"복희가 대학만 갔어도 인생이 달라졌는디 ・・・・・・ 속상해서 워쩌....." - P101

복희네 가족은 매년 초겨울마다 이 중대한 행사를 치른다. 모부인 존자와 병찬, 그리고 복희, 영희, 윤희 자매가 모여 김치를 담그느라 분주하다. 마당에는 백이십 포기의 배추가 쌓여 있다.
존자와 병찬이 직접 농사지은 배추들이다. 자매들은 수돗가에앉아 배추를 다듬는다. 씻고 썰어낸 뒤엔 소금물에 흠뻑 적신다.
적신 배춧잎 사이에는 굵은소금도 켜켜이 넣어야 한다. 배추를 절이는 건 그렇게 징한 작업이다. 마당에 부는 겨울바람이 차다.
그들은 모두 기모바지를 입고 일한다. - P101

노동은 해질녘이 되어서야 얼추 마무리된다. 복희가 먼저 부엌에 들어가 저녁을 차린다. 존자의 부엌이지만 복희가 온 날이면 존자는 요리를 쉰다.  - P102

"우리 아는 워찌 지내냐? 아픈 데는 없는겨?"
밥상에서 존자가 묻고 복희가 대답한다.
"엄청 바빠 정신없어." - P102

1900년대 초중반에 태어난 여자아이에게는 자로 끝나는이름을 지어주는 경우가 흔했다. 향자, 미자, 순자, 혜자, 명자,
숙자, 희자 ・・・・・ . 그중에서도 유독 강렬한 우리 외할머니 이름은 ‘존자‘다. 있을 존과 아들 자. 태어나보니 아들이 아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자기가 아닌 다음 남자아이를 희망하는이름으로 평생 살아온 존자씨의 기구함에 대해 나는 종종 생각한다. 막상 존자씨는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이제 와서 워쩔겨~ 뭘 그런 걸 가지구 그랴 시방 코앞에 할 일이 태산인디~" - P104

존자 한번은 복희가 대학 합격했는디 입학금을 내일까지 내야 된다. 복희가 나한테 사정을 해. 엄마가 입학금만 내주면자기는 분명 선생님이 될 거래. 학비는 아르바이트해서 어떻게든 낼 테니까 입학금만 도와달래. 선생님이 되어서 다 보답할게, 엄마한테 잘해줄게. 하고 막 사정을 하고 울더라구. 아침에 그거를 뿌리치고 출근을 했어. 돈이 없으니께 나도 방법이 없어 밤에 퇴근하고 돌아가니까 복희가 얼마나 울었는지두 눈이 퉁퉁 부어서 뜨지를 못해. 얼마나 억울하겠어. 그만큼공부를 했는디 입학금을 못 넣어서 학교에 못 들어가는 게 얼마나 분하고 슬프겄어. 다 무효가 되었으니 복희는 복희대로다락에서 울고 나는 나대로 부엌에서 울었지.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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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왜 읽었더라?




















기초학력 보장 해법
경쟁만이 능사가 아니다 - P40

논란의 중심에 선 기초학력평가란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을 활용한 진단검사 결과를 의미한다. 새 학년이 시작되는 매년 3월은 ‘진단의 달‘이다. 담임교사는 각 학생의 학업 수준을 평가하고,
기초학력 수준에 미달하는 학생을 선별한다. 2학기에 실시되는 학업성취도평가와는 차이가 있다. 학업성취도평가는 국가 교육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 수집을 목표로 하며, 학생의 학업 수준을 4단계 (우수·보통·기초·기초 미달)로 나누어 평가한다. 반면 기초학력 진단검사는 학생이 기초학력 이상인지 미달인지 여부만을 가르며,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게 맞춤형 교육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실시된다. - P40

경쟁이 심해지고 서열화가 발생하더라도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줄어들면 좋은 것 아닐까?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이렇게 반박했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비율을 줄이려면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은 착시일뿐이며, 미달 비율을 급격히 줄이려는 것 자체가 기초학력보장에 악영향을 끼친다." - P41

실제로 이명박 정부 시절 기초학력미달 학생 비율은 현격히 감소했다. 학교별 학생 수준(보통 이상·기초·기초 미달학생 비율)과 개선 정도를 공개하고, 이에 따라 학교에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한 결과였다. - P41

그러나 이 시기, 지표가 개선된 것과반대로 교육 현장에선 갖가지 부작용이 발생했다. 교육과정을 무시한 채 학업성취도 평가 시기에 맞춰 문제 풀이 수업을 반복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을 통계에서 제외시키자, 학습부진 경계선에 있는 아이들을 대거 특수교육 대상자로 편입시키는 해프닝도 일어났다.  - P41

기초학력 미달 경계선에 놓여있는 아이를 교사의 판단에 따라 기초학력 이상으로 진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적절한 지원을 통해 기초학력을 다질수 있는 학생이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 P41

이명박 정부의 ‘뒤처지는 학생 없는 학교 만들기‘라는 슬로건이 그 대표적인 예시다. 그러나 교원단체들은 "뒤처지는 학생은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한다. - P41

 이 경우 핵심은 비율을 줄여나가는 것이 아니라 기초학력에 미달한 학생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지원하는지다. 지원 결과 미달 비율이 감소할 수는 있지만, 미달 학생비율 ‘제로화‘ 따위의 목표는 불가능하고 불필요한 것이 된다. - P41

일각에서는 학교별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이 학부모의 ‘알권리‘를 충족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교원단체 ‘좋은교사운동‘의 한성준 공동대표는 "학부모가 알아야 할 것은 그 학교 학생들의 수준이아니다"라고 반박한다. 오히려 각 학교가 제공하는 기초학력 보장 지원책에 대한정보를 공개해야 학부모가 학교에 더 나은 지원을 요구할 수 있다. 한 대표는 "학교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공개하자는 것은 그 학교와 지역에 대한 낙인찍기밖에 되지 않는다. 기초학력 보장이 발전하기 위해선 ‘학생이 얼마나 우수한지‘가 아니라 ‘학교 지원제도가 얼마나 우수한지‘
로 경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P41

프랑스를 뒤흔든
페인트 테러 사건

전시 중이던 한 예술품에 극우 정치인이 페인트를 뿌렸다.
표적이 된 그림은 프랑스 사회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던 작품이다.
‘표현의자유‘ 문제에 대한 논란이 프랑스 정치권까지 번지고 있다. - P48

 2월17일부터 5월14일까지 열린 스위스 작가 미리암 칸의 ‘내 일련의 생각 (Mapensée sérielle)‘ 전시에서 작품에 불만을 품은 한 80대 남성이 해당 작품을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 P48

이 사건은 프랑스 문화·예술계뿐 아니라 정치·사회 분야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라디오 채널 프랑스앵포 보도에 따르면, 미술관 측은 "(훼손된) 작품을 어떻게할지 작가와 협상할 때까지 전시관을 닫겠다"라고 전했으며 리마 압둘 말라크 문화부 장관은 즉시 현장을 찾아 "(이 사건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며 꽤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 P48

문제가 된 작품은 등 뒤로 손이 묶인작은 사람이 한 남자에게 강제로 구강성교를 당하는 듯한 장면을 담고 있다. - P48

지난 3월부터
‘아동을 위한 법률가들(Juristes pourl‘enfance)‘을 포함한 여러 아동인권 보호단체들은 해당 작품 속 피해자로 보이는작고 마른 사람이 아동 포르노로 비칠 수있다면서 작품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단체 ‘콩트르어택 (Contre-Attack)‘은 "아동이 소비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며 미리암 칸의 작품들이
"비슷한 내용의 예술을 수용하고 대중화시키려 한다"라고 비판하는 내용의 인터넷 청원을 올렸다. - P48

미리암 칸은 공식서한에서
"(해당 작품의 사람은) 아이가 아니며, 이그림은 반인륜적 범죄이자 전쟁무기처럼사용되는 강간을 표현하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덧붙여 그림 속 두 인물의 체격차이로 아동 포르노라는 해석 문제가 제기된 점에 대해 "두 인물의 신체 대조는 억압자의 신체적 힘과 전쟁에 의해 무릎끓려진 야윈 피억압자의 허약함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 P49

미리암 칸은 이 작품을 러시아 군이자행한 우크라이나 부차 지역 민간인 학살 및 성폭행 사건 보도를 모티브로 삼은 것이라고 말한다. - P49

3월17일 극우 성향 국민연합(RN) 의원 카롤린 파르망티에는 트위터에 해당 작품 앞에서 찍은 영상을 올리고,
3월21일 국회에서 "전쟁범죄를 고발한다는 이유일지라도 이런 작품을 전시하는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라며 문화부 장관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 P49

 리마 압둘 말라크장관은 미리암 칸 작가가 40년 전부터
"전쟁의 참혹함을 고증하고 고발해왔다"
라며 "예술이 충격을 주고, 의문을 제기하며, 때로는 불편함과 반감까지도 야기할 수 있지만 예술은 합의에 의한 것이아니다"라고 답했다. - P49

같은 날 ‘창작의 자유 연구소(L‘Obser-vatoire de la liberte de creation)는 "예술가들은 자유롭게 범죄를 고발할 수 있어야 한다. 조르주 상드(프랑스 낭만주의작가)가 문학에 대해 말했듯, ‘작가는 반사하는 거울이자 모방하는 기계로, 그의 흔적이 정확하고 반영이 충실하다면 그어떤 것에 대해서도 사과할 필요가 없다‘.
그림도 마찬가지고, 이미 2세기를 지나온이 논쟁은 여전히 비판자들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라며 미리암 칸작가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 P49

사건이 일어난 5월7일 팔레 드 도쿄는
‘재물 파손 및 표현의 자유 침해죄‘로 페인트 테러를 저지른 관객을 고소하기로 했다. 5월8일 일간지 <르몽드> 보도에 따르면, 이 관객은 국민전선(국민연합 이전 당명) 의원인 피에르 샤생인 것으로 밝혀졌다. - P49

재의요구권보다는 거부권이라는 표현이 더 직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지난 4월4일 양국관리법에 대해, 5월16일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 P3

한국은 윤석열 정부 이전까지 역대 대통령이 총 66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승만 대통령이 45건으로 가장 많다. ‘1987년 직선제‘ 대통령 이후로는 노태우 7건, 노무현 6건, 이명박 1건, 박근혜 2건이다. 김영삼·김대중·문재인 정부 때는 거부권 행사가 없었다. - P3

돌봄을 ‘거부한‘ 정치
간호사들이 싸우는 이유 - P12

당장 불거진 것은 이른바 ‘PA 간호사‘
문제다. PA(Physical Assistant) 즉 진료보조 간호사는 공식적으로는 없는 직종이다. 초음파 및 심전도 검사, 채혈, 봉합,
대리수술, 기관 삽관 등 의료행위는 의사가 하지 않으면 불법임에도 이들 PA 간호사가 해왔다.  - P12

대한간호협회(간협)는 대통령 거부권 직후 불법진료신고센터를 개설하고 회원들로 하여금 병원에서 일어난 불법행위를 신고하게끔 했다. PA간호사들의 신고가 폭주하면서 5월18일부터 운영된이 사이트는 한때 트래픽 초과로 접속이 막히기도 했다. 5월24일 간협은 ‘준법투쟁 1차 결과‘를 발표해 총 1만2189건의 불법 진료 사례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 P12

간호사의 준법투쟁은 그동안 은폐돼온 병원 내 불법을 폭로한다는 취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확대하려는 간호법 제정 문제와도 맞닿아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행위와 관련한 간호사의 임무를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고 정의하고 있다. 보조를 넘어서는 의료행위는 간호사 단독으로 할 수 없다. - P12

그러나 우리가 익히 알듯 이런 불법은 수시로 일어난다. ‘진료의 보조‘라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모호하고 추상적이다보니 만성적으로 의사 수가 부족한 병원에서는 간호사가 의사의 일부 업무를 대신하는 관행이 굳어졌다. - P12

더욱이 의료행위를 하다 보면 무자르듯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를 나누기 쉽지 않다. 결국 실제 업무 구분은 법원 판례나 당국의 유권해석을 통해 이뤄진다. - P13

2017년에는 음주운전 교통사고 가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피를 뽑은 간호사가 의료법 위반 소송에휘말리기도 했다. 당시 응급실에서 근무했던 간호사는 경찰 입회하에 의사 없이 채혈했다가 낭패를 겪었다. 이 사건은 결국 헌법재판소까지 간 끝에 ‘의사의 포괄적인 지도·감독‘이 있었다고 봐야 하므로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 P13

간협은 의료법이 초고령사회 돌봄 확대에도 걸림돌이라고 주장한다. 의료법 제33조는 보건소 등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여야한다‘라고 규정한다. 이렇다 보니 병원 밖에서 의사의 지시 없이 간호사가 혈압과 혈당을 측정하는 것도 불법이다. - P13

 간호인력의 업무 범위, 공간,
처우 개선 등을 체계적으로 규율하는 새로운 간호법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간호법 반대단체와 정부는 현행 의료법 틀 안에서도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 P14

 간협은 간호사들의 최대 이익단체다. 현직 간호사대다수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2022년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의료기관·학교 등에서 활동하는 간호사 수는 약 39만명이다. 여기에 면허를 가진 전직 간호사와 간호대 학생까지 합치면 포괄하는 인원이 약 62만명에 달한다. - P14

게다가 간협은 거부권 행사 나흘 전인 5월12일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아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로 ‘세‘를 과시했다. 주최 측추산 10만명, 경찰 추산으로 2만5000명이 참석했다. - P14

익히 알려졌듯 간호법 제정은 윤석열대통령과 여당이 대선 때 약속한 사항이다. 약속 파기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여당은 말만 꺼냈을 뿐 공약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 P14

간호법 추진의 역사는 19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한간호협회는 ‘요양상의 간호와 진료의 보조‘라는 문구가 전부인 의료법의 한계를 지적하며 독자적인 간호법의 필요성을 처음 제기했다. - P15

간호법 제정이 급물살을 탄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다. 간호사들의 헌신이 널리 알려지면서 간호·돌봄 시스템 구축과 간호사 처우 개선에 대한 공감대가커졌다. 2021년 여야 모두에서 간호 법안이 발의됐다. - P15

 세법안의 공통점은 간호사의 임무에서 기존 의료법에 있는 ‘진료의 보조‘라는 문구를 들어냈다는 점이다. 대신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 같은 문구로 바꿨다. ‘보조‘
의 기준이 불명확한 데다가 의사와 간호사 사이 관계를 협력보다는 종속적으로 규정한다는 이유에서였다. - P15

2022년 대선 때까지만 해도 간호법제정을 공언했던 국민의힘 입장은 대선이후 드라마틱하게 바뀐다. - P15

 진료의 보조가 삭제될 경우 간호사들이 의사의 지시를 떠나 독자적인 의료행위를 일삼을 것이라는 간호법 반대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의사의 지도하에‘라는 문구가 남아 있음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 P15

 간호사의 임무를 ‘의사의 지도하에‘ ‘진료의 보조‘로 묶어둔 채 활동공간을 의료기관과 함께
‘지역사회‘로 넓힌 것이 성과라면 성과였다. 이마저도 반대 측에서는 간호사들이지역사회에서 단독으로 의원을 열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우려했다. 현행 의료법상의사가 아닌 간호사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  - P15

윤석열 대통령은 5월16일 국무회의에서 간호법이 직역 간갈등을 일으키고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 P15

4월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당론을 거스르고 간호법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의 힘 의원이 두 명 있었다. - P16

윤석열 대통령은 5월16일 거부권 행사 당일 국무회의에서 이들 여당 정치인의 말과 상반되는 발언을 내놓았다. "이번 간호법안은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간호 업무탈의료기관화는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5월24일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통해 "공약한 바 없다"라고 재차 확인했다. - P16

보건복지부는 간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간호법안, 국회 본회의의결 그 후‘라는 카드뉴스를 만들어 배포했다(오른쪽 그림 참조). 이 카드뉴스는 정부의 공보물이라기엔 놀랄 만큼 편파적인 데다 부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다. 우선 정부가 간호법에 우려를 표하는 이유에 대해 ‘간호사 혼자 환자를 돌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그러나 간호법 어디에도 간호사 혼자 환자를 돌볼 수 있게 하는 조항은 없다. 보건복지부는 간호조무사 등 다른 직역 단체가 반발하기 때문에 협업 체계가 깨지고, 결국 간호사 혼자환자를 보게 될 것이라는 극단적인 가정법을 내세운다. - P16

심지어 이 조항은 기존 의료법에서그대로 가져왔다. 정치권과 언론에서 이 내용을 확대·재생산하면서 논란이 커졌음에도 보건복지부는 명쾌한 설명을 내놓고 있지 않다. - P16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의료현안협의체를 열고 논의를 시작했다. 전격적인 의대 정원 확대가능성에 온갖 추측이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간호법 거부권과 의대 정원 확대를 맞바꾼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 P17

다시 말하지만, 이번 간호법은 차·포를 뗀 법이었다. 간호인력 전체의 처우 개선과 돌봄 시스템 구축에 턱없이 모자란법이다. 진보 성향인 ‘행동하는 간호사회‘
의 경우 거부권 행사 직후 성명을 통해윤 대통령의 ‘행정독재‘를 비판하면서도 이번 법안에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 같은 실질 내용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 P17

실제로 이번 간호법 정국의 키워드는
‘돌봄‘이었다. - P17

일부 정치세력과 대통령, 그리고 행정 당국이 이를 직역 간 갈등‘ 프레임으로 변질시켰지만, 서로 충돌하는가운데서도 사회적 논의는 진전될 수밖에 없다. 2023년 한국 사회가 드디어 ‘돌봄의 미래‘를 향한 여정을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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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이란 말을 보고나 들으면서 생각난 카프카이즘. 그리고 예전에 읽다 만 책.
오늘은 첫 번째만 읽어야겠다.











누군가 요제프 K를 모함했음이 분명하다. 나쁜짓을 하지않았는데도 어느날 아침 체포되었으니 말이다. - P9

 이 잠옷은 그의 다른 속옷들과 함께 보관해 둘 것이며, 사건이 잘 마무리되고 나면 다시 돌려주겠다고 덧붙였다. 「물품 보관소에 맡기느니 우리한테 맡겨 두는 편이 좋을 거요.」 그들이 말했다. 「물품 보관소에서는 물건을 빼돌리는 일도 빈번하고, 게다가 일정한 시간이지나면 해당 소송이 끝나든 말든 상관없이 몽땅 팔아 치우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특히 요즘 들어서는 이런 소송들이 한없이 오래 걸려요. 그러다 보면 결국 물품 보관소에서 물품을 처분한 돈을 받기야 하겠지만 첫째, 그 액수라는 것이 형편없소. 왜냐하면 물건이 좋으냐 아니냐가 아니라 뇌물을 얼마나 바치느냐에 따라 판매가 결정되니까. 그리고 둘째로 내경험에 비추어 볼 때, 처분한 대가로 받은 돈의 액수도 여러해를 넘기며 이 손 저 손 거치다 보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소.」 K는 이들의 말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 P12

K의 머리 위에서 다른 감시원과 눈짓을 교환했다. 대체 이인간들은 뭐지? 뭘속달대는 걸까? 대체 어느 기관 소속일까? K는 분명 법치 국가에 살고 있고 어딜 가나 평화로우며법은 다 잘 지켜지고 있는데, 감히 누가 집에 있는 그에게 달려든단 말인가?  - P13

 키가 큰 감시원이 말했다. 「당신은 체포된 몸입니다.」 「체포됐다니요?
이렇게 체포되는 수도 있나요?」 「이런 또 시작이군.」 감시원은 그렇게 말하면서 버터 빵을 꿀단지에 담갔다. 그런 식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소.」 「대답하지 않을 수 없을걸요.」 K가 말했다. 「여기 내 신분증명서가 있으니, 당신들도 신분증을 보여 주시오. 특히 체포 영장을 말이오.」 「아이고 머리야!」감시원이 말했다.「 도대체가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지를 못하는군요. 지금 이 세상 누구보다 당신 편을 들어 주는 우리 같은 사람들의 부아를 치밀게 하다니. 별 까닭도 없이 말이오」 - P15

당신 지금 어린애보다도 더 철없이 굴고 있소. 대체 뭘 어쩔 셈이오? 우리 같은 감시원들하고 신분증명서니 체포영장이니하며 떠든다고 그 빌어먹을 거대한 소송이 금방 끝날 것 같소? 우리야 말단 직원에 불과해요. 신분증명서 같은 건 알지도 못하고, 당신 사건과 관련해서는 그더 하루 열 시간씩 당신을 감시하면허 그에 대한 급료를 받을 뿐이오. - P15

「(중략) 우리의 관청은, 내가 아는 바로는, 물론 하급 관청밖에 나는 모르지만,
죄를 지은 자를 찾아 나서는 게 아니라 법에 적혀 있는 대로죄가 있는 쪽으로 쏠려 우리 같은 감시원들을 파견하게 되는거요. 이게 바로 법이오. 그러니 거기에 어찌 착오 같은 게 있겠소?」 
「그런 법 따위는 난 몰라요.」 K가 말했다. 
「그럴수록 당신한텐 좋을 게 없소.」 감시원이 말했다.  - P16

 K는 남의 구경거리가 되는 이런 상황을 끝내야 했다.
 「당신들 상관에게 데려가 줘요.」그가 말했다.
「상관의 명령이 있기 전에는 불가능하오.」 빌렘이라는 감시원이 말했다.
 「충고 하나 해주겠소.」 그가 덧붙였다. 「그냥 당신 방으로 가서 차분하게 처분을 기다리도록 하시오. (중략) - P17

그때 그는 옆방에서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술잔에 이를 부딪쳤다. 「감독관이 당신을 찾소.」 그를 화들짝 놀라게한 것은 바로 그 외침이었다. 짧고 끊어지는 듯한 군대식 외침이었다. 감시원 프란츠의 입에서 나올 것 같지 않은 외침이었다. 그는 그 명령 자체가 반가웠다.
 「드디어.」 큰 소리로 응답한 뒤 식기장을 닫고 얼른 옆방으로 달려갔다. 그곳에 두 감시원이 서 있다가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그를 다시 그의 방으로 몰아넣었다. 대체 왜이러는 거요?」 그들이 소리쳤다. 「아니, 잠옷 바람으로 감독관을 만나겠다는 거요? 그랬다간 당신뿐만 아니라 우리까지도 흠씬 두들겨 맞을 거요!」 
「이런 젠장, 좀 가만둬요!」 K는 소리쳤다. 어느새 그는 옷장 있는 곳까지 떼밀려 있었다.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을 덮칠 땐 언제고 또 정장으로 나타나라니.」
「그래 봤자 소용없소.」 감시원들이 말했다. - P19

「검은 정장이어야 하오. 」그들이 말했다. 
그러자 K는 재킷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스스로도 왜그런 말을 하는지 모를 소리를 내뱉었다. 「아직 본심도 아닌데 뭘 그래요.」
 감시원들은 빙긋 웃으면서도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반드시 검은 정장이어야 하오.」 - P20

「요제프K인가요?」 감독관이 물었다. K의 산만한 시선을자신에게로 돌리려는 의도인 것 같았다. K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아침의 일들 때문에 무척 놀랐죠?」 감독관은 그렇게 물으면서 협탁 위에 놓인 몇 개의 물건들, 그러니까 초와 성냥, 한 권의 책 그리고 바늘꽂이의 위치를 바꾸어 놓았다.
마치 그것들이 심문을 하는 데 쓰이는 물건들이기라도 한 것처럼. 「네, 그렇습니다.」 K가 말했다. 마침내 상식이 통하는 사람과 마주 앉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안도감이 일었다. 「뭐, 좀 놀라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많이 놀란 건 아닙니다.」 「그렇게 많이 놀란 건 아니라고요?」 감독관은 그렇게 물으며 초를 협탁 한가운데에 놓고 다른 물건들을 그 주위에 가지런히 놓았다. - P21

그래도 말입니다. 이 일이 그렇게 중요할 리는 없어요. 내가 고소당하기는 했지만 나로서는 고소당할 이유가 눈곱만큼도 없으니까요. 이런 건 다 부차적인 것이고, 문제는 나를 고소한 사람이 누구냐는 겁니다. 이 소송을 맡은 담당 관청이 어디죠?
당신들은 관리요? 제복을 입은 사람은 하나도 없군요. - P22

그가 말했다. 「여기 있는 이 친구들과 나는 당신 사건에서는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일 뿐이며 실제로 당신 사건에 대해 아는 것도 거의 없소. 제대로 된 제복을 입으라면 못 입을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 사건이 더 나아질 것도 없소, 당신이 고소당했다고는 전혀 말할 수 없소. 아니, 실제 당신이 고소당했는지 나는 모르오. 당신이 체포되었다는 것,
그것만큼은 확실하오. 그 이상은 모르오. 감시원들이 무슨 딴소리를 한 모양인데, 그건 다 쓸데없는 소리일 뿐이오. 당신 질문에 답을 해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당신한테 충고는 해줄 수 있소. 우리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에 대해서 생각하지 말고, 그저 당신 자신에 대해서나 생각하라는 거요. 괜히 자신이 결백하니 뭐니 하며 소란을 떨지 마시오. 그래 봤자 그리 나쁘지 않은 당신  인상마저 망칠 뿐이니까. 그리고 말도 자제하는 편이 좋겠소. 비록  몇 마디밖에 하진 않았지만 당신이 방금 한 모든 말은 당신 행동에서 다 알아차릴 수 있는 것들이었소. 그런 말을 지껄여봤자 당신한테 크게 이로울 것도 없소.」 - P23

 「그러니까 이 일을 원만하게 매듭짓자, 이거요? 정말 어림도 없는 소리요. 그건 안 돼요. 그렇다고 당신을 절망에 빠뜨리려고 하는 말은 절대 아니오. 절대 그렇지 않소. 내가 뭣 때문에 그런단 말이오? 당신은 체포되었을 뿐이고, 사실 그게 전부요. 나는 그 사실을 당신에게 전하는 일을 맡았고 또 그 일을 수행했고 당신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눈으로 확인했소. 오늘은 이 정도로 해둡시다.
이제 작별을 할 수 있겠소. 당분간이기는 하지만, 자, 이제은행에 갈 건가요?」 「은행이라뇨?」 K가 물었다. 「체포된 걸로 생각했는데요.」 K는 대드는 투로 물었다. - P26

그래서 다시 이렇게 말했다. 「체포당한 몸인데 은행에 어떻게 가죠?」 「아, 그렇군요.」 감독관이 말했다.
감독관은 어느새 문가에 가 있었다. 「내 말뜻을 잘못 알아들었소. 당신은 체포되었소, 분명히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정상적인 직업 활동을 못 하는 건 아니오, 평소 하던 생활 방식에 방해를 받는 것도 아니요. - P26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그렇게 신경을 쓰니 하는 말인데, 은행에 억지로 가라고 강요하지 않소. 그저 당신이 은행에 가고 싶어 할 걸로 생각했다. 이 말이오. 당신이 은행에 가는 것을 좀 쉽게 해주려고, 그리고 은행에 도착할 때 남의 눈에 띄지않게 하려고 여기 당신의 동료 세 사람을 동원한 거요. - P27

아무런 특징도 개성도 없는 이 젊은 친구들을 그는 그저 사진이나 구경하고 있던 무리로 기억할 뿐이었는데,
실제로 그들은 그가 다니는 은행의 직원들이었다. - P27

그때 K는 감독관과 감시자들이 떠나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감독관이 직원 셋을 그의 눈앞에서 가려 놓더니, 이번엔 이 세 직원이 감독관을 못 보게 만든 격이었다. 그가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있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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