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이란 말을 보고나 들으면서 생각난 카프카이즘. 그리고 예전에 읽다 만 책.
오늘은 첫 번째만 읽어야겠다.

누군가 요제프 K를 모함했음이 분명하다. 나쁜짓을 하지않았는데도 어느날 아침 체포되었으니 말이다. - P9
이 잠옷은 그의 다른 속옷들과 함께 보관해 둘 것이며, 사건이 잘 마무리되고 나면 다시 돌려주겠다고 덧붙였다. 「물품 보관소에 맡기느니 우리한테 맡겨 두는 편이 좋을 거요.」 그들이 말했다. 「물품 보관소에서는 물건을 빼돌리는 일도 빈번하고, 게다가 일정한 시간이지나면 해당 소송이 끝나든 말든 상관없이 몽땅 팔아 치우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특히 요즘 들어서는 이런 소송들이 한없이 오래 걸려요. 그러다 보면 결국 물품 보관소에서 물품을 처분한 돈을 받기야 하겠지만 첫째, 그 액수라는 것이 형편없소. 왜냐하면 물건이 좋으냐 아니냐가 아니라 뇌물을 얼마나 바치느냐에 따라 판매가 결정되니까. 그리고 둘째로 내경험에 비추어 볼 때, 처분한 대가로 받은 돈의 액수도 여러해를 넘기며 이 손 저 손 거치다 보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소.」 K는 이들의 말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 P12
K의 머리 위에서 다른 감시원과 눈짓을 교환했다. 대체 이인간들은 뭐지? 뭘속달대는 걸까? 대체 어느 기관 소속일까? K는 분명 법치 국가에 살고 있고 어딜 가나 평화로우며법은 다 잘 지켜지고 있는데, 감히 누가 집에 있는 그에게 달려든단 말인가? - P13
키가 큰 감시원이 말했다. 「당신은 체포된 몸입니다.」 「체포됐다니요? 이렇게 체포되는 수도 있나요?」 「이런 또 시작이군.」 감시원은 그렇게 말하면서 버터 빵을 꿀단지에 담갔다. 그런 식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소.」 「대답하지 않을 수 없을걸요.」 K가 말했다. 「여기 내 신분증명서가 있으니, 당신들도 신분증을 보여 주시오. 특히 체포 영장을 말이오.」 「아이고 머리야!」감시원이 말했다.「 도대체가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지를 못하는군요. 지금 이 세상 누구보다 당신 편을 들어 주는 우리 같은 사람들의 부아를 치밀게 하다니. 별 까닭도 없이 말이오」 - P15
당신 지금 어린애보다도 더 철없이 굴고 있소. 대체 뭘 어쩔 셈이오? 우리 같은 감시원들하고 신분증명서니 체포영장이니하며 떠든다고 그 빌어먹을 거대한 소송이 금방 끝날 것 같소? 우리야 말단 직원에 불과해요. 신분증명서 같은 건 알지도 못하고, 당신 사건과 관련해서는 그더 하루 열 시간씩 당신을 감시하면허 그에 대한 급료를 받을 뿐이오. - P15
「(중략) 우리의 관청은, 내가 아는 바로는, 물론 하급 관청밖에 나는 모르지만, 죄를 지은 자를 찾아 나서는 게 아니라 법에 적혀 있는 대로죄가 있는 쪽으로 쏠려 우리 같은 감시원들을 파견하게 되는거요. 이게 바로 법이오. 그러니 거기에 어찌 착오 같은 게 있겠소?」 「그런 법 따위는 난 몰라요.」 K가 말했다. 「그럴수록 당신한텐 좋을 게 없소.」 감시원이 말했다. - P16
K는 남의 구경거리가 되는 이런 상황을 끝내야 했다. 「당신들 상관에게 데려가 줘요.」그가 말했다. 「상관의 명령이 있기 전에는 불가능하오.」 빌렘이라는 감시원이 말했다. 「충고 하나 해주겠소.」 그가 덧붙였다. 「그냥 당신 방으로 가서 차분하게 처분을 기다리도록 하시오. (중략) - P17
그때 그는 옆방에서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술잔에 이를 부딪쳤다. 「감독관이 당신을 찾소.」 그를 화들짝 놀라게한 것은 바로 그 외침이었다. 짧고 끊어지는 듯한 군대식 외침이었다. 감시원 프란츠의 입에서 나올 것 같지 않은 외침이었다. 그는 그 명령 자체가 반가웠다. 「드디어.」 큰 소리로 응답한 뒤 식기장을 닫고 얼른 옆방으로 달려갔다. 그곳에 두 감시원이 서 있다가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그를 다시 그의 방으로 몰아넣었다. 대체 왜이러는 거요?」 그들이 소리쳤다. 「아니, 잠옷 바람으로 감독관을 만나겠다는 거요? 그랬다간 당신뿐만 아니라 우리까지도 흠씬 두들겨 맞을 거요!」 「이런 젠장, 좀 가만둬요!」 K는 소리쳤다. 어느새 그는 옷장 있는 곳까지 떼밀려 있었다.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을 덮칠 땐 언제고 또 정장으로 나타나라니.」 「그래 봤자 소용없소.」 감시원들이 말했다. - P19
「검은 정장이어야 하오. 」그들이 말했다. 그러자 K는 재킷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스스로도 왜그런 말을 하는지 모를 소리를 내뱉었다. 「아직 본심도 아닌데 뭘 그래요.」 감시원들은 빙긋 웃으면서도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반드시 검은 정장이어야 하오.」 - P20
「요제프K인가요?」 감독관이 물었다. K의 산만한 시선을자신에게로 돌리려는 의도인 것 같았다. K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아침의 일들 때문에 무척 놀랐죠?」 감독관은 그렇게 물으면서 협탁 위에 놓인 몇 개의 물건들, 그러니까 초와 성냥, 한 권의 책 그리고 바늘꽂이의 위치를 바꾸어 놓았다. 마치 그것들이 심문을 하는 데 쓰이는 물건들이기라도 한 것처럼. 「네, 그렇습니다.」 K가 말했다. 마침내 상식이 통하는 사람과 마주 앉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안도감이 일었다. 「뭐, 좀 놀라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많이 놀란 건 아닙니다.」 「그렇게 많이 놀란 건 아니라고요?」 감독관은 그렇게 물으며 초를 협탁 한가운데에 놓고 다른 물건들을 그 주위에 가지런히 놓았다. - P21
그래도 말입니다. 이 일이 그렇게 중요할 리는 없어요. 내가 고소당하기는 했지만 나로서는 고소당할 이유가 눈곱만큼도 없으니까요. 이런 건 다 부차적인 것이고, 문제는 나를 고소한 사람이 누구냐는 겁니다. 이 소송을 맡은 담당 관청이 어디죠? 당신들은 관리요? 제복을 입은 사람은 하나도 없군요. - P22
그가 말했다. 「여기 있는 이 친구들과 나는 당신 사건에서는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일 뿐이며 실제로 당신 사건에 대해 아는 것도 거의 없소. 제대로 된 제복을 입으라면 못 입을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 사건이 더 나아질 것도 없소, 당신이 고소당했다고는 전혀 말할 수 없소. 아니, 실제 당신이 고소당했는지 나는 모르오. 당신이 체포되었다는 것, 그것만큼은 확실하오. 그 이상은 모르오. 감시원들이 무슨 딴소리를 한 모양인데, 그건 다 쓸데없는 소리일 뿐이오. 당신 질문에 답을 해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당신한테 충고는 해줄 수 있소. 우리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에 대해서 생각하지 말고, 그저 당신 자신에 대해서나 생각하라는 거요. 괜히 자신이 결백하니 뭐니 하며 소란을 떨지 마시오. 그래 봤자 그리 나쁘지 않은 당신 인상마저 망칠 뿐이니까. 그리고 말도 자제하는 편이 좋겠소. 비록 몇 마디밖에 하진 않았지만 당신이 방금 한 모든 말은 당신 행동에서 다 알아차릴 수 있는 것들이었소. 그런 말을 지껄여봤자 당신한테 크게 이로울 것도 없소.」 - P23
「그러니까 이 일을 원만하게 매듭짓자, 이거요? 정말 어림도 없는 소리요. 그건 안 돼요. 그렇다고 당신을 절망에 빠뜨리려고 하는 말은 절대 아니오. 절대 그렇지 않소. 내가 뭣 때문에 그런단 말이오? 당신은 체포되었을 뿐이고, 사실 그게 전부요. 나는 그 사실을 당신에게 전하는 일을 맡았고 또 그 일을 수행했고 당신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눈으로 확인했소. 오늘은 이 정도로 해둡시다. 이제 작별을 할 수 있겠소. 당분간이기는 하지만, 자, 이제은행에 갈 건가요?」 「은행이라뇨?」 K가 물었다. 「체포된 걸로 생각했는데요.」 K는 대드는 투로 물었다. - P26
그래서 다시 이렇게 말했다. 「체포당한 몸인데 은행에 어떻게 가죠?」 「아, 그렇군요.」 감독관이 말했다. 감독관은 어느새 문가에 가 있었다. 「내 말뜻을 잘못 알아들었소. 당신은 체포되었소, 분명히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정상적인 직업 활동을 못 하는 건 아니오, 평소 하던 생활 방식에 방해를 받는 것도 아니요. - P26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그렇게 신경을 쓰니 하는 말인데, 은행에 억지로 가라고 강요하지 않소. 그저 당신이 은행에 가고 싶어 할 걸로 생각했다. 이 말이오. 당신이 은행에 가는 것을 좀 쉽게 해주려고, 그리고 은행에 도착할 때 남의 눈에 띄지않게 하려고 여기 당신의 동료 세 사람을 동원한 거요. - P27
아무런 특징도 개성도 없는 이 젊은 친구들을 그는 그저 사진이나 구경하고 있던 무리로 기억할 뿐이었는데, 실제로 그들은 그가 다니는 은행의 직원들이었다. - P27
그때 K는 감독관과 감시자들이 떠나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감독관이 직원 셋을 그의 눈앞에서 가려 놓더니, 이번엔 이 세 직원이 감독관을 못 보게 만든 격이었다. 그가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있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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